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받고 각성 더!-198화 (198/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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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장. 새 판 짜기#1-

“이여~ 거하게 한바탕하셨네요? 크흐흐! 통안부 장관 당황하는 얼굴이 아주 그냥 생 라이브로 나갔던데요?”

흑호의 등에 얹혀 한국으로 돌아온 유민섭이 준혁을 보자마자 너스레를 떨며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준혁의 핀잔이 날아갔다.

“거, 분위기 파악 참 못하시네.”

“네? 분위기가 뭐……. 음?”

유민섭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확실히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다.

회의실이었다.

긴 테이블 주위로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유민섭과 함께 배면계에 다녀온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경직된 자세에 딱딱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모두들 준혁의 힘을 보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사람들 속에는 김준석도 앉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친형인 김준석까지 저렇게 딱딱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은 이상했다.

“아니, 왜 그러고 있어요? 큰일이라도 난 거……. 어, 어어?”

유민섭이 갑자기 눈을 깜빡이며 말을 버벅거렸다.

시선으로 회의장을 쓱 쓸어 보며 마지막에 준혁을 살피던 순간이었다.

“어! 으, 으어억!”

와장창!

기겁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던 유민섭의 발에 걸려 의자와 집기가 와르르 무너졌다.

“뭐, 뭡니까?”

유민섭이 기겁한 표정으로 준혁을 보았다.

가만히 보니 사람들만이 아니다.

흑호, 흑호의 태도도 평소와 아주 달랐다.

최근에 고분고분해지기는 했지만 고고한 척하던 자세는 변하지 않았던 흑호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치 절대적인 포식자 앞에 선 듯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회의실 사람들이 경직된 자세로 앉아 있는 것도, 유민섭이 놀란 것도, 흑호의 태도 변화도 모두 같은 이유였다.

준혁에게서 은연중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존재감이었다. 그 강렬한 존재감이 주변의 모든 것을 짓누른 듯 맹렬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물론 이는 예민한 사람만 느낄 수 있는 힘이었다.

영력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감지할 수 있는 배면계 출신과 환수인 흑호만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저 선명한 존재감 정도로만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유민섭은 유민섭이었다.

“가, 갑자기 어떻게 된 겁니까?”

준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단 앉아요.”

“아, 네. 그럽시다.”

준혁은 편안하게 건넨 말이지만, 그 속에는 거부할 수 없는 묘한 힘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모두 자리에 앉았을 때, 준혁이 가볍게 손을 들었다.

우웅.

가볍게 울리는 듯한 소음과 함께 준혁의 손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퍼져 나간 열 줄기의 빛이 동시에 사람들의 머리에 내려앉았다.

갑자기 벌어진 일에 사람들은 뭐라고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10명이 동시에 고개를 쳐들고 천장을 쳐다보았다.

두 눈이 새하얗게 변한 것도,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것도, 목을 제외한 온몸이 축 늘어진 것도 완전히 똑같은 자세다.

그런 자세로 앉은 채 사람들은 모두 새하얀 빛에 휩싸였다.

[기존의 각성 인자를 모두 삭제합니다.]

김준석은 눈앞에 뜬 메시지를 읽으며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각성 인자를 제거한다.

어떻게 이해해도 각성을 무효로 돌리겠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뭐, 뭐 하는 거야?’

기겁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저 놀랐을 뿐이다.

‘뭐,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걱정하지는 않는다.

절대적인 믿음이다.

만약 각성을 취소시키는 거라면 그럴 이유가 있으리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김준석 외에도 있었다.

‘허, 또 뭘 하려고 이러는 거……. 아니, 그 전에 어떻게 이런 걸 할 수 있는 거야?’

유민섭은 오히려 준혁이 이런 힘을 가진 것에 의문을 품었다.

강이찬도 비슷했다.

‘우와! 흑태자 형님은 이제 이런 것도 할 수 있네?’

장민호도, 리쉬옌도 움찔 놀라기는 했지만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최유나는 놀라지도 않았다. 그저 평온하게 상황을 주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준혁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존경하기도 하지만, 각성이 취소된다는 사실에 기겁하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힘을 줘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시야에 각인된 듯 멈춰 있는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보는 것뿐.

‘젠장! 이게 도대체 뭐야!’

분노하거나 절망에 빠졌다.

준혁이 아무런 설명 없이 이것을 진행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아무리 친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중요한 것을 빼앗아 가려고 하면 반사적으로 경계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각성자의 각성이라면 더더욱 격한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남아 있는 특성을 사용해 새로운 각성 시스템을 적용합니다.]

분노하고 절망하던 사람들의 눈동자가 또 한 번 흔들렸다.

‘새로운 각성 시스템?’

물론 놀랐든 놀라지 않았든 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없었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또 한 번 억겁과도 같은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몸의 마비가 풀렸다.

[재각성을 완료했습니다.]

“어? 사, 상태창!”

가장 먼저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 본 사람은 리처드 개런이었다.

[상태창]

리처드 개런

“뭐, 뭐야!”

콰당!

갑자기 몸을 일으키는 바람에 리처드 개런이 앉아 있던 의자가 넘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BP,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스탯이, 스킬이!”

그 말에 몇 명이 황급히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이럴 수가!”

“각성이 왜?”

재각성이라는 말에 희망을 품고 있던 몇 명이 기겁하며 외쳤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표정들.

가장 먼저 일어선 리처드 개런이 준혁을 향해 소리쳤다.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이라도 해야…….”

쾅!

리처드 개런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갑자기 날아든 주먹에 맞아 그대로 튕겨 나갔다.

강력한 그 힘에 그대로 벽까지 꿰뚫고 나가 바닥을 굴렀다.

“갑자기 뭐 하는 짓입니까!”

주먹을 날린 사람은 최유나였다.

하지만 최유나는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그리고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각성 그대로야.”

“스탯이 사라졌는데 그게 무슨……. 어?”

반박하려던 리처드 개런이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최유나의 주먹질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특별히 아프지는 않았다.

벽을 뚫을 정도의 주먹질에 가격당했는데 몸에 이상이 없다.

각성이 사라졌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은 영어로 말했다. 원래도 할 수 있는 외국어가 없기는 했지만 ‘영화’에 익숙해져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썼다.

그리고 방금 최유나의 말은 한국어였다.

그런데도 자신은 그 말을 분명히 알아들었다.

배면계 각성의 패시브 스킬인 ‘영화’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설명은 유민섭의 입에서 나왔다.

“이거……. 보여 주지는 않지만 스탯은 그대로인 것 같네요. 게다가 던전, 배면계 따로 표시되던 스탯의 수치는 일원화됐고, 마나와 영력의 구분도 없는 것 같습니다.”

유민섭이 말을 하는 중에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에서 영력과 마나가 한데 뒤엉킨 형태로 표출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리처드 개런이 반사적으로 자신의 마나와 영력을 돌려 보았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따라 했다.

“힐!”

장민호는 아예 스킬을 사용하기까지 했다.

유민섭이 말한 대로였다.

더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후!”

짧게 한숨을 쉰 리처드 개런이 준혁을 향해 사과를 했다.

“미안합니다. 너무 놀라서…….”

“괜찮습니다. 누구라도 놀랄 상황이었으니까요.”

준혁의 말대로였다.

리처드 개런의 반응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이었다.

준혁을 믿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사람들이 대단한 것일 뿐이었다.

“자, 그럼 일단 앉으시죠.”

그때 유민섭이 뭔가 발견한 듯 소리를 질렀다.

“어? 이상한데요?”

“뭐가요?”

“아까 뿜어져 나오던 그 카리스마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그제야 다른 이들도 놀란 표정으로 준혁을 보았다.

아까는 준혁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고개도 들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리처드 개런이 화를 내고 따질 수 있을 정도였다.

“설명할 테니 일단 앉아요.”

모두들 자리에 앉고, 준혁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떤 시스템 하나를 FA로 영입했습니다.”

“FA 영입?”

“배면계도 던전도 아닌 또 다른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시스템의 전권을 일임받았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은 아니지만, 다른 이에게 설명하기에는 이 정도가 적당했다.

“전권 일임? 그럼 방금 전 그건 우리를 그 시스템 쪽에서 새로 각성시킨 거다. 그런 겁니까?”

“맞습니다. 방금 전 유 길드장이 카리스마 운운했던 것도 그거 때문에 생긴 겁니다. 지금은 이쪽 시스템에서 각성해서 자연스레 친화적인 기운이 형성된 거죠.”

각성자는 시스템에 종속되어 있고, 이걸 바꾸어 생각하면 시스템은 각성자보다 상위의 존재다.

그러니 각성자는 시스템에 본능적으로 위압감을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역시 거짓말이다.

실제로는 각성하는 과정에서 그 강렬한 위압감에 대한 면역력을 부여했을 뿐이었다.

모두 준혁이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 창조해 낸 이야기였다.

자신이 사람이 아닌 존재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기에 만들어 낸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지만 형이나 형수, 조카에게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시스템의 속사정을 모르기에 사람들은 준혁의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준혁이 설명을 이어 갔다.

어느 정도 각색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말해 주었다.

설명을 모두 들은 후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사람은 유민섭이었다.

“그러니까 준혁 씨가 전권을 받았다는 시스템은, 지금 분탕질 치고 있는 던전 시스템과 상극이다. 그리고 우리가 던전 시스템의 각성에 묶여 있으면 그쪽에 이용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이야기인 겁니까?”

“맞습니다.”

“근데 그러면…….”

“그러면?”

“지금 세상에 있는 다른 각성자들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이해를 못한 유민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들어 보면 상당히 묘한 이야기인데…….”

“묘한 이야기요?”

“지금 던전 시스템은 배면계 시스템과 융합됐어요.”

준혁의 말에 유민섭이 힐끔 리쉬옌을 살폈다.

저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히 린디웨가 떠오르기 때문이었다.

리쉬옌은 잠시 움찔하기는 했지만 별다른 반응 없이 준혁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로 인해서 이상한 변화가 찾아왔는데, 시스템이 변하는 바람에 기존 던전 시스템의 각성자들은 오히려 던전 시스템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요. 오히려 던전과 배면계 양쪽에서 각성한 우리만 그 시스템의 영향력에 있었을 뿐이죠. 그리고 지금 나와 여러분은…….”

“그 각성을 해제했으니 이 또한 자유롭다. 그 말이군요?”

“정확합니다.”

확실히 묘한 느낌이기는 했다. 배면계 시스템과 융합하면서 힘이 강해졌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기존의 각성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니.

유민섭이 준혁을 향해 물었다.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은 적응부터 하세요.”

“적응?”

“지금 새로운 각성 시스템이 적용되는 바람에 적응이 필요할 겁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킬 같은 걸 이제는 직접 영력을 운용해서 펼쳐야 하거든요. 나뉘어 있던 스탯도 통합되고, 영력과 마나도 합쳐졌고. 이런 거 적응하는 데 시간 좀 걸릴 겁니다.”

“그렇기는 하겠네요.”

“때마침 여기 지하에 훈련실이 잘 마련돼 있죠. 자, 그럼 다들 움직이세요.”

“준혁 씨는요?”

준혁이 흑호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저는 어디 갔다 올 데가 있습니다. 그럼 다들 훈련하고 있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준혁이 흑호와 함께 사라졌다.

“릴리안.”

준혁이 흑호와 함께 이동한 곳은 다름 아닌 복구 작업이 한창인 카잔이었다.

“아, 김준혁 씨.”

릴리안 우드가 준혁을 향해 다가오고, 함께 있던 리아 클레르도 터벅터벅 걸어왔다.

“잠깐 멈춰요.”

“네?”

“야, 나와.”

준혁이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 모를 말을 던지는 순간이었다.

지이잉-!

갑자기 릴리안 우드와 리아 클레르가 석상이라도 된 듯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게이트가 열렸다.

“반갑지?”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것은 다름 아닌 ‘시스템’이었다.

준혁이 시스템을 향해 물었다.

“그게 완성형이냐?”

시스템은 더 이상 빛으로 빚은 형상이 아니었다.

반짝이는 금속으로 빚은 인간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온몸의 근육이 움직인다.

마치 수은으로 만든 느낌이다.

“아직이다, 김준혁.”

“자, 2라운드 시작!”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준혁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뻗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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