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94화 (95/161)

94화. 소집된 협회

[득점왕을 달성했습니다.]

[슛 성공률 상승률이 2%로 보정됩니다.]

[MVP가 되었습니다.]

[슛 성공률 상승률이 5%로 보정됩니다.]

[트로피를 습득했습니다.]

[트로피 : 국왕의 축포]

[컵대회에서 강팀과 만났을 때 슛을 쏠 때마다 슛 성공률이 5% 증가합니다. (골 넣으면 초기화)]

이순신은 깜짝 놀랐다.

‘팀워크를 무시하고 미친 듯이 슛만 쏴도 되겠는데?’

비격진천뢰 이외에도 눈에 보이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슈팅확률이라는 게 있었다.

도깨비 슛이 발동하면 그 확률은 비약적으로 더 올라갔다.

‘계속 때리다 보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골이 터질 수도 있겠는데?’

가능성은 적지만 100%까지 슛 확률을 채우면, 보경풍이 있는 골대 위치에서 공을 굴려도 들어간다는 뜻이었다.

‘물론 20번의 슈팅을 때릴 수도 없겠거니와 그런 상황도 오진 않겠지만…’

이순신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 효과로 이순신이 생각해볼 것은 하나였다.

‘슛을 아끼지 않는다. 기회가 있다면 때린다. 다만 이건 양날의 검 같은 거다. 5%의 스택을 쌓자고 팀워크를 헤치면, 그전에 교체되거나 팀이 질 수도 있어.’

이순신은 단숨에 이 트로피가 가진 문제를 파악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꿈FC가 4부리그 최초로 유로파 진출권을 따내자 급기야 스페인협회는 임원들을 긴급소집했다.

***

협회 회의실에 지긋한 노인네들이 열댓 명은 모였다.

그들의 미간에는 하나같이 고민과 시름이 주름졌다.

세월의 흔적?

아니었다.

최근에 꿈FC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임원 중 하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4부리그를 유로파 리그에 내보낼 겁니까?”

오늘 긴급소집된 이유였다.

그의 의견에 다른 임원이 동조했다.

“나가서 망신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그때 비교적 젊은 임원이 반론을 펼쳤다.

“저기요. 요번에 리그에서 우승하면 4부리그가 아니라 3부리그인데요…”

눈치 없는 한 임원의 말에 모두들 도끼눈을 들고 째려보았다.

“죄송합니다.”

스페인 축구의 위계질서는 꽤나 엄격하고 보수적인 편이었다.

“그러길래 왜 단판 승으로 바꿔서 이런 상황을 만든 겁니까? 제가 단판 승은 안 된다고 했죠!”

“그게 단판 승 잘못입니까? 레알 마드리드가 멍청하게 부정선수를 출전시킨 게 잘못이지!”

“그게 왜 레알 잘못입니까? AT 마드리드는 1부 리그 맞나요? 이번에 아주 큰 실망을 했습니다!”

“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팀 출신인 당신이 할 말은 아니지만?”

“뭐?”

급기야 멱살을 잡을 분위기였다.

탕탕탕!

협회 회장이 책상을 내리쳤다!

그러자 일순간 조용해졌다.

더는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없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왜 4부 리그 팀 때문에 우리가 싸워야 하냐고!”

“죄…죄송합니다. 회장님.”

분위기가 진정되자 임원 중 하나가 이성을 차리기로 냉정하게 문제에 접근했다.

“꿈 FC가 3부리그로 올라가도 문제입니다. 지난 경기 영상을 보니 티 팀 수준이 결코 4부에 있을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당장 이순신 선수만 해도 3부 리그에 있기에 아까운 실력이었죠.”

“이번에 3관왕을 차지한 선수 맞지? 세상에. 아시아 선수가 국왕컵에서 3관왕이라니. 내가 너무 오래 살았어.”

협회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요번에 활약을 보인 선수들이 스카우트 대상이 될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전력이 약해질 건 불 보듯 뻔하고 2부 리그 승급도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2부 리그요? 2부 리그가 장난입니까?”

충분히 화를 낼 만한 상황이었다.

1부 리그에서 4부 리그를 내려간 역사는 있어도, 7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올라간 역사는 아직 없었다.

“2부 리그로 승격했다고 칩시다. 논유럽룰은 어떻게 감당할 겁니까? 아! 이걸 빌미로 출전을 막으면 어떨까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논유럽룰.

팀에서 최대 3명~5명까지 비유럽권 선수들이 뛸 수 있는 룰이었다.

어찌 보면 굉장히 까다로운 룰이었지만, 대다수의 남미 선수들과 아프리카 선수들이 이중 국적을 통해서 피해갔다.

예를 들어 메시는 아르헨티나 국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페인에 오래 거주했기 때문에 스페인 국적도 가지고 있었다.

손민흥 선수 같은 경우에도 독일 국적을 이중으로 가질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병역 문제 때문에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그건 어차피 상관없습니다. 우리 리그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유로파 리그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상관없습니다.”

“아…”

못 나가게 할 구실을 찾았나 싶었는데 보기 좋게 실패했다.

“그런데 꿈FC는 나간다고 합니까? 안 나갈 수도 있잖아요?”

“그래. 맞아! 3부리그에서도 살아남는 것도 벅찰 텐데 유로파, 국왕컵, 리그를 병행하겠다고? 그럴만한 자본이 과연 있을까?”

헛된 희망은 몹쓸 망상을 낳는 법이었다.

“꼭 나가겠다고 합니다. 심지어 대한민국에서도 주목하고 있으니까요.”

“젠장! 지들이 언제부터 축구를 좋아했다고!”

임원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언론에 흘려봅시다. AT 마드리드가 나가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요!”

그가 생각한 계책은 민족성에서 오는 동질감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스페인 사람들은 축구를 너무 사랑했다.

“이미 설문 조사를 해봤죠. 하지만 AT는 현재 순위를 유지한다면 챔피언스리그를 나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FA컵 3위를 한 1부 리그 팀이 나가게 됩니다.”

“꼴이 더 우스워지겠군.”

“맞습니다. 심지어 팬들도 꿈FC가 나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 매번 똑같은 패턴에 질렸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양강체제.

가끔 AT 마드리드의 반란.

그런데 꿈FC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아마추어 리그에서는 투자와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역대급 사건이었다.

그런 꿈FC가 행정 때문에 나가지 못한다면?

스페인 축구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UEFA에 문의해보도록 해.”

협회 회장이 낸 의견이 지금까지 나온 의견 중 가장 현실성이 있었다.

자신들의 책임을 UEFA 유로파 리그에 미루겠다는 것!

답신은 의외로 빨리 왔다.

-UEFA 유로파리그는 스페인 4부리그 꿈 FC의 참가를 허용합니다.-

“하-”

통보를 본 임원들은 한숨을 쉬었다.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꿈 FC가 참가하는 걸 막을 명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다음 해부터는 규칙을 강화하기로 했다.

설령 3부 리그 이하의 팀은 출전권을 획득해도 UEFA 유로파리그에 참여할 수 없었다.

FA컵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두고 싶다는 뜻이었다.

이제 다시 책임은 스페인협회에게로 돌아갔다.

“이런 빌어먹을 자식들!”

협회 회장이 분개했다.

“이렇게 된 거 저들도 한번 당해보라고 해! 4부 리그…아니지 3부리그 팀에게 당해서 줄줄이 탈락을 해보라고. 이렇게 된 거 우승해서 내년도 챔피언스리그까지 나가라고 해!”

협회 회장이 분노가 충분히 느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너무나 진지하게 내뱉었다.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이슈 몰이용일 겁니다.”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습니다. 4부 리그에게 패배한 타 리그 1부 리그 팀.”

“더도 말고 1경기만 잡아도 됩니다!”

스페인협회는 이렇게 된 거 꿈FC의 1승을 간절히 빌었다.

***

“이제는 리그에 집중할 때야!”

꿈FC는 각오를 다졌다.

4부리그에서는 조 1위는 상위 리그 진출, 2위에서 5위는 플레이오프를 통해서 올라가야 했다.

1등 하면 바로 승급, 2등이면 셈법이 복잡해진다.

“이순신 골!”

“꿈FC 2경기를 남겨놓고 승격을 확정 짓습니다!”

꿈FC는 결국 그룹 1위로 승격했다!

아마추어로 팀으로서는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3부리그에 올라갔다.

3부리그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중간 단계인 세미프로였다.

꿈FC가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야말로 프로가 되는 것이었다.

임청수 단장, 강대범 구단주, 신자영은 축제를 즐겼다.

“단장님. 투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단장님의 투자가 아니었다면, 그저 꿈으로만 끝났을 일인데…”

“아닙니다. 구단주님이 꿈FC를 만들었기 때문에 제가 투자할 수 있었던 거죠.”

“그래도 선수 수급과 이에로 감독을 영입한 건 임 단장님이 아니면 생각도 할 수 없었죠. 더군다나 구단 운영에 대한 전권도 주시고…”

“왜 그러십니까! 구단주님 덕분에 선수들이 빠르게 스페인에 적응할 수 있었죠.”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걸 신자영이 더는 볼 수 없었다.

“두 분. 참 보기 좋으십니다!”

두 사람은 동시에 신자영을 쳐다봤다.

“우리 에이전트이자 홍보대사인 자영 씨 도움도 많았지!”

“맞습니다. 덕분에 광고도 많이 따고, 재정 확보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휴.”

신자영이 한숨을 쉬었다.

“무슨 고민 있어? 혹시 연애?”

임청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런 건 아니고요. 내년 시즌이 문제죠. 핵심 맴버들이 스카우트 제의를 많이 받을 테니까요.”

신자영은 침을 꼴깍 삼켰다.

임청수와 강대범의 얼굴이 굳었다.

“아. 그건 좀 난감한데?”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유혹을 이겨내기 힘들 것이다.

상위 리그에서 더 좋은 기회를 잡으려고 할 것이고, 더 높은 연봉을 받을 것이다.

심지어 3부 리그에서도 2부 리그 진출을 위해 꿈FC 선수들에게 접촉할 수 있었다.

3~4명의 보강이 이루어지는 건 상관이 없는데 10명 이상이 물갈이가 된다면 조직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선수들을 지켜낼 것입니다.”

“좋게 생각하자고요! 오히려 1부 리그에서 유망주들을 임대해올 수 있습니다!”

강대범이 임청수를 거들었다.

“맞아요! 어쩌면 우리한테는 마지막 리그일 수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이라…

강대범의 말은 규정을 염두해두고 한 말이었다.

2부 리그부터는 논유럽룰이 적용됐다.

꿈 FC는 한국계 선수들이 반이나 되는 팀이었다. 그래서 논유럽룰을 피해갈 수 없었다.

설령 실력이 좋은 외국계 선수들을 뽑는다 하여도, 남길 수 있는 선수는 세 명뿐이었다.

세찬 FC 시절부터 함께 했던 이순신, 김혁규, 오진성, 윤진섭, 조문돈, 구멍, 보경풍 중 반 이상은 팀을 떠나야 했다.

리그가 올라갈수록 단장, 구단주, 에이전시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하지만 일단은 올림픽이 우선이겠죠?”

임청수의 눈빛은 날카로워졌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이번 올림픽 대표 팀은 역대급이었다.

심지어 개최지는 일본이었으니 적응에도 문제가 없었다.

이순신을 비롯한 김혁규, 임단결도 최종 멤버로 선발됐다.

그리고 와일드카드 명단에는 현재 한국 최고의 공격수인 손민흥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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