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31화 (132/161)

131화. 이제 당신의 시대는 끝났다.

삐이익-

“경기 시작됐습니다.”

포르투갈의 나르가르두는 킥오프를 했다.

‘차근차근 빌드업을 쌓아가자. 얘넨 북한 애들하고 달라.’

나르가르두는 서두르지 않았다.

포르투갈은 월드컵에서 예전에 북한을 압살한 적이 있었다.

그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했다.

최전방에 배치된 나르가르두는 힐끗힐끗 주변을 살폈다.

포르투갈의 미드필더와 윙어들이 스위칭을 통해서 자리에 변화를 줬다.

“받아.”

나르가르두가 2:1 패스를 시도했다.

때로는 두 명의 공격수가 배치됐다.

이순신은 최후방에서 그들의 전술을 살필 수 있었다.

“중앙에서 짧은 패스가 이어지고 있어. 체력에 자신 있다는 건가?”

포르투갈의 선수들은 공을 쉽사리 빼앗기지 않았다.

한국 팀 최전방에 있는 이광인이라던지, 이상재 등의 압박을 견뎌냈다.

“나르가르두!”

그들의 패스는 중앙에 있는 나르가르두에게 이어졌다.

어느새 포르투갈은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까지 도달했다.

“집중해!”

주장은 손민흥이지만, 수비에서의 지휘권은 이순신이 가지고 있었다.

이순신은 포르투갈의 측면 공격을 대비하는 한편,

중앙으로 밀고 들어오는 나르가르두를 계속 의식했다.

“경기 초반인데 벌써 이순신과 나르가르두가 맞붙습니다!”

관중들도 해설자도 엉덩이를 들썩였다.

“네가 이순신이구나.”

나르가르두는 이순신을 바라보았다.

이순신은 대꾸하지 않고 공만 바라봤다.

‘확실히 피지컬은 유럽 선수들과 견주어도 꿀리지 않는다.’

나르가르두는 씨익 웃었다.

“하지만 아직 나를 막기에는 100만 년은 이르다. 애송아!”

나르가르두가 화려한 개인기를 펼치며 속도를 올렸다.

이순신은 조심스럽게 따라붙었다.

나르가르두는 드리블을 하다가 인사이드로 공을 뒤로 쳐서 방향을 전환했다.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이순신은 침착하게 따라붙었다.

쿵!

“뭐야. 뭔가 철 덩이 같은 것에 부딪힌 거 같은데?”

평소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하기로 소문난 나르가르두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십 수년간 꾸준히 해온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누구한테도 꿀리지 않는 몸을 만들었다.

나르가르두의 또 다른 별명은 아이언바디!

어릴 때는 훅 불면 날아갈 거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선수들이 그와 부딪히기를 꺼려했다.

다른 선수들이 나르가르두와 붙고 싶지 않은 두 번째 이유는 개가 됐기 때문이었다.

제압한 상대를 향해서 엄청난 욕설과 인상을 퍼부으며 위압을 줬다.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나르가르두요? 내가 아는 선수 중 가장 성질이 더러웠어요.”

성질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몸과 부딪히면 다음 날 피멍이 들기 일쑤였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끈질기게 붙는구나.”

나르가르두는 따라붙는 이순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적당히 해! 남자가 엉겨 붙는 건 취미가 아니라고!”

순간 가속을 올린 나르가르두가 살짝 옆으로 빠져나간 뒤 슈팅을 때렸다.

펑!

하지만 공은 이순신의 발 안쪽을 맞고 중앙으로 향했다.

“나르가르두의 슈팅을 이순신 선수가 발을 뻗어서 무난하게 막아냈습니다!”

“지금 당황했는데요? 하하.”

나르가르두는 깜짝 놀랐다.

파워로 자신을 압도하는 선수는 흔치 않았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재밌는데?”

나르가르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미 이룰 것을 다 이뤘고, 이번 경기는 월드컵을 위한 마지막 점검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불타오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순신은 나르가르두를 스쳐 지나갔다.

“설마 역습을?”

나르가르두가 깜짝 놀랐다.

이순신이 손짓했다.

대한민국이 수비라인을 끌어올렸다.

“대한민국. 포르투갈과 중앙 부근에서 미드필더들의 점유율 싸움이 치열합니다.”

대한민국의 전술은 4-1-3-2 포메이션이었다.

이순신은 포백이 중심을 맡고,

그 위에 수비형 미드필더가 포진하고,

이광인이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에는 정대건과 이상재,

최전방에는 손민흥과 황조가 배치됐다.

결코, 포르투갈에 비해 밀리는 구성이 아니었다.

“대한민국도 좋은 패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한민국은 패스보단 드리블에 특화된 팀이기도 했다.

이광인, 손민흥, 정대건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드리블러였다.

한, 두 명쯤은 제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손민흥 선수. 상대편 수비수를 제치고 그대로 슛!”

공은 안타깝게도 골대를 벗어났다.

“손민흥 선수. 안타까운 슈팅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컨디션이 좋으니 충분히 기대 해봐도 좋겠습니다.”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은 초반에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나르가르두는 확실히 스타였다.

그가 공을 잡으면, 관중들은 화려한 개인기를 기대하게 됐다.

“와- 맨유 시절 보는 거 같네.”

“그러게 말이야. 그때부터 시작이었지.”

그의 20대 시절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옛날보다 골을 넣기 어려워진 현대 축구에서 매 시즌 50골을 넣는 선수가 나왔다는 것은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그때 그 시절의 나르가르두는 건방지지만, 미워할 순 없는 악동이었다.

하지만 이순신이 추억보정에 빠지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방패연이 발동했습니다.]

“이순신 선수의 과감한 태클!”

“공을 잡은 이순신은 그대로 역습을 시도합니다!”

나르가르두의 이름이 긴 탓도 있지만, 해설자도 어느새 이순신의 이름을 더 많이 부르게 됐다.

“이순신의 깔끔한 커트!”

“아. 포르투갈 공격수. 여기서 막히나요.”

“이순신 선수. 오늘 한산도대첩 수비를 보여줍니다!”

해설자가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한 회심의 멘트를 날렸다.

“네. 비록 여기는 통영이 아니라 서울이지만, 학익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순신과 임단결은 꿈FC에서 보여줬던 학익진을 국가 대표 팀에서도 보여줬다.

상대편을 측면에서 가운데로 유인한 후 중앙으로 몰아가는 수비 전술이었다.

포르투갈 공격수들이 공을 많이 잡았지만,

여태껏 유효슈팅이 없었다.

전반 20분까지 아무런 소득이 없자 포르투갈 공격수들은 당황했다.

“이광인 공을 잡아서 질주합니다.”

“그대로 슈웃!”

“안타깝게도 키퍼의 손에 잡힙니다.”

이광인의 슛은 유효슈팅으로 기록됐다.

슈팅 숫자는 4 대 7로 포르투갈이 훨씬 많았지만,

유효슈팅의 수는 3:0 으로 실속은 대한민국이 챙겨갔다.

“결국, 내가 뚫어내야 된다.”

포르투갈의 최전방 공격수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는 궁지에 몰릴수록 강해졌다.

그동안 단련해 온 훈련의 결과는 이 순간을 위해서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포르투갈 공격수의 화려한 개인기!”

그는 오른발 터치 후 헛다리를 짚으며 임단결을 제쳤다.

“측면이 뚫렸습니다!”

“이순신 선수 재빨리 도와주러 갑니다.”

포르투갈 공격수는 어이가 없었다.

‘중앙을 버리고 이쪽으로 온다고? 나를 무시하는 거냐? 우리 팀을 무시하는 거냐?’

이순신은 그저 여기서 막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을 뿐이었다.

왼쪽에는 사이드라인, 정면에는 골라인이 아군이 되어주었다.

나르가르두가 공을 오른쪽 바깥쪽으로 밀면서 재빨리 안쪽으로 꺾었다.

이순신이 따라붙었다.

골라인에 닿기 직전 나르가르두는 발바닥으로 공을 뒤로 뺐다.

‘이건?’

이순신은 침착하게 나르가르두의 발을 응시했다.

‘역시.’

나르가르두는 공을 빼서 잡는 척하더니 헛다리를 한 번 짚고,

옆으로 빠져나갔다.

“이순신 선수 속지 않습니다.”

이순신이 만약 발을 뻗었다면,

나르가르두는 손쉽게 이순신을 뚫고 지나갈 수 있었다.

‘이것도 안 속아? 상관없지. 알면서도 당하는 게 내 개인기니까.’

나르가르두가 속도를 높였다.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로 공이 오가면서 점점 골대로 향했다.

이순신은 침착하게 나르가르두를 따라갔다.

두 사람은 페널티 에어리어에 진입했다.

그 순간이었다.

나르가르두가 공을 멈췄다.

“나르가르두! 라보나 크로스를 노리나요? 팀 동료들이 도와주러 왔습니다!”

나르가르두는 크로스를 올리지 않는 상남자였다.

다만 훼이크는 쓸 줄 아는 사람이었다.

패스하는 척 속이고,

뒷발로 공을 밀어주면서 옆으로 치고 나갔다.

일명 라보나 페인팅.

툭!

이순신이 나르가르두의 공을 건드렸다.

그는 화려한 개인기에 현혹되지 않았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줄 알았다.

골을 뒤로 빼는 순간 이순신은 생각했다.

‘이건 패스가 아니라 개인기다.’

어린 시절.

나르가르두는 이순신의 우상이기도 했다.

지금은 손절했지만, 그의 플레이를 보고 자란 세대이기도 했다.

키가 큰 자신은 메시처럼은 할 수 없었다.

스페인의 즐라탄 같은 파워 축구도 좋았지만,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나르가르두의 플레이였다.

여기에 득점력까지 겸비하니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순신 선수가 나르가르두를 막아냈습니다!”

“마치 2002년에 피구를 봉쇄한 송국종 선수를 보는 듯합니다!”

연속으로 개인기를 쓰다가 공을 빼앗긴 나르가르두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아-하아- 이 자식. 이름이 이순신이라고 했나? 미친놈이네.”

욕이 아니라 칭찬이었다.

그 역시 방금까지만 해도 회춘한 느낌이었다.

추억보정에 빠져서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는데 이순신이 물을 끼얹어서 다 타버렸다.

“공을 뺏은 이순신. 달립니다!”

이순신이 달렸다.

이광인, 손민흥 등이 앞에서 수비를 교란시켰다.

하프라인쯤 왔을 때 무티뉴가 이순신의 앞을 막아섰다.

포르투갈 공격진이 안심하고 공격을 나갈 수 있었던 건 무티뉴의 헌신이 컸다.

마치 포르투갈의 박성지 같은 포지션이었다.

비록 대한민국에게 3개의 유효슈팅을 허용했지만, 그가 없었다면 벌써 골을 먹혔을 수도 있었다.

“이순신 선수 공을 발바닥에 두고 멈칫합니다.”

“아. 순신아!”

황조 주변에 수비가 붙자 안타까워했다.

무티뉴가 공을 빼앗기 위해 접근할 때 기시감을 느꼈다.

‘이건?’

이순신은 나르가르두가 보여준 라보나 페인팅을 선보였다.

“이순신 선수! 원래 저 지역에서 개인기를 잘 안 하는 선수인데요?”

“개인기보다는 패스나 슈팅이 더 친숙한데 아까 나르가르두 선수가 보여준 개인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티뉴로써는 의외의 한방을 먹은 셈이었다.

이순신이 무티뉴를 제치고,

힐패스로 이광인에게 공을 넘겼다.

이광인은 자연스럽게 다시 원터치 패스로 이순신에게 공을 줬다.

페널티 에어리어에 진입하기 직전!

상대편 수비수가 둘이나 있었지만,

이순신은 슛을 때렸다.

[지자포가 발동했습니다.]

[지자포의 숙련도가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지자포가 ‘천궁’으로 진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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