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17화 (118/161)

117화. 목표 상향 조정

오쿠보는 올림픽이 끝나고 소속팀에 복귀했다.

하지만 앞날은 어두웠다.

그의 자리에는 이미 경쟁자가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에 끝난 올림픽 결승전.

대한민국에 대패한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연습 중에 패스미스를 연발했다.

“정신 안 차려!”

“죄송합니다.”

오쿠보는 슬럼프에 빠졌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지?’

그에게도 리즈시절이 있었다.

- 오쿠보. 파리 생제르망이 원한다! -

한때는 아시아 최고의 재능이라고 불렸다.

그 가치는 이광인이나 손민흥을 훨씬 뛰어넘었다.

PSG의 회장은 총 이적료를 1300억 원이나 책정했고,

연봉을 무려 650억이나 제시한다는 루머도 있었다.

그야말로 이순신을 뛰어넘는 특급 유망주였다.

“휴. 그것도 다 옛날이야기지…”

PSG는 현재 오쿠보에 대한 관심을 거뒀다.

이제는 2부 리그나 1부 리그 하위 팀에서 이적 제안이 오는 실정이었다.

“이대로 실패한 채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오쿠보는 이를 악물었다.

더군다나 이순신이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을 한 것을 보고 질투심을 느꼈다.

‘즉시 전력감으로 생각한 건가? 이제 아시아 마케팅은 이순신 중심으로 돌아가겠네.’

축구 선수에게 이적 순간은 중요했다.

20세 미만에 영입을 한 건 즉시 전력 감보다는 미래를 보고 영입했다고 뜻이었다.

그 이후의 나이는 당장 쓰기 위함이었다.

많은 유럽팀들이 당장 오쿠보를 직접 전력으로 쓰기보단, 미래를 보고 투자했다.

‘이제는 내가 이순신을 따라잡아야 한다!’

오쿠보는 현실을 인정했다.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발 끈을 꽉 묶고 연습했다.

“오쿠보.”

구단 관계자가 불렀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다.

“무슨 일이십니까?”

“안타깝게도 다음 시즌에서 1군에 자네 자리는 없을 거 같다.”

“알고 있습니다…”

오쿠보가 뒷짐을 진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막상 들으니 들으니까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혹시 다른 팀으로 임대 갈 생각 있나?”

하-

오쿠보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임대 생활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그럼에도 익숙지 않았다.

썩 좋지 않은 기분은 더욱더 안 좋아졌다.

‘그래도 마요르카쯤 갔으면 싶은데…’

적어도 1부 리그 하위 팀이라면 출전 기회를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왕 가는 거 임대 팀에서 열심히 하자.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1군으로 콜 업 될 확률이 있으니까.’

오쿠보의 목표는 명확했다.

이적 제의.

좋은 활약을 펼치면,

해당 구단에서 이적 제의가 올 것이다.

그럼 자신의 가치도 높아지니 스페인 리그에서 계속 자리 잡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더더욱 좋지 않았다.

구단 관계자의 입에서 청천 벽력같은 말을 들었다.

“3부 리그인데…”

오쿠보가 미간을 찌푸렸다.

‘3부 리그? 이건 지금 나가라는 뜻 아닌가?’

순한 오쿠보도 슬슬 화가 치밀어 올랐다.

구단 관계자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꿈FC 어떤가? 거기엔 동양계 선수들도 많아서 적응하기 쉬울 것이다.”

오쿠보의 표정이 금세 풀어졌다.

“꿈FC라면 이순신이 뛰고 있는 팀 아닌가요?”

“역시 잘 아는군.”

오쿠보의 심경이 변했다.

임대를 가는데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처음이었다.

‘이순신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렇게 특급 재능을 가진 오쿠보는 꿈 FC로 합류를 결정했다!

그의 연봉은 13억.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연봉을 부담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들은 꿈FC에 대해서 조사했다.

그러던 중에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좀 놀랍네요.”

“무슨 재기의 신도 아니고…”

단순한 아마추어가 아니라 한 번쯤은 축구를 포기할 뻔한 선수들.

이순신도 그런 케이스였다.

레알 마드리드가 주목한 점이 바로 이 점이었다.

이래서 어중간한 1부 리그보다는 꿈FC에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3부 리그에서 경기 감각이 떨어진다?

그것은 이순신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이미 입증했다.

오히려 경기에 뛰지 않는 것이 더더욱 위험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쿠보의 합류는 꿈 FC한테 의외였다.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 하지 않았던가?

시대가 변했다.

예전처럼 무조건 이겨야 할 적은 아니었다.

감히 독도와 한류폄하만 하지 않으면 그럭저럭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는 관계였다.

꿈FC의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오쿠보가 팀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반대하는 선수는 없었다.

이순신은 슬쩍 충무공의 눈치를 봤다.

[그는 옛 친구 김충선을 떠올리며 눈물 흘립니다.]

김충선.

가족이 볼모로 잡혀서 억지로 출병했지만, 조선인들을 학살하는 걸 보고 현실 타격이 심하게 온 일본의 장수였다.

그 덕분에 조총 기술을 습득한 조선은 육지에서 반격에 성공했다.

이순신은 살짝 의아했다.

‘분명히 왜는 간악해서 믿을 수 없다고 한 거 같았는데…’

이런 점에서 이순신은 아직 세상사에 대해서 잘 몰랐다.

[네이마르, 메시, 아레스도 한 팀에서 뛰었습니다.]

카이저 코치가 이순신을 일깨워줬다.

‘아!’

아시아로 비유하면 중국, 대한민국, 일본 선수가 최전방에 배치된 꼴이었지만,

그들은 합심과 존중으로 많은 골을 만들어냈으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오쿠보는 대한민국을 비하하거나, 무시한 적이 없었다.

욱일기 버프도 단순히 일본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동 때문에 발휘됐던 것이다.

주장인 이순신은 오쿠보에게 다가갔다.

“오쿠보 환영해!”

이순신이 웃으면서 맞이하자,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잘 왔어!”

“반갑소이다.”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하게 될지도 모르는 오진성도,

후방을 책임일 구멍도 오쿠보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는 살짝 얼떨떨했다.

‘생각보다 다들 환영해주네.’

얼마 전에 경기를 같이 뛰었던 임단결과 김혁규도 있었다.

“안 그래도 내년에 많은 경기를 치르려면 선수 보강이 필요했는데 잘 됐군요.”

이순신을 지키고, 오쿠보가 들어왔다는 점에서 이에로는 매우 흡족했다.

“그런데 이 선수는 의외 아닙니까?”

임청수와 강대범은 깜짝 놀랐다.

“분명 전력에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지만…굳이 왜?”

그들이 놀란 선수는 어쩌면 현재 이순신보다도 몸값이 높은 선수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400억 가까이 투자했다.

그는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브라질 대표로 참가했던 헤이니였다.

“반가워!”

“진짜 헤이니 맞어?”

“그럼 가짜 헤이니도 있을까?”

그는 유쾌하게 인사했다.

현재 커리어는 화려했다.

스페인 명문인 레알 마드리드와 독일의 명문 팀인 도르트문트에서 뛰었다.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잠재력은 뛰어났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 포텐셜이 터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적한 팀이 도르트문트였다.

그곳에서 많은 경기를 뛰며 출장기회를 보장받았으면 싶었지만,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저 임대 보내주십시오!”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복귀하자마자 자발적으로 꿈FC로 임대를 요청했다.

구단 관계자들이 오히려 얼떨떨했다.

“헤이니. 그 이유가 뭔가?”

“이순신이랑 같이 뛰어보고 싶습니다.”

그에게는 현재 불명예스러운 수식어가 있었다.

먹튀!

레알 마드리드에서 소속팀에 지불한 이적료는 481억 원이었다.

물론 즉시 전력감으로 생각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내보내 달라고!”

브라질 최고의 재능이라 불리고 있음에도,

그에 걸맞은 활약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자체를 못 뛰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지만,

그의 가치가 올라갔다고 볼 수 없었다.

이름값,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축구를 위한 선택이었다.

무엇보다 그에게도 넘어야 할 벽이 있었다.

“주니오르…!”

같은 팀 선배였지만, 2년 먼저 레알 마드리드에 영입된 윙어.

어린 나이임에도 많은 레알의 주전 윙어로 자리 잡았다.

레알에서도 애지중지하는 선수라서 올림픽 차출도 거부했다.

“헤이니. 꿈FC로 임대 간다며?”

“흥! 기다리고 있으라고.”

열등감이 때론 좋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

헤이니는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예정이었다!

“내년에 미드필더 진은 빵빵하겠는데요?”

이에로 감독은 벌써부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쯤 되자 레알 마드리드는 마블 박에게도 꿈FC 임대를 권유했지만,

선수가 스스로 거부했다.

그에게는 아무래도 이름값이 좀 더 중요했다.

“진짜 작년에는 선수 구하기 힘들었는데 올해는 너무 풍년이네요.”

유로파 출전권과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덕분에 선수 수급이 한층 더 쉬워졌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꿈FC는 임대를 가기에 최적의 팀이었다.

다수의 구단이 오히려 이 선수를 써보지 않겠냐고 임대 제의를 했다.

그리하여 추천받은 선수들을 모아서 입단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소식을 듣자 이에로는 깜짝 놀랐다.

“단장. 미쳤습니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우리가 이번 시즌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선 로테이션을 가동할 만큼의 선수 보강이 필요한 건 사실이오.”

“그래서 입단 테스트를 진행하고자 하는데요?”

“하지만 많은 선수들을 영입하면 조직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소.”

벌써 두 명의 선수가 꿈FC에 들어왔다.

어차피 우승해도 2부 리그 승격을 할 수 없기에 입단 테스트는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전력으로도 리그 우승은 무리 없을 겁니다.

하지만…”

임청수가 잠시 숨을 참았다.

“유로파 리그,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국왕컵 등 우리에게 많은 경기가 잡혀 있지 않습니까?”

이에로는 충격을 받았다.

“진심입니까? 그 모든 대회에서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까?”

“당연하죠. 꿈FC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 아닙니까?”

“나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순신 선수로 막대한 이적료를 챙겼습니다.

구단 운영도 잘해서 재정도 넉넉한 걸로 알고 있고요.

그런데도 굳이 돈을 쓰는 이유가 무엇이오?”

“좀 더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이에로는 놀랐다.

“기회요? 제2의 이순신을 기대하는 것입니까?”

“아니요. 이순신은 워낙 특별한 경우죠. 선택과 집중을 해서 대회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예를 들어 유로파를 위해 코파 델 레이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거죠.

최대한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가서 한 경기라도 경험을 더 쌓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저 역시 동의하는 바입니다.”

이에로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애초에 자신을 이곳에 영입한 순간부터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시아 사람들이 이렇게 축구에 진심이었다니.’

이에로도 목표를 상향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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