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26화 (127/161)

126화. 유로파리그 시작!

꿈FC의 첫 번째 상대는 정대건이 속한 프라이부르크였다.

현재 독일리그에서 중위권에 속해있지만, 이름만큼은 익숙한 팀이었다.

정대건뿐만 아니라 작년까지만 해도 국가대표에도 자주 선발되었던 미드필더 권방훈도 이곳에서 뛰었다.

“순신이 형. 오랜만이에요!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그러게. 잘 지냈어?”

이순신은 씨익 웃었다.

정대건이 주변을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이광인, 오쿠보, 헤이니, 임단결, 김혁규 등 익숙한 얼굴들이 반갑게 인사했다.

“유로파리그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 선수가 한 경기에 뛴 적이 있었을까요?”

이순신도 주변을 돌아봤다.

유럽 축구팬들도 이 광경이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이게 유럽축구 대회야. 아시아 대회야.”

양 팀 통틀어 22명의 선수 중 유럽 선수는 8명뿐이었다.

“이게 다 꿈FC 때문이다!”

이순신은 그 말을 듣고 웃어넘겼다.

축구계에 등장한 이래귤러들이 축구판을 뒤흔들고 있었다.

“어쨌든 오늘 좋은 경기 기대하겠습니다! 물론 우리가 이기겠지만!”

“대건아. 왜 우리가 질 거라고 생각해?”

이순신이 물었다.

“그건 당연하잖아요. 우리는 독일 1부 리그 팀이고, 형네는 스페인 3부 리그잖아요. 객관적인 전력 차이만 봐도…”

“단순히 그런 이유라면 우리가 질 이유는 없어. 다들 그렇게 생각하다가 우리한테 졌거든.”

이순신이 자신감을 뿜어댔다.

정대건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꿈FC에 선발로 나온 선수 중 무려 6명이 이번에 같이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이었다.

‘도대체 광인이랑 오쿠보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헤이니. 쟤는 또 왜 여깄고.’

정대건이 그제야 이순신이 한 말을 이해했다.

‘3부 리그 팀치고는 전력이 엄청나잖아? 아니야. 최근에 합류한 선수들이 많아서 손발이 안 맞을 수도 있어. 그런데 내가 왜 고작 3부 리그 팀을 상대로 쫄고 있는 거지? 우리뿐 아니라 다른 팀들한테도 승점 자판기 아냐?’

정대건은 당최 이 불안감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대건아. 작년에는 지금보다 훨씬 전력이 약했다. 그래도 우린 레알 마드리드도 이겼어.”

정대건은 깜짝 놀랐다.

‘도대체 이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순신이 형네는 도대체 어떤 축구를 한 거지?’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고 곧바로 이해됐다.

‘저게 어떻게 3부 리그 팀의 기량이지?’

꿈FC는 평소와 다르게 4-5-1 전술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에 송희윤을 내세우고, 좌우에 이광인과 오쿠보가 윙어로 나섰다.

이광인이 빠른 스피드를 보이는 윙어는 아니었지만,

가장 큰 장점은 공을 쉽게 빼앗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약간은 수비가 투박한 프라이부르크의 선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헤이니의 패스는 단숨에 상대편 수비를 무너트렸다.

왜 레알 마드리드가 그를 영입했었는지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헤이니의 스루패스.”

“아 패스가 다소 좀 긴 거 같은데요?”

“송희윤 선수. 끝까지 공을 따라붙습니다!”

“송희윤 슛!”

전반 20분.

송희윤이 찬 슛이 골망을 갈랐다.

“세상에? 송희윤 선수가 유로파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씁니다. 인도네시아 출신 선수 중 최초의 골입니다.”

송희윤은 굉장히 기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로 도망쳤던 게 아니었다.

그저 조금 멀리 돌아왔을 뿐이었다.

의외의 선제골을 먹히자 프라이부르크의 감독은 당황했다.

급기야 선수 교체를 지시했다.

“프라이부르크가 이른 시간에 교체를 합니다.”

“허허. 골키퍼를 교체하는 거 보니 분위기가 꽤 심각하네요.”

이 팀은 예부터 골키퍼를 잘 키우는 팀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발 골키퍼가 불안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프라이부르크의 골키퍼는 항의했다.

“감독님. 저 더 뛸 수 있습니다.”

“저번에 도르트문트전 때처럼 5골을 헌납하려고?”

“저 녀석들이 도르트문트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교체해주는 거다. 3부 리그 팀에게 5골이나 먹히면 자네의 커리어는 끝이다.”

“…”

프라이부르크 골키퍼는 이를 꽉 깨물었다.

그저 실수라고 했는데 감독 눈에는 그게 아니었다.

그가 나가고 세컨드 골키퍼인 마르크가 들어왔다.

이순신은 경계했다.

“나간 녀석이랑 분위기 자체가 다른데?”

무표정한 마르크는 양팔을 넓게 벌렸다.

그러자 골대가 한없이 작아 보였다.

이순신은 알 수 있었다.

이제부터 골을 넣기 힘들 거란 것을…

“꿈FC 공을 잡았습니다. 송희윤 슛!”

“아. 마르크 선수에게 막힙니다.”

“이광인 슛!”

“헤이니 선수의 중거리 슛!”

꿈FC는 공격을 나름대로 잘 풀어갔지만,

안타깝게도 번번이 막혔다.

그 말을 역으로 한다면 감독의 빠른 판단으로 교체를 실행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몇 골을 더 먹혔을거란 뜻이었다.

그렇다고 프랑크부르크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는 아니었다.

마르크가 투입된 후 수비 진영을 빠르게 가다듬었다.

수비가 안정되니 공격에도 여유가 생겼다.

“권터 선수 달립니다!”

팀에서 레프트 백을 맞고 있는 그는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공을 뿌려줬다.

“권터의 크로스!”

“닐스 선수의 헤딩!”

“이순신도 같이 뛰어서 헤딩 경합을 합니다!”

“이순신 선수가 한 발 더 빨랐습니다.”

이순신이 착지하자마자 닐스를 바라봤다.

그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다급함은 없었다.

30살이 다 돼서야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던 그는 평온하게 기다릴 수 있는 평정심과 오랜 경험이 축적된 노련함을 가졌다.

그렇기에 프랑크부르크의 역대 최다 득점자이기도 했다.

‘와- 여긴 높이가 다르네. 까딱하다간 먹히겠어.’

프랑크부르크의 평균 신장은 꿈FC보다 10cm는 컸다.

즉, 높이에서는 전혀 상대가 안 됐다.

올림픽에서 독일 팀과 싸워본 경험이 있긴 했으나,

그때와는 느낌이 또 달랐다.

‘올림픽에서 만난 어린 독일 선수들은 막대풍선이었어.

하지만 성인 레벨의 선수들은 완전 대나무다.’

프라이부르크 선수들은 큰 키를 가졌음에도 유연했고, 스피드도 갖췄다.

어쩔 수 없이 좌우에서 많은 크로스와 코너킥을 내줬다.

하지만 최후방에는 수호신 이순신이 있었다.

“아! 이번에도 이순신 선수가 팀을 구해냅니다.”

이순신이 한 발짝 빠른 대응으로 여러 번 팀을 구해냈다.

그간에 쌓아 둔 트로피 효과도 한몫했다.

[트로피 : 자이언트 킬링]

[1부 리그 우승팀을 이겼습니다. 전력이 강한 팀들에게 패배의 불안감을 심어줍니다.]

[트로피 : 국왕의 축포]

[야유를 받으면 자이언트 킬링 효과가 증폭됩니다.]

이런 스킬을 쓰고 날아다니는 이순신을 이기적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얻은 결과가 아니었다.

이순신이 몇 년 동안 코피가 터지고, 며칠씩 쓰러지면서 얻어낸 기적이었다.

“레알이 주목한 선수라 그런지 다르긴 다르네.”

닐스가 씨익 웃었다.

그는 이순신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마케팅용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부딪혀보니 알 수 있었다.

피지컬, 체력, 투지, 축구에 대한 이해도…

무엇하나 꿀리는 게 없었다.

“안타까운 건 국가…”

월드 클래스의 실력을 갖췄지만, 팀이 약해서 A매치에서 활약을 하지 못해 월드컵에 나오지 못한 팀을 숱하게 봤다.

“독일 국가대표로라도 충분히 선발되고 남을 실력인데. 아쉽군.”

이순신은 그가 뭐라고 하는지 카이저의 통역을 들어서 알 수 있었다.

약간의 쓴웃음을 지었지만,

이순신은 결코,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는 닐스를 보며 말했다.

“태어날 때부터 승리자로 태어난 사람은 없어.”

닐스는 이순신의 독일어에 깜짝 놀랐다.

“언어까지?”

비록 카이저의 말을 그대로 읊은 거긴 하지만,

어쨌든 상대방이 이해했으니 그걸로 됐다.

그에게는 큰 꿈이 있었다.

-대한민국 최초 월드컵 우승!-

이는 대한민국의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초의 우승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월드컵에서는 결국 개인의 기량보다는 전체의 기량이 더 중요했다.

‘혼자가 아닌 함께 강해진다.’

이순신은 동료들을 보았다.

지금의 대한민국과 2년 뒤 월드컵에 진출할 대한민국은 분명 다른 팀이 돼 있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 경기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바로 우리의 미래다.’

“정대건이 치고 달립니다!”

“임단결 선수가 따라붙습니다!”

“엄청난 경합입니다.”

“임단결 선수의 깔끔한 태클!”

“정대건 선수가 매우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3번 이겼으면 한 번쯤은 져도 괜찮죠! 허허허.”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꿈FC는 선수 교체를 진행했다.

“오쿠보 선수가 나오고 김혁규 선수가 들어갑니다.”

“이 선수도 매우 빨라요.”

김혁규는 미친 스피드로 측면을 돌파했다.

프랑크부르크의 주장인 권터도 김혁규에게 뚫렸다.

“김혁규 선수. 권터를 제치고 중앙으로 들어옵니다!”

“골키퍼와 1:1 그대로 슛!”

김혁규가 날린 회심의 슈팅을 마르크가 손을 뻗어서 막아냈다.

공은 붕 떠서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떨어졌다.

“흘러나온 공을 향해 양 팀 선수들이 달립니다.”

공을 잡은 건 이광인이었다.

순식간에 에워싸인 이광인은 손을 흔드는 선수를 보았다.

“순신이 형!”

이순신이 가슴으로 트래핑 했다.

권터가 재빨리 달려왔다.

그 순간이었다.

이순신은 떨어지는 공을 보지도 않은 채 뒤꿈치로 찼다.

“이순신 선수의 힐패스!”

“헤이니 선수가 공을 흘립니다.”

헤이니가 점프해서 공을 보내줬다.

그 뒤에는 김혁규가 있었다.

“김혁규 선수의 슛!”

마르크 역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완벽한 찬스였다.

퉁!

“아쉽게도 공이 골대를 맞고 흘러나옵니다!”

김혁규가 안타까움에 머리를 쥐어뜯을 때, 포기하지 않은 선수가 있었다.

단 한 명.

유일하게 공이 나가지 않을 거라고 믿은 선수.

골대로 달리는 유일한 수비수.

이순신이 몸을 날려서 헤딩했다.

[황자포가 발동합니다.]

[도깨비 슛이 발동합니다.]

마르크는 그저 이순신을 보고만 있었다.

“골입니다! 꿈FC가 2:0으로 앞서갑니다.”

“여러분. 우리가 잊고 있는 게 있는데 꿈FC는 스페인의 3부 리그 팀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4부 리그였고요!”

해설자가 흥분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관중들도 어느새 꿈FC를 응원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의 히어로 이름을 외쳤다.

“이순신! 이순신! 이순신!”

이순신도 환호에 보답하며 멋진 세레머니를 펼쳤다.

삐이이익-

마침내 경기가 끝났다.

“대이변이 일어났습니다. 꿈FC가 독일 1부 리그인 프라이부르크를 유로파리그에서 잡아냅니다!”

이 소식은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범지구적으로 퍼져나갔다.

그 순간 보상이 발동했다.

[유로파리그에서 첫 승을 따냈습니다.]

[후원칸이 해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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