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42화 (143/161)

142화. 메시아 타임

경기장에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의 눈빛을 초롱초롱해졌다.

메시, 줄리앙, 아레스 등 화끈한 공격축구를 기대하고 있었다.

리그에서 이미 두 팀은 한 번 맞붙은 적이 있었다.

결과는 3:3 무승부.

양 팀의 골키퍼들도 세계 최고의 수준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치열한 공격이 펼쳐질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

특히 AT 마드리드의 투톱인 아레스와 그리즐은 바르셀로나 출신이었다.

그야말로 공격진은 바르셀로나 더비였다!

“양 팀의 라인업이 재밌네요. AT 마드리드의 두 선수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바르셀로나의 메시 선수와 함께 삼각 편대를 이뤘는데 말이죠.”

사우디아라비아 팬들은 소리 질렀다.

“잘해보라고!”

“메시든, 아레스든 이기는 사람이 우리 편이다!”

공격 초반은 AT 마드리드의 분위기였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꼬레아는 아레스를 향해 공을 올려줬다.

“다니엘이 공을 걷어냅니다!”

다니엘이 높게 뛰어오르며 공을 걷어냈다.

아레스가 바르셀로나 수비수와 경합을 벌였다.

“아레스의 어깨 맞고 공이 다시 높게 뜨는데요!”

공은 그리즐의 발에 닿았다.

“간다!”

그리즐은 바르셀로나의 수비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그리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지만,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것이 그리즐의 드리블이었다.

“그리즐 선수의 슛!”

그리즐의 회심의 슛이 다니엘의 발에 맞고 굴절됐다.

“이런!”

다니엘의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바르셀로나 골키퍼의 다리를 지나서 골대 구석으로 향했다.

팅!

다행스럽게도 골대를 맞고 나왔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레스 선수의 슛!”

아쉽게도 공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젠장!”

아레스가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입이 근질근질한지 하얀 이빨을 드러냈지만,

집에서 자신을 응원할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며 화를 가라앉혔다.

“미쳤는데?”

오히려 꿈 FC의 간담이 서늘했다.

“경풍이 형. 저거 막을 수 있겠어?”

“못 막아.”

“우리 AT 마드리드 어떻게 이긴 거지?”

김혁규는 잔뜩 긴장한 채 말했다.

“그때는 진짜 인생 경기였소. 부처님이 나를 부르더라니깐요.”

구멍은 당시의 경기를 회상했다.

다시 뛰라고 하면 못 뛸 거 같았으니까.

“어! 페널티킥이다!”

공을 잡은 메시가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있었다.

메시가 상체를 흔들며 수비수를 흔들었고,

오른쪽으로 재빨리 돌아들어 갔다.

“안 놓친다!”

AT 마드리드의 수비수는 메시를 놓치진 않았지만,

다리를 걸어버렸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AT 마드리드의 수비수도 옐로카드로 끝났다.

“메시가 공을 들고 페널티 마크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때 줄리앙이 메시에게 다가갔다.

“뭐야?”

“내가 찰래요.”

줄리앙이 당돌하게 말하자, 메시는 어이가 없었다.

“싫은데?”

메시는 공을 내주지 않았다.

이에 줄리앙도 지지 않았다.

“아직 부상 다 안 나았잖아요.”

“그걸 네놈이 어떻게 알아?”

줄리앙은 메시의 상태를 확인했기에 잘 알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다가왔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줄리앙. 너 미쳤어?”

선수들은 재빨리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차시죠. 하지만 실패하면 우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게 됩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같은 팀에게 저주를 내리다니.”

아모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주가 아니라 사실이니까.”

“이 새끼가 요즘 잘 나간다고!”

아모르는 막내지만 당돌했다.

애초에 줄리앙이 이 팀에 온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활약이 너무나 뛰어나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밀리지 않기 위해선 더더욱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잠깐 언쟁이 있는 거 같았지만, 해결된 모양입니다. 페널티킥을 준비하는 건 메시입니다.”

삐이익-

“휴.”

메시는 심호흡했다.

공을 바라본 뒤 AT 마드리드의 키퍼 오브라와 눈이 마주쳤다.

메시가 발을 구르더니 뛰어가서 슛을 날렸다.

“메시의 슛!”

오브라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막아냅니다!”

메시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하늘을 쳐다봤다.

“아. 메시 선수의 PK 실축! 경기는 아직도 0:0입니다.”

메시는 고개를 돌려서 줄리앙을 봤다.

줄리앙은 씨익 웃었다.

‘거봐. 내가 뭐라고 그랬어?’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양 팀 다 위협적인 순간을 한 번씩 주고받았고,

경기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했지만,

불과 5분 뒤 다시금 AT 마드리드에 찬스가 왔다.

좌측에서 공을 잡고 드리블을 치던 꼬레아는 전방을 응시했다.

“아레스!”

꼬레아의 크로스가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을 넘어서 정확히 아레스에게 전달됐다.

“아레스의 다이렉트 인사이드 슈팅!”

아레스는 공을 멈추지 않고 원터치로 슛을 때렸다.

툭!

안타깝게도 골키퍼의 손에 막혔다!

흘러나온 공을 향해 그리즐이 달렸지만, 잡아내지 못했다.

“이게 안 들어가다뇨!”

해설자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퍽!

아레스도 안타까운지 땅을 걷어찼다.

분위기가 AT 마드리드 쪽으로 넘어갔다.

연이어 슈팅을 때리면서 바르셀로나의 공격 의지를 꺾어버렸다.

“페도라! 이대로 당하고 있을 거냐?”

메시가 위축된 페도라를 향해 소리쳤다.

“천만의 말씀!”

페도라는 측면에서 올라가는 아모르에게 롱패스를 연결했다.

시원한 패스를 받은 아모르는 거침없이 질주했다.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삼각 편대 중 오른쪽을 맡고 있던 아모르는 거침없이 달렸다.

AT 마드리드의 수비수들이 붙자, 그는 전방으로 공을 툭 차 줬다.

“공을 잡은 메시.”

메시는 힐킥으로 다시 아모르에게 공을 내줬다.

아모르는 빈 공간에 있는 줄리앙을 발견했다.

‘너한테 안 줘!’

좀 더 확실한 찬스가 있었지만, 아모르는 직접 슈팅을 선택했다.

“아모르 선수의 슛!”

오브라가 몸을 날려서 아모르의 슛을 쳐냈다.

“튕겨져 나온 골 페도라 선수의 슛!”

비어있는 골대.

하지만 어느새 수비까지 와서 커버한 꼬레아가 막아냈다.

“꼬레아 막는다!”

몸을 날린 그의 희생으로 AT 마드리드도 위기를 넘겼다.

“두 팀. 오늘은 보여주는 건 축구가 아니라 전쟁입니다!”

마치 엘 클라시코를 넘어선 듯한 분위기였다.

이번엔 분위기가 바르셀로나에 넘어왔다.

“메시 선수의 환상적인 드리블!”

메시는 가볍게 AT 마드리드의 선수 두 명을 제쳤다.

상대편 센터백이 뒷짐을 지며, 메시와의 거리를 유지했다.

“메시가 오른쪽으로 공을 찔러줍니다!”

메시의 노룩패스에 AT 마드리드 수비수들은 당황했다.

공을 잡은 사람은 줄리앙이었다.

“잘 보라고. 새로운 축구황제의 탄생을!”

줄리앙은 거침없이 드리블을 펼쳤다.

골키퍼와 1:1 상황.

[나폴레옹의 사전이 발동합니다.]

줄리앙은 공을 가볍게 띄웠다.

공은 오브라의 손에 맞았지만,

곧바로 줄리앙의 가슴에 닿았다.

“줄리앙 선수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줄리앙은 그대로 공을 가지고 골대로 들어가기 직전,

힐킥으로 꽂아 넣었다.

철렁~

AT 마드리드의 골대가 파도를 일으켰다.

“골입니다! 줄리앙 선수의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 후 상대편을 농락하는 힐킥!”

줄리앙이 주먹을 쥐며 씨익 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골이었어.’

하지만 팀 동료들이 쉽사리 다가가지 않았다.

오늘 그가 보여준 이기적인 모습 때문이었다.

“젠장.”

성적 만능주의에 익숙한 선수들이었지만, 기분이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우리는 오늘 기필코 이긴다!”

줄리앙이 주먹을 쥐며 선수들에게 내밀었다.

제일 먼저 받아준 건 메시였다.

“그래. 지금처럼만 해라. 그러면 네가 바르셀로나의 미래가 될 수 있다.”

메시가 웃으며 말하자 오히려 놀란 건 줄리앙이었다.

“오늘 주인공은 내가 될 거에요.”

“아직 경기 시간은 많이 남았어. 그 말인즉슨 내가 골을 넣을 기회도 많다는 거지.”

줄리앙은 전율을 느꼈다.

“멋있잖아?”

메시의 자신감! 저것은 아직 자신에게 없는 것이었다.

메시가 나서서 축하해주자 다른 선수들도 줄리앙의 골을 축하해줬다.

킥오프.

AT 마드리드의 공격이 시작되자 줄리앙은 깨달았다.

그들은 1골을 먹힌 걸 잊었는지 아까전과 같이 화끈한 공격을 펼쳤다.

그리고 몇 분 뒤!

아레스의 발끝에서 시작된 공은 그리즐의 머리에 닿았다.

“그리즐 선수의 동점 헤딩골!”

바르셀로나도 연이은 공격에 결국 동점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바보들. 그거 하나 못 지키나?’

줄리앙은 동료들을 무시했다.

이순신과는 다르게 악명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 결과, 인성에도 점점 문제가 생겼다.

이기적이고 독단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AT를 상대로 1골도 안 먹힐 순 없지.”

줄리앙과는 반대로 메시는 팀원들을 다독였다.

다니엘을 제외하면 이곳에서 가장 오래 뛴 선수는 메시였다.

그는 정신적 지주이자 에이스였고, 신이었다.

“가자. 한 골 먹었으면 한 골 갚아 줘야지!”

남미의 열정을 가진 남자답게 성격 또한 화끈했다.

무엇보다 그는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옛 동료들이 이렇게 많으니 마치 연습경기하는 거 같잖아.”

메시는 19살 소년처럼 신나게 필드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줄리앙. 받아!”

메시가 크로스를?

오히려 당황한 줄리앙이 공을 놓쳤다.

“젠장!”

줄리앙이 짜증을 냈다.

“괜찮아. 아직 경기 시간 많이 남았어.”

메시는 줄리앙이 개기던 걸 잊은 모양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잊은 게 아니었다.

‘메시아 타임’에 진입했다.

메시도 시스템의 후원을 받았다.

덕분에 바르셀로나와 어린 시절 계약을 체결했으며, 오랫동안 최고의 폼으로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30살이 되었을 때.

시스템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는 최고의 자리를 이어갔다.

시스템은 사라졌지만, 시스템과 함께 한 추억이 모두 세포 속으로 전이됐다.

‘메시아 타임’도 그중 하나였다.

메시가 경기를 지배할 때 경기장의 22명의 선수는 메시의 예측대로 움직였다.

그 순간, 메시는 신이었기 때문에 끝없는 자애와 용서, 그리고 전능함을 보여줬다.

메시가 드리블을 쳤다.

두 명의 상대편 수비수가 앞에 있었지만,

공을 잠시 멈춘 후 방향을 틀었다.

중앙에는 줄리앙이 있었다.

“메시 줄리앙에게 공을 줍니다!”

공을 받은 줄리앙은 곧바로 메시에 다시 공을 건넸다.

[뒤에 수비수가 두 명이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기 때문이었다.

“줄리앙이 찔러준 공!”

“메시!!!”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 바로 앞에서 메시가 그대로 슛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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