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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받고 각성 더!-218화 (218/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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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장. 폭풍전야#2-

탁!

준혁은 곧장 숲에 내려섰다.

차선책은 숲의 나무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시스템은 이전을 진행할수록 강해졌다.

그렇다면 완벽한 이전을 막아, 놈이 완전체가 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나무를 없애는 데 가장 좋은 것은 불이다.

하지만 아까 시스템이 내린 비로 인해 숲의 나무는 절대 불이 붙지 않았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직접 나무를 찍어서 쓰러트리면 된다.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아까 시스템과 신수가 싸울 때 해 보았지만, 나무가 지독하게 단단해서 한 그루 찍어 없애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쩌엉!

“큭!”

아니나 다를까, 도끼로 밑동을 찍어 보았지만 손이 저릴 정도였다.

이 나무들을 일일이 찍어서 없애는 것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그사이에 저 시스템이 정신을 차리고 싸우자고 덤비면 답이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준혁은 뭔가를 결심한 듯 크게 손을 들었다.

“화룡연무!”

준혁의 선택은 소용없었던 ‘화룡연무’였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화룡연무!”

화르르륵!

거대한 화룡이 쉴 새 없이 술식을 깨고 뛰쳐나왔다.

짧은 시간, 100여 마리의 화룡이 숲을 가득 메웠다.

숲은 순식간에 붉은 화염으로 뒤덮였다.

치이익!

곳곳에서 무언가 끓는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솟구쳤다.

준혁이 택한 것은 아주 단순무식한 방법이었다.

타지 않으면 탈 때까지 불을 지핀다.

젖은 장작도 오랜 시간 불속에 있으면 결국 물기가 마르고 나중에는 타게 된다.

준혁은 이 나무들이 머금은 모든 물을 증발시키고, 결국 태워 버리는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처음 불러낸 화룡이 사라지면 준혁은 또다시 ‘화룡연무’를 펼치는 방법으로 꿋꿋하게 화룡의 숫자를 유지했다.

숲 상공으로 솟구친 수증기가 짙은 안개처럼 모이다가, 화룡의 거센 열기에 순식간에 증발해 사라졌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화르르륵!

마침내 완전히 불타기 시작한 나무가 생겼다.

처음에는 곳곳에서 드문드문 한 그루씩 타기 시작하더니, 기다렸다는 듯 수십 그루의 나무가 불타기 시작했다.

준혁은 침착하게 숲이 불타는 상황을 주시하며, 틈틈이 상공에 있는 시스템의 동향을 살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먼저 불이 붙은 나무는 어느새 새까맣게 재가 되어 쓰러졌고, 곳곳에 숯이 되어 버린 나무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숲의 절반이 타들어 갔을 때였다.

“멈춰라!”

겨우 정신을 차린 시스템의 입에서 거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세차게 떨어지기 시작하는 굵은 빗방울.

폭우가 쏟아졌지만 이미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한 불은 쉬이 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영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치이익!

짙은 수증기와 함께 불길이 빠르게 사그라든다.

그러나 준혁도 이번에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에테르 무기에 몸속의 에테르를 잔뜩 밀어 넣었다.

에테르를 잔뜩 머금은 무기가 봉처럼 수직으로 솟구치더니, 이내 위쪽 끝부분이 둥글게 활짝 펼쳐졌다.

우산, 에테르 무기가 거대한 우산이 되어 숲 전체를 뒤덮었다.

역시나 단순하기 짝이 없는 방법이었지만, 그만큼 효과 또한 극단적으로 좋았다.

죽어 가던 불길이 다시 기세를 피워 올리며 타들어 간다.

“꺼져라!”

콰아앙-!

거센 충격이 준혁을 두드렸다.

“큭!”

이번에는 준혁도 막지 못하고 한참을 날아갔다.

당연히 숲에 씌었던 우산도 날아가 버렸고, 불길은 순식간에 꺼졌다.

그리고 시스템은 곧장 나무의 이전을 시작했다.

허공에서 자세를 고친 준혁이 또다시 숲으로 날아들었다.

“음?”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아까 준혁의 접근을 막던 힘이 지금은 없었다.

그리고 상공의 시스템은 거대한 공처럼 부풀었던 몸뚱이가 또다시 들쭉날쭉 기괴하게 변하고 있었다.

탐색으로 그 모습을 살피던 준혁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시스템은 아까보다 훨씬 더 급하게 장치들을 이전하고 있었다.

‘어쩌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 상공의 시스템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놈을 감싸고 있는 보호막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빠르게 숲에 내려선 준혁은 에테를 무기를 다시 도끼로 바꾸었다.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쩌엉!

아직 남아 있는 나무의 밑동을 다시 거세게 두드렸다.

이번에는 시스템도 준혁을 막지 않았다.

아니, 막지 못했다.

급하게 시스템을 이전하다 보니 더 이상 다른 일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쩌엉, 쩡!

준혁은 거리낌 없이 도끼를 휘둘렀다.

시스템은 조금이라도 많은 코어를 이전하려 하고, 준혁은 하나라도 더 코어를 쓰러트리려 했다.

이는 누가 더 많은 나무를 쓰러트리는가 하는 경쟁과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쩌어어억!

거대한 소음과 함께 마지막 나무가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숲에는 더 이상 나무가 남지 않게 되었다.

“후, 후우!”

준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네놈은 절대 편히 죽게 하지 않을 것이다!”

시스템의 원한에 찬 목소리가 거대하게 울려 퍼졌다.

준혁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그런 말 하는 놈치고 무서운 놈 없던데?”

시스템은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괴한 세포 덩어리처럼 변해 있었다.

게다가 쉴 새 없이 그 모양이 변하고 있었다.

그로테스크한 그 모습은, 보통 사람이 보았다면 쉴 새 없이 구토를 했을 정도로 징그러웠다.

하지만 ‘탐색’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준혁은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고 있었다.

‘시간.’

놈은 지금 극도의 소화불량 상태였다.

급하고 과도하게 이전한 장치들이, 에테르 덩어리로 변하지도 못한 채 놈의 몸속에서 마구 요동치고 있었다.

그 여파로 시스템은 준혁에게 공격도 못하고 있었다.

그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저걸 안정시키려면 놈에게도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이는 준혁에게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때였다.

콰르르릉!

하늘 한쪽에서 굉음이 울렸다.

“흠!”

급히 고개를 돌리던 준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리가 들린 쪽의 하늘이 찌그러지고 있었다.

한곳이 아니다.

공간이 찌그러지는 현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당연한 건가?’

이곳은 시스템의 내부였다.

그리고 지금 그 시스템의 모든 장치가 실체화된 놈에게 이전되거나 준혁에게 파괴되었다.

즉, 원래의 던전 시스템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그 속에 만들어진 세상 역시 무너질 수밖에.

그것을 깨달았는지 허공의 시스템이 거칠게 요동치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준혁 또한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었다.

빠르게 ‘게이트 오픈’을 펼친 준혁이 직전의 기착지를 향해 발을 옮겼다.

***

<속보:전 세계 각성자들, 각성한 능력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견.>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각성자들의 능력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세상에는 놀랍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상황을 아는 준혁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준혁은 실체화된 시스템과 경쟁하듯 싸웠고, 그 결과 기존에 있던 던전 시스템이 무너졌다.

던전 시스템이 무너졌으니, 그로 인해 만들어진 모든 것 또한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한 갖가지 사건 사고들이 쉴 새 없이 떠올랐다.

<각성자들, 갑작스러운 능력 상실로 인한 우울증 발생. 그 외에 다양한 정신 질환 사례가 늘어나.>

각성자들은 인간을 벗어난 초인이었다.

이럴 경우 보통은 일종의 선민의식 같은 것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능력을 갑자기 잃었으니, 그 상실감으로 인해 우울증이나 정신 질환을 앓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능력을 잃은 중국의 각성자 A 씨,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집단 폭행 당해. A 씨는 평소 갑질로 악명을 떨친 각성자.>

<미국의 헌터 출신 B 씨, 거리에서 저격당하다.>

보복이었다.

선민의식으로 일반인들에게 갑질을 해 대던 각성자들이, 능력을 잃게 되니 쌓인 울분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었다.

각성자들은 당연히 부를 쌓고 있었고, 그 부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을 통해 경호 인원을 데리고 있었으나, 너무 큰 원한을 산 자들은 군중의 분노로부터 무사할 수 없었다.

던전 시스템이 무너진 여파는 그 외에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경제적인 문제였다.

던전에서 얻은 부산물을 통해 새롭게 생겨난 산업들, 통칭 던전 산업이 일시에 무너졌다.

재료도 공급되지 않고, 당연히 수요도 없으니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그것이 단순히 헌터들 사이에서의 수요와 공급이었다면 여파는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던전 산업은 단순히 던전에서 사용하는 물건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많은 소재 산업이었다.

던전 산업이 흥하면서 이미 기존의 소재 산업은 무너졌는데, 그 던전 산업이 일시에 몰락해 버렸다.

당연히 던전 산업이 대체했던 소재 산업을 곧바로 대체할 산업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여파 또한 전 세계 제조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그러한 분야는 비단 소재 산업만이 아니었다.

세계 경기는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불황에 휩싸였다.

각국 정부는 바쁘게 대책을 발표하며 던전 몰락의 여파를 수습하기에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혼원 길드 사람들은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몇 번이나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절대적으로 비밀이어야 합니다.”

“어, 어떻게?”

과거 일본 1위 길드였던 정검회 회장 하시모토 타츠야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유민섭을 보았다.

유민섭이 만들어 낸 것은 분명 각성으로 인한 스킬이었다.

세상 모든 각성자가 능력을 잃었다. 하시모토 타츠야 역시 더 이상 각성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여전히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던전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세계의 모든 각성자들이 능력을 잃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준혁을 통해 재각성한 혼원 길드 소속 각성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었다.

“비밀, 지켜야 합니다.”

유민섭의 거듭된 당부에 하시모토 타츠야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민섭이 평소와 달리 두 눈에 살기까지 머금은 채 말하고 있으니 당연했다.

게다가 하시모토 타츠야 본인은 지금 아무런 능력도 없는 일반인이었다.

“타츠야 씨도 새롭게 각성할 수 있습니다.”

“헉! 정말입니까?”

“네.”

“그, 그렇다면…….”

“단!”

유민섭이 하시모토 타츠야의 말을 급히 끊었다.

그리고 잠시 시선을 맞춘 후 말을 이었다.

“재각성에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싸워야 합니다.”

“네?”

“잘 들으십시오.”

유민섭은 최대한 간단하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하시모토 타츠야에게 설명했다.

“그런 일이…….”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 아시겠습니까?”

“각성 시켜 주면 저도 그 괴물과 싸워야 한다는 이야긴가요?”

“그렇습니다.”

하시모토 타츠야는 조금도 뜸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만상만투로 인한 도쿄의 재앙에서 마지막까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하시모토 타츠야였다.

그 정도로 정의감이 있는 사람에게 이런 제안은 오히려 매우 고마운 것이었다.

유민섭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었다.

“일단 일본 내에서, 우리와 뜻을 함께할 사람들을 모아 주십시오.”

시스템의 공격에 맞서 싸울 사람은 많을수록 좋았다.

“알겠습니다.”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하며, 만에 하나 비밀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죽을지도 모릅니다.”

“네!”

전 세계 각국으로 날아간 혼원 길드 소속 헌터들은 지금의 유민섭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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