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9화 (20/161)

19화. 새로운 스킬

방성찬의 팀 인원은 4명.

상대 팀은 6명.

누가 봐도 불리한 게임이라는 건 뻔한 사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4명인 방성찬의 팀이 6명인 팀을 5:3으로 이겼다.

1골을 먹으면 2골을 박아주는 패기!

최선의 공격은 최선의 수비라는 걸 몸소 보여줬다.

“방성찬 선수 대단합니다. 역시 K2 리그 출신 공격수는 다르네요!”

한때 국내외 중고교에서 천재라 불리던 선수들이 즐비한 가운데서 방성찬은 28살 현역으로 병장 제대를 했던 K2 리그 선수였다.

이주성이 너스레를 떨었다.

“프로가 여기에 참여하는 건 반칙 아닙니까?”

“프로면 뭐 합니까? 현실은 국가대표쯤은 돼야 팬들이 기억할까 말까 하는데요.”

안태리가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이주성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도 이 프로그램을 하기 전까지 방성찬이 누군지 몰랐다.

K2 리그는 엄연히 1부리그와 승강제를 하는 프로리그다.

1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보다 운이 조금 없을 뿐,

그래서 이갑용은 그가 안타까웠고, 어쩌면 조용히 사라질 수 있는 선수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그렇기에 프로그램에서도 주목하는 선수 중 하나였다.

“방성찬 선수. 첫 경기에서 1골 4도움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습니다. 소감을 묻고 싶습니다.”

“난생처음 하는 인터뷰에 좀 쑥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짧고 간결한 말투.

그는 아직 군대 냄새가 빠지지 않았다.

“앞으로 이 선수의 활약을 주목해주십시오!”

그렇게 첫날 경기가 끝났다.

김혁규의 팀도 승리했다.

“순신아. 나 오늘 골 넣은 거 봤냐? 선취골이자 결승 골!”

“응.”

이순신은 무표정으로 김혁규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저 멀리 최국성이 고개를 숙인 채 터벅터벅 걸어갔다.

“국성ㅇ…”

김혁규가 손을 흔들며 부르려다가 제지당했다.

“3:0으로 져서 기분이 썩 좋진 않을 거야. 그냥 내버려 두자.”

이순신이 타이르듯 말했다.

김혁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힘내요. 국성이 형.’

이순신은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성찬이 형. 오늘 대박입니다!”

선수들의 관심은 방성찬에게 쏠렸다.

이순신도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로 방성찬을 꼽았다.

두 사람이 먼발치에서 눈이 마주쳤다.

방성찬은 쓰윽 보더니 무덤덤하게 주변에 있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순신도 숙소로 돌아가서 침대에 누웠다.

‘경기가 어땠는지 다시 한번 살펴볼까?’

아직 제작진이 경기 테이프를 나눠주기 전이었지만,

[리플레이를 시작합니다.]

이순신은 천장에 펼쳐진 경기 영상을 조용히 바라봤다.

방성찬의 플레이는 거칠고 투박했다.

전형적인 신체조건을 앞세운 공격수.

‘상대를 등지고 펼치는 포스트 플레이가 일품이네. 우리 팀의 만수 형하고 비교하면 상위호환이고.’

이순신은 계속 방성찬의 플레이를 살펴봤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서 제작진이 전달해 준 동영상을 봤다.

역시나 제1순위는 방성찬의 동영상.

“방성찬. 미쳤네. 역시 프로는 프로인가?”

오성진이 잔뜩 기가 죽었다.

“소승도 같은 생각이오. 피지컬도 괴물이고… 무슨 비익조가 날아다니는 거 같았소.”

“쫄지 마. 내가 이겨!”

5번 방 선수들이 일제히 이만수를 쳐다봤다.

“아마도…”

이만수도 방성찬의 플레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오성진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그만둘 걸 그랬나? 성찬이 형 정도 되는 실력자도 2부리그에서 빌빌대고 있는데, 지금의 내 실력으론… K3도 힘들 듯.”

이순신이 한심하게 쳐다봤다.

‘슛만 순두부인 줄 알았더니 멘탈도 순두부네?’

띠링-

메시지가 발생했다.

[팀원들이 의기소침해하고 있습니다.]

[팀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십시오.]

[언성 스킬 Lv.2로 상승.]

[주장을 제외한 모든 팀원에게 무조건 적용됩니다. 지시받는 선수는 능력치가 약간 상승합니다.]

‘언성 스킬 레벨 증가? 이건 못 참지.’

이순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들 그리 다운돼있어~♬”

이순신이 리듬을 타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저 미친놈 뭐하냐?”

언제 적 노래를 하는 것인가?

발목은 유연한데 몸 전체는 알 수 없는 뻣뻣함은 무엇인가?

원래 이순신이 이런 캐릭터였나?

5번 방 선수들은 어이가 없었다.

[충무공이 매우 안타까워합니다.]

[카이저 코치가 몽둥이를 찾고 있습니다.]

‘아. 이건 좀 너무 한 거 아닌가? 팀 사기 올려주는 스킬은 없나? 왜 안 생기지?’

이순신은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스킬이 생기길 바라며 계속 눈치를 보며 계속 춤을 췄다.

“…”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젠장. 망했어.’

이순신의 표정이 씁쓸해질 그때,

“디와이 가라사대! 깝치지 말지어다.”

모두의 시선이 구멍한테 향했다.

고개를 까닥거리던 구멍이 시선이 집중되자 방방 뛰었다.

이만수는 컬쳐쇼크로 정신이 혼미했다.

“저게 염불이여? 랩이여?”

승복을 입고 가라사대를 외치니 인지 부조화가 왔다.

그런데 랩 실력이 엄청난 수준급이 아닌가?

왜 쏴미더머니가 아닌 축구 오디션에 나와서 이러고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다 같이! 디와이 가라사대!”

“디와이 가라사대!”

구멍이 선창하자, 5번 방이 떼창으로 화답했다.

“뛰어!”

둥둥둥.

이것은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었다.

구멍이 만들어 낸 비트박스.

마치 사기를 진작시키는 북소리와 같았다!

가슴이 웅장해진 이순신은 오진성과 막내의 어깨를 잡고 방방 뛰었다.

“우리 오늘 크게 이겼어! 일단 방성찬이고 뭐고 즐겨!”

“그래! 나도 골을 넣었다!”

어느새 이만수도 합류했다.

광광-

“아. 씨발. 뭐야!”

순신네 방 아래층에 있는 선수들이 올라왔다.

어느새 5번 방에는 제작진까지 왔다.

아예 비트도 깔아줬다.

“유후~!”

구멍은 웃통을 벗어서 휘두르고 난리가 났다.

저것이 정말 술도 안 먹고 맨정신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인가?

음주측정이 시급했다.

“땡중. 잘한다!”

“뭐하냐?”

안태리의 귀에도 소문이 들어갔는지 코치진을 이끌고 팔짱을 낀 채 지켜봤다.

멈출 줄 모르는 구멍의 프리스타일 따발총 랩에 안태리가 음악을 꺼버렸다.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구멍의 요물 주둥아리는 멈출 줄 몰랐다.

심지어 방문 밖에 방성찬이 보였다.

“거기 있는 방성찬.”

놀랐는지 방성찬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곧 내가 먹어치울 진수성찬. Yea!”

방성찬이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었다.

“우아아아아!”

느닷없는 구멍의 디스 랩에 선수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5번 방뿐만이 아니었다.

양민학살을 한 압도적 선수 한 명 때문에 다들 의기소침했던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안태리도 어이가 없었는지 씨익 웃었다.

“구멍! 구멍! 구멍! 구멍! 구멍! 구멍! 구멍! 똥구멍! 똥구멍!”

누군가 똥구멍이라고 부르자 시원하게 속에 있던 말을 대신 배설해준 구멍의 별명은 어느새 똥구멍이 됐다.

구멍은 양손을 귀에 갖다 대고 환호를 즐겼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구멍이 해탈한 듯 창문 밖을 바라봤다.

이만수가 구멍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똥구멍. 아니 구멍아. 괜찮냐?”

“잠시 혼자 있고 싶구려.”

구멍의 얼굴에서는 번뇌가 느껴졌다.

그는 축구선수 시절에 자신의 단점으로 유혹에 너무 쉽게 넘어간다는 걸 꼽았다.

그래서 심신을 단련시키고자 했었던 것.

오래간만에 느낀 세속의 즐거움을 어찌 참을 수 있으랴.

“그래도 덕분에 분위기가 좋아졌어. 너 인마 축구 안 해도 충분히 먹고 살겠다!”

“이게 다 순신 시주 때문이오!”

구멍이 고개를 휙 돌려서 순신을 쳐다보았다.

“응? 내가 한 게 뭐 있다고?”

“순신 시주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억누르고 있던 세속의 욕망을 일깨웠소!”

“…”

이순신은 할 말을 잃었다.

“그치. 이게 다 순신이가 춘 괴상망측한 춤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

“하하. 맞아. 나중에 TV로 봐야지.”

“통편집 각 아닌가요? 똥구멍 형이 어떻게 나올지 젤 기대됨요!”

“아, 솔직히 괴상망측은 아니다!”

억울한 이순신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춤을 추려고 하자, 오진성과 이만수가 손을 잡고 끌어냈다.

[팀원들의 사기가 올라갔습니다.]

[언성의 레벨이 증가합니다.]

어쨌거나 의기소침한 모습들이 사라졌다.

그런데 딱 1명. 구멍의 사기는 오히려 더 떨어졌다.

“구멍아. 네 말대로 방성찬 우리가 먹어치우자!”

“으아아아아악!”

쪽팔린 구멍이 머리를 감싸 맸다.

“그래. 구멍아! 할 수 있어!”

“이겨 보자!”

“우리한텐 이순신이 있다!”

“오진성도 있다!”

“이만수도 있다!”

모두 주먹을 쥐고, 구멍을 바라봤다.

“구… 구멍도 있소이다!”

구멍도 주먹을 쥐며 소리쳤다.

[선수단의 사기가 모두 올라갑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세레머니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펼치면 팬들이 즐거워합니다.]

[명성이 상승합니다.]

[명성은 추후 장비 칸에서 착용할 수 있습니다.]

[아직 명성은 착용할 수 없습니다.]

‘응? 아까 몽둥이를 찾던 양반들 치고는 보상이 너무 과한데?’

이순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기 증진의 지분을 보면 구멍이 9.

이순신이 1 정도 됐다.

결승 골, 쐐기 골을 때려 박은 건 구멍일지라도, 그 구멍을 깨운 건 이순신의 어시스트였다.

충무공은 그 점을 높이 사서 이순신에게 보상을 지급했다.

‘고맙다, 구멍아. 네 보상까지 받은 거 같아서 조금은 미안하지만, 잘 쓸게!’

이순신은 구멍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

다음 날.

두 번째 경기가 펼쳐졌다.

“똥구멍, 파이팅!”

“크크크.”

많은 선수가 구멍에게 친근감을 나타냈다.

심지어,

“구멍. 너희 팀과 경기 기대한다.”

방성찬까지 구멍의 등을 두드리고 갈 정도였다.

두 번째 경기는 최국성이 속한 팀.

“순신아. 조심해라. 이번엔 널 뚫어보겠다!”

“쉽지 않을걸요!?”

이순신과 최국성이 주먹을 부딪쳤다.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니던 구멍은 그라운드에서 이순신과 함께 후방에서 경기를 조율했다.

최국성은 최전방 포지션이라기보다는 윙과 섀도 스트라이커를 오갔다.

문제는 전방에서 책임져 줄 선수가 없다는 것.

오히려 프리킥 상황에서 이순신이 비격진천뢰를 이용해서 1골을 넣었다.

오늘 경기에서 비격진천뢰는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사용했다.

어느덧 스코어는 3:0.

이순신이 1골, 이만수가 1골, 막내가 1골을 넣었다.

‘국성이 형. 쓸데없이 욕심이 없는데?’

최국성의 장점은 드리블.

그걸 매듭지어줄 선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아. 국성이 형! 거기서 뺏기면 어떡해요!”

“미안, 미안!”

최국성이 손을 들어 사과했다.

‘국성이 형의 드리블이 문제가 아니야. 구멍의 위치선정이 좋은 것이지.’

최국성네 팀도 5명인 팀이라 배수의 진 효과가 발동되지 않았다.

측은하지만 더는 측은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됐다.

구멍이 커트한 볼을 패스했다.

“순신 시주. 받으시오!”

오른발 안쪽으로 패스를 받은 이순신이 상대편 골대를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국성이 형. 져 줄 생각은 없어요!’

[비격진천뢰를 모두 사용했습니다.]

[사용 불가]

“그럼 저번에 새로 생긴 그걸 써볼까?”

이순신은 저번에 얻은 스킬을 떠올렸다.

[천자포를 사용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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