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24화 (25/161)

24화. 픽미업 – 최종선발

[남은 체력 : 20%]

‘경기 뛰다가 죽는 거 아냐?’

[히든 보상으로 ‘운기조식’을 습득했습니다.]

[중간휴식시간 때 빠르게 체력이 회복됩니다.]

적절한 시기에 보상이 지급됐다.

이순신은 지체하지 않고 운기조식을 사용했다.

코로 들숨을 마시고, 입으로 날숨을 내뱉으면서 최대한 산소를 흡입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수분을 섭취하세요.]

근육의 70%는 물로 이루어졌다.

이순신은 물보다 흡수가 빠른 스포츠 드링크를 들이부으면서 빠르게 수분을 보충했다.

중간휴식시간이 끝날 무렵,

[남은 체력 : 90%]

다행히 후반전에 뛰고도 남을만한 체력이 회복됐다.

짓누르던 피로감도 싹 사라졌다.

‘이건 죽더라도 그라운드에서 뛰다가 죽으라는 뜻인가?’

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상,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을 거 같았다.

“순신 시주. 괜찮소?”

“응. 완전 멀쩡해!”

이순신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후반전에도 순신이 중심으로 공격을 펼치면 될까?”

“아니. 진성이 위주로 가야 할 거 같아.”

“응?”

오진성은 방성찬이나 정지선을 뚫을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매우 떨어진 상태.

이순신은 그것을 파악했다.

삐이이익-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더블’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체력이 넘쳤다.

‘최대한 체력을 빨리 소모하자. 그러기 위해선 활동량을 늘린다!’

“전반에서 맹활약을 펼친 이순신 선수. 후반전에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습니다. 혼자서 수비지역을 커버합니다!”

이순신은 중앙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왼쪽 윙백을 혼자서 커버했다.

방성찬과 홍반봉이 번번이 막히자 공격 경로는 조문돈 쪽으로 단순해졌다.

공을 뺏으면 누누이 오진성에게 패스를 찔러줬다.

“진성 슛!”

이순신이 후방에서 외쳤다.

비록 오진성의 슛이 정지선에 막혀서 밖으로 튕겨 나가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조문돈이 돌파를 해도 이순신이 워낙 방성찬을 잘 막아내서 찬스를 잡기 힘들었다.

“만수 형도 좀 더 과감하게!”

칭찬.

자신감이 붙으면 인간은 좀 더 높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순신이 팀원들의 기를 살려주는 데 힘을 썼다.

그러자 방성찬네 팀에도 변화가 생겼다.

“정지선은 오진성을 집중적으로 마크해. 저 녀석이 볼배급 허브야.”

“이순신은?”

“후반전에 수비에 집중하려나 봐. 어지간하면 나오지 않을 테니 오진성만 막으면 저 까만 놈은 별 볼 일 없어.”

“응.”

“반봉이는 크로스 말고 스루로 찔러줘. 그럼 내가 2선에서 침투할게.”

“알았어!”

“문돈이는 반봉이랑 위치 좀 자주 바꿔주고.”

“나만 믿어!”

방성찬 나름대로 필살의 수를 펼친 것이다.

오진성 이만수로 이어지는 공격이 보경풍에게 막혔다.

정지선에게 짧게 스로인.

강력한 킥을 활용해서 멀리 있는 홍반봉에 크로스.

스프린트를 시작하자 이순신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찰거머리 같은 놈. 우린 이대로 무너지지 않아!’

그들은 약속한 플레이대로 2선에서 들어오는 방성찬에게 패스했다.

노마크 찬스!

방성찬은 좀 더 확실하게 골을 넣기 위해 골라인까지 드리블 쳤다.

케빈킴이 막기 위해서 달려 나왔지만, 종이학을 접듯이 한 번 접고 슛했다.

하지만 어느새 나타난 이순신이 골이 골라인을 넘기 직전 태클로 걷어냈다.

공이 밖으로 나가자 심판이 판정을 내렸다.

“스로인!”

방성찬은 갑자기 나타난 이순신이 믿기지 않았다.

“뭐가 이렇게 빨라?”

“나라면 패스했을 듯?”

이순신이 곁눈질로 홍반봉을 가리켰다.

노마크 상태였던 그는 다소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아냐. 패스했으면 분명히 막혔을 거야.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

방성찬은 자신의 신념에 대해서 물러섬이 없었다.

정지선이 조문돈에게 스로인을 했다.

“여기!”

방성찬이 공을 달라고 손짓을 했다.

순간 이순신과 구멍이 방성찬을 막았다.

조문돈의 선택은 돌파였다.

비어있는 사이드를 뚫었고, 그대로 크로스를 올렸다.

방성찬이 아닌 비어있는 홍반봉에게 준 공이였다.

홍반봉이 공을 잡자 이순신이 빠르게 붙었다.

“어디 한 번 막아 봐!”

홍반봉이 헛다리 짚기를 시도했다.

툭!

홍반봉이 공을 버려두고 자기 혼자 전진했다.

이순신이 드리블을 시작했다.

방성찬이 재빠르게 붙으려고 했지만, 이순신은 그대로 이만수에게 패스를 찔렀다.

공을 안정감이 있게 받은 이만수는 그대로 돌진했다.

정지선으로서는 2:1 상황.

‘오진성. 오진성만 막으면 돼.’

이만수는 각이 보이자 그대로 슛했다!

비록 보경풍에게 막히긴 했지만, 보는 이들에게 임펙트를 충분히 줬다!

이어지는 코너킥에서도 이순신은 센터라인 근처에 머물렀다.

방성찬 역시 역습에 대비했다.

“가서 이만수 막아야 하는 거 아냐?”

“흥. 내 역습이나 막을 준비해.”

두 사람이 자리다툼을 버리는 사이 오진성이 코너킥을 올렸다.

이만수가 공을 받아서 슛을 때리는 척을 하다가 후방으로 공을 흘렸다.

그 순간 이순신이 뛰쳐나갔다.

‘한발 늦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방성찬 역시 뛰었다.

공에 먼저 도달한 것은 이순신이였다.

[세컨드 윈드 더블이 발생합니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린 순간이 다시 찾아왔다.

뻥!

이순신이 ‘지자포’를 사용했다.

빠르고 묵직한 공의 방향은 골대가 아닌 이만수였다.

‘X발! 왜 여기다 차고 지랄이야?’

당황스러운 이만수는 얼굴을 감싸며 몸을 틀었다.

퍽!

“아아악!”

이만수의 엉덩이에 맞은 공은 굴절되어 보경풍이 역동작에 빠지게 했다.

그 결과.

점수는 4:1이 됐다.

“만수 형. 나이스 힙슛!”

이순신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저 정도면 강제로 떠먹여 준 거 아냐?”

“이만수 부럽다!”

그제야 이만수가 주사를 맞은 것처럼 엉덩이를 문지르며 상황 파악을 했다.

이순신이 찬 공이 몸에 맞기 전 살짝 틀어서 공의 궤도를 바꿨으므로 이만수의 골로 인정됐다.

이쯤 되니 지켜보는 이들에게 현자 타임이 왔다.

“성찬이형네 공격이 저렇게 단순했던 거였어?”

“못 뚫은 우리가 바본가…”

이 순간 가장 답답한 것은 방성찬이었다.

‘천재는 천재라는 건가…’

수많은 해외파 선수들이 좌절을 겪고 자신보다 일찍 은퇴할지언정 자신은 늘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비록 팀의 준주전급 선수였고,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축구선수라는 자부심을 늘 품었다.

특히 이곳에 와서 한때 날리던 유망주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노력은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순신은 무엇인가?

비록 나이가 좀 더 어리다고는 하나 방성찬은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생각은 조문돈도 마찬가지였다.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조직 폭력배 생활.

그러기엔 아까웠던 재능.

다행히 착한 형님을 만나서 다시 도전해볼 기회를 얻었다.

재능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재능에다가 팀워크가 더 해지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초반에는 공격이라도 했지만, 이제는 상대편을 막는 데 급급했다.

“오진성 선수. 슛하는 척하면서 뒤꿈치로 패스합니다!”

공을 잡은 사람은 이순신이였다.

뻐엉!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이순신이 슈팅을 때렸다.

“이순신 선수! 들어갑니다! 마지막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합니다! 결국, 이순신 선수의 개인 능력이 팀을 패배에서 구했습니다!”

“이순신 선수의 개인 능력이 아닙니다.”

안태리의 의견은 좀 달랐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수비수가 3골을 넣었는데도 개인 능력이 아니라뇨?”

“동료를 활용한 팀플레이입니다. 전반에 공격적인 모습이라면 후반에는 저격수라고 할까요?”

“저격수요? 공격수라는 뜻인가요? 수비수라는 뜻인가요?”

“이순신 선수는 과거에 공격수였을 때도 뛰어난 실력을 갖췄습니다. 보통 공격수가 전진 압박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죠. 그런데 후방에서 기회가 오면 때리고 프리킥도 매우 좋습니다. 이런 유형의 선수는 요즘 시대에 거의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말씀드리는 순간 방성찬 선수가 마지막 공격을 시도합니다.”

방성찬은 1골이라도 만회하고 싶었다.

눈앞에는 이순신이 막아섰다.

조문돈과 2:1 패스.

끈질기게 따라붙는 이순신을 떨쳐내기 쉽지 않자 반대편에 있는 홍반봉에게 패스했다.

홍반봉은 드리블을 치는 척하다가 골대를 향해서 크로스를 올렸다.

방성찬과 이순신이 동시에 뛰어올랐다.

이순신이 약 1Cm정도 높이 뛰어서 공을 먼저 건드렸다.

튕겨 나온 볼을 구멍이 밖으로 걷어내고, 경기는 끝났다.

“이겼다!”

양 팀의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순신아! 우리가 이겨… 순신아!”

이순신은 웃으면서 기절했다.

***

연습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은 휴식을 즐겼다.

인터넷 제한, 전화기 제한이 모두 풀렸다.

“엄마! 나야. 나 오늘 경기에서 골 넣었어!”

“미영아! 뭐? 그 사이에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고!? 미쳤냐?”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이오니…”

“야. 뮤튜브에 뭐라고 치면 나오냐?”

“세컨드 찬스.”

가장 먼저 궁금한 건 뮤투브에 올라온 반응이었다.

그것으로 최종 멤버가 선정될 예정이었다.

똑똑.

의무실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들어오세요.”

안태리 감독, 이갑용, 김구름 코치, 이주성, 피디였다.

“이순신 상태는 좀 어때요?”

“음.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아주 잘 자고 있습니다.”

“혹시 특별한 소견을 보인 건 없나요?”

“뭐 나중에 기면증 검사는 따로 해봐야 할 테지만, 지금으로써는 딱히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구름 형네랑 경기 끝나고 쟤 쓰러졌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긴 한데 금방 깨어났다.”

“흐음.”

안태리가 팔짱을 낀 채 고민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알려주십시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안태리 일행이 밖으로 나왔다.

“기면증에 걸린 축구선수가 웬 말인가…”

“에이.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닌데. 좀 더 지켜보자고.”

“피디님. 투표 오늘 마감이죠? 통계까지는 얼마나 걸려요?”

“5분이면 됩니다.”

“그럼 이따 밤에 최종 멤버를 정해봅시다.”

“알겠습니다.”

***

3.2.1.

드디어 투표가 마감됐다.

선수들에게 치킨과 피자가 지급됐다.

“콜라라니. 맥주 없어요?”

“음주는 곤란합니다.”

제작진은 단호했다.

뒤풀이도 방송에 나갈 예정이기에 선수들은 아쉬워했다.

“순신이는 괜찮을까?”

“별일 없다잖아.”

“만약 병이 있으면 최종 멤버로도 선발 안 되는 거 아냐?”

“깨어날 테니 기다려보자.”

“만수? 진성? 뭐해! 얼른 와.”

이만수와 오진성은 다른 선수들이 부르자 애써 몸을 일으켰다.

이순신의 병실 앞에는 김혁규와 구멍이 앉아 있었다.

구멍은 이순신을 위해서 백배를 올렸다.

“부디 순신 시주가 별일 없이 깨어나길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이순신. 이 새끼야. 이대로 뒤지면 가만 안 둔다!”

김혁규도 다리를 떨면서 병실을 지켰다.

그 시간 코칭스태프와 제작진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투표 결과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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