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39화 (140/161)

139화. 포텐셜 터진 장승빈

줄리앙은 그동안 이순신이 한 노력을 모조리 무시했다.

시스템을 사용하면 누구라도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너 같은 놈.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보여주지.”

줄리앙은 눈을 감았다.

시스템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시스템을 사용한 첫 경기는 스페인의 강호인 발렌시아였다.

“줄리앙 공을 잡았습니다!”

“공을 뒤꿈치로 띄우는 에펠탑 사포!”

“치잇!”

줄리앙이 가볍게 가야를 제쳤다.

가야는 재빨리 따라붙었다.

[가야가 따라옵니다.]

‘내비게이션 역할만 제대로 하라고.’

줄리앙은 매우 단편적으로 시스템을 사용했다.

줄리앙은 되도록 시스템에 의지하지 않으려고 했다.

[시스템은 당신의 성장을 돕습니다.]

잔 다르크가 답답한 나머지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줄리앙은 묵묵부답이었다.

최소한으로 필요할 때만 사용했다.

그 고집이 자신의 성장을 방해하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여기선 어떻게…”

그랬던 그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시스템을 찾는 모순을 저질렀다.

[나폴레옹의 사전이 발동합니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말했던 나폴레옹.’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향해 전진하고 또 전진하는 드리블이었다.

상대 수비가 발을 뻗었음에도, 줄리앙은 그들을 모두 제쳤다!

골키퍼와 1:1 상황.

“줄리앙 선수! 골키퍼마저 제칩니다.”

나폴레옹은 알프스를 넘지 못했지만,

줄리앙은 발렌시아 골키퍼마저 넘었다.

철렁!

“골입니다. 환상적인 개인기입니다!”

줄리앙이 두 팔을 뻗는 세레머니를 펼쳤다.

“이 시대의 최고의 드리블러입니다!”

스킬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펼칠 수 없는 능력이었다.

“역시 난 대단해.”

동료의 도움도, 스킬도 아닌 그는 이 모든 공을 자신에게 돌렸다.

“한 경기에 한 번씩 쓰는 건 시스템에 의존했다고 할 수 없지.”

그는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시켰다.

잔 다르크는 한숨을 쉬었다.

심지어 이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다.

“줄리앙 선수. 상대편의 정강이를 걷어찹니다!”

삐이익-

심판이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반칙을 선언합니다.”

“왜!”

줄리앙이 핏대를 세우고, 팔을 벌리며 대들었다.

하지만 레드카드를 받은 적은 없었다.

그에겐 특별한 스킬이 있었다.

[카드의 신이 카드를 숨겼습니다.]

‘크크크. 내가 경기장에서 퇴장당하는 일은 없지.’

줄리앙은 그렇게 흑화되었다.

***

당분간 꿈 FC는 유로파에 전념할 수 있었다.

유로파리그 4차전이 시작됐다.

정대건의 프라이부르크는 1승 2패로 조 3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꿈 FC를 잡아야만 조2위에게 주어지는 16강 플레이오프를 기대할 수 있었다.

현재 리그에서도 치열하게 상위권을 다투고 있는데 3부 리그인 꿈 FC에 지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했다.

그들의 눈빛부터가 달랐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이자 팀의 부주장인 닐스는 자세를 낮추고, 주변에 패스를 뿌려댔다.

자신에게 오는 공을 재빨리 롤런드한테 뿌려줬다.

정대건은 아쉽게도 벤치에서부터 시작했다.

롤런드는 작년 시즌에 공격 포인트를 10개나 기록할 만큼 팀에서 괜찮은 활약을 보였지만,

한동안 부상으로 폼이 떨어졌다.

“아, 롤런드 선수. 아직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거 같습니다.”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이 장점인 선수였는데, 오늘은 역부족이었다.

그의 역할은 이순신의 시선을 끌기.

“돌아가시오. 벤치로!”

하지만 실력이 크게 늘어버린 구멍은 그의 존재를 그라운드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결국, 정대건 선수와 교체됩니다!”

닐스와 정대건은 프라이부르크의 공격을 최전방에서 이끌었다.

“꿈 FC와 프라이부르크가 오늘 막상막하의 경기를 펼칩니다.”

이순신은 닐스와 정대건의 연계플레이를 막기에 바빴다.

“닐스를 막으면, 정대건이 들어온다.”

지금은 임단결과 보경풍이 어떻게든 메꿔주고 있었지만,

단 한 번이라도 뚫리면 끝이었다.

“오늘 꿈FC. 잘 안 풀립니다.”

공격의 최전방에 있는 김혁규가 정대건처럼 열심히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지만,

주장인 귄터에게 번번이 막혔다.

뒤에서 패스를 공급하는 이광인과 헤이니도 별수 없었다.

이럴 땐 이순신의 중거리 슛이 최고였다!

후반 38분경 서로의 집중력이 떨어질 때,

이순신은 세컨드 윈드 더블을 발동시켰다.

모두가 지쳤지만, 이순신의 신체는 웜업을 막 끝내고 경기를 시작한 선발선수 같았다.

“이순신 선수의 폭풍 같은 드리블!”

귄터가 깊은 태클을 시도했다.

‘이건 반칙을 해서라도 막아야 해.’

하지만 이순신의 정강이를 때리고 튕긴 건 오히려 귄터였다.

[거북선이 발동합니다.]

[자신에게 악의를 품고 태클하는 선수에게 충격을 100% 되돌려줍니다.]

“으윽!”

귄터의 태클은 다분히 악의적이었다.

발을 잡고 한 바퀴를 굴렀지만,

주심은 경기를 계속 진행했다.

“어느새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까지 왔습니다.”

이순신이 오른쪽을 쳐다보았다.

윤광섭이 손을 흔들었다.

“받아!”

이순신이 윤광섭에게 스루패스를 건넸다.

윤광섭은 상대편 수비수를 제치고 페널티 에어리어로 접근했다.

“윤광섭 선수. 안쪽으로 들어옵니다!”

이순신을 쳐다보았다.

등 뒤로 수비가 두 명이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광섭은 이순신에게 볼을 찔러줬다.

이순신은 인사이드로 공을 잡았다.

뒤쪽에서 두 명의 수비수가 달려들었다.

“진성아. 믿는다!”

이순신은 뒤꿈치로 공을 찼다.

오진성으로부터 물려받은 힐 슛이 발동했다.

마르크는 몸을 날렸다.

하지만 워낙 기습적인 슈팅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이순신 선수의 힐킥이 골망을 흔듭니다!”

이순신이 고개를 돌렸다.

사실 에라 모르겠다 싶은 마음으로 때린 슛이었는데 행운이 따랐다.

“와!”

후반 40분에 얻은 값진 골이었다.

“한 골이라도 더 넣자!”

프라이부르크는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정대건의 드리블은 꽤 날카로웠다.

“구멍 선수를 제치는 정대건.”

“닐스에게 패스!”

“아! 그전에 이순신 선수가 먼저 커트해냅니다!”

꿈 FC는 한 골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다.

승리냐, 무승부냐는 단순히 승점 2점의 가치가 아니었다.

상금! 상금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삐이익-

“꿈 FC가 4연승을 달립니다!”

꿈 FC가 서로를 껴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정대건은 허리에 손을 올리고 그 모습을 허망하게 쳐다봤다.

“우리가 또 지다니.”

첫 번째는 방심이었다고 쳐도, 두 번째는 모든 걸 쏟아부었다.

리그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를 치른 것보다 더 힘들었다.

“대건아. 오늘 조금 아쉬웠어.”

이순신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정대건은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손을 내밀었다.

“이렇게 된 거 조 1위로 통과해라.”

“너네도 포기하지 마.”

이순신이 프라이부르크를 응원한 건 순수함만 있는 건 아니었다.

프라이부르크가 AS 로마를 잡아준다면,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꿈 FC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순신의 응원 때문이었을까?

프라이부르크는 5차전에서 진짜로 AS 로마를 잡았다.

이 경기에서 정대건은 골을 기록했다.

“프라이부르크가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렸습니다.”

꿈 FC와 그라스 호퍼의 5차전에서 이변이 일어나려고 했다.

전반 25분 장승빈은 골을 넣었다.

“으아아!”

장승빈의 포텐셜이 터졌다.

이순신을 등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으로 제쳐냈다.

그리고 한 발짝 빠른 슈팅으로 보경풍의 빈틈을 뚫었다.

“장승빈 선수. 대단합니다! 이순신 선수의 수비를 뚫어냈습니다!”

“와- 웨이트 트레이닝 열심히 했구나?”

“고마워. 형.”

하지만 장승빈은 거기까지였다.

이후에는 이순신에게 번번이 공중에서 공을 빼앗겼다.

“아 이순신 선수가 그라스 호퍼의 크로스와 코너킥을 다 막아내고 있습니다!”

“측면으로 들어오는 장승빈!”

“하지만 임단결의 깔끔한 태클!”

1:0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오히려 쫓기는 건 그라스 호퍼 쪽이었다.

“할 수 있어. 자신감 있게 하면 또 뚫을 수 있을 거야!”

장승빈은 기회를 엿봤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동료들은 도와주지 못했고,

이순신에게 두 번째 실책은 없었다.

“이순신 선수 따라붙습니다!”

이순신은 장승빈이 슈팅이 불편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따라붙었다.

“쳇!”

장승빈이 할 수 있는 건 행운의 슛, 행운의 코너킥 정도였다.

“보경풍 선수가 가볍게 잡습니다!”

그마저도 보경풍에게 잡혔다.

“이순신 선수에게 드로잉.”

공을 잡은 이순신은 전방에 있는 구멍에게 연결했다.

“구멍 선수. 그대로 원터치 패스!”

공을 잡은 오쿠보가 그라스 호퍼를 휘저었다.

“오쿠보 선수 슛!”

한동안 활약이 저조했던 오쿠보의 회심의 슛이 들어갔다!

“오쿠보! 동점골을 만들어냅니다!”

자신감이 붙은 오쿠보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광인 받아!”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이광인에게 패스했다.

“희윤이 형!”

두 공격형 미드필더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공격수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송희윤과 김혁규가 워낙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니 그라스 호퍼는 추가 골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꿈 FC가 유로파리그에서 5승을 차지합니다. 조 1위로 16강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그야말로 유럽축구 리그 역사상 대이변이 일어났다.

3부리그 팀이 유로파리그에 나온 것도 놀랄 일이었는데, 최초로 16강에 진출했다.

“세상에! 우리가 정말 16강에 진출한 거야?”

김혁규의 물음에 이순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무공은 당연히 보상을 줬다.

[3부 리그 최초로 유로파리그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습니다.]

[16강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 추첨권을 얻었습니다. 조 추첨 때 사용 가능.]

이순신은 깜짝 놀랐다.

조기 진출을 확정 지어서일까?

보상 자체가 너무나 화끈했다.

‘상대편을 고를 수 있다면, 8강도 바라볼 수 있겠어.’

꿈 FC는 6차전에서는 주전을 대거 뺐다.

이순신을 비롯해서 임단결, 구멍, 이광인 등에게 휴식을 줬다.

“아, 이번 경기는 그냥 내주겠다는 뜻인가요?”

이에로는 더 큰 그림을 그렸다.

16강 선수들에게 체력을 회복할 틈을 주고 싶었다.

현재 AS 로마와 프라이부르크는 3승 2패로 승점은 같았으며, 골 득실차에서는 로마가 1점 앞서고 있었다.

16강 플레이오프에 오르기 위해선 서로 다른 경기장에서 점수 쟁탈전을 해야만 했다.

“엘샤라위 선수의 슛! 골인입니다!”

“정대건 선수 슛! 그라스 호퍼의 골문을 흔듭니다!”

두 팀 다 초반부터 기세가 대단했다.

결국, 16강 플레이오프의 진출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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