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쌍룡검
[히든 퀘스트 완료 : 1부 리그 팀을 상대로 약발로 골을 넣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쌍룡검 –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발렌시아와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세트피스는 매우 중요한 무기였다.
과거 수원이 바르셀로나를 세트피스 골로 이긴 전력도 있었다.
그만큼 약팀이 강팀을 이길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이었다.
그 중요한 순간에 이순신은 비격진천뢰의 모든 횟수를 사용했다.
심지어 약발의 성공확률은 50%.
주발의 성공률보다 20%나 낮았다.
‘들어가거나, 들어가지 않거나…’
이순신은 그럼에도 시도해보는 방향을 선택했다.
‘이번에 넣기만 하면 앞으로 나는 더욱더 강해질 수 있어…’
실패한다면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천지현황포 있고, 방패연도 있고, 무엇보다 믿음직한 동료들이 있으니까.’
그렇기에 이순신은 중요한 순간에 승부를 걸었다.
결과적으로 이순신의 판단은 옳았다.
발렌시아를 이길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졌다.
“들뜨지 마. 아직 경기 끝난 거 아니야!”
[호랑후가 발동했습니다.]
이순신이 선수들의 흥분과 자만심을 한 번에 날려버렸다.
발렌시아 선수들은 한 골 먹히자 눈빛이 달라졌다.
“대충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1부 리그 선수들답게 뛰어난 패스와 움직임을 선보였다.
“드디어 발렌시아가 제대로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환상적인 2:1 패스.”
그러나 이순신이 그전에 상대방의 패스를 차단했다.
“이순신 선수! 상대편의 공격수에게서 가볍게 공을 빼앗습니다.”
처음에 발렌시아 선수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확실히 기존 선수들보단 뛰어나. 하지만 어디까지나 4부 리그 수준. 저 정도로는 어림없지.”
그런데 발렌시아의 공격이 번번이 이순신에게 막혔다.
정확히 말하자면, 발렌시아 2군이 가벼운 마음으로 뚫을 순 없었다.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이상 이순신은 뚫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 자식 도대체 주발이 뭐야?’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태클을 하는 이순신의 벽은 한층 더 두꺼워졌다.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고 태클과 커트가 들어왔다.
공격수 입장에서는 이순신과의 1:1이 점차 두려워졌고, 공을 돌렸다.
“이전보다 태클이 더 좋아진 거 같은데요?”
“맞습니다. 비시즌 동안 약발을 많이 단련한 거 같아요. 슛을 자유자재로 쓰는 선수는 봤어도, 태클을 자유자재로 쓰는 선수는 처음 봤습니다.”
쌍룡검 뿐 아니라 자신감이 붙은 이순신의 컨디션은 이날 최고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특히 이순신에게 공격적인 부분을 기대하던 팬들이나 감독 입장에서도 오늘만큼은 호수비를 더 기대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지켜서 이길 생각이 없었다.
최선의 방어는 최선의 공격!
특히 쌍룡검은 빌드업에서도 쓰였다.
“공을 잡은 이순신, 오른발로 왼쪽에 있는 선수에게 길게 롱패스를 합니다!”
이에로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코치에게 물었다.
“오늘 이순신의 롱패스가 몇 번 있었지?”
“9번입니다.”
“패스 방향은?”
“왼쪽 3회, 중앙 3회, 오른쪽 3회입니다.”
이에로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리그에서는 왼쪽과 중앙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골고루 패스를 시도하고 있군. 경기를 하면서도 성장하는 타입이라. 알면 알수록 재밌는 선수란 말이지.’
당황스러운 건 발렌시아의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공을 잡은 이순신이 스윽 보더니 오른쪽에서 상대편 선수가 달려들었다.
역동작을 걸어서 이순신이 상대편을 속인 후 여유롭게 왼발로 길게 넘겨줬다.
“도무지 패스 타이밍을 잡지 못하겠어.”
“쟤 이름이 뭐라고?”
말해줘도 모를 것이다.
외국인들은 받침이 두 개만 들어가도 발음을 힘겨워했다.
전반 30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이순신이 참고 참았던 공격 본능을 폭발시켰다.
[지자포가 발동했습니다.]
쌍룡검 덕분에 한 박자 빠른 슈팅이 가능해졌다.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박자도 빠르고, 양발이라 예측도 불가능했다.
심지어 슛 파워도 엄청나서 자연스럽게 수비수들이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순신이 형은 대체…”
벤치에서 이광인은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유심히 살폈다.
만약 나라면?
그러면서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이순신과의 대결을 시뮬레이션했다.
중앙 수비수와 공격형 미드필더였기에 두 사람은 자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이순신이 찬 슛이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젠장!”
이순신이 땅을 걷어찼다.
[반동 효과로 경직이 발동합니다.]
이순신의 수비 복귀가 늦어졌다.
하지만 해설자 시점에서는 그저 방금 찬 슈팅이 아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매우 아까운 슛이었습니다.”
“이순신 선수가 경기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발렌시아 감독도 전반전이 얼마 남지 않자 표정이 심각해졌다.
“진짜 우리를 이겨 볼 생각인가? 우리 팀을 많이 분석하고 나왔군.”
그도 오랜만에 피가 끓어올랐다.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주문했다.
그러자 제법 매서운 공격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기세에 밀려서 정신을 못 차려야 정상인데…”
이순신이 지휘하는 수비진은 침착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조문돈 선수. 깔끔하게 걷어 냅니다!”
조문돈에게 축신이 빙의가 됐는지 환상적인 수비를 펼쳐내고 있었다.
“다 덤벼! 이 자식들아!”
한 번 심어준 공포는 발렌시아 공격수들을 위축되게 만들었으니까.
“돈! 돈돈!”
“다들 미쳤나?”
왜 관중들이 자신을 응원하는지 모르는 조문돈이었다.
그러나 그는 텐션이 오를 대로 올랐다.
그에게 오늘이 인생 경기나 다름없었다.
전반 44분.
“으윽!”
조문돈이 상대방의 측면 공격을 저지했다.
하지만 쥐가 났다.
10분 동안 조문돈은 자신의 한계 이상의 능력을 발휘했다.
선수교체를 준비하려고 했지만, 조문돈이 거절했다.
“문돈이 형. 열심히 했어.”
“아냐. 조금만 버텨볼게.
조금만 더 버티면 후반전이야. 그럼 15분 동안 응급처치를 할 수 있어.
소중한 교체카드 한 장을 낭비할 수 없잖아.”
이순신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아. 조문돈 선수 교체됩니다.”
“이순신!”
“1분이나 남았어. 형이 한 번만 뚫려도 동점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야.”
이순신은 단호했다.
조문돈은 이를 꽉 깨물었다.
“미안하다. 체력훈련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
조문돈은 자신의 부족함을 한탄하며 밖으로 나갔다.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이 울립니다. 발렌시아가 4부 리그 팀한테 일격을 당했습니다!”
꿈 FC는 다행히 추가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모두 들뜨지 마라. 아직 경기가 45분이나 남았다.”
이에로는 선수들을 흥분된 선수들의 기분을 진정시켰다.
“그래. 침착하게 후반전을 대응하자!”
이순신이 선수들 다독였다.
“후반전은 철저하게 역습 위주로 갈 것이다. 상대 팀이 조급해질수록 빈틈이 생길 것이다. 그 순간이 우리가 추가 골을 넣을 기회다. 알겠나?”
“넵!”
사실 이에로는 아쉬웠다.
축구가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이 쭈욱 이어졌다면 90분 후에 승자는 꿈FC가 됐을 것이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1부 리그 팀이다.
그것도 중상위권에서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하며 명문의 자리를 지켰다.
이 정도의 시련은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후반에 변할 발렌시아의 전술이나 마음가짐이 신경 쓰였다.
그의 예상대로 발렌시아 라커룸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우린 1부 리그 팀이다. 여기서 이러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아닙니다!”
“발렌시아의 미래들이 4부 리그 팀한테 발목 잡혀서야 되겠나?”
“아닙니다!”
“가라. 박쥐들아. 전반전이 아침이라면 후반전은 밤이다. 우리들의 시간이다!”
“넵!”
발렌시아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다.
명문구단의 일원임을 잊지 말자.
그것만으로도 발렌시아 선수들이 힘을 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발렌시아 감독은 전반전에 뛴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그대로 기회를 부여했다.
‘뛰고 싶다.’
다른 어떤 선수보다도 이광인은 더더욱 뛰고 싶었다.
후반전이 시작됐다.
확실히 전반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더는 발렌시아 선수들에게 방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체계적인 전술로 꿈 FC를 서서히 공략했다.
“발렌시아의 측면 공격이 통하지 않고 있어요!”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발렌시아는 꽤 정직하게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꿈 FC의 전술은 엄청나게 변칙적이었다.
특히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가는 것이 꿈 FC의 주된 전술이었는데 그 시발점이 다양했다.
이순신, 임단결, 하비, 김혁규, 윤광섭, 오진성 등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이 언제든 공격을 준비했다.
특히 이순신과 임단결의 스위칭은 후반이 되자 본격적으로 발동했다.
“한때 바르샤 트리오라고 불리던 임단결 선수가 포지션을 변경했군요. 그런데 수비에서는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는데 엄청난 오버래핑입니다!”
임단결은 스피드만큼은 누구한테도 지기 싫었다.
“지금이다. 단결!”
이순신이 신호를 주자, 임단결은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노린 침투를 시도했다.
수비를 여럿 달자 오진성과 윤광섭에게 기회가 생겼다.
‘내 역할은 골을 넣는 게 아니야.’
그야말로 상대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라인 브레이커’였다!
이순신이 뒤에서 잘 버티고 있기에 임단결은 마음 놓고 적의 진영에 다녀올 수 있었다.
‘우리의 공격은 저렇게 단조롭지 않아.’
이광인은 보면서 답답했다.
발렌시아는 측면 공격이 막히자 중앙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공격진이 우물쭈물하다가 뺏기기 일쑤였다.
‘내가 저기에 있었다면…’
이광인의 머릿속에는 학익진을 깰 패스 루트가 보였다.
하지만 기회가 없었다.
도리어 꿈 FC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에로 감독의 예상대로 조급해진 발렌시아의 공격수는 실수했다.
“이순신 선수. 재빨리 공을 커트합니다. 꿈 FC가 역습을 시도합니다!”
이순신이 드리블을 시도하자 진영 전체가 따라 움직였다.
“모두 공격!”
이에로의 학익진은 과거 네덜란드의 토탈사커같은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변형이었다.
수비수인 이순신이 공격을 시도하면 전원 공격을 시도했다.
“빠…빨라.”
발렌시아 선수들이 빠르게 수비 진영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공은 이미 오진성에게 도착했다.
그는 재빨리 김혁규에게 전달했다.
“김혁규!”
해설자가 깜짝 놀랐다.
김혁규가 미칠 듯한 스피드로 스프린트를 시도했다.
‘혁규도 많이 늘었는데?’
김혁규의 신체적인 능력을 살펴보니 열심히 훈련한 티가 났다.
“과감히 때리자. 혁규야!”
[주장 완장 효과가 발동합니다.]
[스킬을 공유합니다.]
[김혁규 선수가 지자포를 사용합니다.]
김혁규의 강력한 슛이 발렌시아 골망을 흔들었다.
“꿈 FC가 2:0으로 앞서갑니다!”
경기장에 있는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남은 시간은 30분.
자이언트 킬링이 진짜로 일어날 기미가 보였다.
“이 스코어를 잘 지키자! 몸이 부서지더라도 막자!”
[호랑후를 발동했습니다.]
[주장 완장 효과가 발동합니다.]
[스킬을 공유합니다.]
[천지현황포 -> 방패연으로 변경됩니다.]
이순신 역시 남은 시간 동안 지킬 생각을 했다.
발렌시아로써도 승부를 걸어야만 했다.
그런데 최악의 상황이 그들에게 닥쳤다.
후반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렌시아 수비수가 사고를 쳤다.
“아. 발렌시아 수비수가 오진성 선수에게 거친 태클을 날렸습니다.”
“레드카드!”
발렌시아 감독의 눈빛이 매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