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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받고 각성 더!-217화 (21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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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장. 폭풍전야#1-

시스템의 손을 떠난 빛 덩어리가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큭!”

준혁은 신음과 함께 질끈 두 눈을 감았다.

너무 강렬한 빛에 순간적으로 시야가 새하얗게 탈백된 탓이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 시력이 회복된 후에야 준혁은 숲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

새하얀 빛의 돔이 숲 전체를 덮고 있었다.

그리고 숲 외곽부터 나무들이 하나둘 말라비틀어지고 있었다.

잎이 노랗게 물들고 줄기의 껍질이 메마르더니 급기야 완전히 죽은 나무가 되어 기울어진다.

숲을 뒤덮고 있는 빛의 돔은 시스템이 만들어 낸 장치였다.

준혁은 그 장치를 읽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저 상황은 굳이 장치를 이해하지 않아도 무슨 일인지 대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시스템 코어를 이전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이런 게 있으면 왜 진작 안 한 거야?’

처음부터 저렇게 이전했으면, 지금처럼 싸움이 벌어지지도 않았다.

물론 시스템이 저 방법을 쓰지 않은 것이 준혁에게는 당연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처음부터 완전체의 모습으로 저놈이 나타났다면 세상은 그대로 끝장났을 테니까.

준혁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가 숲 상공에 떠 있는 시스템에게로 향했다.

‘뭐야, 저건?’

준혁은 두 눈을 가늘게 좁힌 채 시스템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

준혁은 ‘탐색’으로 시스템을 본 적이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심안’과 ‘탐색’을 동시에 사용해 시스템을 살펴보았었다.

‘탐색’은 기운의 흐름을 가시화하는 스킬이었지만, 시스템은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었다.

느낌을 말하자면 마치 속이 텅 빈 것 같은 모양이었다.

‘심안’과 ‘탐색’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지금도 똑같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다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시스템의 내부가 에테르로 가득 차 있었다.

준혁은 안력을 돋워 좀 더 자세히 시스템 내부의 에테르를 살폈다.

‘음!’

자세히 보니 단순히 에테르로 가득 차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에테르 입자가 독립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에테르 입자가 너무 많아 에테르로 가득 찬 것처럼 보였던 것이었다.

게다가 에테르 입자 하나하나가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었다.

에테르 입자의 정체는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장치였다.

시스템은 수많은 장치의 복잡한 조합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 장치 하나하나가 아까 보았던 초원의 풀, 그리고 숲의 나무로 상징화되어 있는 상태였다.

숲의 나무 하나가 말라비틀어져 쓰러지면서, 시스템에게로 흘러간 에테르가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 맹렬하게 회전하며 조금씩 그 크기가 줄어들고 있었다.

실체화한 시스템이, 본체였던 시스템을 자신의 몸으로 이전시키면서 발생하는 현상인 듯했다.

거기까지 확인한 준혁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놈도 버거운 게 있군.’

시스템은 평소에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에테르 덩어리들이 보이지 않도록 뭔가 수를 쓰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은 시스템을 한꺼번에 이전시키다 보니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부하가 걸린 모양이었다.

그때 시스템의 모습에 변화가 생겼다.

시스템 코어를 흡수하던 두 손이 갑자기 크게 부풀어 올랐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내 팔과 어깨를 지나 몸통과 머리, 다리 할 것 없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탐색’의 영역에서는 그 이유가 명확하게 보였다.

축소시키지 못한 에테르 덩어리들이 밀려 들어온 탓에 몸이 팽창한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숲의 나무들은 더욱 빠르게 쓰러져 갔고, 그럴 때마다 시스템은 점점 더 괴상한 형태로 변해 갔다.

단순히 한 부위가 크게 부풀어 오른 모양이 아니었다.

어깨에 갑자기 혹이 하나 생긴 것처럼 부풀더니, 그 혹에 또 다른 혹이 생겨난다.

한쪽 다리가 길게 쭉 늘어나더니 발이 몸통의 다섯 배 크기로 부풀기도 했다.

자연스레 또 하나의 의문도 해소되었다.

지금 저렇게 한꺼번에 이전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은 이유가 저것이었다.

하나의 장치를 에테르 입자로 바꾸는 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먹을 수 있는 한도를 몇십 배 초과해 먹은 것과 마찬가지다.

쉽게 말해 지금 상태는 극심한 소화불량인 셈이었다.

그리고 공격하려면 지금이었다.

-야, 저 새끼 쳐!

준혁은 신수를 향해 그렇게 외치고는 곧장 에테르 무기의 모양을 활로 바꾸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빛의 돔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힘 때문이었다.

준혁과 신수를 밀어서 날려 버렸던 그 힘이 지금 빛의 돔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 압력을 버티며 손을 움직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준혁은 이를 악물고 시위를 당겼다.

끼이이익!

뒤이어 손가락 끝에서 뿜어낸 에테르로 화살을 만들어 시위에 걸었다.

투투퉁!

시위를 튕기기 무섭게 무수히 많은 에테르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허공으로 떠오른 화살이 빛의 돔이 만드는 힘을 뚫고 시스템을 향해 날아갔다.

-크아아아!

신수 또한 괴성을 내지르며 시스템을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콰앙!

폭음과 함께 날아간 화살이 터져 나가고, 달려들던 신수가 긴 포물선을 그리고 저만치 날아갔다.

끝이 아니다.

밀어내는 힘이 갑자기 뚝 멈추는 듯하더니, 준혁을 향해 거친 바람이 밀려왔다.

황급히 두 팔을 들어 전면을 틀어막았다.

펑!

하지만 강렬한 폭음과 동시에 준혁 또한 저만치 튕겨 날아갔다.

“큭!”

저만치 날아가며 확인한 시스템의 모습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준혁을 밀어내기 위해 힘을 분산시킨 탓에 놈 역시 되돌아온 반발력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스템 또한 지금 이 순간에 모든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는 뜻이었다.

땅에 처박힌 준혁은 급히 몸을 일으켜 다시 숲을 향해 내달렸다.

신수 또한 벌떡 몸을 일으켜 숲을 향해 내달린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준혁과 신수는 또 한 번 밀려나 땅에 처박혔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스템을 향해 달려들었다.

십수 번을 처박히면서도 다시 달려들자 어느새 신수에게서도 또 한 번 변화가 생겼다.

그렇잖아도 이상하게 부풀어 오르기를 반복한 탓에 이미 인간의 형태를 잃은 시스템의 몸뚱이가 한층 크게 부풀었다.

“끄아아악!”

그리고 준혁으로서는 처음 듣는 시스템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놈의 몸은 부풀어 오르기를 반복한 끝에 완전한 구체로 변해 있었다.

마치 하늘에 거대한 열기구가 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탐색’의 시야에서도 놈의 몸 안에는 에테르 덩어리가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에테르 덩어리들이 몸속으로 밀려들고, 그에 따라 거듭 거대해지고 있었다.

‘저대로 놔두면 터지는 거 아냐?’

실없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로 기괴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시스템이 둘을 밀어내는 힘은 여전했다.

준혁과 신수는 하도 밀리고 처박히기를 반복한 탓에 이미 몰골이 엉망으로 변한 상태.

-도살자.

갑자기 신수가 준혁을 불렀다.

-왜?

-나는 네놈이 싫다.

-어, 알아.

준혁은 대답을 하면서도 뜬금없이 뭔 소린가 싶은 표정으로 신수를 보았다.

-그건 적으로서 싫은 것이다. 이것은 혈혈단신으로 우리 신수들을 이긴 너를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서 호적수?

-그렇지.

-그런데 그게 왜?

-하지만 저 법칙은 증오한다.

-음?

-우리를 속였지.

그 말에 준혁은 저도 모르게 한쪽 입꼬리를 비쭉 말아 올렸다.

준혁은 이럴 때 좋게 말해 줄 성격이 못 되었다.

-뻔히 의심스러운 걸 믿은 너도 뭐 딱히?

-인정하지.

신수는 별다른 동요 없이 준혁의 말에 동의했다.

-뭐, 그래서?

-그래서 저 법칙에게는 꼭 복수를 하고 싶다.

-지금 딱히 방법이…….

신수가 준혁의 말을 끊고 들어왔다.

-그러니 약속해라.

-무슨 약속?

-저놈을 반드시 없애겠다고.

-그건 내 목표지.

-좋다. 그럼 나도 뭐든 해 보도록 하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수가 시스템을 향해 달려 나갔다.

‘어?’

준혁은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신수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치고 있었다.

이유는 뻔했다.

근원의 힘이었다.

신수는 직전에도 시스템과 싸우기 위해 제 근원을 태워 힘을 증폭시켰었다.

그만큼 신수가 시스템에게 가지는 원한은 컸다.

그런데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다.

신수의 근원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정도로 격렬하게 들끓고 있었다.

‘미친! 미리 말을 좀 하든가!’

속으로 짜증을 내면서도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잔뜩 끌어 올린 에테르를 전신에 갑옷처럼 둘렀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손에 들고 있는 에테르 무기를 거대한 방패로 만들었다.

콱, 콱, 콱!

발을 땅에 박듯이 거칠게 앞으로 내디디며, 시스템이 밀어내는 힘을 뚫고 전진한다.

콰아아-!

허공으로 떠올라 시스템에게 다가가려던 신수의 몸에서 짙은 영력이 뿜어져 나왔다.

시스템의 힘에 밀려 허공에 멈춘 상태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영력을 폭사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신수는 조금씩, 조금씩 시스템과의 거리를 좁혔다.

“큭!”

준혁은 자신을 밀어내는 힘이 한층 강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으득, 으드득!

방패를 앞세우고 전진하는데, 방패를 든 두 팔과 어깨 관절이 비틀리는 소음이 귓전을 맴돌았다.

하지만 준혁은 멈추지 않았다.

신수는 지금 제 목숨을 걸고 시스템과 싸우려 하고 있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거리를 좁혀야 했다.

신수의 숭고한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식의 감상적인 접근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준혁은 신수에게 티끌만큼도 좋은 감정이 없었다.

그저 냉정하게 상황을 살폈을 뿐이었다.

시스템이 이대로 자신의 코어를 모두 이전하면 그 뒤가 없었다.

벌써 숲의 절반이 이전이 끝난 상태였다.

그런 순간에 만들어진 기회였다.

이걸 놓치면 정말 희망이 없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지금은 절대 밀려나서는 안 되는 순간이었다.

신수가 다가가는 속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근원을 폭발시켜 힘을 몇 배로 증폭시킨 결과였다.

“이 미천한 짐승 놈이!”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신수의 모습에 시스템이 기겁하며 외쳤다.

하지만 신수의 움직임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준혁은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신수의 모습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준혁이 마침내 숲에 닿은 그때, 신수 역시 시스템에 바짝 붙을 수 있었다.

그 순간 준혁과 신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더 이상 말은 없었다.

그리고 신수의 근원에서 들끓던 기운이 마침내 폭발했다.

꽈아아앙-!

고막이 뒤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폭음과 함께 하늘에 강렬한 빛이 터져 올랐다.

준혁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손에 든 에테르 방패로 몸을 가리고, 두 발을 아예 땅에 박은 채 온몸을 잔뜩 웅크렸다.

쿠쿠쿠쿵!

폭발의 여파가 시스템 속 세상과 준혁을 거칠게 뒤흔들었다.

전신의 관절이 으스러질 정도로 격렬한 충격이었다.

“크윽!”

충격은 쉬지 않고 밀려들었고, 준혁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렇게 얼마나 버텼을까.

어느 순간 갑자기 충격이 멈추며 세상이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빠르게 방패를 치운 준혁이 숲 상공을 살폈다.

그곳에 여전히 공처럼 부풀어 오른 시스템이 둥둥 떠 있었다.

하지만 온몸이 시커멓게 변해 있는 것이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밀어내던 힘도 사라지고 없었다.

준혁은 망설임 없이 땅을 박차며 몸을 뽑아 올렸다.

손에 든 에테르 무기를 칼로 바꿔 그대로 시스템을 향해 휘둘렀다.

꽈앙-!

하지만 칼날은 시스템의 몸에 닿기도 전에 튕겨 나갔다.

“큭!”

질끈 이를 악문 준혁이 거듭 칼질을 해 댔다.

하지만 아무리 두드려도 칼날은 시스템에게 닿지 못했다.

놈이 신수의 자폭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낸 방어막인 듯했다.

준혁은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며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모든 스킬을 퍼부어도 방어막은 금도 가지 않았다.

지금은 시스템을 공격할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법.

지금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시스템에게 타격을 주어야 했다.

그리고 다행히 준혁에게는 차선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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