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89화 (90/161)

89화. 레알 마드리드 영입착수

꿈FC와 레알 마드리드의 국왕컵 32강전이 펼쳐지기 3시간 전이었다.

그 앞에는 노점이 즐비했다.

맛있는 냄새가 풍기니 그야말로 축제였다.

“오! 저거 맛있어 보이는데?”

뚱뚱한 동네 아저씨가 츄러스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츄러스 하나 주시오.”

“여기 있습니다.”

“어? 어디서 많이 뵌 분 같은데?”

노점상은 그가 굉장히 낯이 익었다.

“수고하십시오.”

그는 씨익 웃으면서 츄러스를 한 입 깨물며 자리를 떴다.

확실히 장사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눈썰미가 좋았다.

그의 이름은 플레티스.

이번에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을 연임한 사람이었다.

시민구단이라 재정이 넉넉지 않음에도 슈퍼스타들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는 다 계획이 있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모은 드림팀을 만들겠다.-

라고 공약을 내세웠다.

“회장님. 그건 불가능합니다!”

“자본은 어떻게 충당하시려고요?”

“기존의 정책대로 유소년을 발굴하고 키워야 합니다. 카시야스나 라울처럼요!”

“나는 다 계획이 있습니다.”

그는 반대하는 사람들을 콧방귀를 끼며 무시했다.

-호나우두. 레알로 이적-

-지단, 레알로 이적-

-루이스 피구까지 레알로?-

-베컴까지… 이게 무슨 일?-

당대 최고의 선수였던 호나우두가 들어왔고, 세계 4대 미드필더라 불리던 지단, 피구, 베컴을 한 팀에 뛰게 만들었다.

그 외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슈퍼스타들이 모두 모였다.

이른바 은하수라 불리는 갈락티코 1기였다.

성적? 당연히 좋았다.

매출? 말할 필요가 없었다.

티셔츠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해외에서 최고라 불리는 선수들과 클럽에서 최고의 아웃풋인 라울, 카시야스, 이에로 등의 적절한 조화로 레알은 단숨에 인기 팀이자 최강의 팀이 되었다.

축구팬들은 당연히 열광했다.

게임으로 해야 가능할 일이 실제로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돈을 쓰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초. 상. 권!

예를 들어 베컴이 나이키와 광고 계약을 하게 된다면,

레알은 초상권을 무기로 계약금 일부를 가져갔다.

선수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건 젬병이었으나 그 외 부가수익 창출에는 확실히 천재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는 법이었다.

그의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골수 레알 팬들과 그의 행보를 질투하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돈으로 축구를 더럽히지 마라!”

“우우-”

“물러나라. 플레티스! 트로피는 돈으로 사는 게 아니다!”

플레티스의 입장은 단호했다.

“저런 것들을 신경 쓰면서 살기엔 인생이 너무 피곤하지 않겠나? 끌끌끌,”

레알 마드리드는 엄연한 시민구단이었다.

시민이 구단주이기 때문에 회장으로 선출된 이는 클럽을 풍족하게 운영해야 했으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의무가 있었다.

그것이 플레티스의 신념이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착하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았다.

돈만 밝히는 사람으로 낙인찍혔지만, 그가 축구를 좋아하고, 선수와 팬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건 변함없었다.

그런 그가 가끔 이렇게 동네 아저씨처럼 편한 복장을 하고 레알 마드리드의 경기를 관람하는 건 소소한 취미였다.

부와 명예를 가졌지만, 행복을 갖지 못한 그에게 이 소소한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다.

‘팬들이 행복하다면 나는 욕을 먹어도 좋다.’

소소함이 과연 그에게 어울리는 단어일까?

어찌 보면 기만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신념을 이루기 위해선 ‘초심’을 중요시했다.

그에게 초심이란 관중의 마음으로 즐기는 축구였다.

“레알 이겨랏!”

VIP석에서 관람을 하는 것과 관중들 속에서 골수팬으로 응원하는 건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오늘은 레알이 몇 점 차이로 이길까? 4부 리그니까 4:0? 7:0?’

그 역시 레알 마드리드가 3부 리그 팀한테 여러 번 자이언트 킬링을 당한 걸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아무리 상대편 감독이 이에로라고 해도 우리 레알 마드리드한테는 어림없지.’

이에로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추천한 것 역시 플레티스 회장이었다.

선수로서의 커리어는 전설 급이라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에로가 국가대표팀 감독을 물러난 후에는 감독으로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레알 마드리드가 4부 리그 팀한테 고전한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나의 레알은 이렇지 않단 말이다!’

그는 포르투갈의 슈퍼스타가 떠나고 그를 대체할 선수를 끊임없이 찾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선수들이 스쳐 지나갔다.

프랑스의 천재 공격수 줄리앙,

대한민국의 슈퍼크랙 손민흥.

노르웨이의 폭격기 홀란드.

중원을 책임질 프랑스의 카마빙가 등.

그들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아자르와 베일은 왜 안 넣는 거야!”

그가 야심 차게 데려온 두 선수는 레알과 전술적으로 맞지 않는지, 비싼 몸값에 비해서 별다른 활약을 못 했다.

현재 레알에서 믿을 수 있는 선수는 갈락티코 1기부터 2기까지 오랜 기간 활약한 라모스였다.

하지만 2골이나 먹히다니.

라모스는 이제 팀을 떠날 때가 된 것인가?

20대 초반에 플레티스는 직접 발 벗고 라모스를 영입했다.

당시 15년 전 라모스의 몸값은 2700만 유로.

현 시세로 380억 원 정도였다.

이마저도 굉장히 비싸다고 난리였지만, 플레티스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라모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이 됐다.

“그런데 상대편에도 라모스가 있네?”

플레티스는 호기심이 생겼다.

‘동양인은 분명한데 어느 나라지?’

그가 아는 동양인은 영국에서 ‘쏘니’라고 불리는 손민흥이 유일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으로 이기긴 했지만,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이순신이었다.

업무에 복귀한 그는 운영진을 긴급 소집했다.

“이순신이란 선수에 대해서 조사해봐. 스카우터도 보내고!”

간만에 회장이 직접 선수를 알아보라고 지시하자 운영진은 비상이 걸렸다.

며칠 후.

운영진이 모두 소집됐다.

브리핑이 시작됐다.

“과거 청소년 대회에서 팀은 탈락했지만, 득점왕을 할 정도로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이며 바르샤에서 귀화를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전력분석관의 발표가 시작됐다.

“현재 대한민국 팀 올림픽 대표 팀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최근 경기에서는…”

플레티스 회장이 손을 내저으며 중지시켰다.

“이 선수가 레알에 오면 어떨 거 같은가?”

플레티스의 촉이 발동했다.

다만 운영진들은 깜짝 놀랐다.

그의 기준은 명확했다.

1. 월드클래스 선수.

2. 잘생긴 선수.

3. 스타성이 있는 선수.

이순신은 2번은 통과였지만, 1번은 조건이 아예 성립이 안 됐고, 3번은 검증되지 않았다.

그들은 생각했다.

‘말년이라 미친 건가?’

‘아내가 죽고 나서 현타가 온 건가?’

‘근래에 슈퍼리그 출범이 엎어져서 상심이 큰가?’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회장님. 일단 이순신은 선수는 월드 클래스가 아닙니다.”

“아직 국가대표에도 뽑힌 적 없는 유망주 단계입니다.”

“팀을 지휘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레알에서 스타성이 발휘될 거 같진 않습니다. 오히려 생활이 너무 FM이죠.”

“대한민국에서는 인기를 끌 수 있으나 그쪽에서 스페인 리그에 대한 관심도는 일본보다도 작습니다. 아마 오쿠보 선수보다 유니폼이 안 팔릴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수가 이적을 거부하고 있는데 바이 아웃도 천억이라고 합니다.”

“천억? 천억이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맞습니다. 그에 비해서 현재 주급은 약 500만 원 선입니다.”

“하하하하.”

플레티스가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그가 웃음을 뚝 끊고 말했다.

“한류가 대세라고는 하나 그건 가수에 한정이지. 축구장에서는 아니야.”

“맞습니다.”

“아무리 물가가 상승했다고 하지만, 라모스를 영입할 때 비용의 3배라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라모스와 비교하면 시장에서의 가치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천억이라… 4부 리그 선수를 그 가격에 데리고 올 미친 팀은 없을 거야. 안 그래?”

“맞습니다. 회장님. 이 건은 없었던 걸로 하는 것이…”

플레티스가 광기를 보이며 말했다.

“천억 준다고 그래. 협상이나 해보자고.”

운영진은 기겁했다.

‘미친 거야. 회장이 미친 게 분명해.’

‘아니야. 플레티스 회장은 다 계획이 있다고!’

그때 운영진 중 한 명이 용기를 내어 손을 들었다.

“그러다가 선수가 덜컥 협의하면요?”

“맞습니다. 천억을 날리게 됩니다! 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구단주의 사유재산이 아니었다.

만약 이순신을 영입하면 반대가 매우 심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플레티스의 생각은 좀 달랐다.

“미래가 유망한 4부 리그 선수를 천억에 산다면 매스컴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뿐더러, 유명 선수만 사 온다는 이미지에서 가치 있는 선수를 사 온다는 이미지로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운영진들은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그래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플레티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논의해보고 결정해보자고.”

RRRRR.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협회에서 걸려온 전화라서요.”

운영진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뭐라고요? 저희가 몰수패라고요? 왜요? 부정선수가 있었다고요?”

레알의 공격수 중 한 명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는데 출전했다.

명백히 감독의 실수이며, 구단의 실수였다.

감독은 이를 눈치채고 마블 박에게 기회를 주면서 시선을 돌리고자 했다.

하지만 어림도 없는 일.

하부 리그에서도 나오지 않는 큰 실수를 저지른 레알은 국왕컵에서 탈락했다.

이에 플레티스 회장은 대노했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기자회견을 열어서 협회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했지만,

협회는 이미 팩스로 통보했단 증거를 언론에 공개했다.

여론이 안 좋게 흘러가자 레알 마드리드는 협회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급기야 레알 마드리드는 조롱의 대상이 되어 조리돌림 당했다.

“멍청이들ㅋㅋㅋㅋㅋ”

“와- 레알의 몰수패라니.”

“국왕컵이랑 레알이랑 맞지 않는 듯.”

“RIP. 아디오스.”

반면 꿈FC는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했다.

“와- 우리가 16강에 진출했어!”

4부 리그 팀이 16강에 진출한 건 최초였다.

“예전에 3부 리그 소속팀인 미란데스팀이 4강까지 올라간 적이 있대.”

“그래? 우리도 4강까지 가보자!”

들뜬 분위기에 신자영이 등장했다.

그녀는 이순신에게 상자를 건넸다.

“순신아. 너한테 선물 왔다.”

보낸 사람은 무려 레알의 플레티스 회장이었다.

“이거 누나가 장난으로 쓴 거 아니죠?”

“아니야. 레알 관계자가 직접 전해주고 갔어.”

“순신아. 뭐해. 얼른 언박싱 해봐!”

선수들이 굉장히 보챘다.

“그러지 뭐.”

이순신도 굉장히 궁금했다.

상자를 연 순간,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이순신이 팀을 떠나서 내년 시즌부터 레알 마드리드에서 뛸 거 같다는 것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