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경기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은 브라질의 공격을 막는 데 급급했다.
‘헤이니가 이를 악물었네.’
이순신은 헤이니의 움직임을 주목했다.
브라질의 공격은 헤이니의 발끝에서부터 시작됐다.
헤이니는 번뜩이는 패스를 뿌렸다.
파울루와 안드라지가 스위칭을 하면서 대한민국 수비진을 괴롭혔다.
“파울루 선수. 측면에서 파고듭니다!”
“안드라지 선수가 오히려 측면으로 빠지는데요!”
이순신은 긴장했다.
자칫 잘못하면 수비 위치가 꼬여서 공간을 내줄 확률이 높았다.
대한민국에 대응책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이순신을 도와줄 풀백들이 있었다.
“이기지 선수가 오늘은 공격 본능을 숨기고 측면을 잘 막아내고 있습니다!”
이기자는 자신이 대학교 때 초딩이었던 녀석들이 설치는 걸 더는 볼 수 없었다.
어른의 참맛이 담긴 수비로 브라질의 공격을 막았다.
반대쪽에서는 임단결이 틀어막았다.
“임단결 선수. 이제는 수비도 수준급입니다.”
공격이 막힌 안드라지는 임단결을 노려봤다.
‘뭐야? 다니엘의 플레이를 보는 거 같은 이 기분은?’
이순신의 말대로 다니엘의 플레이를 주의 깊게 봤던 게 큰 도움이 됐다.
안드라지는 임단결을 도발했다.
“짝퉁 다니엘이냐?”
“고마워.”
임단결은 웃으며 화답했다.
반은 농담, 반은 진심이었다.
자신의 움직임에서 세계적인 선수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칭찬이기도 했다.
‘역시 브라질전은 재밌어.’
경기 중에 성장한 임단결 덕분에 이순신도 한시름 놓았다.
그렇다고 아직 방심할 수준은 절대로 아니었다.
브라질의 공격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안드라지 선수의 드리블 돌파!”
“주우현이 막아냅니다!”
“파울루의 측면 크로스!”
“임단결이 태클로 걷어냅니다!”
“브라질 선수들. 진짜 빠르네요. 솔직히 몇 골 먹혔어도 이상하지 않았어요.”
아나운서는 혀를 내둘렀다.
이순신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다는 걸 그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순신이 중앙을 넓게 움직이며, 헤이니의 패스와 안드라지, 파울루의 움직임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세계적인 클럽에서 뛰고 있어도 아직은 어린 선수들이었다.
이순신은 그 점을 파고들었다.
그의 정신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침착했다.
충무공의 무패 승리는 공격이 아닌 방어로 얻은 것이었다.
반면, 뜨거운 브라질은 골로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체력 소모가 컸다.
“하아. 하아. 젠장!”
골을 연결하는 과정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얻어야 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그만큼 허탈함이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흐름은 결국 대한민국에게 넘어왔다!
이순신이 헤이니의 패스를 차단했다.
“젠장. 또 너냐!”
헤이니는 짜증 냈다.
이순신은 그걸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달려!”
이순신의 신호에 대한민국은 웅크렸던 날개를 펼쳤다.
“돌아가기에는 늦었어.”
최전방에 있던 안드라지가 안타깝게 쳐다봤다.
빠르게 달린 브라질은 되돌아가기에는 늦었다.
폭발한 심폐가 다시 불이 붙으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이광인 선수. 공을 잡았습니다.”
“가볍게 브라질 선수들을 둘이나 제쳤습니다!”
이광인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의 공격이 펼쳐졌다.
“이광인 선수와 다니엘 선수가 맞붙습니다.”
이광인은 볼을 질질 끌었다.
시선은 끊임없이 좌우로 움직였다.
‘나오라고.’
심지어 공을 뺏어보라는 손짓도 하며 도발했다.
다니엘은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결국, 이광인이 먼저 움직였다.
몸을 낮추고 왼쪽으로 치고 나가려고 시도했다.
다니엘도 빠르게 움직였다.
‘발재간이 제법이야. 흐흐.’
이광인이 회심의 개인기를 펼쳤지만,
다니엘이 반칙으로 끊어냈다.
삐이이익-
“대한민국 팀에게 프리킥이 주어집니다.”
카드도 받지 않는 교묘한 반칙이었다.
이번에도 이순신과 이광인이 프리킥을 준비했다.
“거리가 그리 멀진 않아서 이순신 선수가 직접 찰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광인 선수의 연기도 기대해볼 만합니다!”
다니엘은 이순신과 이광인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봤다.
‘이번에도 직접 차겠지?’
거리도 괜찮았고, 각도도 좋았다.
다만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대한민국이 라인을 끌어 올렸다.
크로스나 패스도 충분히 염두에 둬야 했다.
다니엘은 뛰어 들어올 상대편 선수들만 신경 썼다.
‘됐어. 우리 뒤에는 멜루라는 든든한 수문장이 있으니까.’
[비격진천뢰가 발동합니다.]
슈웅.
이번에도 이순신이 프리킥을 찼다.
또 한 번의 직접 슈팅을 노렸다.
멜루는 날아오는 공을 계속 응시했다.
왼쪽으로 세 발자국을 빠르게 옆으로 간 뒤,
몸을 날렸다.
촤악!
“멜루 선수가 공을 잡아냅니다!”
두 번째 비격진천뢰 발동 확률은 60% 정도였다.
[슛 성공률이 누적됩니다.]
이순신은 주먹을 쥐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실패하더라도 얻는 것이 있었다.
계속 시도하다 보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후반전의 남은 시간은 30분이었다.
아직 시간은 충분했다.
이순신과 다니엘이 후방에서 열심히 수비했고,
이광인과 헤이니는 열심히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던 중 행운의 패스가 장승빈에게 전달됐다.
“장승빈 선수가 다니엘을 제낍니다!”
“이런!”
장승빈은 자신에게 온 행운을 놓치지 않았다.
“장승빈 슈우웃!”
엄청난 드리블을 보여줬지만,
아쉽게도 골과 연결되진 못했다.
일어났던 팬들은 아쉬워하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가장 아쉬운 건 물론 장승빈이었다.
“승빈아. 얼른 떨쳐내.”
[호랑후가 발동했습니다.]
“알았어! 그런데 형 괜찮아? 땀을 많이 흘리는데?”
“응.”
이순신이 웃으며 대답했지만,
장승빈은 알고 있었다.
이순신이 뒤에서 얼마나 헌신했는지 등 뒤에서 느껴졌다.
[회복 침을 사용하였습니다.]
이순신은 마지막 회복 침을 사용했다.
현재 체력은 50% 정도.
세컨드 윈드를 사용하진 않았다.
‘브라질이 강팀이긴 하지만, 그동안 나도 꽤 강해졌어.’
이순신은 씨익 웃었다.
0:0이지만 이상하게 이순신은 차분했다.
이순신은 아직도 경기장 전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더군다나 5분 뒤,
이순신에게도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다니엘 선수의 롱패스!”
다니엘이 길게 안드라지에게 패스를 찔러줬다.
이순신은 재빨리 눈치채고 앞으로 나아가서 먼저 가로챘다.
“이순신 선수가 나오면서 공을 커트합니다!”
다니엘과 멜루가 멀리 나와 있었다.
이순신은 골문의 빈 곳을 발견했다.
“이순신 선수. 로빙슛!”
[천자포가 발동합니다.]
이순신이 찬 공은 선수들의 키를 훌쩍 넘어서 날아갔다.
멜루가 뒷걸음질을 쳤다.
“멜루의 점프!”
뒤로 뛴 멜루의 손끝에 공이 가까스로 닿았다.
“아쉽습니다. 이순신 선수. 이번엔 거의 다 들어갔는데 말이죠!”
[슛 성공률이 누적됐습니다.]
이순신은 내심 아쉬웠다.
“그래도 대한민국은 귀한 코너킥을 얻어냈습니다!”
이광인이 코너킥을 올릴 준비를 했다.
시야에는 김혁규, 장승빈, 정대건이 보였다.
이광인이 가볍게 차며 공을 띄웠다.
장승빈이 가슴으로 받았다.
브라질 수비수들이 달려들었다.
“장승빈의 발리슛!”
그대로 몸을 틀어서 슛을 쐈다.
굉장히 고난도의 기술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대응할 수 없었고,
장승빈의 슈팅은 골대로 향했다.
몸을 날린 멜루가 공을 막아냈다. 수비수가 재빨리 밖으로 걷어내면서 위기를 넘겼다.
“대한민국 연속해서 코너킥을 얻어냅니다. 잘하면 새로운 역사를 쓸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공을 올렸다.
자리를 잘 잡은 정대건이 높게 뛰어올랐다.
“정대건 헤딩슛!”
정대건이 방향을 살짝 틀어 헤딩했다.
슈우웅.
아쉽게도 공은 하늘로 향했다.
유효슈팅으로 기록되지도 않았다.
“아쉽습니다…대한민국의 좋은 기회가 날아갑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건 시간이 지날수록 브라질의 공격이 무뎌졌다.
안드라지, 파울루, 헤이니가 지치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서로 간의 패스미스가 잦아졌고,
“안드라지의 슛!”
안드라지의 슛은 주우현에게 번번이 막혔다.
“역시 무리였나요?”
안드라지의 표정에 아쉬움이 드러났다.
다니엘이 위로 올라가는 손짓을 했다.
라인을 끌어올렸다.
지친 헤이니를 대신해서 롱패스로 안드라지와 파울루에게 패스를 수급했다.
“역시 브라질의 공격축구는 일품이야.”
이순신은 다양한 공격 전술을 가진 브라질한테 감탄했다.
그와 별개로 중앙으로 오는 패스는 전부 끊어냈다.
“이순신 선수의 역습입니다!”
이순신이 중거리 슛을 쏘는 척하면서 드리블을 시도했다.
대한민국의 공격수들이 방사형으로 퍼졌다.
다니엘이 이순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자세를 낮추고 발을 뻗었지만,
이순신은 다니엘을 제쳤다.
하지만 이내 다니엘은 금방 따라붙었다.
‘어쩔 수 없지.’
점점 빨라지는 이순신을 막기 위해선 다니엘은 슬쩍 그의 옷을 끌어당겼다.
삐이이익!
이순신이 그만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주심이 다니엘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줍니다.”
다니엘은 고개를 숙이며 반칙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순신을 일으켜 세웠다.
남은 시간은 1분.
이순신의 드리블을 계기로 흐름을 타서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던 찬스였다.
이광인은 이순신에게 패스했다.
공을 잡은 이순신은 그대로 슛을 날렸다.
[천자포가 발동합니다.]
[도깨비 슛이 발동합니다.]
하지만 앞에 있던 수비수의 몸을 맞고 골대 위로 공이 날아갔다.
“대한민국의 코너킥이 이어집니다.”
이순신이 오른쪽에서 코너킥을 차려고 했다.
‘이순신이 코너킥을 차면 곧바로 달려야 해.’
‘이순신이 수비 진영에 없을 때가 기회야!’
파울루와 안드라지가 눈빛을 교환했다.
헤이니와 다니엘도 눈빛을 교환했다.
대한민국의 코너킥을 막아내고, 곧바로 상대 팀 골대를 향해 달릴 생각이었다.
“후읍.”
이순신이 심호흡을 했다.
비격진천뢰의 성공률을 확인했다.
‘이번 기회에 모든 걸 건다.’
이순신은 발을 구른 후,
오른발 아웃사이드로 비격진천뢰를 발동시켰다.
공은 엄청난 궤적을 그렸다.
“상대 공격수 막아!”
멜루가 소리쳤다.
공은 이광인에게 향하는 거 같았다.
다니엘이 외쳤다.
“10번 막아!”
10번을 달고 있는 이광인은 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움직이지 않았다.
공의 궤적이 예리하게 꺾였다.
“서…설마?”
철렁!
이순신의 코너킥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순신 선수. 엄청난 코너킥 슛을 성공시켰습니다!”
“우와와아!”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서 소리 질렀다.
이순신은 그대로 신발을 벗어서 관중석으로 던질 뻔!
했다가 충무공의 제지로 얼른 신발을 다시 신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망연자실했다.
추가 시간을 합쳐도 고작 1분.
삐이이익-
결국,
대한민국이 브라질을 1:0으로 이기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반대편에서는 홈팀인 일본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