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대표팀에 선발되다.
마침내 스페인 5부리그가 개막됐다.
꿈 FC는 4부 리그 승격 유력 후보에 올랐다.
언론은 이에로 감독의 영입과 2시즌 만에 5부 리그로 올라온 점을 높이 샀다.
같은 지역의 다른 팀 경기를 보고 난 후 이에로가 선수들에게 말했다.
“들떠도 된다. 우리는 5부에서 머물 팀이 아니니까.”
이에로는 겸손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강한 자신감을 심어 줬다.
그렇다고 자만심을 느끼는 선수는 없었다.
‘올라가자. 올라갈 수 있는 만큼 높이 올라가자.’
이순신은 이제 남들이 걷지 못한 길을 걸어가기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
첫 경기 상대는
- A.D.HOGAR ALCARRENO -
이 팀 역시 4부 리그 유력 후보였다.
“하필이면 첫 경기부터 강팀을…”
리그에서 첫 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이에로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강인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자. 그동안 너희들은 열심히 잘 따라와 주었다. 저들은 우리 상대가 결코 될 수 없다.”
“…”
가서 마음껏 쳐부수고 와라.”
“넵!”
이순신을 비롯한 선수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이순신.”
“네.”
“네가 주장이다.”
이에로가 직접 이순신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 줬다.
[전설로부터 주장 완장을 받았습니다.]
[주장 완장 효과가 상승합니다.]
[팀이 승리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합니다.]
[선수들이 감독의 전술을 더 잘 이해합니다.]
이순신은 선수들을 보면서 말했다.
“꿈은 상상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룰 수 있다!”
“가자!”
“이기자!”
“와아아앙!”
꿈 FC는 살짝 흥분했다.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섰다.
꿈 FC의 전술은 4-2-3-1.
이순신을 비롯한 세찬 FC 출신의 선수들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꺼져라!”
“너희 나라로 돌아가!”
“너넨 우리한테 절대 안 돼!”
관중석에서 온갖 야유가 흘러나왔다.
‘기다려라. 조만간 야유가 환호로 바뀔 테니까.’
이순신이 씨익 웃으며 스킬을 사용했다.
[노이즈 캔슬링이 발동합니다.]
이순신의 왼팔에 찬 주장 완장 효과로 노이즈 캔슬링을 공유했다.
“와- 우리를 응원하는 관중들이 이렇게 많다고?”
김혁규는 ‘노이즈 캔슬링’이 발동 된 지도 모른 채 얼떨떨했다.
그 모습을 본 이순신이 피식했다.
“그러니까 열심히 보답하자. 매번 이길 수 없겠지만, 지더라도 재미있는 경기를 하자고.”
이순신이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꿈 FC 선수들의 눈은 아까 전보다 훨훨 타올랐다.
상대 팀 역시 만만치 않은 기운을 풍겼다.
“동양에서 온 꼬맹이들에게 제대로 된 축구를 보여주자!”
“네!”
제대로 된 축구란 무엇일까?
그들이 말하는 게 큰 점수 차로 이기는 대승이라면,
꿈 FC가 제대로 보여줬다.
“골! 김혁규의 선수의 골!”
“꿈 FC 마지막까지 공격의 고삐를 놓치지 않습니다!”
“이순신의 패스. 오진성이 그대로 돌파. 김혁규! 빠릅니다! 고오올!”
“와아!”
관중들이 환호했다.
김혁규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수비 진영에 있는 이순신에게 따봉을 날렸다.
이순신 역시 따봉으로 답해 줬다.
삐이이익-
김혁규의 쐐기 골을 추가로 넣자,
바로 경기가 끝났다.
첫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이게 무슨…”
상대 팀 감독은 당황했다.
전광판을 다시 봐도 5:0.
“믿을 수 없어. 저 동양 꼬마 놈들에게…”
이번 경기에서는 김혁규와 오진성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두 사람이 올린 공격 포인트만 합쳐서 7개.
꿈 FC가 올린 공격 포인트는 총 10개였다.
이순신이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놀랍게도 무려 0개!
스포츠에서 기록은 중요하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경기 MOM은 김혁규가 선정됐지만,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이순신이었다.
“저 수비수는 뭐지?”
‘이에로 감독의 복귀전’이란 타이틀 때문에 5부 리그 및 여러 스페인 축구 관계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 왔지만, 충격을 받고 돌아갔다.
“이에로도 이에로지만, 저 수비수는 정말 물건이란 말이지!”
“최후방에서 팀을 진두지휘하는 능력이 정말 일품이군.”
“저 꼬마가 저번에 언론에서 떠들어 댄 이에로의 후계자라고?”
오늘 경기에서 이순신은 득점보다는 빌드 업에 신경 썼다.
김혁규와 오진성의 공격에 기점이 되는 롱패스가 전부 득점으로 연결됐다.
상대편 수비수가 느린 것도 있지만, 이순신이 찔러 준 패스의 속도와 질이 남달랐다.
물론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이순신이 나설 필요도 없이 꿈 FC의 기량 자체가 상대편보다 한 수 위였다.
이에로는 국가대표 감독도 지냈던 사람이었다.
자연스럽게 운동량도 1부 리그에서 뛰는 선수와 국가대표에 맞춰졌다.
구단주 강대범이 원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다.
한국 선수들도 스페인 선수처럼 훈련하면 스페인 선수들만큼 볼을 찰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장하다. 내 새끼들!”
강대범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
- 이에로, 복귀전에서 대승 -
- 이에로의 후계자가 나타나다! -
- 스페인을 털러 온 동양의 해적단! 꿈 FC-
- 스페인 축구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다. -
- estar loco! 이 팀은 그냥 미쳤다. ㅡ
단순히 첫 경기만 보고 언론이 호들갑 떠는 것이 아니었다.
꿈 FC의 실력이 반짝 돌풍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듯이 연전연승을 이어갔다.
5전 5승 23골 / 0실점.
꿈 FC가 펼치는 화력 쇼에 팬들은 점점 늘어났다!
이순신도 본격적으로 골 사냥에 나섰다.
두 번째, 세 번째 경기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에로의 말대로 결정적인 순간에 꽂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이 너무나 자주 찾아온 걸 어쩌란 말인가?
“순신. 사랑해!”
금발의 열정적인 구릿빛 미녀들이 건네는 한국어 응원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현재 5부 리그 득점 1, 2, 3위가 고미, 김혁규, 이순신이었다.
꿈 FC가 리그를 장악하자 스페인 축구팬들은 깜짝 놀랐다.
“우연일 거야.”
“그들의 공격은 단조로워!”
“걔네들은 돈으로 처바른 팀이니 성적이 좋은 건 당연하지.”
“그런 놈들에게 계속 지는 건 스페인 자존심이 용서할 수 없지!”
꿈 FC도 이러한 반응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즐겼다!
“재밌네요. 반응이.”
임청수가 웃었다.
축구 선수들의 꿈을 이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인데, 현지인들이 악당이라고 하는 상황이 너무 웃겼다.
“축구에는 진심인 나라니까요. 욕하는 애들은 우리나라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애들이 태반이에요.”
강대범 구단주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들의 넘치는 정력과 정열을 잘 알기에 하는 소리였다.
“꿈 FC에는 생각보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국가대표에 선발되고도 남을 인재들인데…”
이에로 개인의 의견이었다.
임청수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국가대표까지 한참 모자라요. 한국이 옛날과는 다르게 선수층이 많이 두꺼워졌으니까.”
“이순신도요? 내가 볼 땐 순신은 충분히 뽑히고도 남을 실력인데?”
“실력만 있다고 해서 국가대표가 되나요? 아마 한국에서는 5부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쳐다도 안 볼 겁니다.”
그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1부 리그에서도 실력이 통한다는 검증이 끝나야 대표팀 명단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당신이 나중에 한국 감독이 되면 뽑아가던지요.”
“좋죠.”
임청수와 이에로가 농담을 주고받았다.
강대범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대회 성적, 피파 랭킹과는 별개로 한국 선수들의 실력은 상당히 올라온 상태.
다만, 기복 랭킹도 많이 올라갔다.
현재 꿈 FC에서 뛰고 있는 몇몇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된다면?
여기에 한국은 월드 클래스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금 전성기인 손민흥이 중앙을 휘젓고, 이순신이 후방을 지키면…”
강대범이 흥분하며 외쳤다!
“죽여주겠네요! 꿈 FC 최초의 국가대표 탄생! 물론 꿈으로 끝나겠지만. 하하.”
“강 구단장님. 그건 꿈이 아닙니다. 우리가 해내야 할 일이죠!”
“허허. 농…”
임청수는 진지했다.
강대범이 재빨리 태세 전환했다.
“맞습니다! 구단 운영하면서 이렇게 즐겁고 흥분되고 기대되는 건 처음입니다!”
강대범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5부 리그 10번째 경기.
왜 자꾸 이기는 건데!
이쯤 되면 꿈 FC의 돌풍이 사그라들 법도 했지만, 거세지면 거세졌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시합이 거듭될수록 이순신과 꿈 FC의 가치가 계속 올라갔다.
[명성이 상승합니다.]
[현재 명성은 지역 인기 선수입니다.]
명성이 많이 쌓였지만, 현재까지 풀린 장비 칸은 신발과 주장 완장뿐이었다.
‘도대체 언제 쓸 수 있는 거지?’
명성 이외에도 평점 포인트 역시 쏠쏠하게 쌓였다.
[평점 포인트가 최대치로 쌓였습니다.]
[1회 사용][10+1회 사용]
‘10회권이 쌓였는데 한 번 돌려볼까?’
이순신은 신발 칸에 사용할 수 있는 실시간 뽑기를 돌렸다.
‘다 꽝인가. 옵션들이 영…’
그 순간이었다.
이순신은 침을 꼴깍 삼켰다.
황금빛을 뿜어 대며 결과가 나왔다.
‘황금빛? 뭐지?’
선택받은 운명의 특권인가?
만약 이순신이 웹소설의 주인공이라면, 너무 능력을 늦게 얻은 꼴이었다.
[거북선을 장착했습니다.]
[자신에게 악의를 품고 태클하는 선수에게 충격을 100% 되돌려 줍니다. (다리 부상 100% 방지)]
[서전트 점프력 상승]
[서전트 점프력이 10cm 상승합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일단 서전트 점프는 최대치다!’
이 정도면 축구가 아니라 농구를 해도 될 판이었다.
하지만 정작 시선이 계속 쏠린 건 황금빛 스킬.
거북선이었다.
‘이것도 방패연처럼 공격할 때 쓸 수 있겠지?’
하지만 진짜 장점은 따로 있었다.
[거북선은 스킬 공유가 가능합니다.]
이순신이 주장 완장을 차고 있다면, 다치는 선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다만 공유할 수 있는 스킬은 한 가지씩이라 노이즈 캔슬링을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
몸이 다치는 게 나을까? 마음이 다치는 게 나을까?
‘그래도 마상은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까.’
다리에 철갑을 두른 이순신은 다음 경기가 너무 기대됐다.
안 그래도 타 팀의 견제가 심해서 짜증이 나려던 찰나에 거북선을 달고 뛰니, 더는 무서울 게 없었다.
5부 리그의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 할 거 없이 이순신과 부딪히면 쓰러지기 바빴다.
그들은 정면 승부를 포기하고, 반칙으로 대응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무슨 공격수가 수비를 하고 자빠지고 있어!”
“무슨 소리야. 수비수가 공격을 하고 있는 거지!”
“이에로가 환생이라도 한 건가?”
“멍청아. 이에로는 죽지 않았다고!”
꿈 FC는 연승 행진은 마침내 두 자리를 기록했다.
10승/무패/47득점/8실점.
이순신을 뚫을 만한 선수가 현시점에서는 없었다.
페널티킥, 프리킥, 체력 안배 차원에서 교체한 후 일어난 득점이었다.
12번 연승을 이어간 다음 날.
이순신은 구단주실에 호출됐다.
“무슨 일이십니까?”
강대범, 임청수, 이에로, 마르코가 앉아 있었는데 분위기가 사뭇 심각했다.
“아씨- 그 형 사고 칠 줄 알았어.”
임청수가 갑자기 짜증을 냈다.
“순신아.”
“네.”
“너 대표팀 뽑혔다.”
“에이~ 그런 미친놈이 어디 있어요!”
그때 구단주 방의 문이 열렸다.
“너 지금 나 씹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