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44화 (145/161)

144화. 충무공 봉인

“적당히 하자.”

아레스는 곧 활짝 웃었다.

"아레스 선수가 또 사고 친 줄 알았는데 옛 소속팀 유망주에게 장난을 친 거군요. 하하."

흥분된 경기를 가라앉히기 위한 아레스의 노련미였다.

하지만 장난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이가 있었다.

'해보자는 거지?'

줄리앙은 이를 악물더니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아레스도 당황했다.

그걸 막은 것은 노장 다니엘이었다.

“그만둬라. 이걸 메시가 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다니엘의 말에 줄리앙은 다소 흥분을 가라앉혔다.

“선수는 골로 말한다고 메시가 늘 말했다.

메시를 위한 복수를 하고 싶다면 골을 넣어라.”

줄리앙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자기 진영으로 돌아갔다.

“경기가 다소 과열되는 분위긴데요. 다행히 별 탈 없이 잘 수습됐습니다.”

AT 마드리드의 공격이 펼쳐졌다.

그들에게는 골이 필요했다.

“그리즐 선수의 환상적인 드리블!”

그리즐이 측면에서 머뭇거리며 수비수를 꾀어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다니엘은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어림없다. 꼬맹아.”

다니엘은 그리즐을 같은 팀에 있을 때부터 꼬마라고 불렀다.

그만큼 그를 귀여워했지만, 지금은 상대편으로써 최선을 다했다.

툭!

“윽!”

다니엘이 그리즐로부터 공을 빼앗았다.

“다니엘 선수 공을 빼앗았습니다.”

바르셀로나에 역습기회가 찾아왔다.

다니엘의 발끝에서부터 공격이 시작됐다.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 공을 받아서 페도라에게 넘깁니다.”

페도라는 공을 받아서 툭툭 치고 나갔다.

재빨리 AT 마드리드의 측면 수비수가 달라붙었다.

“페도라 무리하지 않고 패스합니다.”

페도라는 동료와 2:1 패스를 주고받으며, AT 마드리드의 수비수를 따돌렸다.

“아모르!”

페도라는 중앙에 있는 아모르를 향해 낮고 빠른 패스를 뿌렸다.

“아모르 선수. 상대 수비를 등지면서 공을 받았습니다!”

아모르는 힐끗 고개를 돌려서 전방을 살핀 뒤 굴러오는 공을 집중했다.

그는 재빨리 몸을 틀면서 전방에 있는 줄리앙에게 공을 넘겼다.

“AT 마드리드의 뒷공간이 뚫렸습니다!”

공을 잡은 줄리앙은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골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리는 줄리앙. AT 마드리드 수비수들이 재빨리 달라붙습니다!”

줄리앙은 대각선으로 치고 들어갔다.

오브라 역시 성큼성큼 나오면서 슈팅 각도를 줄이는 데 전념했다.

“흥!”

줄리앙은 코웃음을 치더니, 슛을 때렸다!

“줄리앙 선수의 다소 무리한 슛!”

줄리앙은 오브라의 가랑이 사이로 낮고 빠른 슈팅을 때렸다.

해설자의 말대로 줄리앙이 있는 위치라면 슛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은 그곳뿐이었다.

“고오오올!”

모두가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한 슈팅을 줄리앙이 성공시켰다.

“저 자식. 진짜로 골을 성공시킬 줄이야.”

다니엘은 멀리서 보고 혀를 내둘렀다.

이 골로 종지부가 됐다고 생각한 바르셀로나의 감독은 줄리앙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줄리앙은 좀 더 뛰고 싶다고 어필했다.

하지만 감독은 단호했다.

“바르셀로나가 오늘 미친 활약을 보인 줄리앙 선수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교체를 진행합니다!”

줄리앙은 울컥했지만, 순순히 그라운드를 나왔다.

[보상으로 30분 동안 능력 무효화 카드가 지급됩니다.]

[시스템을 사용하는 선수에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 교체를 받아들이면 지급됩니다.]

잔 다르크가 분노한 줄리앙을 달래기 위한 조치였다.

줄리앙이 빠졌고,

승패는 거의 정해졌지만,

AT 마드리드는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기어이 아레스가 추가 골을 뽑아냈다!

삐이이익.

“경기 끝났습니다. 바르셀로나가 AT 마드리드를 5:3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합니다.”

아레스가 땀을 닦으며 아쉬워했다.

“젠장!”

경기의 흐름을 탔지만,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지켜본 꿈 FC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다.

바르셀로나의 엄청난 경기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순신조차도 침을 꼴깍 삼켰다.

‘이길 수 있을까?’

***

다음 날.

경기 시작 두 시간 전.

이순신은 아내와 통화했다.

“순신아. 경기 못 가서 미안해.”

“괜찮아. 여기가 어디라고 와. 너무 멀잖아.”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매일매일 함께 있고 싶은 게 순신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도 나… 경기는 챙겨봤어!”

“응. 잘했어.”

이순신은 신자영의 귀여운 투정이 너무나 귀여웠다.

옆에 있었다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오늘 경기 조심해. 다칠까 봐 걱정돼.”

“난 괜찮아!”

“그래도!”

이순신이 경기 중에 다칠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신자영을 안심시켜주기 위해 대답했다.

“알았어. 네 말대로 조심할게.”

“그래~ 누나 말 들어서 여태껏 손해 본 적 없잖아.”

이순신은 피식 웃었다.

“어? 너 지금 웃었어?”

“아냐. 귀여워서.”

“야!”

신자영은 쑥스러운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안 다치고, 꼭 이기겠습니다.”

이순신은 다시 한번 신자영의 마음을 안심시켰다.

통화가 끝난 후 이순신의 가슴속에서 무언가 몽글몽글 피어났다.

그것이 행복이라는 걸 이순신은 미처 알지 못했다.

***

저녁 7시.

축구를 하기에 좋은 시간이었다.

화려한 조명이 선수들을 비추고, 선선한 날씨는 바람을 느끼기 딱 좋았다.

“꿈 FC와 바르셀로나의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결승전이 곧 시작됩니다!”

꿈FC의 라커룸.

선수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바르셀로나와 겨룬다는 사실조차도 꿈 같은데, 자신들이 컵대회 우승팀 자격으로 1부 리그 우승팀인 바르셀로나와 대결을 펼친다는 사실.

이순신은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던졌다.

“우리가 오늘 바르셀로나 이기면 명실상부 스페인 최강의 팀이네?”

“아아~ 그런 말 하지 마!”

“맞아! 이기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무승부, 아니 한 골이라도 넣었으면 좋겠소이다!”

구멍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거 같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바르셀로나가 뭔데?”

오히려 임단결은 투지가 불타올랐다.

자신을 방출했던 팀과 다시 마주칠 수 있는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것도 최고의 무대이기에 더더욱 불타올랐다.

“모두들 겁먹지 마라. 우리는 항상 우리보다 강한 팀을 상대로 멋진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 자체가 팬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지,

더러운 수를 써서라도 바르셀로나를 이기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하도록.”

이에로는 선수들에게 페어플레이를 강조했다.

“넵!”

선수들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좋아. 준비된 거 같군.

그럼 스타팅 멤버를 발표하겠다.”

경기에 나설 선수들의 이름이 호명됐다.

이순신을 중심으로 어깨동무하며 의지를 다졌다.

“저번 경기 봐서 알지? 오늘 경기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날지도 몰라.”

줄리앙의 플레이를 두고 말한 이야기였다.

“다치지 말자.”

이순신은 신자영에게 들은 당부를 선수들에게 그대로 말했다.

“알았어!”

이러한 경기에서 꿈 FC는 엄청난 투혼을 발휘했다.

그 말인즉슨 평소보다 한계를 넘어선 능력을 발휘한다는 뜻이었다.

“순신아. 그거 한 번 하자.”

김혁규가 말했다.

“그거?”

“필사 머시기 있잖아.”

이순신은 잠시 고민했다.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인 경기였다.

바르셀로나에 감정이 좋진 않아도, 복수심은 없었다.

신자영의 당부도 있었다.

몇십 억의 돈을 더 벌기 위해서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마음가짐으로 임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 하자.”

선수들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순신이 심호흡을 한 뒤,

큰소리로 외쳤다!

“필락즉생 필락즉사!”

선수들이 평소와 다른 구호에 깜짝 놀라서 이순신을 쳐다봤다.

“순신아. 그게 뭔 말이냐?”

“즐기며 경기에 임하면 반드시 살고, 즐기지 못하면 죽는다는 뜻이야.”

선수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했다.

“미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경기를 어떻게 즐겨. 포기한 거냐?”

헤이니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승부를 포기했다는 뜻은 아니야. 이번 경기에서는 즐기는 팀이 이긴다.”

이순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흑호랑후가 발동했습니다.]

“아. 젠장. 순신 너무 똑똑해.”

헤이니는 순식간에 설득당했다.

그 모습을 보자 어느새 선수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사라졌다.

[선수들이 안정감을 얻었습니다.]

이순신은 씨익 웃었다.

이제야 싸울 준비가 됐다.

***

양 팀 선수들이 각 진영에 섰다.

이순신은 최후방에서 킥오프를 기다렸다.

“와…이거 장난 아닌걸?”

이순신은 깜짝 놀랐다.

워낙 전력 차가 큰 두 팀이라서 그런지 시작부터 버프 효과가 장난 아니었다.

[트로피 : 자이언트 킬링 효과가 발동합니다.]

[전력이 강한 팀들에게 패배의 불안감을 심어줍니다.]

[트로피 : 올림픽 우승이 발동합니다.]

[우리 팀의 23세 이하 선수들의 능력치를 상승시키고, 상대편 23세 이하 선수들의 능력치를 하락시킵니다.]

이 효과로 임단결, 이광인, 오쿠보의 능력치가 상승했고,

아모르, 페도라의 능력치가 하락했다.

‘쩝. 올림픽 우승 효과가 너무 짧네.’

이순신은 연도가 바뀌자 이 효과에서 제외돼서 아쉬웠다.

상대편에 아시아계 선수가 없어서 아쉽게도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 효과는 발동하지 않았다.

[배수의 진 Lv.3이 발동합니다.]

배수의 진은 이전까지만 해도 상위 팀을 만나면 기본 능력치가 약간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근래에 레벨업을 해서 효과가 더 늘어났다.

[상위 리그 팀을 만나서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상대가 강하면 꿈 FC의 전력도 강해졌다.

여기에 꿈 FC의 패배를 바라는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의 야유와 욕설은 ‘노이즈캔슬링’으로 차단했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건 진화된 필사즉생이었다.

‘애초에 팀이 불리할 때만 발동하는 줄 알았는데…’

[필사즉생 필생즉사Lv.2가 발동합니다.]

[경기 시작 10분 동안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하여 평소보다 더 능력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상대편과 전력 차이가 많이 날 시 발동]

‘이 능력이 발동했다는 건 그만큼 바르셀로나의 전력이 객관적으로 우리보다 몇 수 위라는 뜻이겠지.’

이순신은 각오를 다졌다.

이러한 버프를 가지고 있어야 상대 팀과 비등하게 겨룰 수 있다는 사실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봉인이 발동되었습니다.]

[30분 동안 충무공의 능력을 쓸 수 없습니다.]

“뭐?”

이순신은 당혹스러웠다.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UI 창도, 수많은 패시브 및 스킬들이 ‘???’로 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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