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피의 복수
메시의 발 안쪽에서 시작된 감아 차기는 오브라가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했다.
엄청난 회전수를 자랑하며,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간 메시의 슛은 관중들을 모두 일으켜 세웠다!
“메시. 메시. 메시!”
줄리앙은 그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이게 진정한 월클인가?”
선취골의 주인공도, 메시에게 어시스트를 해준 것도 자신이었지만, 메시에 의해 조종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정도는 해야 경기를 지배할 수 있다.”
메시가 줄리앙의 어깨를 툭툭 치며 지나갔다.
줄리앙은 소름이 돋았다.
시스템만 사용하면 금방 최고가 될 줄 알았는데…
심지어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한테도 밀린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었다.
‘건방 떨지 마!’
줄리앙의 마음속에서는 무언가 끓어 올랐다.
이제는 자신이 무언가를 만들어서 보여줘야겠다 싶었다.
잠시 후.
공을 잡은 줄리앙에게 기회가 왔다.
AT 마드리드의 수비수 앞에서 주춤주춤하더니 그대로 중거리 슛을 날렸다.
“흥. 어림없지.”
오브라는 가볍게 슛을 잡았다.
“아- 줄리앙 선수의 슛. 너무 정면으로 날아갔네요.”
“젠장!”
줄리앙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5분 뒤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냈다.
“간다!”
이번엔 왼쪽에서 드리블을 펼쳤다.
[나폴레옹의 사전이 발동합니다.]
AT 마드리드 선수들이 홀린 듯 줄리앙에게 두 번이나 뚫렸다.
“줄리앙 선수! 마치 메시 선수 같습니다!”
줄리앙은 중계석의 말이 들리는 거 같았다.
‘나를 누군가와 비교하지 마!’
대지를 가르는 슛이 오브라를 향했다.
“예리한 코스로 날아옵니다!”
오브라는 온 신경을 끌어모아서 집중했다.
아까와는 다르게 낮고 빠른 슛이 예리하게 골문을 향했다.
오브라가 몸을 날렸다.
“오브라!”
하지만 그 역시 공을 잡진 못했다.
손을 얼얼하게 만드는 강한 충격으로 인해서 튕겨져 나왔다.
‘저릴 정도로 엄청난 슛이다.’
오브라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흘러나온 골을 AT 마드리드 수비수가 멀리 걷어냈다.
“괜찮아. 좋았어!”
메시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진심은 통하는 법일까?
피식.
줄리앙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메시의 선한 영향력이 줄리앙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정화를 습득했습니다.]
[분노를 가라앉히고, 평온한 상태로 만듭니다.]
줄리앙은 평온한 상태가 되어, 부담감을 내려놓았다.
“아모르! 받아!”
“줄리앙이 패스를?”
패스를 받은 아모르는 당황했다.
줄리앙도 좀 더 동료를 믿기로 마음먹었다.
그 뒤 바르셀로나의 팀플레이가 살아났다.
눈빛만 봐도 패스할 곳과 서로의 위치가 파악됐다.
“저건 좀 위험한데?”
경기를 지켜보던 이에로는 긴장했다.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난 팀이 팀워크까지 잘 맞으면 그건 신이 와도 먹을 수 없어.’
이에로는 바르셀로나가 한계를 뛰어넘은 모습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메시, 아레스, 그리즐이 함께 뛰던 그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공격을 펼쳤다.
특히 패스하는 줄리앙의 존재는 위력적이었다.
골 결정력도 좋은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욕심을 포기하니 그으 세상이 좀 더 넓어졌다.
“이순신으로서는 강적을 만났군.”
이에로는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순신이 줄리앙을 막아낼 수 있을까?’
오늘 줄리앙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그만큼 임팩트가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팀워크가 더해지니,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볼 문제였다.
바르셀로나의 장점인 티키타카가 펼쳐졌다.
페도라가 공을 주면, 메시가 받아서 다시 줄리앙에게 넘겨주고,
줄리앙은 뒤에 있는 페도라에게 백패스를 하고 나면,
페도라가 슛을 때렸다.
상대편이 그냥 오브라가 아니라 ‘컨디션이 최고인 오브라’가 아니었다면 벌써 몇 골을 더 먹혀도 이상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계속 기회를 만들었다.
메시가 측면에서 빠르게 달려갔다.
“메시! 빈 공간에서 치고 달립니다!”
메시 특유의 돌파가 펼쳐지려는 찰나,
상대 수비수와 부딪힌 후 얼굴을 잡고 쓰러졌다.
메시를 지켜보던 줄리앙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메시!”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달려왔다.
“쿨럭.”
메시는 입에서 피를 흘렸다.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했다.
붉은 피를 보자,
여태껏 잘 참았던 줄리앙의 분노가 폭발했다.
“뭐하는 짓이야!”
줄리앙이 메시를 다치게 한 선수의 어깨를 밀쳤다.
“고의는 아니었어!”
“닥쳐!”
줄리앙이 당장에라도 죽일 듯이 쳐다봤다.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멈춰! 진정들 해!”
급기야 심판이 달려와서 경기를 잠시 중단시켰다.
“메시 선수. 뛸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의료진의 물음에 메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감독은 메시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아. 메시 선수. 부상이 심각한가요? 결국 교체되고 맙니다.”
그냥 입술이 좀 터지고, 가벼운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이보다 더한 부상을 당하고도 풀타임을 뛴 적이 수십 경기가 넘었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 감독이 교체한 이유는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였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우리가 이기고 있어. 남은 시간은 골을 지킨다.”
감독은 다니엘에게 작전을 지시했다.
선수들은 대부분 작전에 동의했지만, 단 한 사람.
“축구는 골을 지키는 경기가 아니라 넣는 경기야.”
줄리앙은 감독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감독도 이러한 점을 예상했는지 그에게 따로 역할을 주문했다.
“줄리앙. 넌 프리롤이다.”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라는 뜻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바르셀로나는 포지션의 변화가 있었다.
최전방에 아모르가 배치되고, 그 아래 처진 톱 자리에는 줄리앙이 배치됐다.
전형적인 4-4-2 패턴이었다.
줄리앙이 고개를 돌려서 벤치를 쳐다보았다.
메시가 얼음주머니를 머리에 갖다 대며 열을 식혔다.
“잘해라!”
메시가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줄리앙의 시선은 AT 마드리드로 향했다.
‘잠시나마 축구의 즐거움을 되찾아줘서 고마워.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복수뿐이라서 미안해.’
줄리앙은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바르셀로나는 반칙 위치에서 간접 프리킥을 시작했다.
페도라에게 받은 공을 줄리앙은 거침없이 치고 달렸다.
[나폴레옹의 사전이 발동합니다.]
AT 마드리드가 줄리앙을 막지 못해서 허둥지둥 댔다.
줄리앙은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쪽 모서리에 섰다.
“받아라!”
거침없이 크로스를 올렸다.
페도라의 시선은 공을 따라갔다.
오브라와 페도라의 거리는 1m도 채 안 됐다.
‘패스? 슛?’
페도라는 갈등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무언가 노려보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때려라.-
마치 강력한 권력을 가진 독재 군주가 지켜보는 듯한 느낌.
‘하지만 여기서 때리면 오브라가…’
축구 선수의 슈팅 시속은 100km 이상.
잘못 맞았다가는 상대 선수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상황!
-때려라.-
다시금 음성이 들려왔다.
도저히 거역할 수 없었다.
페도라는 눈을 질끈 감고 슛을 때렸다.
철렁!
페도라의 슛은 오브라의 옆구리를 지나 농구 골대 크기만 한 공간을 뚫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골입니다. 줄리앙 선수의 시원한 크로스와 페도라 선수의 엄청난 슛!”
“어떻게 저기서 슛을 쏠 생각을 했죠?”
페도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었다.
“거 봐. 되잖아.”
줄리앙이 다가와서 씨익 웃었다.
‘이 자식. 뭐지.’
페도라는 침을 꿀꺽 삼켰다.
천재, 유망주, 스페인의 미래 등으로 불렸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녀석은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유치할 수 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괴물 혹은 ‘절대 군주’란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 녀석이 하나 더 있긴 했지.’
페도라는 왠지 모르게 이순신이 떠올랐다.
같은 편이 되어본 적은 없지만, 상대편이 되어본 적은 있었다.
그때 그를 믿고 따른 대한민국팀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다만 이순신은 좀 더 온화한 리더쉽을 가졌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일단 경기부터 끝내자.’
스코어는 3:1이었다.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결승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AT 마드리드가 아니었다.
전반전이 끝나기 직전.
그리즐의 공을 받은 아레스가 전쟁의 투신처럼 달라붙은 수비수들을 날려버렸다.
“아레스! 힘으로 수비를 뚫어냅니다!”
아레스가 찬 슛이 바르셀로나의 골문을 정확히 쑤셨다!
“아레스! 대단합니다. 스코어는 3:2가 됩니다. 벌써 펠레 스코어에요!”
오늘 이 경기에 온 관중들은 전반전만 봐도 전혀 돈이 아깝지 않았다.
45분 중 무려 30분 이상을 하이라이트로 써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스포츠로써 멋진 경기를 보여줬던 전반전과는 다르게 후반전은 지옥이었다.
‘이대로 역전을 허용할 줄 알고?’
그 시작은 줄리앙의 날카로운 발끝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즐 선수. 공을 잡습니다.”
그 순간 줄리앙이 뛰어와서 태클을 시도했다.
그런데 발이 좀 높았다.
쿵!
그리즐과 줄리앙이 뒤엉키더니,
그리즐이 저만치 굴러갔다.
“아! 그리즐 선수가 발목을 잡고 못 일어나고 있습니다.”
심판이 재빨리 뛰어오더니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아니! 저런 태클을 하고도 옐로카드라뇨!”
해설자가 이해가 안 되는지 흥분한 채 소리 질렀다.
“저게 어째서? 당장 퇴장을 줘라!”
“이건 말이 안 된다!”
바르셀로나 팬들조차도 이해가 안 되는 판정이었다.
[잔 다르크가 한숨을 쉽니다.]
그녀도 줄리앙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착하기만 해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즐 선수.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갑니다.”
그리즐의 부상은 경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후에 줄리앙은 상대 수비수를 두 명이나 제친 후 한 골을 더 넣었다.
스코어는 4:2가 되었다.
완벽한 개인과 완벽한 슈팅이었지만 단 한 가지의 흠이라면,
메시를 다치게 한 상대 수비수에게 그대로 복수해줬다는 것이다.
제치는 과정에서 과실을 가장한 고의적인 반칙을 펼쳤다.
이번에도 카드는 선언되지 않았다.
‘그라운드의 악마.’
그동안 많은 기행을 일삼는 선수들이 ‘악마의 재능’이라고 불렸지만, 줄리앙은 차원이 달랐다.
실력적으로는 깎아내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응원을 보내기에는 어딘가 찜찜했다.
“최고다. 줄리앙!”
그러나 결과를 중시하는 오염된 사람들에게 줄리앙은 최고의 선수였다.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레스는 줄리앙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줄리앙이 고개를 돌리자 그의 어깨를 가볍게 깨물었다.
“저게 뭡니까!”
핵 이빨 아레스가 부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