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K리그 챔피언은 다르네.
이순신은 깜짝 놀랐다.
190cm나 되는 덩치임에도 뷜트하우스는 꽤 빠른 몸놀림을 가졌다.
‘그러고보니 여지껏 슈팅을 막은 선수는 없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봐도 없었다.
골대에 튕겨져 나오거나 골키퍼의 손에 튕겨져 나왔을 뿐, 수비수가 이순신의 슈팅을 건드린 적은 없었다.
뷜트하우스의 발에 맞고 궤적이 바뀐 슛은 골대로 날아갔다.
“주우현 선수. 가볍게 슛을 잡습니다.”
주우현이 가볍게 옆으로 뛰어서 슛을 잡았다.
쓰윽 보더니 그대로 윤빛강에게 공을 던졌다!
“울산의 빠른 반격이 시작됩니다!”
지자포의 페널티로 이순신은 움직일 수 없었다.
‘그걸 써 볼까?’
[2부 리그 팀과의 대결에서 승리했습니다.]
[스킬 빙의를 획득합니다.]
이순신은 대전과의 경기에서 끝나고 보상을 받았다.
“아, 이순신 선수의 복귀가 늦습니다! 세찬 FC의 수비진 위기입니다!”
이주성이 호들갑을 부릴 때 이순신은 빙의를 사용했다.
[빙의를 발동합니다.]
[필드에 있는 아군 선수의 몸에 일시적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순신이 선택한 선수는 구멍이었다.
[구멍 선수와 신뢰도가 높아서 90% 이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구멍 선수의 몸에 접속합니다.]
[제한 시간 : 30초]
슈웅-
이순신의 원래 몸은 수비로 복귀하는 사이에 구멍의 몸에 빙의한 이순신은 재빨리 윤빛강을 향해 따라붙었다.
“은근히 끈질기단 말이지.”
구멍의 몸에 빙의한 이순신은 패스 경로를 파악했다.
수비수가 아닌 수미 위치에서 보이는 선수들의 위치는 사뭇 달랐다.
‘슛은 없다. 구멍이라면 충분히 패스를 차단할 수 있어!’
구멍은 비어있는 포백 위치로 내려왔다.
그러면서 윤빛강이 전방에 로빙 패스를 준 공격수와 경합을 벌이며 공을 따냈다.
“구멍 선수! 재빠르게 이순신 선수의 빈자리를 커버합니다!”
구멍에게 공을 받은 정지선은 고상인에게 주면서 세찬 FC는 차근차근 빌드업을 쌓았다.
[빙의가 해제됩니다.]
이순신은 수비로 복귀했다.
구멍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한 것이오?”
“뭐하긴 엄청난 수비를 했지!”
이순신이 구멍의 어깨를 두드렸지만, 그는 기억이 없었다.
[회복 침을 사용합니다.]
[구멍 선수의 체력이 조금 회복됩니다.]
‘이거 언성보다 좋은 스킬인 거 같긴 한데, 막상 써보니 체력 소모가 장난 아니네.’
문제는 구멍의 체력도 평소보다 빠르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고작 5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남은 체력이 고작 80%였다.
무엇보다 신뢰도가 낮으면 빙의를 한다고 한들 제대로 된 능력치를 펼칠 수 없었다.
90%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구멍, 김혁규, 벤치에 앉아있는 이만수뿐이었다.
그래도 이순신은 자신감을 얻었다.
승리의 대한 열망으로 능력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거리낌이 없었다.
‘그래도 빙의를 사용했을 때는 승률이 20%까지는 올라갔으니까.’
여전히 낮은 확률이긴 했지만, 이순신에게는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긴 것이었다.
“윤빛강!”
황보 감독은 윤빛강을 불렀다.
“네. 감독님.”
“지금 장난해? 90분 풀타임 다 뛸 거야?”
“설마요! 아직 40분이나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말씀하신 대로 3골 넣겠습니다!”
황보 감독이 윤빛강의 등을 두드린 후 벤치로 돌아왔다.
윤빛강의 표정이 약간은 싸늘하게 변했다.
“하…”
황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약속했다.
전반에 3:0으로 이기면 후반전에는 교체.
비록 친선 경기지만, 출전 수당과 승리 수당, 심지어 공격 포인트 수당까지 챙겨주겠다고 말이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진지함을 요구했으나,
초반 울산의 플레이를 본 황보 감독은 마음에 안 들었다.
진지함을 장착한 윤빛강을 필두로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10분 동안 고대하던 골이 터지지 않았다.
“세찬 FC가 강력한 울산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이순신 선수. 수비 지휘 능력이 엄청난데요?”
오히려 수비하는 세찬 FC가 선전을 하는 꼴이었다.
윤빛강은 중거리에서 슈팅을 때렸다!
“보경풍 선수. 몸을 날려서 공을 잡았습니다!”
보경풍은 공을 잡고 생각했다.
‘이순신의 슛보다 파워나 회전이 약하다.’
보경풍은 건너편에 있는 주우현을 바라보았다.
‘골은 먹히지 않아.’
각오를 다진 보경풍이 길게 골킥을 날렸다.
최고의 방패 둘이 만나니 자연스럽게 중원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이순신은 뒤에서 지켜보며 몸이 근질거리는 걸 겨우 참았다.
그때 최후방에서 김혁규에게 기회가 왔다.
‘혁규. 거기가 아니야!’
[빙의를 발동합니다.]
최후방에서 지켜보던 이순신은 김혁규에게 빙의를 사용했다.
왼쪽보단 오른쪽으로 가서 수비수를 유인한 다음 방성찬에게 크로스를 올리는 게 더 나았다.
부우우웅!
뷜트하우스가 거대한 몸을 날리며 태클을 시도했다.
삐이이익-
김혁규가 정강이를 부여잡고 뒹굴었다.
“뷜트하우스 선수. 라이벌전을 하듯이 세찬 FC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자비가 전혀 없어요!”
“혁규. 괜찮아?”
김혁규가 절룩거리며 일어났다.
“다행히 공을 먼저 맞아서 좀 저린 거 빼고는 괜찮아. 그런데 저 외국인 노동자 장난 아닌데?”
세찬 FC의 공격진이 위축될 정도로 뷜트하우스의 투지는 장난 아니었다.
오진성과 이순신은 프리킥을 준비했다.
“순신아. 부탁한다. 여기서 흐름을 바꾸는 슛 한 방이 필요해.”
이순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진성이 차는 척을 하면서 옆으로 빠지고, 이순신이 비격진천뢰를 사용했다.
공은 수비벽 위로 넘어갔다.
그러면서 툭 떨어지는 공이었는데 주우현이 몸을 날리면서 쳐냈다.
“주우현! 역시 대단합니다. 이순신 선수의 슈팅이 꽤 위협적인 각도로 떨어졌는데 그걸 막아냅니다.”
주우현은 씨익 웃었다.
‘나 잘했지?’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쟤 뭐야? 못 막을 공은 아니긴 했지만, 겁나 예리하게 떨어지네?’
주우현의 썩은 미소에 이순신은 개의치 않고, 수비라인으로 복귀했다.
‘어차피 성공률은 22%밖에 안 됐으니까.’
비격진천뢰를 몰아서 써봐야 확률은 50%였다.
그런데도 슈팅을 아끼지 않은 하나였다.
위협!
일종의 주우현에게 한 경고였다.
이순신은 슈팅력을 과시함으로써 주우현에게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특히 어설프게 쳐내면 튕겨져 나온 공 때문에 실점을 먹을 수 있다.
그것은 프로팀으로써 완벽한 개망신이었기에 주우현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몇 분 뒤에 얻은 다소 거리가 있는 프리킥에서는 지자포를 사용했다.
휘어져 들어가는 프리킥뿐 아니라 대포알 같은 슛이 어쨌거나 골대로 향하니 주우현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였다.
뷜트하우스의 거친 태클로 이번엔 남주작이 쓰러졌다.
이순신과 오진성이 코너킥을 찰 준비를 했다.
[비격진천뢰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성공률 : 35% (2/3)]
‘예상대로다.’
비격진천뢰의 성공률이 눈에 띄게 올라갔다.
아직도 낮은 수치이긴 했으나, 주우현의 멘탈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공을 몇 번 만져볼 기회가 없을 줄 알았으나 벌써 유효슈팅만 6개째였다.
그중에 4개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왔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지는 것은 울산 근대였다.
‘지자포는 제한이 없단 말씀!’
이번에는 오진성이 프리킥을 차는 척하면서 옆으로 뛰는 이순신에게 공을 툭하고 흘려줬다.
[지자포를 발동합니다.]
이순신이 온 힘을 다해서 슛을 날렸다.
펑!
수비벽은 속였으나 단 한 사람.
뷜트 하우스는 속이지 못했다.
심지어 헤딩으로 이순신의 지자포를 막아냈다.
‘뭐야?’
뷜트하우스의 파이팅넘치는 플레이에 오히려 이순신이 당황할 지경이었다.
“헤이. 슈팅이 꽤 터프한데?”
뷜트 하우스는 이순신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따가 놀러 갈게.”
“?”
이순신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곧 깨달았다.
윤빛강의 중거리를 보경풍이 걷어냈다.
울산 근대가 왼쪽에서 코너킥을 올릴 준비를 했다.
그때 뷜트하우스가 세찬 FC 진영에서 알짱거렸다.
윤빛강이 공을 띄우자 뷜트하우스가 높이 날아올랐다.
“으윽. 역광…”
이순신은 눈을 감았다.
시각을 차단하니 다른 감각이 좀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공중에서 이순신과 빌트하우스의 어깨가 뒤엉켰다.
툭!
뷜트하우스의 이마에 먼저 닿은 공은 골문 구석으로 낮게 떨어졌다.
보경풍이 주먹으로 쳐냈다.
“튕겨져 나온 공. 울산의 공격수 앞에 떨어집니다!”
울산의 공격수는 슈팅을 때렸다.
[방패연을 발동합니다.]
이순신이 온몸을 날려서 강력한 슛을 막아냈다.
“크헉.”
맞은 부위가 비장 쪽이라 이순신은 잠시 숨을 쉴 수 없었다.
구멍이 재빨리 공을 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이순신 선수 온몸으로 울산의 강력한 슈팅을 막아냈습니다. 그런데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데요?”
의료진이 재빨리 투입됐다.
그전에 허준이 먼저 뛰어왔다.
엄청나게 살벌한 대침을 이순신의 허파에 꽂아 넣었다.
“하아. 하아.”
이순신의 호흡이 돌아왔다.
“야. 괜찮아?”
이순신이 손을 들어서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거 같은데요?”
이주성의 목소리에 걱정스러움이 담겼다.
“오. 빅보이. 꽤 터프한데?”
뷜트하우스가 손을 내밀며 일으켜줬다.
이순신은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저런 게 스포츠맨십이죠! 경기는 울산 근대의 스로인으로 속행됩니다.”
울산 근대의 선수는 조문돈에게 공을 줬다.
‘강자의 배려 정도라고 보면 되나? 이런 행운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전반전 20분이 지난 시점,
이순신의 체력은 고작 50% 정도 남았다.
그만큼 울산 근대의 공격을 막는데 세찬 FC는 급급했다.
하지만 경기는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이뤄졌다.
“경기를 가만히 지켜보니 이순신 선수와 뷜트 하우스 선수의 플레이가 사뭇 비슷합니다. 체력과 패기는 이순신 선수가 앞서고, 노련미와 경기 운영에서는 뷜트 하우스 선수가 더 뛰어나네요!”
경기 시간은 고작 1분 정도 남았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좋은 시간이었고, 세찬 FC에게는 어쩌면 마지막 찬스였다.
오진성이 골대를 향해 코너킥을 올렸다.
이번엔 이순신이 높게 날아올랐다.
[황자포가 발동했습니다.]
뷜트 하우스가 어찌할 수 없는 강력한 헤딩슛!
하지만 주우현이 몸을 날려서 공을 쳐냈다.
튕겨져 나온 골을 방성찬이 때렸지만, 뷜트 하우스가 온 몸을 던져서 막아냈다.
방성찬은 아쉬운지 잔디를 걷어찼다.
삐이이익-
0:0으로 전반전이 마무리가 됐다.
‘기껏해야 K5나 K6 정도 되는 팀한테 우리가 비겼다고?’
자존심이 상한 황보 감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울산 근대 벤치에 앉아있던 한 선수도 슬슬 불타올랐다.
그렇다고 세찬 FC의 안태리 감독도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다.
선수들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지쳐있는 게 눈에 보였다.
심지어 강철 체력을 자랑하던 남주작도 벤치에 오자마자 대자로 뻗었다.
‘후반전 어떡하지?’
안태리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노이즈 캔슬링을 사용합니다.]
이순신은 후반전을 위해,
운기조식을 사용하여 빠르게 체력을 회복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