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62화 (63/161)

62화. 입단 테스트

임단결.

이우승, 천승호와 함께 바르샤 3인방으로 기대를 모은 선수였다.

성격은 조용했으나, 남다른 승부욕을 가진 선수였다.

다만, 스타성과 운이 부족했다.

이순신이나 이우승처럼 입담이 뛰어나지도 못했고, 천승호처럼 피지컬이 좋은 선수도 아니었다.

빠른 속도와 드리블이 유소년 수준에서는 먹혔을지 몰라도, 성인 무대에서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유망주보호법에 걸려서 훈련과 경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청소년 대표팀 차출에 구단이 적극 협조했다.

그러나 이번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대표팀 탈락.

그것은 바르셀로나 방출로 이어졌다.

“단결. 미안하다. 우리의 여정은 여기까지일 거 같다.”

“알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것이 바르셀로나와 임단결의 마지막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경기를 뛰어야 해.”

그의 선택은 유럽의 변방리그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훗날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찌감치 K리그로 복귀했다.

-임단결. K리그와 계약 체결!

바르셀로나란 이름값 때문에 팬들의 기대치는 높았다.

ㄴ 도대체 임단결은 언제 데뷔하는 거임?

하지만 경기에 나올 수 없었다.

이번에도 부상이었다.

“젠장! 뭐만 하려면 부상이야!”

본인이 가장 안타까웠다.

경기 감각을 찾기 위해 3부 리그에 임대되었다.

“바르샤 출신인 내가 지금은 3부 리거라니.”

어릴 적 기대치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이제는 실패한 유망주라는 타이틀이 그의 머리 위에 둥둥 떠다녔다.

그러던 중 꿈 FC 공개 테스트를 보았다.

“꿈 FC라면 순신이 형이 있는 곳?”

한때 이순신은 그에게 있어서 동경의 대상이었다.

우월한 피지컬과 스타성.

그리고 한 발짝 앞서는 월반.

임단결은 늘 부러웠다.

“그러고 보니 순신이 형 꿈 FC에서도 재기에 성공했지…”

부상 중인 상태라 세컨드 찬스에는 참가 못 했다.

하지만 방송은 매주 챙겨봤다.

“저기에 나도 있었으면…”

이제는 부러움을 넘어 존경심이 들었다.

축구 선수에게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건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는데 화려하게 부활했다.

“어쩌면 나에게도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어…”

리그의 수준으로만 논하면 K3 리그가 스페인 4부 리그보단 훨씬 높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축구를 한 시간보다 스페인에서 공을 찬 시간이 훨씬 더 긴 임단결이었다.

“해보자!”

임단결은 구단에게 정중히 요청했다.

구단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 즉시 테스트에 지원했다.

그리고 최종 5인에 선발됐다.

슈우웅.

임단결은 스페인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리하여 꿈 FC에서 2주간 최종 테스트를 볼 수 있게 됐다.

“안녕하십니까? 임단결입니다. 나이는 21살. 포지션은 윙어입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네임드는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쟤 우리 팀에 들어오면 우리 중 하나는 방출되는 거 아냐?”

“위치가 어느 쪽이야?”

“주로 왼쪽이지만, 그런 거 안 가려. 다 잘 뛰어.”

윤광섭이 침을 꼴깍 삼켰다.

오른쪽만 뛸 수 있는 자신에 비해선 임단결이 더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뭘 그렇게 쫄아?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면 알겠지?”

이순신이 윤광섭을 격려했다.

“쟤네들이 현지에서 선발된 애들인가?”

다른 쪽에서 선수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피지컬, 다양한 나이를 가진 선수들이 등장했다.

한국에서 5명, 현지에서 20명이 모두 모였다.

“꿈 FC 입단 테스트에 참여해줘서 고맙다. 우리는 4부 리그 우승과 국왕컵을 목표로 이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부디 너희들과 우리들에게 행운이 따르길 빌겠다.”

현지에서 뽑힌 선수들의 표정에는 거만함이 가득했다.

이름도 없는 동양의 작은 나라,

멍청하게 4부 리그에서 돈을 쏟아붓고 있는 졸부국으로 치부했다.

삐이이이익-

본격적인 입단 테스트가 시작됐다.

“얘네들 기본은 하는데?”

김혁규가 살짝 놀랐다.

이순신 역시 그들의 실력을 살펴보았다.

다른 구단보단 비교적 급여가 좋기 때문에 생각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모였다.

훈련 태도, 연습 경기, 전술 응용력을 종합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우리가 꿀릴 정도는 아닌데?”

현지에서 뽑힌 입단 테스트 생들은 즐기면서 축구를 했다.

단 한 가지,

간절함이 없었다.

물론 과한 간절함은 몸을 굳게 만들고 선수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든다.

그러나 꿈 FC는 달랐다.

간절함과 즐거움이 적절하게 섞였다.

한국에서 이곳에 올 때 가벼운 마음으로 온 선수는 없었다.

스페인의 외인구단.

축구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왔다.

그러면서 스페인식의 축구를 배우며 그들은 즐겁게 축구를 하는 법을 깨달았다.

자신감이 상승한 건 당연했다.

“요즘 연예인 중에 누가 잘 나가?”

“저번에 그 드라마 봤어?”

“오늘 저녁 치킨?”

이런 것들이 한국의 평범한 20대의 대화라면,

“거기서 공을 잡으면 치고 달리는 게 좋을까?”

“왜 난 그때 태클을 했던 것일까?”

“오프사이드 트랩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발적으로, 즐기면서 전술에 대한 고민했다.

“괜찮아! 다시 한번 해보자!”

심지어 분위기 자체가 연습 때는 실수를 용납하는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잠재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

“얘네들 뭐야? 동양 애들 축구 못한다고 하지 않았어?”

“단순히 돈으로만 올라온 건 아닌가 봐.”

“똑바로 하자. 쟤네들 들러리나 하려고 온 거 아니잖아.”

현지에서 뽑힌 입단테스트생들도 직접 꿈FC와 부딪혀보니 달랐다.

돈을 찔러주니 언론에서 띄워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절대로 4부 리그 수준이 아니야…”

그제야 현지에서 뽑힌 선수들도 간절함과 긴장감을 가졌다.

임청수, 강대범 구단주, 신자영은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켜보았다.

“대충 윤곽이 보이죠?”

“그러네요. 시즌 개막이 기다려집니다.”

“임단결은 어떤 거 같으세요?”

임청수가 구단주에게 물었다.

테스트생 중 아무래도 바르샤 출신에게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글쎄요. 재능은 있는 거 같은데 아직 올라오려면 멀었어요. 확실히 그동안 경기를 못 뛴 게 너무나 큰 타격입니다.”

“제 생각도 그래요. 선수로써 스타성이 좀 부족하고요… 혹시 단장님 생각은 다르세요?”

“아뇨. 제 생각도 여러분과 다르지 않아요. 일단 피지컬이 너무 약합니다. 드리블, 개인기, 시야가 전부 기대 이하에요.

그저 옛날에 잘했으니까 언젠가 포텐셜이 폭발하겠단 마음으로 데리고 있는 건 좀 애매하네요.”

그 순간이었다.

임단결이 돌파를 시도했다.

스피드를 이용한 빠른 돌파!

촤악!

이순신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오랜만이네?”

이순신이 임단결을 기억했다.

“그러게요.”

임단결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향했다.

이순신의 시선도 따라갔다.

“미안하지만, 지나갈게요!”

임단결이 주발인 왼발로 볼을 툭차며, 뒤로 지나가려고 했다.

역동작이기 때문에 이순신이 따라붙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느려.”

이순신이 임단결과 공을 동시에 걷어 냈다.

“으윽.”

임단결은 다리를 잡고 뒹굴었다.

“괜찮아?”

“네…”

이순신이 손을 내밀었다.

임단결이 이를 악물고 손을 잡았다.

“다음엔 꼭 제칠 겁니다!”

“응! 기대할게!”

두 사람의 표정이 대조적이었다.

이순신은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반가워서 웃었고,

임청수는 한때 유망주였던 임단결의 몰락이 안타까웠다.

반면, 이에로 감독은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듯했다.

“8번. 이리 와봐.”

8번은 임단결의 등 번호였다.

“저쪽 포지션으로 이동.”

임단결은 당황스러웠다.

왼쪽 윙으로 뛰던 그를 풀백 위치로 내렸다.

“감독님. 전 저 포지션에서 뛰어본 적이 없습니다.”

“알고 있다. 그러니 뛰어보라고 하는 거야.”

임단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풀백 위치로 이동했다.

임청수가 의아했다.

“이에로 감독이 무슨 생각일까요?”

“글쎄요. 현대 축구에서 풀백의 역할이 중요한 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강대범 역시 그의 뜻을 알 수 없었다.

풀백은 과거에는 실력이 좀 떨어지는 선수, 득점력이 안 좋은 윙어, 측면 미드필더를 세우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는 풀백으로부터 공격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한국 축구가 강했던 시기에는 뛰어난 풀백들이 있었다.

피구를 철저하게 농락한 송국종, 영국과 독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이표영, 엄청난 피지컬로 유럽 선수들을 날려버린 차붐 2세가 측면을 든든하게 지켜줬다.

그만큼 중요한 위치를 임단결에게 맡긴다?

같이 뛰고 있는 선수들도 의아했다.

“혁규 받아!”

오진성이 원터치로 김혁규에게 볼을 돌렸다.

임단결은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서 김혁규에게 따라붙었다.

“빠르긴 빠르네.”

하지만 김혁규도 스피드라면 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측면에서 달리기 경쟁을 했다!

김혁규가 공을 멈췄다.

임단결도 거리를 두고 따라붙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수비 스킬이나 전술은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측면 미드필더조차도 뛰기 싫었던 임단결이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공격뿐이었다.

김혁규는 슬쩍 돌파하는 척을 했다.

임단결이 그제야 붙었다.

“페이크다!”

김혁규가 몸을 틀어서 가볍게 돌파했다.

“거기 서!”

임단결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공을 막지도, 김혁규를 막지도 못하고 크로스를 허용했다.

“나이스 패스!”

뒤에서 뛰어오던 윤광섭이 그대로 헤딩슛으로 밀어 넣었다.

“하-”

임단결은 화가 났다.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었다.

“역시 수비 쪽에서도 별 볼일은 없네요.”

“안타깝네요…”

이주일이 또 흘렀다.

마침내 테스트가 종료됐다.

“수고했어!”

기존 꿈 FC 선수들과 입단 테스트를 본 선수들은 마지막에 악수를 하며 서로를 껴안아 줬다.

나름 같이 공을 차고 땀을 흘렸기에 정이 들었다.

“지금부터 최종 멤버를 선발하겠다.”

꿈FC 연습장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강대범도, 임청수도, 신자영도 모두 이에로의 입을 주목했다.

한국에서 온 선수 2명과 스페인 현지에서 뽑힌 선수들이 차례대로 호명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떨어진 건가…’

“…”

임단결은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었다.

아니라 다를까 다들 자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임단결. 왜 대답을 안 하지? 무슨 문제 있나?”

“설마 제가 뽑힌 건가요?”

임단결은 믿기지 않았다.

이에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뽑힌 건 아니고, 마지막으로 물어볼 게 있다. 혹시 풀백으로 포지션을 변경할 생각 있나?”

“그게…무슨 말이죠?”

임단결은 혼란스러웠다.

수비수로서 보여준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풀백을? 잘할 수 있을까?’

프로에 데뷔해서도 포지션을 변경하는 건 흔하지는 않지만,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오히려 포지션을 변경하고 더 잘 나간 선수들도 많았다.

‘그런데 내 피지컬로 수비수는 무리 아닌가?’

임단결은 자신보단 걱정이 앞섰다.

그때 이순신과 눈이 마주쳤다.

- 야! 너도 할 수 있어! -

[호랑후가 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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