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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받고 각성 더!-201화 (20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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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장. 새 판 짜기#4-

“이거 원……. 훈련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회의실로 들어서는 유민섭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구시렁거린다.

지하 훈련실에서 훈련하고 있으라고 말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그런 때에 다시 불러올리니 늘 하듯이 장난을 거는 것이다.

물론 순순히 받아 줄 준혁이 아니었다.

“그럼 윤 길드장은 다시 내려가도 괜찮습니다만?”

“쯧! 아무튼 한 번을 안 져 준다니까?”

“이제 와서 그런 거 하면 사람 변했다는 소리 들어요.”

“네, 네. 그렇죠. 사람이 한결같아야지.”

유민섭이 과장되게 입을 비죽이며 자리에 앉았다.

물론 장난이다.

그렇게 모두 자리에 앉은 후, 준혁이 릴리안 우드와 리아 클레르를 앞으로 나서게 하며 말했다.

“다들 알죠?”

카잔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었기에 서로 안면은 있었다.

“여기 두 사람까지 합류해서 우리는 이제부터 하나의 팀입니다. 아니,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기존에 혼원 길드였던 유민섭, 최유나, 리쉬옌, 장민호는 당연히 함께 간다.

가족인 김준석, 그리고 준혁의 가장 강력한 팬인 강이찬, 마지막으로 새롭게 길드원이 된 양태군도 함께다.

릴리안 우드, 리아 클레르 역시 이제는 따로 행동할 수 없는 사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당연히 있었다.

강태웅, 백호진, 리처드 개런은 자신의 길드가 있고, 팀원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배면계를 다녀왔기에 당연히 한 팀으로 여겼지만, 생각해 보면 그들의 의사는 확인하지 않았다.

“태웅 씨, 호진 씨, 리처드는 어떻게 할 건지 결정을 내려 주세요.”

그렇기에 이번에 확실하게 의사를 묻고 정리를 하려는 것이었다.

던전 시스템이 세상에 뭔가 일을 저지르려는 상황이었다.

이런 때에 합리적인 선택은 당연히 준혁과 함께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관점이고, 각 개인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었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채 리처드 개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 조건도 못 채웠는데 갑자기 FA 시장에 나오게 된 건가요?”

“정확하진 않지만 그렇게 봐도 되겠네요.”

“그러면 계약 조건을 요구할 정도는 된다는 말이죠?”

“조건?”

“네. 원래 계약이라는 게 조건이 맞아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말씀하시죠.”

“미국에 있는 팀 히어로의 길드원들 모두 포함시킬 것, 길드원들 전원 재각성 시켜 줄 것.”

그 말에 반응한 사람은 준혁이 아닌 유민섭이었다.

“그렇게 큰 팀을 받아들이는 건 좀 부담스러운…….”

하지만 리처드 개런은 거침이 없었다.

“이게 사실은 FA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내가 구단주잖아요? 구단주를 데리고 오려면, 구단도 인수를 하셔야지.”

듣고 보니 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지금 결정권자는 유민섭이 아니었다.

혼원 길드라는 틀 안에 갇혀 있기는 하지만,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준혁이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준혁의 결정 또한 거침이 없다.

“그럽시다. 그 구단, 인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백호진이 손을 들었다.

백호진은 둔한 성격이었다. 눈치도 없고, 상황 파악도 확연하게 느리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지능의 문제가 아닌 기질의 문제다.

매사에 반응은 느리지만, 우직하게 제 일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그저 헌터 생활을 하다 보니 단점이 더 부각되는 것뿐이었다.

어쨌든 그런 백호진도 지금의 상황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던전 시스템은 일종의 폭주를 시작했고, 그로 인해 세상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런 던전 시스템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준혁이었다.

그러니 가장 안전한 곳은 준혁의 옆이었다.

“저, 저도……. 그 구단 인수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던전 시스템을 상대하는 최전선에 선다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준혁과 함께하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

그것이 백호진의 판단이었다.

“물론입니다. 인수하도록 하죠.”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팀 히어로, 백호 길드, 무훈 길드의 헌터들은 마나를 다룰 줄 알았다.

현재로서는 가장 발전 가능성이 큰 헌터들이었다.

그런 전력을 받아들이는 건 혼원 길드의 전력 강화였다.

준혁과 백호진이 이야기하는 사이, 유민섭과 눈빛을 교환한 강태웅이 마지막으로 구단 인수를 요구했다.

이 역시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된 후, 준혁이 진짜 목적을 설명했다.

“지금부터 두 가지 스킬을 심어 줄 겁니다.”

“스킬을 심어? 그런 것도 가능했던 거냐?”

김준석이 기겁한 얼굴로 물었다.

“당연한 거 아냐? 각성도 시켜 주는데 스킬이 어려울까?”

“그렇게 되나?”

듣고 보니 맞는 말이지만, 김준석을 비롯한 다른 이들이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각성자에게 스킬이란 그런 것이었다. 각성을 해도 ‘미개방’으로 잠겨 있는 스킬들은 각성자에게는 항상 정복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스킬을 심어 주겠다고 하니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

준혁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준비할 시간도, 전조도 없다. 준혁의 손에서 빛이 번져 나가고, 이내 팀원들에게 날아들었다.

그렇게 스킬의 이식이 시작되었다.

‘읍!’

그리고 준혁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단순히 가라앉는 것만이 아니다.

까득!

이를 갈아붙이며 고통을 참는다.

‘쉽지 않네.’

재각성은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의 성질을 바꾸는 일이었다.

마나, 혹은 영력을 기반으로 했던 일을 에테르 기반으로 바꾸어 주는 것에 불과하다.

그 일은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에테르 인자를 심는 것만으로도 진행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가지고 있지 않은 스킬을 이식하는 것은 달랐다.

스킬을 하나의 에테르 장치로 만들고, 그렇게 만든 장치를 타인에게 이식시켜야 했다.

그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필요로 했고, 그로 인해 아주 무거운 부하가 걸린다.

만약 시스템이 한다면 문제가 될 일이 아니었다.

시스템이라는 것은 하나의 세상을 관리할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준혁은 인간이었다.

무급, 신의 격을 얻기 직전의 단계에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일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슈퍼컴퓨터로 해야 할 연산을 개인용 컴퓨터로 하는 셈이었다.

그 경우 개인용 컴퓨터는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CPU가 다운될 정도로 과부하가 걸린다.

지금 준혁에게 찾아온 부하의 정도였다.

그리고 정신력으로 그것을 버티고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고통의 순간이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렀다.

“크헉!”

마침내 준혁이 던지듯 손을 떨구고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준혁을 보았다.

준혁이 저렇게 앉아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는 건, 그가 말한 스킬의 이식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상태창에는 아무런 스킬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준혁의 상태가 저러니 다들 입 꾹 다물고 가만히 기다리는 수밖에.

이야기는, 준혁이 한참 동안 숨을 고르고 기운을 차린 후에야 시작되었다.

“표정을 보니 스킬이 안 보여서 놀란 모양이네요?”

모두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에 준혁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원래 갖고 있던 스킬들도 상태창에 안 뜨잖아요. 그런데 새로운 스킬이 상태창에 나올 거라고 생각한 겁니까? 왜들 이래요, 아마추어같이?”

“어, 그러네?”

“자, 그럼 한 번 찾아봐요. 내가 무슨 스킬을 심었는지.”

준혁의 말에 모두들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마나 운용을 깨우쳤고, 배면계에서 5년 가까이 굴렀었다.

그 마나와 영력이 에테르로 바뀌었다고 해도 자신의 내부를 관조하는 방식은 똑같다.

“아, 이거?”

“어, 게이트?”

“대단하군요.”

가장 먼저 세 사람이 반응했다.

김준석과 강이찬, 리쉬옌이었다.

김준석은 엽사가 된 후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했고, 강이찬은 선천적으로 마나 등을 다루는 재능이 뛰어났으며, 리쉬옌은 준혁을 제외하면 가장 등급이 높았다.

그리고 잠시 후 다른 이들도 자신들의 내부에 이식된 두 가지 스킬을 확인했다.

하나는 ‘게이트 오픈’이고, 다른 하나는 ‘회피’였다.

지잉!

그리고 재능을 과시라도 하듯 강이찬이 벌써부터 게이트를 하나 열어 보았다.

“들어가지 마라. 익숙하지 않은데 그거 열어서 들어갔다가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

준혁의 경고에 손을 밀어 넣으려던 강이찬이 움찔하며 멈췄다.

준혁이 설명을 이었다.

“게이트 오픈, 그리고 회피 이 두 가지 스킬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지금보다 등급을 올린다면 우리는 새로운 판을 짤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판?”

“네. 새로운 판이요.”

“무슨?”

“지금 시스템과 우리의 싸움은 일방적입니다.”

그 말대로였다.

지금까지 이어진 모든 상황이 던전 시스템의 계획대로 진행된 것들이었다.

지구에 던전이라는 것이 생기고, 시스템을 융합하고, 신수들을 불러들이는 모든 일이 던전 시스템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게이트를 열 수 있으면 상황이 조금 바뀔지도 모릅니다.”

“상황이 바뀐다고? 어떻게?”

“우리가 역습을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죠.”

“역습이라면?”

“지금 제가 갖게 된 시스템의 정보에 따르면, 던전 시스템은 미구엘 페레스의 몸에 자신을 온전히 담으려고 합니다. 이말은…….”

준혁이 슬쩍 말꼬리를 흐리자 다들 한층 긴장한 표정을 짓는다.

“시스템의 본체는 아직 원래 있던 그대로 있다는 뜻이죠.”

거기까지 들은 유민섭이 흠칫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잠시만요. 지금 그 말은 설마?”

“네. 우리가 시스템 본체를 공격하는 거죠.”

“어떻게요?”

“내부에 침입하는 겁니다. 린디웨하고 벌써 두 번이나 갔다 왔거든요.”

“그런데 그게 우리가 게이트 오픈을 사용하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는 겁니까?”

“여러분이 길을 열어 주면, 내가 들어가는 겁니다.”

결국 유민섭은 했던 질문을 또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요?”

“음……. 설명이 복잡한데…….”

준혁은 말꼬리를 흐리며 잠시 고민한 후에 설명을 시작했다.

“환승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환승?”

“던전 시스템 내부로 가는 길은 꽤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린디웨는 그것을 한 번에 했지만, 그건 시스템 아바타였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우리는 한 사람이 한 단계씩 길을 열어 주는 겁니다.”

다들 잠깐 고민한 끝에 대강의 이미지를 잡을 수 있었다.

시스템 내부까지 한 번에 통로를 열 수 없으니 거쳐 가야 할 곳을 모두 거쳐 간다.

그 각각의 장소에 한 사람씩 게이트를 열어 이동한다는 뜻이다.

“자, 그럼 다시 훈련하러 가세요. 교관은 릴리안과 리아가 맡아 주면 될 것 같고.”

김준석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너는?”

“나는 할 일이 따로 있지.”

“거 되게 바쁘네.”

“당연하지. 자, 그럼 다들 움직여요.”

말을 끝낸 준혁이 곧장 흑호를 불러 어딘가로 이동했다.

그곳은 흑호가 ‘도약’의 기착지로 이용하는 환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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