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골 넣는 수비수-11화 (12/161)

11화. 전원 공격

유일하게 월드컵 전 대회 출전.

월드컵, 올림픽, 코파 아메리카, u-20, u-17 등 유일한 골든 슬램 달성국.

펠레, 가린샤, 호나우두, 카를로스, 호나우딩요. 네이 뭐시기 등등.

축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들.

그렇다!

브라질은 축구 강국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경제 규모로 인해서 현재는 유럽 축구가 가장 좋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아직 아시아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건재했다.

열정의 나라.

어릴 때부터 백사장에서 공차면서 노는 게 일상인 지상 낙원.

선진국처럼 여러 기회가 많지 않기에 인생을 바꾸려면 축구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선 유럽이 더 좋을진 몰라도, 좀 더 절박함.

축구를 즐기는 건 브라질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17살 김혁규는 고교 중퇴 후 브라질행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할 수 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파울루 공항에서 외친 김규혁의 시간은 순탄한 듯 보였다!

‘통한다! 브라질에서 내 개인기가 통해!’

브라질 선수들은 김혁규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규! 축구 너무 잘해!”

“슈팅도 패스도 아시아인 같지 않은걸?”

김혁규는 정말 자신이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빙신. 저거 지금 좋다고 웃는다. 크크크.”

“저 정도면 우리 집 똥개보다 못하는데?”

“당연하잖아. 너희 개는 발이 4개지만 제대로 쓰고, 쟤는 2개고.”

“쟤 축구화 좋아 보인다. 내가 찜.”

브라질 친구들이 봐주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에이전시는 국내에서 브라질로 축구 유학을 갈 선수들에게 꿈을 팔았다.

테스트에서 브라질에서도 자신의 실력이 통한다고 생각한 선수들은 1~2년 이곳에서 축구 유학을 했다.

아직 정식 신분의 선수가 아니기에 체류할 때 꽤 많은 돈이 들었다.

김혁규는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다.

자신보다 못한 브라질 선수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었을 때는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설의 선수 펠레가 놀러 왔다.

경기를 보면서 흐뭇하던 그는 동양 선수를 발견했다.

“오. 제법인데?”

경기가 끝나고 펠레는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전설을 마주했기에 다들 깜짝 놀란 표정.

김혁규도 당연히 그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으며, 심지어 그의 팬이기도 했다.

그때!

“헤이. 동양 소년. 소질이 있더라. 더 열심히 해 봐!”

펠레가 김혁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국에서도 대서특필되었다.

이순신과 함께 공격을 책임질 것이라는 기대감.

이순신이 귀화로 난리 쳤을 때 대중들은 최후의 희망으로 김혁규를 믿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실력은 20세 미만 대표팀에도 뽑히지 못했다.

“왜 김혁규 선수를 안 뽑으신 겁니까?”

“실제로 테스트해보니 국내 선수들보다 나은 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김혁규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펠레가 나를 믿고 있어. 더 열심히 해야 해!”

펠레의 칭찬은 도리어 부담감과 압박감이 되어 부상을 유발하고, 잠재력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그렇게 팀에서 방출됐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어. 난 펠레가 인정한 재능이라고!”

어떻게서든 한국에서 다시 재기하고 싶었다.

곧 있을 입단 테스트를 앞두고 훈련에 매진했다.

***

자신감을 찾은 김혁규는 과감하게 연합팀의 진영을 휘저었다.

만약 이순신의 지휘가 없었다면, 지금쯤 10골은 더 먹혔을 것이다.

“풀백 붙어!”

“7번, 14번 막아!”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이순신은 점점 지쳐갔다.

“혁규! 달려!”

이운장의 스루패스가 대지를 가르며 김혁규의 오른발에 주차됐다.

“그럼 치고 나가 볼까?”

그 순간 이순신이 막아섰다.

마침내 두 유망주가 맞붙었다.

“지쳐 보이는데 괜찮냐? 나가서 쉬지 그래?”

“응. 고마워. 그래도 내 뒤로는 못 지나가.”

이순신이 씨익 웃자, 김혁규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약간 화가 났다는 증거다.

자강두천.

한때 한국 축구의 최전방을 책임질 두 선수가 수비수와 공격수가 되어 서로를 노려봤다.

“꺼져!”

김혁규가 상체를 흔들며 개인기를 펼쳤다.

‘꽤 현란해. 하지만 전반에 비하면 느려졌어.’

김혁규가 왼쪽으로 치고 달리려고 했지만, 이순신의 다리가 좀 더 길었다.

“미안하다. 다리가 짧은 친구여.”

이순신은 공을 잡아서 전방에 있는 최국성에게 뿌렸다.

대지를 가르든, 허공을 가르든 패스는 제대로만 전달되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최국성이 김남호를 등지고 견제했다.

제대로 막혀서 뚫을 수가 없었다.

“젠장!”

“너 내가 축구 하지 말랬지?”

김남호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찔끔.

최국성은 살짝 지렸다.

“뭔데 나한테 축구를 하지 말라고 지랄이야!”

급기야 최국성이 정신 줄을 놨다.

김남호는 당장이라도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격이 다른 선수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참고 또 참았다.

어차피 합법적인 어깨빵과 태클이 있으니까.

“국성! 패스!”

최국성이 고개를 들었다.

이순신이 마치 말을 타고 달려오는 것처럼 엄청난 기세로 달려왔다.

툭.

최국성이 패스를 했다.

“패스?”

김남호는 재빨리 이순신 쪽으로 달렸다.

“야. 나와!”

그는 수비수에게 협력 수비를 요청했다.

옆에서는 김남호, 전방에서는 수비수들이 달려왔다.

골대와의 거리 차이는 대략 40m.

뻐어엉!

이순신의 강력한 슛이 골문으로 향했다.

퍽!

김구름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공을 걷어냈다.

“나이스. 구름 형!”

김구름은 칭찬에도 웃을 수 없었다.

손이 저릿저릿했다.

‘미친놈. 무슨 슛 파워가 이렇게 세. 정확도는 뭐고. 그런데 왜 수비수로 뛰고 있는 거지?’

연합팀의 코너킥 찬스가 이어졌다.

맷코치가 손가락 2개를 펼친 후 코너킥을 올렸다.

뻥!

연합팀이 공을 받은 후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공을 찼다.

빈 공간을 향해 이순신이 달려들었다.

탕!

경쾌한 소리를 내며 골대를 맞고 공이 나갔다.

지이이이잉-

어찌나 슛 파워가 셌는지 골대가 흔들릴 정도였다.

“아우! 씨! 빌어먹을!”

이순신은 주먹을 불끈 쥐고, 눈을 감으며 아쉬움을 표했다.

“괜찮아. 기회는 또 있을 거야!”

맷코치는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했다.

이순신도 부랴부랴 진영으로 복귀했다.

표정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넣었어야 했는데……. 과연 기회가 또 있을까?’

남은 시간은 대략 20분 정도.

김혁규가 공을 잡고 돌파했다.

이순신이 따라붙었다.

꼬끼오!

두 사람의 치킨런이 펼쳐졌다.

이순신이 끈질기게 달라붙었고, 김혁규는 떨쳐내기 위해서 고심했다.

‘여기서 이딴 놈 하나 못 제치다니……. 이래서는 프로가 될 수 없어!’

김혁규가 남은 체력을 끌어모아서 마지막 드리블을 시도하려고 할 때 옆에서 빈 공간 상태인 이운장이 소리쳤다.

“혁규!”

김혁규는 드리블하는 척을 하면서 이운장에게 패스를 했다.

공을 받은 이운장이 다시 김혁규에게 리턴했다.

김혁규는 빈 공간으로 치고 나가서 그대로 다이렉트 슛을 때리려는 찰나!

‘다른 놈들한테 먹혀도 쟤한테만큼은 먹히면 안 돼!’

삐이이익-

페널티킥이 발생했다!

김혁규가 찬 공이 그대로 황 관장의 손을 정확히 가격했다.

“우와와!”

적토마 FC가 소리를 질렀다.

반면, 이순신은 난감했다.

분위기를 정비하고 키커로 나선 것이 김혁규이기 때문이었다.

‘제발…….’

여기서 한 번의 골을 더 먹이면 만나본 적도 없는 펠레의 저주를 받게 되는 상황!

골키퍼와 공의 방향이 반대로 갔다.

김혁규는 뒤를 돌아서 세레머니를 준비하던 찰나!

팅!

공이 골대를 맞고 튕겼다.

김혁규는 재빨리 공을 향해 뛰었다.

빈 골대에 골을 넣는 건 누구보다 쉬운 일!

이순신이 미친 듯이 달렸다.

발을 뻗기에는 거리가 다소 짧았다.

결국, 이순신이 도약하면서 몸을 날렸다.

퍽!

김혁규가 공이 아닌 이순신의 대갈통을 찼다.

소리가 어찌나 크게 났는지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으아아악”

이순신이 얼굴을 감싸면서 비명을 질렀다.

“순신아. 괜찮아?”

연합팀과 적토마 FC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볼 때 이순신이 손을 내저으면서 일어났다.

“괜찮습니다. 조금 까졌을 뿐입니다.”

연합팀과 적토마 FC는 경악하면서 한 발짝 물러났다.

이순신이…….

피를 질질 흘리며…….

웃었다.

“잠시 치료를…….”

“괜찮습니다!”

이순신이 팔뚝으로 피를 스윽 닦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매우 기뻤다.

결코, 피를 보아서가 아니었다.

[히든 보상 : 스킬 방패연 해금]

[팀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날린 그대는 과거의 자신을 잊고 환골탈태하였습니다. 이제 골문을 지키는 방패연으로써 솔개처럼 자유롭게 날기 바랍니다.]

[날아오는 공을 향해 몸이 저절로 반응합니다. 상당한 체력이 소모됩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몸을 날려서 슈퍼 세이브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수비기술이었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몸빵’?

피를 흘려가며 두 개의 히든 보상 중 하나를 손에 넣은 순신으로서는 기쁠 수밖에 없었다!

“선수교체.”

적토마 FC에서 선수를 교체했다.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던 김혁규가 빠지고, 다른 공격수가 들어왔다.

“왜요? 저 더 뛸 수 있어요!”

“혁규야. 그 정도면 충분해. 저 순신이라는 녀석하고 계속 붙다가 상처라도 입어서 기회를 날리고 싶어?”

“으윽…….저 자식 제치고 한 골 박아주고 싶은데…….”

김혁규는 오늘 번번이 이순신에게 가로막힌 게 아쉬웠다.

하지만 부상 이야기가 나오자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부상으로 인한 피해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잘했다. 혁규!”

그는 팀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벤치로 돌아왔다.

이순신은 숨을 헐떡이며 계속 경기장에 버티고 버텼다.

“저 녀석 투지가 장난 아니네.”

“분명 지친 거 같은데 속도랑 점프력이랑 반응속도도 미친 거 같아.”

축구는 신사의 스포츠다.

하지만 신사들의 전쟁이기도 했다.

머리가 깨지고, 고환이 터져도 그 경기를 위해서 모든 걸 쏟아붓기에 감동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김혁규에게 없던 것.

재능뿐만 아니라 바로 이러한 투지였다.

이런 동네 경기에서 몸을 날려가며 수비를 하는 이순신의 기세에 이미 전의가 꺾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와라!”

이순신이 소리를 지르자 연합팀의 사기가 올라갔다.

남은 시간 10분.

우려했던 대패가 아니라 어쩌면 비길 수도, 잘만하면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순신의 피가 연합팀의 열정에 불을 붙였다.

“도대체 뭣 때문에…….”

리그도 컵대회도 아닌 친선경기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열정은 프로 경기에 못지않았다.

이운장이 씨익 웃었다.

단순히 건강관리와 친목 도모를 위해서가 아닌 경기를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렇다면 이쪽도 진심으로 하는 수밖에.”

그는 냉정하게 공격을 전개했다.

패스 플레이는 일품이었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김혁규와 교체된 공격수의 수준이 모자란 것도 있었고, 이순신이 몸을 날리는 수비로 몇 번의 위기를 구해냈다.

남은 시간 1분.

이운장과의 몸싸움에서 이긴 이순신이 공을 빼앗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전원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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