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33화 (134/161)

133화. 슈퍼스타의 희생

이순신이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음성으로 말했다.

“물론이죠!”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이광인은 침을 질질 흘리는 기분으로 허락했다.

이순신은 두 사람이 준 기회를 마다하지 않았다.

[비격진천뢰가 발동했습니다.]

[도깨비 슛이 발동했습니다.]

이순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를 다했다.

‘성공률 100%다!’

누적된 슈팅, 비격진천뢰, 도깨비 슛이 모조리 발동된 프리킥을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지구상에 아무도 없었다.

이순신조차도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다.

공은 바람을 타고 휘었다.

포르투갈 수비수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지만, 오직 한 사람.

나르가르두가 몸을 날려서 헤딩을 했다.

“나르가르두 선수의 허슬 플레이!”

공을 넣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을 막기 위해서 몸을 날리는 건 그의 축구 역사상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일이었다.

퍽!

나르가르두의 얼굴을 맞은 공은 그대로 골대 안으로 굴러갔다.

그 역시 얼굴을 붙잡고 데굴데굴 굴렀다.

“나르가르두 선수가 몸을 날렸지만 골을 막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괜찮을까요?”

“전 중계하면서 나르가르두 안면에 공을 맞는 거 처음 봅니다.”

“어? 저건 코피 아닌가요? 세상에. 나르가르두 선수가 코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피를 흘리며 몸을 날렸지만,

팀의 패배를 막을 순 없었다.

“중요한 건 이순신 선수가 골을 넣었다는 겁니다!”

“아! 그러네요! 이순신 선수가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축구 영웅의 탄생입니다!”

고작 1경기를 치렀을 뿐인데 호들갑을 떠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경기를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달라졌다.

더는 손민흥의 원맨 팀이 아니라는 걸 똑똑히 보여줬다.

코피를 흘리던 나르가르두는 들것에 실려 나갔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분함과 창피한 감정이 공존했다.

이순신도 걱정이 돼서 다가가다가 멈칫했다.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최대의 예의였다.

‘잘 가. 나의 우상.’

나르가르두의 시대가 끝났다.

***

-나르가르두 완패-

대한민국 신문지면에 나온 기사가 아니었다.

유럽의 신문에서 이 소식을 발 빠르게 전했다.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을 3:0으로 이겼다.

이 경기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다가올 월드컵에서 가장 기대되는 팀 중에 하나로 뽑혔다.

아직 월드컵 최종예선이 남아 있었지만,

대한민국이 보여준 경기력은 이미 ‘탈아시아’ 수준이었다.

심지어 이런 소문까지 퍼졌다.

-포르투갈 대표 팀. 대한민국 2군에게 완패하다.-

이순신, 구멍, 이광인, 임단결이 스페인 3부 리그에서 뛰고 있기에 난 소문이었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강한 팀이었어?”

스페인 2부 리그도 아닌 3부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무려 4명이나 뛴 팀.

이런 팀에게 진 포르투갈은 자존심이 매우 상했다.

“월드컵에서 만나면 기필코 갚아주마!”

포르투갈 선수들은 설욕을 다짐했다.

자극을 받은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소속팀으로 돌아간 유럽파 선수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됐다.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골을 못 넣으면 말이 안 되지.”

가장 충격을 받은 건 프랑스 리그에서 뛰고 있는 황조였다.

팀은 이겼지만,

제대로 된 유효슈팅을 하지 못했다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정대건도 마찬가지였다.

“팀의 이름이 아닌 개인의 네임밸류가 역시 더 중요해.”

독일의 최고 명문 팀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에르 뮌헨에 입단한 후, 지금은 ‘프랑크 부르크’에서 뛰고 있던 그는 소속팀으로 돌아가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유로파리그 조별리그에서 설욕전을 다짐했다.

어느덧 ‘꿈’이라는 단어는 유럽에서 ‘기적을 이루다’를 뜻하는 단어가 됐다.

‘단장님 대박이네요!’

구단주인 강대범은 연일 싱글벙글 이었다.

꿈FC의 티켓은 매 경기 매진이었다.

여기에 유로파리그 상금으로 벌어들인 돈이 벌써 489만 유로였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66억’이었다.

평범한 3부 리그 팀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이 아니었다!

임청수가 로또로 벌어들인 돈 이상으로 이번 시즌에 벌었다.

더군다나 아직 리그가 끝나지도 않았다.

조별리그만 해도 4경기가 더 남았다.

4경기에서 모두 패배하면 추가될 상금은 0원이지만,

반대로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기면 벌어들일 수 있는 상금은 34억 원이었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면 50만 유로가 지급된다.

그야말로 이길수록 돈 잔치의 연속이었다.

꿈 FC가 벌어들인 수익을 경영진이 전부 꿀꺽하지 않았다.

스페인 내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축구 교실을 운영했다.

이순신, 헤이니, 이광인, 오쿠보 등이 직접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줬다.

선수들의 숙소, 식단 등 1부 리그 부럽지 않게 제공됐다.

또한 구단명의로 람보르기니를 구입하여 선수들의 로망을 자극시켜줬다.

“선수들이 나태해지지 않을까요?”

강대범은 내심 우려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경기력이 올라갔다.

“우리가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보겠어?”

동기부여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꿈FC가 유로파 세 번째 경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상대는 세리에 A 리그의 강호 ‘AS 로마’였다!

거진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팀.

늑대라는 별명을 가진 그들은 꿈FC와의 대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인즉슨 현 AS 로마의 감독은 명장 무리뉴였고, 단장은 핀투였다.

둘 다 ‘포르투갈’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이탈리아 자체는 대한민국에게 그다지 감정이 좋지 않다.

“이번에는 당하지 않겠다! 이순신.”

로마의 주전 골키퍼이자 지난 경기에서 3골을 헌납한 파트리시우도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

꿈FC는 AS 로마와 유로파 조별예선 3차전을 치르는 중이었다.

전반 18분이 흘렀다.

“꿈FC. AS 로마에는 좀 밀리는데요.”

사람들의 인식도, AS 로마의 인식도 더는 꿈FC를 스페인 3부 리그 팀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김혁규 선수의 드리블.”

“송희윤에게 패스!”

“송희윤 슛!”

“안타깝습니다. 만치니에게 막힙니다!”

송희윤은 땅을 걷어차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막은 수비수를 쳐다봤다.

‘저쪽에도 이순신이 있네.’

만치니를 보고하는 이야기였다.

그 역시도 이순신과 같은 ‘골 넣는 수비수 타입’ 이었다.

이순신이 현재 매 시즌 20골씩을 넣는 이레귤러일 뿐,

만치니의 득점력도 25경기에 5골을 넣을 정도로 준수했다.

특히 그가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상황은 세트피스였다.

“임단결 선수. 엘샤라위 선수에게 반칙을 내줍니다.”

AS 로마는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차게 됐다.

이때 공격수도 아닌 수비수인 만치니가 꿈FC 수비라인에서 비비고 있었다.

이순신보다는 조금 작았지만,

그래도 골문 앞에서 190cm가 넘는 거인들이 치열하게 자리다툼을 했다.

AS 로마의 미드필더가 올려준 공이 우크라이나 출신의 장신 공격수 엘도르에게 향했다.

“엘도르, 헤딩으로 만치니에게 연결합니다.”

“만치니 헤딩슛!”

이순신이 순간적으로 만치니를 놓쳤다.

“이런!”

만치니의 헤딩슛이 골문 쪽으로 날아갔다.

“보경풍 선수가 쳐냅니다. 슈퍼 세이브!”

AS 로마는 그동안 상대해 온 팀하고 달랐다.

우선 피지컬적인 면에서 상당히 뛰어났다.

그들의 평균 키는 꿈FC보다 10cm정도 컸다.

최후방 센터 백을 맡고 있는 두 선수 모두 190cm가 넘기에 송희윤과 김혁규는 애당초 공중에서 볼 경합을 포기했다.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엘도르와 바로 뒤에 있는 엘샤라위는 굉장히 빨랐다.

엘도르는 큰 키임에도 빠른 스피드를 갖췄고,

엘샤라위는 리그 최고의 민첩성과 스피드를 갖춘 선수였다.

‘AS 로마는 아마추어한테 지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무장 또한 잘된 그들은 그야말로 최고의 상태였다.

오히려 방심한 쪽은 꿈FC였다.

최근에 연전연승으로 팀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심지어 그들은 컵 대회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상대해본 경험이 있었으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잡고 국왕컵 우승도 했다.

패배하는 법을 잊은 그들에게 오히려 이번에도 이길 거라는 자만심이 무럭무럭 자랐다.

“젠장. 고작 이 정도 팀에 고전하다니.”

헤이니의 볼멘소리가 들렸다.

“후-”

결국 이순신이 나섰다.

“헤이니. 저들은 우리보다 훨씬 강해. 좀 더 진지하게 임하도록 해.”

[호랑후가 발동했습니다.]

“순신! 난 언제나 진지하다고!”

되려 헤이니가 짜증을 냈다.

호랑후가 통하지 않았다.

“헤이니!”

이순신이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헤이니의 이름을 불렀다.

헤이니는 움찔했다.

주변의 공기도 싸해졌다.

[흑호랑후가 발동했습니다.]

흑호랑후는 지난번 포르투갈을 꺾고 얻은 스킬이었다.

기존의 호랑후보다도 강력했다.

“아…알았어.”

망아지 같던 헤이니가 위축됐다.

평소 인자한 리더쉽으로 팀을 이끌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마치 나르가르두를 보는 거 같았다.

효과는 확실했다.

[해당 선수의 기운을 약간 빼앗아 옵니다.]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체력이 회복되었습니다.]

헤이니의 능력치가 깎인 대신에 이순신의 능력치가 약간 상승했다.

결국, 전반 32분에 헤이니는 오쿠보와 교체됐다.

의미 있는 희생이었다.

[팀 분위기를 망쳤던 헤이니가 나감으로써 다른 팀 선수들의 능력치가 상승했습니다.]

이순신은 헤이니 몫까지 열심히 뛰었다.

팀원들은 냉정해졌다.

다시금 도전자의 자세로 임했다.

“만치니… 엄청난 녀석이네.”

“그러게. 마치 이순신을 보는 거 같지 않아?”

“그래도 이순신이 좀 더 잘하는 듯.”

만치니는 확실히 좋은 수비수였다.

“엘샤라위에게 연결되는 패스!”

롱패스를 통한 빌드업도 뛰어나서 AS 로마에 여러 번 기회를 만들어줬다.

“진형 유지해!”

수비를 조율하는 능력도 뛰어났으며,

침착하게 김혁규의 공을 여러 번 커트했다.

다만 단 한 번의 역습상황이 그의 모든 것을 무너트렸다.

“이순신 선수. 롱패스!”

“이광인이 공을 잡았습니다.”

“오쿠보와 2:1 패스.”

이광인은 공을 빼내며 빈 공간을 찾았다.

김혁규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혁규 형!”

이광인의 대지를 가르는 패스가 김혁규에게 도달했다.

만치니가 재빨리 따라붙었지만, 김혁규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혁규 선수 슛!”

“골입니다!”

골키퍼인 파트리시우 에게는 악몽 같은 순간이었다.

“저 자식은 또 뭐야!”

파트리시우가 상당히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벤치에 있는 무리뉴도 마찬가지였다.

“민흥에게 저런 공격수가 있다는 걸 듣지 못했는데?”

그는 토트넘에서 한 때 감독을 했었기에 손민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선수들에 대해서 여러 번 들었다.

괴물 같은 수비수에 대해서는 몇 번 들은 거 같았다.

다만, 이순신이 아닌 김재민을 두고 한 소리였다.

그런데 김혁규를 보니 무리뉴의 눈빛이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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