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강력한 특별 게스트
때에에엥.
임단결의 귓가에 종소리가 들렸다.
신의 계시였다!
“풀백으로 포지션 이동하겠습니다.”
임단결은 우렁차게 대답했다.
이순신이 씨익 웃었다.
“단결아. 잘할 수 있을 거야.”
“네!”
이순신은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그가 성공을 하리라는 보장은?
그건 이순신도 모른다.
다만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게 싫었다.
다른 선수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축하해. 단결아! 앞으로 잘해보자.”
“잘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선수들의 환영회가 열렸다.
감독도 그간의 고생을 잊고,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답답함을 참지 못한 임청수가 물었다.
“감독님. 정말 임단결이 풀백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겁니까?”
“그렇소.”
“아니 무엇 때문에요?”
“그건 지켜보면 알 것이오.”
이에로가 씨익 웃었다.
임청수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꿈 FC는 ‘함께’라는 슬로건 때문에 한국 선수 + 지구촌 팀이 되었다.
혼혈인 하비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했다.
지구촌 팀에 붙었다.
“난 군대 가기 싫으니까 일단 스페인 팀으로 할래!”
꿈FC의 인원은 23명.
연습 경기에서 11:11로 나눌 수 있을 정도였다.
서로 지지 않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모두들 이에로의 가르침을 잘 따라 왔다.
구단주실에서 강대범, 임청수, 이에로가 모였다.
“선수 선발은 이 정도면 끝난 거 같고…그런데 공격수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좀 아쉽네요.”
“맞아요. 고미가 작년 시즌에 워낙 잘해준 것도 있지요.”
“걱정 말아요. 쓸 만한 공격수가 없으면 공격수를 안 쓰면 되니까.”
임청수의 머릿속에는 무언가 스쳤다.
“설마 제로톱?”
“맞소. 그런데 한국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재미난 걸 발견했소.”
이에로가 칠판에 무언가를 그렸다.
거대한 U.
“U? 무슨 뜻이죠?”
“음. 당신들은 당연히 알아볼 줄 알았는데?”
“학익진?”
임청수가 외쳤다.
“맞습니다. 우리의 공격과 수비는 측면으로 시작해서 측면으로 끝날 것입니다.”
이에로의 파격적인 전술에 임청수는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만화 같은…”
“오- 단장. 틀에 얽매이면 안 돼요.”
임청수는 자신이 나름 신세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제 이렇게 꽉 막힌 사람이 된 것일까?
자본주의의 날개를 단 이에로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특히 연습 때 보여준 임단결 사용법을 보고 임청수는 깜짝 놀랐다.
그동안의 꿈 FC의 공격은 이순신의 발끝으로 시작되는 후방 빌드업이 주 무기였다.
그런데 꿈 FC의 공격 루트가 하나 더 생겼다.
임단결로부터 시작되는 측면 공격이었다.
임단결의 임무는 중앙 침투였다.
측면에서 헤집어 놓으니 자연스럽게 오진성, 이순신, 김혁규, 윤광섭에게 기회가 생겼다.
“잘했어. 단결!”
“고마워요. 순신이 형!”
여기에 경기 중에 이순신과 포지션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했다.
항상 센터백 위치에만 있던 이순신이 측면으로 갔을 때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다만 아직 수비력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순신이 튜더가 되어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줬다.
“야. 나도 좀 알려줘…”
조문돈은 공부라면 치를 떨었지만, 난생처음 학구열이 불타올랐다.
“형도 얼른 와.”
이순신이 부르며 손짓했다.
조문돈은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달려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꿈 FC는 변신 로봇을 보는 거 같았다.
임청수는 연습 경기를 보면서 확신이 들었다.
“구단주님. 우리 리그 열리면 사고 치겠는데요?”
“그러게 말이죠. 이에로 감독. 볼수록 대단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이 미친 전술을 수행하기 위해선 요구되는 것이 있었다.
‘체력’이었다.
그냥 체력도 아닌 미칠 듯한 체력!
90분이 아닌 120분은 뛰어야 할 체력이 필요했다.
강대범은 걱정됐다.
“선수들이 혹사당하는 거 아닌지…”
“남보다 한 발 더 뛸 수 있다면 기회는 한 번이라도 더 오는 법이죠.”
전술이 시시때때로 변하니, 배울 것은 많지만 다들 재밌어했다.
임청수는 결단을 내렸다!
“스페셜한 체력단련 코치를 제가 쌈박하게 모셔오겠습니다.”
“오- 아는 사람이 있나요?”
“체력하면 그거 아니겠습니까?”
임청수는 어디론가 연락했다.
***
“여긴가?”
한 남자가 꿈 FC 홈구장에서 몸을 풀었다.
30분쯤 지났을까?
꿈FC 선수들이 도착했다.
‘누구지?’
운동장에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남자를 보며 긴장했다.
“아저씨. 여기 막 들어오고 그러면 안…”
“잠깐만. 문돈이 형.”
이순신이 조문돈을 제지했다.
선수들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일반인은 아닌 거 같은데?”
“그렇다고 축구 선수는 아닌 거 같아.”
“미식축구 선수 같은데?”
조문돈이 회심의 드립을 날렸다.
역시나 아무도 웃지 않았다.
그 의견에 다들 동의했다.
그는 엄청난 몸을 가졌다.
역도선수 같은 탄탄한 근육,
요가강사를 보는듯한 유연성,
몸을 풀더니 축구 골대에서 턱걸이를 하는데 한 마리의 나비가 춤을 추는 거 같았다.
“우와-”
선수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그때 임청수가 누군가와 함께 나타났다.
“어서들 와라. 너희들을 위해 특별 게스트를 섭외했다.”
“안녕하십니까? 김용범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데이비드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임청수 옆에 있던 사람이 인사했다. 그 역시 엄청난 몸을 가졌다.
“어? 한국 최초로 크로스핏 게임즈 우승자! 데이비드 킴?”
“오래전 일인데 기억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데이비드가 씨익 웃었다.
“광섭아! 오랜만이다! 이제는 완전히 운동선수 같은걸?”
운동장에서 몸을 풀던 사람도 어느새 다가왔다.
그는 윤광섭과 등을 두드리며 포옹했다.
“어? 지원이 형!”
윤광섭이 상기된 얼굴로 윤지원을 소개했다.
“나 아이돌 시절 때 P.T 해주셨던 크로스핏 코치님이셔!”
“크로스핏?”
“헐…”
이순신을 비롯한 선수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모두 크로스핏이란 운동에 대해서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뭐 광섭이가 간략하게 소개해줬지만, 정식으로 소개해줄게.
전 크로스핏 세계챔피언이자 지금은 먹방 BJ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이쪽은 크로스핏 세계 대회에서 6년 동안 연속 우승을 한 윤지원 선수다.”
한마디로 말해서 단순히 개척자가 아니라 한국 스포츠 환경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데 해당 분야에서 1등을 찍어버린 사람이란 뜻이었다.
그런 사람과 같이 운동을 한다면 훌륭한 동기부여였다.
“안녕하십니까? 앞으로 한 달간 여러분들의 체력을 확실하게 끌어올려 드리겠습니다.”
“더불어 멘탈도 탈탈 털어, 아니 강화시켜드리겠습니다.”
[충무공이 명복을 빕니다.]
선수들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쇼!”
데이비드와 윤지원이 무언가를 끌고 왔다.
그러더니 그 안에서 검은색 조끼를 꺼냈다.
“입으십시오.”
하비가 제일 먼저 받았다.
“홀리쉣! 이게 뭐야!”
쿵!
둔탁한 소리가 났다.
“이건?”
“9kg짜리 중량 조끼입니다.”
“설마 저희보고 이걸 입고 운동하라는 건 아니죠?”
이순신이 물었다.
“당연히 쓰려고 가져온 거죠. 오늘은 첫날이니까 가볍게 1시간 코스로 준비했으니 몸이나 풀죠.”
가볍게?
누군가의 최대 중량이 누군가에게는 연습 무게라는 말처럼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조끼를 나눠줬다.
“나 이거 만화책에서 본 적 있어…”
선수들이 조끼를 입는 순간 답답했다.
“숨이 안 쉬어져.”
선수들은 조끼를 입고 간단한 몸풀기를 시작했다.
5분쯤 지났을까?
땀이 주륵주륵 나기 시작했다.
“보기 좋다. 얘들아~”
임청수가 흐뭇한 얼굴로 아이스커피를 빨며 응원했다.
“아니 우리 굴리려고 이걸 한국에서부터 가지고 온 거야?”
조문돈이 궁시렁거렸다.
“스페인에도 이런 거 팔아. 그리고 코치님 스페인에도 지부가 있어.”
윤광섭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데이비드는 최초로 크로스핏 게임즈에서 우승한 후 그야말로 슈퍼스타가 됐다.
그 뒤, 한 로봇회사와 벌인 인간 VS 로봇의 크로스핏 대결에서 모든 걸 쏟아부은 후 은퇴했다.
그런데 그의 재능은 지도자로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윤지원이란 후계자를 제대로 키워냈다.
그 뒤 세계 각지에 지부를 설립했다.
마드리드에도 당연히 지부가 있었다.
“자! 몸도 풀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해봅시다.”
윤지원이 오늘 할 운동프로그램을 적었다.
“오늘의 와드는 머프(MURPH)입니다.”
데이비드가 간단히 와드가 무엇인지, 머프가 무엇인지 설명했다.
와드는 오늘 할 운동이고, 머프는 운동프로그램 이름이었다.
“타임 캡은 축구 경기 시간과 똑같은 45분 드리겠습니다.”
“45분은 무슨, 30분이면 하겠구만!”
조문돈이 큰소리쳤다.
그는 자신에게 닥칠 미래를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그냥 하면 재미없겠죠? 45분 내에 들어오신 분들은 다양한 운동용품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반면 45분 넘으신 분들은 벌칙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뮤튜버답게 예능을 하듯 훈련을 할 모양이었다.
“그리고 90분이 넘으면 구단주님, 단장님, 감독님과의 3:1 면담이 예정되어있습니다.”
90분만은 넘지 말자!
선수들은 이러한 각오를 다지며 훈련에 임했다.
“일단 가볍게 몸 푼다고 생각해요.”
9KG의 중량 조끼를 입은 채로, 1.6KM를 뛰는 것이었다.
“저보다 빨리 가고 싶으신 분들은 빨리 가셔도 됩니다.”
“으아아아!”
그러자 조문돈이 치고 나갔다.
용품이 탐난 게 아니었다.
그냥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는 멋지게 자신을 증명했다.
“하아. 하아.”
1.6KM를 힘차게 달렸지만, 20분간 땅바닥에 누워있었다.
“역시 1.6KM는 아무것도 아니군요. 다음은 턱걸이 100개입니다.”
데이비드와 윤지원이 그룹을 나눠서 턱걸이를 보여줬다.
스트릭트가 아닌 반동을 이용한 턱걸이!
“악!”
“하아. 하아”
“젠장!”
글로벌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축구는 다리로 하는 운동이지만, 의외로 팔의 역할도 중요했다.
달릴 때 팔을 앞뒤로 내젓지 않으면 속도를 내기 힘들다.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도 팔이 필요했고,
상대 팀과의 자리싸움과 견제를 할 때도 팔은 중요했다.
“아 뒤질 거 같아.”
“벌써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다음은 뭡니까?”
데이비드가 고개를 돌렸다.
이순신과 눈이 마주쳤다.
마치 느와르 영화에서 볼법한 강렬한 눈빛이었다.
“푸쉬업 200개.”
데이비드가 씨익 웃었다.
“알겠습니다.”
이순신은 잔디에서 곧바로 푸쉬업을 시작했다.
‘이순신이라고 했나? 처음 착용하는 중량 조끼에 평소에 하지 않는 훈련으로 멘탈이 흔들릴 법도 한데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어.’
데이비드는 흥미롭게 이순신을 지켜보았다.
푸쉬업이 끝난 뒤 곧바로 이어지는 스쿼트도 안정적인 자세와 속도로 가장 먼저 시작했다.
“이순신 선수. 근성 대단한데요? 자세도 아주 좋고요!”
데이비드는 알지 못했다.
이순신에게 퀘스트가 발생했다는 것을.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40분 이내로 머프를 끝내십시오.]
[보상 : 신자영의 호감도 상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