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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받고 각성 더!-232화 (23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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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장. 굉황-격전#3-

온몸이 새하얀 빛에 뒤덮인 굉황의 몸뚱이가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무슨 짓을 한…….

굉황은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했다. 대신 짙은 영력을 피워 올려 자신의 몸을 완전히 감쌌다.

그것을 본 준혁이 재빨리 거리를 벌리는 찰나.

쩌저정!

놈의 몸을 감싸고 있던 잿빛 영력이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그대로 얼어붙었다.

마치 회색의 얼음 결정에 갇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준혁은 어느새 활로 바꾼 무상곤으로 에테르 화살을 쏘았다.

하지만 딱딱한 표면에 부딪쳐 허공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이야, 천하의 굉황이 이렇게 겁쟁이였나?”

-시끄럽다.

슬쩍 도발해 보지만 굉황은 걸려들지 않았다.

준혁은 빠르게 굉황의 긴 몸뚱이를 따라 움직였다.

머리에서 꼬리로, 그리고 다시 꼬리에서 머리를 향해 움직이며 탐색으로 놈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폈다.

‘제대로 들어갔어.’

인간의 몸, 아니 생명체의 몸은 기본적으로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영력도 마찬가지로 소유자의 의식에 반응한다.

이는 에테르나 마나에도 적용되는 성질이었다.

이를 다르게 풀어서 말하면, 소유자의 몸에 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금 굉황의 영력이 자신의 몸을 공격하고 있었다.

머리에서 시작해 꼬리까지 뻗은 영력의 선이 제 몸속을 깎아 내고 있었다.

준혁이 만든 ‘영력 분해’의 효과였고, 준혁이 노리고 계획한 일이었다.

첫 번째는 백효와 적사를 통해 굉황의 목과 꼬리에 주입한 에테르였다. 그 두 줄기 에테르가 서로 끌어당기는 성질을 통해 하나의 선이 되었다.

두 번째는 몸통 중간에서 이루어진 헌터들의 공격이었다.

굉황의 몸뚱이를 따라 흐르는 에테르 흐름에 헌터들의 에테르가 더해지며 ‘영력 분해’가 완전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마무리는 역시나 준혁이 굉황의 이마에 박아 넣은 공격이었다.

준혁의 에테르가 굉황의 몸속에 자리 잡은 에테르의 효과를 증폭시킨 것이었다.

지금 굉황의 영력이 제 몸을 갉아먹는 것 또한 ‘영력 분해’로 인한 현상이었다.

영력이 분해되면서 오히려 제 몸에 독으로 작용하니, 굉황의 영력이 그것을 소멸시키기 위해 과잉 반응을 시작했다.

그 격렬한 반응이 에테르를 모두 소멸시킨 후에도 남아 제 몸을 갉아먹는 것이었다.

인간으로 치자면 면역 작용의 이상으로, 본인의 몸을 공격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굉황은 신수였다.

신의 격을 지닌 초월적인 생명체.

놈은 지금 영력 얼음으로 제 몸을 보호한 채, 영력의 이상 현상을 바로잡는 중이었다.

기다려 줄 이유가 없다.

-리처드!

준혁의 부름에 리처드 개런이 곧장 반응했다.

-옛써!

-지금 당장 백악관으로 가.

-화이트 하우스?

-핵공격 한 번 더 하라고 해.

-옛써! 근데 시간이 좀 걸린다는 건 알고 있지?

그냥 미사일을 쏘는 것도 아니고, 핵미사일이었다.

당연히 그 중간에 필요한 절차가 있을 터.

-당연하지. 아니, 오히려 그래야 해. 내가 신호하면 그때 쏘라고 해.

-오케이!

대답과 동시에 리처드 개런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게이트 오픈을 통해 백악관으로 갔으리라.

리처드 개런의 이동을 확인한 준혁은 다시 유민섭에게 생각을 전달했다.

-모두 머리 쪽으로 모여요.

-네. 지금 갑니다.

그리고 준혁은 작업에 들어갔다.

지금 상태에서는 핵을 쏴도 소용이 없었다.

놈이 만든 영력 얼음은 어지간한 핵 공격으로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했다.

이것을 미리 파훼해야 했다.

그리고 현재 준혁의 능력은 그런 일에 가장 특화되어 있었다.

탐색의 심도를 높여 굉황이 두르고 있는 영력 얼음의 구조를 낱낱이 파헤쳤다.

굉황은 제 몸의 이상을 해결하고 있었고, 그것이 마무리되는 데는 한참의 시간을 더 보내야 했다.

준혁의 손에서 피어오른 에테르가 빠르게 회전했다.

그 에테르의 내부에서는, 기본 구조를 만들며 준혁이 고안한 장치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 있었다.

우웅!

그리고 준혁의 구상이 완벽하게 형태를 갖추자 잘게 떨리는 소리와 함께 보다 강력한 빛을 뿜었다.

슈욱!

빠르게 날아간 준혁의 장치가 영력 얼음의 표면을 두드렸다.

변화는 금세 일어났다.

영력 얼음에 붙은 장치가 주변으로 퍼지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희미하지만 그 표면이 살짝 녹아내렸다.

‘됐다!’

단번에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한 번 완성한 장치는 준혁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 곧장 생성된다.

슉, 슈슈슉!

준혁의 손을 통해 쉴 새 없이 쏘아져 나간 장치가 연거푸 한 점을 두드렸다.

마치 물이 흘러내리듯 잿빛의 영력이 걸쭉한 덩어리가 되어 아래로 떨어졌다.

장치가 두드린 지점은 처음에는 희미한 자국이었고, 그다음 선명한 ‘흠’으로 변했으며, 결국에는 하나의 구멍이 되었다.

구멍이라는 건 굉황의 거대한 덩치에 비유한 이야기.

인간을 기준으로 하면 2차선 도로가 나 있는 거대한 터널이었다.

“갑시다!”

외침과 동시에 준혁이 가장 먼저 터널로 날아들었다.

그러는 한편 리처드 개런에게 급히 생각을 전했다.

-준비는?

-마무리됐어!

-신호하면 쏘라고 해요!

뒤에 남겨진 유민섭이 준혁을 따라 움직였다.

“돌겨어- 억!”

잔뜩 격앙된 유민섭의 외침에 환수와 헌터의 듀오가 터널로 빨려들듯 진입했다.

콰콰쾅!

터널 안쪽에서부터 폭음이 메아리쳐 울려 퍼졌다.

그대로 굳어 있는 굉황은 준혁에게는 그저 덩치 큰 샌드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였다.

거기에 100여 쌍의 환수와 헌터 듀오까지 합세한 파상공세가 쏟아졌다.

우악스러운 공격에 순식간에 굉황의 비늘이 깨져 나갔다.

동시에 리처드 개런을 향해 명령했다.

-지금!

-옛써!

그 와중에 퍼부은 공격에 굉황의 속살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좀 더 서둘러요!”

준혁의 외침에 약간의 조급함이 깃들었다.

탐색의 시야 속에 굉황이 몸속의 이상을 거의 다 정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혁은 머릿속으로 시간을 가늠하며 주먹을 한층 거세게 휘둘렀다.

터져 나간 속살 너머로 마침내 새하얀 뼈가 드러났다.

하지만 때마침 굉황의 상황 정리도 마무리되었다.

쩌엉-!

얼음 쪼개지는 소음이 울려 퍼졌다.

“모두 피해!”

명령은 한 번으로 족했다.

헌터들, 그리고 환수들은 준혁의 말에 단 한 사람, 한 마리도 빠짐없이 곧장 게이트를 열어 몸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준혁은 무상곤을 거대한 작살의 형태로 바꿨다.

-어림없다!

굉황의 외침이 다시 귓전을 울리는 순간, 거대한 작살이 준혁의 손을 떠났다.

때마침 깊이 파인 굉황의 몸뚱이에서 영력이 새어 나와 상처를 메우는 순간이었다.

슈우욱!

새하얀 빛을 흩뿌리며 쏘아진 작살이, 연기와 같은 영력을 꿰뚫었다.

크아아아-!

하늘을 뒤집어 흔들 정도의 비명과 같은 포효.

격렬하게 요동치는 굉황의 거대한 몸뚱이.

준혁은 황급히 허공을 두 손으로 두드리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빠르게 안전한 지역까지 몸을 피했지만 숨 돌릴 틈은 없었다.

“흡!”

양손을 뻗어 또다시 장치를 준비한다.

그리고 때맞춰 날아오는 거대한 무언가.

핵탄두가 중력을 밀어내며 굉황을 향해 빠르게 솟구치고 있었다.

그것도 무려 40여 발의 핵미사일.

섬뜩한 빛이 하늘을 가득 메우는 순간, 준혁도 빠르게 에테르 막을 펼쳤다.

이번에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준혁이 만든 에테르 막이 굉황을 완전히 밀폐하듯 감싼 덕분이었다.

새하얀 섬광에 이어 강렬한 폭발이 일어나며 굉황을 감싸고 있는 에테르 막을 뒤흔들었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굉황이 반사적으로 뿜어낸 영력이 내부에서부터 에테르 막을 밀어냈다.

막을 유지하는 준혁과 그것을 찢으려는 굉황과의 순수한 기운 싸움.

“크윽!”

준혁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악다문 입술 사이로 시뻘건 선혈이 주르륵 비집고 흘러나왔다.

‘조금만 더!’

그러는 중에도 준혁은 시간을 재고 있었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무기가 하나 남아 있었다.

굉황이 정신을 차린 그 순간 쏘아 냈던 무상곤.

그것이 굉황의 뼈에 깊이 박힌 채 준혁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뚜욱, 뚝!

쏟아 낸 핏물이 앞섶을 붉게 물들일 때쯤이었다.

‘지금!’

머릿속으로 타이밍을 재던 준혁이 곧장 에테르 막의 위쪽을 열었다.

휘이잉-!

준혁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 에테르가 방사능 에너지를 품은 채 곧바로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굉황의 몸속에서 새하얀 빛이 솟구쳤다.

끄아아악!

굉황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단순한 비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단말마였다.

굳어 버린 채 목 아래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굉황이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리고 비명을 토하고 있었다.

-도살자!

악에 받친 외침이 준혁을 불렀다.

-도살자-! 내가 이대로 죽을 것 같은가?

굉황이 흔한 악당의 대사 같은 외침을 토해 낸 순간이었다.

쩌저적!

갑자기 굉황의 긴 몸뚱이 한가운데가 뜯기듯 갈라졌다.

그와 동시에 꼬리 부분이었던 쪽이 짙은 영력으로 변해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무언가 숨겨 둔 한 수가 있었다는 듯한 움직임.

하지만 준혁은 평온했다.

“그게 뭐?”

-후! 지상의 인간들 중 우리의 영력을 받은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인간들이 단순히 영력을 취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했다면 너의 오산이다.

굉황은 몸뚱이의 잘려 나간 끝부분에서 영력을 풀어내,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 꼬리의 형태를 만들었다.

-그 인간들의 진짜 효용은…….

굉황의 이야기를 듣던 준혁의 머릿속에 상황에 맞지 않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디 한 번?’

그리고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뭐? 설마 그 사람들에게 또 다른 걸 심어 놓았던 것이냐?”

-안 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인가?

“무슨 짓을 한 거냐!”

-그 인간들을 통해 주변에 있던 다른 모든 인간의 기운을 흡수해 내가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설마 지구상의 모든 인간을 다 죽이려는 거냐?”

-인간 따위가 나에게 그렇게 중요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득의만만하게 외치는 굉황의 모습에 준혁이 갑자기 실소를 픽 터트렸다.

“큭!”

-후후! 여유로운 척한다고 내가 당황할 줄…….

“멍청한…….”

그때였다.

지이잉-!

갑자기 굉황의 머리 위의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하더니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것을 본 준혁이 저도 모르게 얼굴을 굳혔다.

굉황 또한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왜?

공간을 뚫고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던전’이었다.

던전은 과거의 괴이한 모습이 아닌, 다시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되찾은 상태였다.

던전히 굉황을 향해 말했다.

“너의 쓰임은 다 끝났으니까.”

-무슨?

“굳이 미천한 짐승에게 일일이 설명할 이유는 없지.”

던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굉황의 몸뚱이가 갑자기 영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네, 네놈…….

하지만 굉황은 마지막 말조차 끝맺지 못했다.

순식간에 영력 덩어리로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영력은 다시 새하얀 빛으로 응축되더니, 이내 던전의 손을 통해 그대로 흡수되었다.

“후우!”

순식간에 일을 마친 던전이 준혁을 향해 말했다.

“이제 우리 사이의 일을 마무리해야겠군.”

그런 던전을 향해 준혁이 또 한 번 실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하! 너도 똑같이 멍청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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