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38화 (139/161)

138화. 치사하게 치트키를?

줄리앙은 놀랐다.

“잔 다르크? 내가 아는 그 성녀?”

[잔 다르크가 성검으로 당신에게 가호를 내립니다.]

줄리앙에게는 사명이 내려졌다.

이순신에게 충무공이 있듯이,

줄리앙에게는 잔 다르크가 뒤를 봐주는 것이었다.

이 시스템은 세계 각지에 있는 전쟁의 영웅들이 축구를 통해서 자웅을 겨루는 시스템이었다.

기본적인 발동 방법은 비슷했다.

각 나라의 전쟁 영웅이 선택한 선수들이 특정 미션을 완료하면 보상을 받아서 성장했다.

간혹 친분이 깊은 다른 나라의 영웅들이 히든 퀘스트, 돌발 퀘스트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이 시스템을 가장 잘 쓰고 있는 선수는 현재 대한민국의 이순신이었다.

그 이전에는 나르가르두, 메시였고, 브라질에서는 호나우지뉴가 이 시스템으로 외계인이란 별명을 얻었다.

“왜 나를?”

줄리앙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냥 이 능력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임으로 치자면 치트키를 쓰는 것만 같았다.

치트키를 쓰면 승리의 쾌감이 없다.

노력과 시간이 바보 취급당하는 게 싫었다.

“나는 시스템 따위는 쓰지 않고 내 힘으로 올라가겠어.”

그 역시 엘리트 코스를 밟아나갔지만,

에이스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부동의 주전선수에서 어느덧 로테이션 선수가 되었다.

“내 능력이 고작 이 정도란 말인가…”

가장 큰 부재는 라이벌의 몰락이었다.

이순신은 청소년 대회가 끝난 후 바르셀로나로 갔다.

당시 줄리앙은 AS 모나코에 있었다.

그러다 몇 년 후에 이순신이 바르셀로나에서 방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순신이? 도대체 왜?”

줄리앙은 믿을 수 없었다.

이순신의 피지컬은 더 좋아졌고 더 강해 보였다.

‘아-’

줄리앙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출된 이유를 듣고서는 금방 납득했다.

많은 선수들이 그랬듯이 부상이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순신조차도 극복하지 못했으니까.

“역시 시스템 따위에 의존하지 않아도 내가 녀석에게 질 리가 없지.”

줄리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지금은 로테이션 멤버이긴 해도 방출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버틴다. 그리고 나를 증명한다!”

줄리앙은 더더욱 노력했다.

하지만 목표를 잃은 그의 성장 속도는 더디었다.

“줄리앙 선수. 우리 팀으로 오시겠습니까?”

마침내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아스널 FC에서 그에게 제안이 왔다.

이순신이 군대에 입대할 때,

줄리앙은 영국의 심장으로 향했다.

심지어 국가대표로 뽑혔다.

“프랑스 축구의 새로운 역사는 지금부터 시작이야.”

줄리앙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2년 후-

이순신이 군대를 제대했다.

충무공과 함께 한국 축구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줄리앙은 생각보다 성장하지 못했다.

엄밀히 말하면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출전기회를 잃은 그는 방출위기에 처했다.

잔 다르크가 애잔하게 줄리앙을 바라봤다.

[내 손을 잡으면 난 언제든지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거절합니다.”

줄리앙은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고집불통.

좋게 말하면 신념이지만, 결과가 나쁘면 결국 아집에 불과했다.

“프랑스는 내가 아니어도 돼. 능력껏 살다가 안 되면 은퇴하지 뭐.”

이랬던 그가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 일어났다.

“이순신 선수의 활약으로 대한민국이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합니다!”

이순신이 올림픽에서 활약한 그 시점에 줄리앙은 스페인의 빅클럽으로 이적했다.

- 프랑스의 유망주. 바르셀로나로 이적. -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어느새 20대 중반의 나이가 된 줄리앙도 직감하고 있었다.

19세 월드컵 우승빨로 아직은 높은 잠재력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곧 그렇고 그런 선수가 될 거라는 것을.

바르셀로나가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더는 다른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팀에 합류한 줄리앙은 새로운 선수들과 인사했다.

“반가워. 난 줄리앙이야.”

“열심히 해보라구.”

팀의 최고참이자 정신적인 지주인 다니엘이 줄리앙을 반갑게 맞이했다.

줄리앙은 팀에서 유망주라고 불리는 아모르와 페도라가 열심히 훈련하는 걸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해. 눈빛이 달라.”

“당연히 다를 수밖에. 올림픽에서 탈탈 털렸으니까.”

줄리앙이 고개를 돌리니 다니엘이 서 있었다.

“다니엘 씨. 쟤네들이 뛰는 스페인이 브라질이나 독일에 탈탈 털린 건가요?”

“푸하하. 그랬으면 저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았을 거야. 대한민국에 털려버렸으니까.”

“진짜요?”

줄리앙은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올림픽이라고 하지만, 아시아 팀이 유럽 팀을 상대로 압살할 순 없었다.

‘그 녀석이 있었다면 가능했겠지만…’

그러고 보니 트라우마로 남은 그 이름은 뭘 하고 있을까?

평범한 직장인이 됐을까?

축구 에이전트 일을 하거나 유소년 코치를 하고 있을까?

키가 크고 잘 생겼으니 연예인을 하고 있을까?

그의 궁금증을 다니엘이 해소해줬다.

“축구계에 엄청난 녀석이 나타났어. 이순신이라고…어마어마한 녀석이더군.”

이. 순. 신?

줄리앙은 자신이 잘못들은 줄 알았다.

“다니엘 씨. 뭐라고요? 누구라고요?”

“이순신 말이야.”

“그럴 리가. 몇 년 전에 바르셀로나에서 방출됐다고 들었는데요?”

“그러고 보니 어릴 땐 여기서 뛰었다고 하더군. 그런데 너 이번에 올림픽 안 봤냐?”

“네. 안 봤습니다. 어차피 아마추어 대회니까요.”

19세 이하 월드컵에서 활약한 들, 성인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올림픽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기간에 바르셀로나와의 협상에 온 신경을 쓴 것도 있었다.

그랬던 줄리앙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 순. 신.

잊었다고 생각했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순신이 다시 복귀했다고? 망했다고 들었는데?’

“마치 다른 세상에서 살다 온 거 같군. 넌 다른 리그에서 뛰고 있느라고 잘 모르는 모양인데 현재 스페인에서 가장 핫한 팀은 바르셀로나가 아니다.”

“그러면 레알 마드리드겠군요.”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의 오랜 라이벌이자 현재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인 브라질의 주니오르가 뛰고 있는 팀이었다.

“아니다. 현재 가장 핫한 팀은 레알도, 바르샤도, AT도 아닌 꿈FC다.”

“꿈 뭐요?”

줄리앙은 깜짝 놀랐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4부 리그에 속한 아마추어팀인데 작년에 1부 리그 팀들을 이기고 국왕컵에서 우승했지. 그 팀을 이끌고 있는 게 이순신이다.

올해는 승격해서 3부 리그 팀이 됐지만.”

“이거 몰래카메라죠?”

줄리앙은 믿을 수 없었다.

일종의 신고식?

자신을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아모르, 페도라. 이쪽으로 와 봐.”

아모르와 페도라가 뛰어왔다.

“이 세상 물정 모르는 멍청이에게 올림픽에서 탈탈 털린 이야기를 해줘라.”

“아니. 왜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요!”

아모르가 짜증을 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이순신의 무시무시함에 대해서 설명했다.

“하하…”

줄리앙이 쓴웃음을 지었다.

연습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온 그는 이순신에 대해서 미친 듯이 검색했다.

“쀠땅! 진짜잖아?”

줄리앙은 어이가 없었다.

그들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 애초에 재기에 성공하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줄리앙은 미친 듯이 검색했다.

밤을 새우다시피 찾고 또 찾아봤다.

뭔말을 하는지 알아먹을 수 없지만, 세컨드 찬스부터 시작해서 청수는 국가대표의 조회수의 영상을 톡톡히 올려줬다.

A매치 데뷔전인 포르투갈과의 경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은 이제 손민흥의 원맨 팀이 아니야. 오히려 포르투갈은 손민흥을 의식하고, 나르가르두에게 너무 의존한 나머지 이순신에게 당했어.”

아무리 원정경기라고 하더라도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직접 봐야겠어.”

하지만 멈칫했다.

당장 이순신을 보는 것보다 팀에서 자리 잡는 게 더 중요했다.

다시 마음속의 라이벌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 에너지를 훈련에 쏟고 싶었다.

훈련장에서 그는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역시 줄리앙. 우리 팀에서 잘할 줄 알았어.”

바르셀로나 감독의 로버트 감독은 만족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줄리앙을 보아왔고, 그에게 맞는 전술이라면 포텐셜은 언제든지 터질 거라고 생각했다.

전술과 포지션이 잘 맞는 것도 있었지만, 그에겐 동기부여가 생겼다.

연습경기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줄리앙은 주전 자리를 꿰찼다.

“줄리앙 선수. 완벽한 부활입니다!”

“어릴 때 천재 공격수라고 불리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프랑스의 회색 백조가 스페인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국왕컵에서 꿈FC에서 뛰고 있는 이순신과 붙으면 재밌을 거 같은데요? 하하하.”

1부 리그 주전 공격수를 3부 리그 수비수와 비교하면 기분 나쁠 법도 하지만 줄리앙은 개의치 않았다.

당장 눈앞에 있는 적을 먼저 물리쳐야 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니오르였다.

“그러고 보니 내년에 이순신이 레알로 이적하면 그 팀은 더더욱 강해지겠군.”

줄리앙은 올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면 내년에는 더더욱 힘들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동료와의 유기적인 플레이도 좋았고, 넣어줄 때는 확실하게 넣어줬다.

리그 1위, 유로파리그보다 한 단계 위인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조에 편성된 라치오와의 경기를 끝낸 후 AS 로마와 꿈FC의 경기를 직관할 기회가 생겼다.

“드디어 널 보는구나.”

줄리앙은 흥분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충격.

그 자체였다.

스페인의 3부 리그 팀이 이탈리아 리그의 1부 리그 팀과 맞먹다니.

심지어 전방에서 뛰고 있는 두 선수.

엘샤라위와 엘도르는 엄청난 재능과 커리어를 가진 공격수였다.

저 둘을 막아내면서 골을 넣는 이순신의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왜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수지?”

줄리앙은 의문이 들었다.

수비수로서의 능력도 엄청났지만, 그렇다고 골 결정력이 떨어지거나 드리블 능력이 떨어진 건 결코 아니었다.

“감독들도 분명 공격수로 쓰고 싶어 할 텐데…리베로의 부활이라…”

현대 축구에서 골을 넣는 수비수는 많아졌지만, 이순신처럼 많이 넣는 선수는 드물었다.

레알의 라모스 정도?

줄리앙이 이순신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있을 때,

잔 다르크가 명확하게 알려줬다.

[이순신은 시스템 사용자입니다.]

그 말을 듣자 줄리앙의 표정이 변했다.

“치사한 새끼. 치트키를 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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