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화. 수비의 나라 브라질
다니엘은 거침없이 질주했다.
“아- 대한민국의 역습 위기입니다!”
“다니엘 선수 벌써 30M 단독 드리블을 펼칩니다!”
“40M!”
“50M!”
“속수무책입니다!”
왼쪽 라이트백인 다니엘은 아직도 녹슬지 않은 주력을 보여줬다.
“가지 말고 자리 지켜!”
이순신은 미드필더의 협력 수비를 저지했다.
중앙에서는 안드라지와 헤이니를 마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차라리 크로스를 내주는 편이 나아.’
이순신은 모든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레프트 백인 이기지가 빠르게 다니엘한테 따라붙었다!
‘차라리 반칙으로 끊는 게 나아.’
이기지가 다소 거친 슬라이딩태클을 시도했다.
“기지 형!”
이순신이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상황이 벌어진 후였다.
다니엘은 공을 멈추고 이기지의 태클을 가볍게 피했다.
“반칙을 각오한 이기지 선수의 태클이 빗나갑니다.”
“차라리 빗나간 게 다행입니다. 제대로 들어갔다면 오히려 카드를 받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측면은 그야말로 다니엘의 공간이었다.
무려 44번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답게 여유가 있었다.
이순신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것을 본 다니엘은 곧바로 크로스를 시도했다.
“자 받아라!”
다니엘의 크로스가 페널티 골문 쪽으로 향했다.
월드클래스의 크로스답게 정확히 안드라지를 향했다.
“점프력이 좋은 안드라지. 헤딩슛을 시도…”
“뭐야?”
이순신은 앞으로 나오는 척을 해서 다니엘이 크로스를 하게끔 유도했던 것이다.
[방패연이 발동합니다.]
이순신이 뒷걸음질을 쳤다.
“아! 한발 앞서서 이순신이 먼저 걷어냅니다!”
깔끔한 헤딩으로 공을 떨어냈고, 임단결이 밖으로 걷어냈다.
수비를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사이에 이순신은 무릎을 꿇고 착지했다.
“순신이 형 괜찮아요?”
“잘했어. 단결아.”
이순신이 임단결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다니엘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팀이 자신감 있게 공격할 수 있던 이유. 너였구나.”
그렇다.
대한민국 최후방은 이순신이란 통곡의 거북선이 버티고 있었다.
헤이니가 파울루에게 스로인을 했다.
저돌적이고 과감한 드리블을 시도했지만,
임단결이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흐음.”
파울루는 발바닥으로 골을 다루다가 뒤에 있는 헤이니에게 힐패스를 넣어줬다.
공을 받은 헤이니는 그대로 안드라지에게 패스를 찔러줬다.
이순신을 등지고 발밑으로 패스를 받았다.
두 사람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툭.
안드라지가 발등으로 공을 띄운 후 그대로 바이시클킥을 시도했다.
‘설마 이것도 헤딩으로 막지 못하겠지?’
퍽!
이순신은 이마로 안드라지의 슛을 정면으로 막아냈다.
“이순신 선수! 휘청거리는데요. 괜찮을까요?”
아나운서의 말대로 잠시 정신이 어지러웠다.
심지어 공은 이순신의 오른쪽 눈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차단됐다.
“달려!”
이순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슛을 막아낸 건 가치 있는 행동이었다.
이번엔 대한민국의 역습이 이어졌다.
공을 잡은 중앙 미드필더는 정대건에게 공을 내줬다.
빠르게 측면으로 달린 정대건은 수비를 끌어냈다.
반대편에 김혁규가 공을 달라고 손을 흔들었다.
정대건은 공을 멈춘 후 중앙으로 공을 보냈다.
크로스를 할 줄 알았지만,
이광인에게 짧은 패스를 했다.
“정대건 선수. 이광인에게 패스!”
브라질의 수비수들이 이광인에게 붙었다.
“이광인 선수! 그대로 공을 흘려보냅니다.”
“이순신의 오버래핑!”
[지자포가 발동합니다.]
[도깨비 슛이 발동합니다.]
이순신의 강력한 슈팅이 브라질의 골문으로 향했다!
멜루는 이를 악물었다.
순간 시야에서 공을 놓쳤다.
“아! 다니엘이 몸을 날려서 공을 건드립니다!”
다니엘도 공이 안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통해서 궤적을 고려하여 몸을 날렸을 뿐이었다.
퉁!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온 골!”
공중에서 멜루와 장승빈이 경합을 벌였다!
승자는 멜루였다.
“아쉽게도 멜루 선수가 먼저 공을 잡아냅니다!”
“쳇!”
장승빈은 아쉬웠다.
“아- 멜루 선수 엎드려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멜루는 공을 쟁취하긴 했으나, 공중에서 장승빈과 경합 도중 충돌이 있었다.
순간 가슴팍에 충격을 받아서 잠시 호흡이 곤란했다.
백전노장 다니엘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대단한 선수다. 절대로 보통내기가 아니야.’
나이를 먹으면 어지간한 자극에는 무뎌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방금 이순신의 슈팅은 그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슈팅 성공률이 5% 적립됐습니다.]
반동 효과가 끝나자 이순신의 시야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아마 시야만 제대로 보였어도 슛 성공률이 높은 쪽으로 찼겠지.’
이순신이 아쉬움에 사로잡혔을 때 임단결이 다가왔다.
“형. 아까웠어요. 다니엘이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골이었을 텐데.”
이순신은 씨익 웃었다.
사실은 내심 건드려주길 바랐다.
한쪽으로만 바라본 시야에서 골을 넣을 확률이 적다는 건 본인도 알고 있었다.
‘유효슈팅이 나왔다면 세컨드 볼로 골을 노려볼 수 있었지.’
이순신은 그다음을 노렸던 것이었다.
순간 이순신은 뭔가 생각난 듯했다.
“단결아. 오늘 최대한 다니엘에게 많은 걸 배워봐.”
“네?”
“다니엘의 움직임, 스킬을 하나라도 습득한다면 넌 더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임단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편에서 다니엘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그대로 적용했다.
‘이렇게 공격을 하는 거구나.’
임단결은 드디어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았다!
“임단결 선수의 과감한 오버래핑!”
“그대로 크로스!”
“장승빈의 발리슛!”
“멜루! 막아냅니다!”
상대 골키퍼가 멜루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골이었다.
대한민국에서도 좋은 모습을 만들어내자 다니엘은 감탄했다.
“뭐 이런 녀석들이 다 있어?”
무엇보다 알 수 없는 기시감. 반대편에서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것만 같은 임단결의 움직임이 썩 기분 좋진 않았다.
측면의 오버래핑 대결도 꽤나 볼만 했다.
전반에만 각각 3개의 오버래핑이 나올 정도로 양 팀은 그야말로 대칭이었다.
“경기는 참 재밌는데 아쉽게도 골이 터지지 않고 있습니다.”
“손민흥 선수만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였다.
대한민국은 현재 이순신의 주장 완장 효과로 평소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내고 있었고,
‘배수의 진’ 효과도 발동 중이었다.
양 팀에 이미 최고수준의 골키퍼가 버티고 있었고, 최고의 수비수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행운의 골 따위는 허용하지 않을 만큼 집중력도 올라온 상태였다.
단 한 번의 실수를 하는 팀이 땅을 치며 울게 될 것이다.
삐이이익.
“전반전은 아쉽게도 0:0으로 끝났습니다.”
“우리 선수들 정말 잘해줬습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걸 보여준 전반전이었습니다.”
골이 터지지 않았음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희귀한 경기였다.
라커룸에 들어온 안태리는 재빨리 작전을 지시했다.
“후반전엔 4-3-3으로 간다!”
안태리는 후반전에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설 생각이었다.
“중앙이 생각보다 두텁다. 다니엘이 막고 있는 오른쪽보다는 반대쪽인 왼쪽을 적극적으로 노리자.”
안태리는 열심히 작전을 설명했다.
오로지 브라질을 위한 맞춤 전략이었다.
작전을 숙지하고 선수들은 경기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브라질 쪽에서 변화가 있었다.
측면 미드필더였던 다니엘이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
“와. 저렇게 나온다 이거지?”
브라질은 오히려 측면을 내주고 중앙을 두껍게 하는 전술을 취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이순신이 보여준 중거리 슛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텐션은 오늘 좋다. 하지만 결정력은 다소 아쉽다. 그 부족한 결정력을 채워주는 게 바로 후방에 있는 이순신이다.”
브라질 감독은 정확히 파악했다.
‘다니엘의 공격적인 능력을 포기하고 전부 수비에 몰빵 하시겠다?’
결과적으로 브라질의 전략은 옳았다.
대한민국에게 측면을 허용하는 빈도는 높아졌지만,
아쉽게도 골은커녕, 유효슈팅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크로스가 정교하지 못합니다. 아쉽습니다!”
중계진의 탄식이 이어졌다.
‘브라질이 이렇게까지 수비를 잘했다고?’
[브라질은 세계적인 공격수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입니다.]
카이저의 메시지에 이순신은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래. 브라질은 수비가 약할 것이라는 건 편견에 지나지 않아.’
생각해보면 미친 능력을 가진 공격수와 매번 마주했던 브라질 출신의 수비수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띌 뿐이지, 브라질의 수비는 어떠한 나라에도 뒤지지 않았다.
특히 브라질의 전설 호나우두와 호나우딩요가 있던 2000년대와 2010년대의 브라질 수비수들은 시대별 최고의 수비수 5명 중 2명씩 뽑힐 정도였다.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다니엘은 수비에 특화된 앵커로도 활용할 수 있었고, 홀딩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틈이 없어…’
오히려 수비를 강화한 브라질의 공격이 매서웠다.
대한민국은 공격의 숫자를 늘린 덕분에 중앙에서 침투가 더 잦아졌다.
“헤이니 선수의 전방 스루패스!”
브라질은 오히려 측면으로 과도하게 벌리지 않았다.
3명의 공격수가 중앙으로 뛰어들었다.
“이순신은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아직 그 정도 레벨에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기편을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든다.”
브라질 감독은 꽤 정확한 대안을 들고 나왔다.
그의 예상대로 이기지와 임단결이 중앙으로 협력 수비를 왔지만, 오히려 골문 앞에서 혼란만 가중됐다.
그러자 오히려 헤이니, 파울루, 안드라지에게 유효슈팅을 허용했다.
위협적인 장면까지는 아니었지만, 방심했다간 골을 먹힐 확률이 높았다.
“대한민국 선수들. 전반과는 다르게 오히려 지금 수비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흘러갔다.
그럼에도 이순신이 있기에 브라질의 미친 공격을 잘 막아냈다.
‘조금만 더 전진해줘.’
삐이익-
이광인이 드리블을 치다가 그만 상대편 발에 걸려서 넘어졌다.
주심은 프리킥을 선언했다.
이광인과 이순신은 눈빛을 교환하면서 누가 찰지를 정했다.
“이순신, 이광인 선수. 단단한 브라질 수비의 문을 뚫을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비격진천뢰가 발동합니다.]
이광인이 슛을 쏘는 척하면서 이순신이 비격진천뢰를 날렸다.
하지만 골대를 살짝 넘겼다.
“아쉬워요. 형!”
“괜찮아. 광인아!”
이순신이 의례상 한 말은 아니었다.
비록 첫 번째 비격진천뢰에 실패했지만,
[슛 성공률이 상승했습니다.]
이순신이 앞으로 골을 넣을 확률은 올라갔다.
‘승부차기까지는 절대로 안 갈 거야. 그러면 우리가 이길 확률이 떨어지니까. 90분! 그 안에 승부를 낸다!’
이순신이 굳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