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92화 (93/161)

92화. 점수 쟁탈전

권투의 전설 마이클 타이슨의 별명은 핵 주먹이었다.

그러나 말년에 그의 별명은 홀리필드를 깨물고 ‘핵 이빨’로 바뀌었다.

그런 선수가 축구계에도 있었다.

아레스의 젊은 시절 별명이 바로 핵 이빨이었다.

선수를 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첫 번째 사건은,

20대 시절 네덜란드리그에서 상대 팀 선수의 목을 물어뜯고 7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때 정지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영국 리그로 날랐다.

영국에서 잠잠하나 싶었더니, 역시나 개 버릇 남 주지 않았다.

공을 뺏긴 그는 느닷없이 상대편의 팔을 물었다.

“이것 보세요. 저 자식이 날 깨물었다고요!”

당시 아레스에게 물린 수비수는 이빨 자국까지 보여줬다.

“허허. 그럴 리가 없어! 어젯밤 자네 여자 친구한테 물린 거 아닌가?”

심판은 믿지 않았다.

자신의 상식선에서는 축구를 하다가 동료를 깨무는 건 있을 수 없던 일이었다.

이 사건은 축구계에서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먹방(?)’이었다.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만족을 못 한 그는 급기야 월드컵에서도 사고를 치고 말았다.

월드컵에서 상대편 수비수의 어깨를 물었는데 선명한 이빨 자국이 전 세계로 송출됐다.

이에 아레스의 반응이 대박이었다.

“상대 수비수 팔에 맞아서 내 이빨이 더 아프다고!”

그러자 해설위원이 말했다.

“뼈를 물었나 봅니다!”

“푸하하!”

결국, 중계진은 자지러졌다.

이번에도 주심과 부심이 제대로 보지 못했기에 경고는 받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축구협회인 피파가 이를 좌시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A매치 9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며,

코파아메리카와 월드컵 남미예선 경기에 나올 수 없게 됐다.

그 뒤로 그의 핵 이빨 볼 수 없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영입 당시에 특이한 계약조건을 넣었다.

-선수를 물면 연봉을 30% 삭감한다.-

사람 한 번 물었다가 120억이 삭감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성공적인 금융치료였다.

그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결정적인 이유는 어려운 시절부터 함께 만났던 첫사랑 때문이었다.

그녀가 바르셀로나에 있기에 그는 바르셀로나에 어울릴만한 선수가 될 때까지 열심히 노력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그는 더는 사람을 물지 않았다.

그런데!!!

이순신의 엄청난 슛을 보니 입이 근질 근질거렸다.

결국, 참지 못하고 이순신의 어깨를 물어버렸다!

이순신은 재빨리 떨어졌다.

“뭐야!”

이순신은 난생처음 겪어보는 황당한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심판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아레스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웃었다.

“아까운 슛이었어. 이순신이라고?

앞으로 각오해. 좀 거칠어질 수도 있어.”

이순신을 보자 잠들어 있던 투신의 본능이 깨어났다!

그의 눈빛은 한 마리의 맹견 같았다.

‘역시 결승전인가? 쉽게 가긴 틀렸군.’

이순신은 이후 경기가 순탄치 않을 거라고 직감했다.

아레스는 이번에도 경고를 받지 않고 경기가 재개됐다.

아레스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패스를 받기 위해 위치에 섰다.

이순신이 밀착 마크했다.

퍽!

옆구리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와- 아까 당신이 말한 게 이건가?’

아레스는 교묘하게 팔꿈치로 이순신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여태껏 주심들은 아레스가 이빨로 상대방을 깨무는 걸 보지도 못했는데,

팔꿈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툭! 퍽! 훅~

아레스의 은밀한 반칙이 이어졌다.

이순신은 아까처럼 밀착 방어를 하지 못했다.

‘젠장. 왜 거북선은 발동하지 않는 거야!’

[자신에게 악의를 품고 태클하는 선수에게 충격을 100% 되돌려줍니다.]

이순신은 곰곰이 스킬 설명을 떠올렸다.

‘거북선이 발동하지 않는 이유는 악의적이지 않거나, 혹은 태클이 아니어서라는 건가?’

[충무공이 둘 다라고 대답해줍니다.]

이순신은 충격이었다.

‘아니. 태클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아레스가 하는 행동이 악의적이지 않다고?’

이순신은 어이가 없었다.

[축구는 신사적인 전쟁입니다.]

[그의 행동은 정당방위입니다.]

‘뭔 개소리…’

이순신은 처음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옷을 살짝 잡아당기거나, 위협을 해서 상대방을 위축시키는 행위는 비매너적이라고는 해도 반칙은 아니었다.

즉, 아레스는 명성 칸으로 치자면, 악 쪽 계열을 장착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자 이순신도 ‘악’ 쪽을 한 번 착용해볼까 싶었지만, 자신의 길을 굳건히 걸어가기로 했다.

‘상대가 더럽게 나온다고 나 역시 더럽게 나올 필요는 없지. 하지만 가만히 참고 있는 호구가 될 순 없지.’

이순신이 아레스와 거리를 두자 아레스의 반칙도 점점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더 얄미웠다.

‘내가 그 정도로 쫄 거 같아?’

'참을 인' 자 셋이면 호구가 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순신에게 기회가 왔다!

“이순신 선수 공을 잡았습니다! 빌드업을 준비하나요!”

[천자포가 발동했습니다.]

[도깨비 슛이 발동했습니다.]

이순신의 천자포는 골대가 아닌 아레스의 안면을 강타했다!

퍽!

아레스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삐이익-

“아- 이순신 선수가 찬 공을 맞고 아레스 선수가 기절했습니다. 경기가 잠시 중단됐는데요.”

이순신이 재빨리 달려갔다.

기절한 아레스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축구 X같이 하지 마!”

찰싹찰싹.

이순신이 아레스의 뺨을 살짝 쳤다.

[허준이 기절을 치료합니다.]

“으헉!”

아레스가 두 눈을 번쩍 뜨며 깨어났다.

그 순간이었다.

“세상에! 그동안 했던 짓에 대한 벌일까요? 강철 같던 아레스 선수의 앞니 하나가 빠졌습니다!”

선수들은 입을 틀어막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레스가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어? 이가 빠졌네?”

아레스는 대수롭지 않은 듯 넘어갔다.

“미안. 괜찮아?”

생각보다 후폭풍이 엄청나서 이순신이 사과했다.

“물론~ 너 슛이 정말 세긴 세구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순신은 뜨끔했다.

아레스는 오히려 씨익 웃었다.

그동안 자신이 필드에서 했던 악행들이 생각난 모양이었다.

“자. 경기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아레스가 선수들을 다독였다.

AT 감독은 분위기 변화를 위해서 그리즐을 투입시켰다.

“아 꼬레아 선수가 빠질 줄 알았는데, 톱 바로 아래 위치로 내렸습니다.”

“보다 더 공격적으로 가져가서 골을 넣겠다는 뜻이죠!”

그리즐은 프랑스의 공격수로 AT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서 바르샤로 이적했다.

하지만 부진을 겪어서 다시 AT로 임대 온 특이한 케이스였다.

궁극의 AT 공격진이 완성됐다.

그리즐, 꼬레아, 아레스가 끊임없이 포지션 위치를 바꾸며 꿈FC를 현혹시켰다.

스피드, 드리블, 오프 더 볼, 플레이 메이킹 등 공격수가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춘 그는 삼각편대에서 윤활유 역할을 똑똑히 했다.

‘여태껏 겪어본 공격진 중 가장 까다로워.’

이순신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골을 헌납할 수밖에 없었다.

“고오오올!”

“AT 마드리드가 선취골을 넣으며 앞서갑니다!”

“후우-”

이순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 사람의 공격 반경이 너무나 넓어서 혼자 커버하기가 힘들었다.

AT의 최전방 공격수들은 골 득점력이 뛰어났다.

이순신은 벤치 쪽을 바라보았다.

이에로의 작전을 기다렸다.

그는 손가락을 뻗어서 AT 마드리드 쪽을 가리켰다.

“정말요?”

이순신은 깜짝 놀랐다.

이에로가 내린 지시는 ‘골을 넣어라’였다.

‘어차피 한 골도 안 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이에로는 차라리 전반 20분에 한 골 먹힌 게 다행이라고 여겼다.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부어라.’

이에로는 씨익 웃었다.

이순신이 고개를 돌렸다.

보경풍을 향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경풍이 형. 뒤를 부탁해.”

보경풍도 엄지를 들어서 화답했다.

“가자!”

이순신이 수비라인을 올렸다.

본격적인 점수 쟁탈전이 시작됐다.

이순신이 공을 뺏으면 바로 역습을 시도했다.

상대편 역시 공격 위주의 전술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빨리 움직인다면 꿈FC에도 기회가 있었다.

공을 잡은 오진성에게는 다양한 패스 루트가 있었다.

그의 선택은 김혁규였다.

공을 받은 김혁규는 드리블을 하는 척하면서 다시 오진성에게 줬다.

“오진성 선수의 슛!”

오진성이 논스톱으로 슈팅을 때렸다!

슛의 위력은 약했지만, 코스가 워낙 예리해서 튕겨져 나왔다.

“오브라 선수. 공을 쳐 냅니다!”

“윤광섭 선수가 그대로 패스!”

“달려오는 오진성 선수! 다시 슛을 날립니다!”

오브라는 깜짝 놀랐다.

“들어갑니다! 꿈FC의 오진성 선수! 빠른 시간에 따라잡습니다!”

오진성이 세레머니를 펼쳤다.

오브라는 살짝 허탈하게 바라봤다.

‘설마 슛이 안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고?’

오진성은 스스로 슛 파워와 피지컬이 약하다는 단점을 잘 알고 있었다.

거친 라리가에서는 살아남기 힘들었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스스로 진화해야만 했다.

그가 택한 생존방식은 ‘집착’이었다.

그의 역할은 볼 배급.

그러나 공격수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공격수와의 연계를 위해선 좀 더 볼을 쫓아다닐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다시 신은 축구화인가?

상대편 페널티에어리어 안이라면 계속 움직여서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그 집착이 오진성에게 골을 선사했다.

“경기는 1:1로 다시 동점이 됩니다!”

“드디어 양 팀 다 불이 붙기 시작하네요!”

AT 마드리드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아레스와 꼬레아가 지속적으로 꿈FC를 괴롭혔다.

이순신의 지휘로 그들을 잘 막고 있었는데 갑자기 등골이 서늘했다.

‘잠깐! 그리즐은 어디 있지?’

상대편의 윙백이 크로스를 올렸다.

“아레스랑 꼬레아 막아!”

이순신이 전방을 살피고 지시했다.

그런데 저 멀리서 그리즐이 반대편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상대편이 날린 크로스는 다소 길었는데 그리즐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그리즐 선수!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왼발로 터치!”

“그대로 슛! 골입니다!”

전반 35분.

그리즐의 추가 골이 터졌다.

보경풍이 몸을 날렸지만 한발 늦었다.

“하-”

보경풍이 안타까운지 땅을 내리쳤다.

하지만 불과 5분 사이에 꿈FC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이순신이 꼬레아의 공을 빼앗은 후 미친 듯이 질주했다.

“이순신 선수 중앙선을 넘었습니다!”

“막아!”

이순신은 상대편 수비에 걸려 넘어지면서 소중한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아레스, 꼬레아가 수비벽에 가담했다.

‘천자포는 막아냈지만, 이건 막아낼 수 있을까?’

이순신은 천자포가 들어가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오브라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던 엄청난 슛이었지만, 골키퍼의 직감으로 몸을 날렸다.

한 번 막혔다고 포기하면 기회는 또 오지 않는 법이었다.

이순신은 자신의 슛을 굳게 믿었다.

팀의 위기를 몇 번이고 구했던 이 슛을!

이순신은 심호흡하고 슛을 찼다.

[비격진천뢰가 발동합니다!]

오브라는 깜짝 놀랐다.

‘뭐야? 저 위치는 오른발인데 왼발로 찼다고? 저 미친 궤적은 뭔데?’

오브라가 긴장을 한 채 몸을 날렸다.

공은 골문 하단 구석에 꽂혔다.

세계적인 골키퍼도 손쓰지 못하는 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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