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84화 (85/161)

84화.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라모스의 영향력은 레알 전체로 퍼졌다.

일류일수록 상대를 무시하지 않는다.

봐준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를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그들은 꿈FC를 더는 4부 리그 쩌리 팀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쉬어가는 타임이 결코 아니다. 상대는 생각보다 강하다!’

그렇기에 레알의 선수들은 리그전을 치를 때만큼 진지해졌다.

경기장의 호흡이 달라졌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관중들도 느꼈다.

마치 중력이 갑자기 높아진 느낌이었다.

엄청난 압박감에 꿈FC 선수들은 숨 쉬는 것조차도 버거웠다.

‘이게 중압감이라는 건가?’

그동안 느낀 중압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도 섣불리 덤비지도 않았다.

툭.툭.

굳이 긴 패스나 개인기도 남발하지 않았다.

간결하고 차분하게 차근차근 빌드업을 쌓으며 점유율을 높여갔다.

“레알 마드리드가 드디어 본 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공격이 간결하면서도 매섭습니다.”

주요 공격 루트는 패스와 돌파를 적절히 섞인 측면 공격이었다.

쉼 없이 꿈 FC를 괴롭혔다.

그러나 측면이라면 꿈FC도 자신 있었다.

학익진 자체가 측면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극대화 전술이었다.

4부 리그에서는 이 전술로 상대편을 농락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개개인의 능력에는 소용없는 것일까?

꿈FC가 자랑하던 측면 수비가 너무나 손쉽게 뚫렸다.

“와씨- 뭐가 저렇게 빨라.”

“따라가기도 벅차네.”

“헉헉. 앞으로 스프린트를 몇 번이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꿈FC는 배수의 진 버프를 받아도 막기 벅찼다.

이순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는 부족해. 필사즉생 머시기가 발동해야 할 텐데…’

이순신의 마음도 어느새 버프에 의존할 만큼 약해졌다.

팩트 폭행만큼 가슴 아픈 것이 있을까?

그렇다고 오랜 시간 좌절할 순 없었다.

‘아니지. 일단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 이 정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서는 결코,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없어!’

주장 완장 효과는 팀원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이순신의 마음이 약해지면, 팀원들도 약해진다.

이순신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두려움을 극복한 것이다.

[세컨드 윈드 상태에 돌입합니다.]

극도의 집중력이 숨 막히는 사점을 넘었다.

[세컨드 윈드 더블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여기에 더블까지 쓴다면 능력치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순신은 사용하지 않았다!

더블을 사용한다면 빙의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임단결 선수의 나이스 수비!”

“조문돈 선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습니다!”

이순신은 ‘빙의’ 스킬을 사용하여 임단결과 조문돈을 도왔다.

페널티 에어리어에 접근하기 전에 차단해야 그만큼 위험도를 줄일 수 있었다.

“점점 우리의 움직임을 쫓아오고 있다니…”

선수가 경기를 뛰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훈련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실전을 따라올 수 없었다.

축구에서 살아남는 선수들은 실전을 통해서 성장하는 선수들이었다.

특히 임단결은 레알 마드리드의 플레이를 눈으로 새기고 있었다.

임단결이 온몸을 날려서 커트했다.

측면에서 자꾸 공격이 끊기자,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들은 답답했다.

“크로스 좀 올려!”

“이 자식들이 워낙 달라붙어서…”

“멍청한 놈들아. 네 연봉이 얼만데 그걸 못 제쳐!”

특히 최전방에 있는 벤제마의 짜증 수치가 최고조에 달했다.

마치 라모스가 된 듯했다.

‘골. 골이 필요하다!’

명문 팀의 최전방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할 책임을 지녔다.

그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공격수 티에리 앙리의 후계자라고 불릴 만큼 출중한 능력을 지녔다.

육각형 능력치를 보유한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었다.

어느 포지션에 놔도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는 만능 공격옵션자원이었다.

문제는 그로 인해 골 결정력이 떨어졌다.

플레이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저번 경기에서 부진을 만회할 겸 이번 경기에서는 가볍게 3골 정도 넣고 챔피언스리그를 준비하고자 했는데 꼬였어.’

벤제마는 이 사태의 원인을 파악했다.

이게 다 눈앞에 있는 이순신 때문이었다.

“저 녀석…어린 라모스를 보는 거 같단 말이지.”

어린 라모스는 경험과 노련함은 부족했지만,

패기와 재능은 넘쳐났다.

‘싹이 트기 전에 밟아줘야겠어.’

벤제마는 굳게 다짐했다.

그런데도 이순신은 끈질기게 벤제마를 따라잡았다.

“오늘 이순신 선수가 벤제마 선수를 밀착 마크하고 있습니다!”

“벤제마의 슛!”

“이순신 선수의 발 맞고 벗어납니다!”

벤제마는 안타까운 듯 머리를 붙잡았다.

“그렇다면!”

벤제마는 자신의 장기인 양발 드리블로 이순신을 현혹했다.

마치 발로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듯 화려한 발재간을 펼쳤다.

이순신이 오른쪽으로 몸이 기울자 벤제마가 놓치지 않고 치고 나갔다.

“벤제마 선수의 양발 드리블에 이순신 선수도 손쉽게 당해버리네요!”

그 순간이었다.

이순신이 몸을 재빨리 270도 회전하며 벤제마의 공을 쳐 냈다.

공을 굴러서 옆줄 밖으로 나갔다.

“저럴 수가!”

“이순신 선수가 몸을 돌려서 벤제마 선수를 막아냈습니다.”

벤제마는 당황스러웠다.

‘완벽히 제쳤다고 생각했는데…’

벤제마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이순신이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다친 거 아니겠지?’

벤제마가 넘어진 이순신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줬다.

이순신이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났다.

“너 발목 괜찮냐?”

“완전 멀쩡해.”

벤제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순신의 발목은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위, 아래, 좌·우로 돌아갔다.

“이순신 선수의 부상이 걱정됐는데, 다행히 아무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이순신은 벤제마의 어깨를 두드리며 수비 진영으로 복귀했다.

“옛날에 우리나라 선배 중 하나가 유럽 선수들한테 아시아인이라 발목이 유연하지 못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 정도면 유연하지?”

벤제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친…”

유연하다 못해 문어 저리 가라 하는 수준이었다.

이순신은 자신감이 붙었다.

‘적어도 상대편의 최전방 공격수는 묶어둘 수 있겠어.’

이순신은 흘낏 축구화를 내려다보았다.

‘첫 번째 옵션이 아주 좋은 옵션이란 말이지.’

[발목 가동범위 강화]

[발목의 가동범위가 크게 상승합니다.]

이 능력을 처음 얻었을 때를 이순신은 똑똑히 기억한다.

‘뭐야 이 망옵션은?’

하마터면 그대로 버릴 뻔했다.

[충무공이 심사숙고하라고 말합니다.]

[카이저 코치가 헛기침합니다.]

[똥인지 된장인지를 구분하라고 허준이 질타를 합니다.]

격한 반응을 보니 이순신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성능이라도 테스트해봐야 하나?’

이순신은 ‘시뮬레이션’을 사용했다.

테스트 결과!

경기결과보다 성능을 보고 흥분했다.

‘할 수 있는 게 많잖아!’

이순신은 왜 그들이 그렇게 말렸는지를 깨달았다.

오히려 그들의 말을 무시했다면, 바보 멍청이가 될 뻔했다.

발목 가동범위가 미친 듯이 강화되니 부상 확률이 매우 낮아졌다.

유연한 발목은 상대의 강력한 태클을 흘리고, 충격을 흡수했다.

그 말인즉슨 점프를 하고도 빠른 동작 전환이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매우 마음에 들어!’

덕분에 벤제마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에 대응하기에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특히 방금 같은 빠른 회전을 펼칠 수 있으니 수비력에도 큰 도움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의 스로인!”

이순신이 재빨리 커트했다.

손을 들어 역습 사인을 보냈다.

‘알았어!’

일제히 꿈 FC 선수들이 달렸다.

이순신이 뛰자 마치 거대한 날개가 펄럭이는 거 같았다.

저 멀리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핵심인 카세미루가 달려오고 있었다.

분명 혼자서 달려오고 있는데 마치 ‘들소 떼’처럼 보였다.

이순신이 상대편 골대를 응시했다.

‘여기서 한 번?’

‘발목 가동범위 강화’는 수비에만 쓰이는 기술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패시브이자 응용기술이었다.

이순신은 중앙선을 넘자마자 슛을 갈겼다.

[천자포가 발동했습니다.]

뻐어어어엉!

공이 카세미루의 얼굴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카세미루가 움찔했다.

‘내가 공을 피하다니…하지만 맞았다면 죽었을지도 몰라…’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공의 속도를 멈출 줄 몰랐다.

“설마!”

꿈FC 팬들이 모두 일어났다.

퉁!

엄청난 슛은 그대로 날아가서 레알 마드리드의 골대를 맞췄다.

“아…아깝습니다! 엄청난 골이 터질 뻔했습니다.”

“아-”

꿈FC의 팬들은 일어선 채 탄식했다.

조금만 낮았더라면, 2:1로 앞서나갈 좋은 기회였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니.’

라모스와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 조는 같은 생각을 했다.

그들이 할 수 있었던 건 그저 공 소리를 듣는 것뿐이었다.

[도깨비 천자포가 발동했습니다.]

강력해진 발목 힘+도깨비 슛+천자포의 콜라보레이션 이었다.

아쉽게도 이순신은 반동 효과로 시야가 차단돼서 볼 수 없었다.

라모스는 울컥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라모스는 받은 만큼 돌려줘야 직성이 풀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공격을 퍼부었다.

실속은 없었다.

흥분은 침착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체력을 점점 떨어지게 했다.

하지만 레알은 레알이었고, 라모스는 라모스였다.

“라모스 선수!!! 그대로 슛!”

라모스의 분노가 담긴 중거리 슛이 발사됐다.

[방패연을 발동합니다.]

이순신의 몸이 재빨리 공을 향해 날아갔다.

툭!

이순신의 발에 맞은 공은 궤도가 변경됐다.

“보경풍 선수! 몸을 날려서 막아냅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코너킥이 이어집니다.”

라모스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씩씩거렸다.

이순신은 침을 꼴깍 삼켰다.

‘저 자식도 스킬이나 상태 창 같은 게 뜨나?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걸 부어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 차…’

그만큼 라모스는 대단한 선수였다.

‘하지만 난 이길 거야. 그래야만 하고.’

이순신은 이제 라모스에 대한 질투를 넘어서서 꼭 이기고 싶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코너킥!”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더가 코너킥을 날렸다.

“단결이는 미드필더 막고, 벤제마는 내가 막을게!”

이순신의 지휘로 꿈FC는 위기를 넘겼다.

레알 마드리드는 빠르게 복귀했다.

꿈 FC의 반격이 시작됐다.

언더독은 하지만, 자이언트는 하지 않는 것.

그것은 맞춤 전술이었다.

이에로와 분석관들은 레알 마드리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측면을 이용한 오버래핑,

이순신의 중거리 슛!

볼이 흘러나올 것을 믿고 달리는 혁규, 진성, 광섭.

꿈 FC는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젠장! 왜 안 뚫리는 거야!”

이유는 간단했다.

라모스의 레알은 약하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좋은 기회는 프리킥을 얻은 것이다.

[비격진천뢰를 사용하시겠습니까? (4/4)]

[확률 : 15%]

모든 횟수를 쏟아부어도 성공확률은 고작 25%였다.

‘와- 암울하네.’

위치조차도 발등으로 때리기 힘든 조건이라 도깨비 슛의 발동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때 이순신의 눈에는 오진성이 보였다.

“진성아 이번엔 네가 차.”

“뭐?”

“플랜 C 있잖아. 그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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