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받고 각성 더!-167화 (16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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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장. 링크#2-

“음, 휴대전화…….”

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린 끝에 준혁이 도착한 곳은 솔트레이크시티였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주 경계를 넘어, 네바다주에서 유타주까지 이동한 것이었다.

중간중간 도시들이 있기는 했지만, 내친김에 제법 규모가 있는 곳을 찾다 보니 이곳까지 왔다.

시간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은신과 미행, 추적 등을 주력으로 하는 흑호는 그 특성상 발이 아주 빠르다.

물론 이곳이 솔트레이크시티라는 사실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서 알았다.

하지만 도시에 도착한 후에야 준혁은 한 가지 사실을 실감했다.

‘크다, 커.’

준혁이 대부분의 인생을 살아온 곳은 한반도, 그것도 남쪽에 있는 대한민국이었다.

미국의 땅덩이는 대한민국 땅의 98배에 달한다.

미국에 몇 번 와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대륙을 횡단할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한 번 달리고 보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이래서는 답이 없다.

쭉 달리면 못할 건 없지만, 아무래도 달리는 것보다는 날아가는 게 나았다.

날아간다면 흑호보다는 백효가 나으리라.

그리고 백효를 타고 날아간다면, 아무래도 워싱텅 D.C.까지 직선으로 날아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래서 생각한 게 미국에서 터지는 휴대전화였다.

그게 있는 편이 방향을 잡기 수월하리라.

하지만 준혁은 미국에서 휴대전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랐다.

돈이야 넘치게 있지만 방법상의 문제였다.

‘한국 가서 로밍을 신청하고 돌아오면…….’

현재로서는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었다.

“어?”

그런데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다.

준혁은 황급히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휴대전화 하나. 그것도 벽돌처럼 거대한 휴대폰이었다.

지난번 CIA 한국 지부에서 준혁에게 직접 배달해 준 휴대폰이었다.

벽돌처럼 무식하게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스마트폰이었다.

그렇다면 지도 앱도 설치 가능하고, GPS로 위치 확인도 가능하다.

“하, 이 생각을 왜 못했지?”

준혁은 자신의 모자람을 자책하며 얼른 휴대전화의 전원을 켰다.

그리고 설치된 앱을 확인하려는 찰나였다.

따르릉!

휴대전화가 고전적인 벨 소리로 울어 대며 전화가 걸려 왔음을 알린다.

“역시나!”

휴대전화에 도청 장치나 위치 추적 기능이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이 준혁이 휴대전화를 인벤토리에 넣어 둔 이유였다.

그리고 전원을 켜자마자 전화가 걸려 왔다.

휴대전화가 실시간으로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었다.

“네, 여보세요.”

(아, 미스터 김. 드디어 통화가 되는군요!)

들어 본 적 있는 목소리, 존 넬슨 ISA 국장의 목소리였다.

“네. 넬슨 국장님 맞습니까?”

준혁은 굳이 휴대전화를 감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휴대전화 전원이 들어오자마자 전화가 왔다.

저쪽에서도 그 사실을 들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전화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니 굳이 지금 그걸 들먹일 필요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존 넬슨이 그대로 직구를 던졌다.

(지금 미국에 와 있군요?)

“네. 워싱턴으로 가는 길입니다.”

(워싱턴이요? 그런데 왜 솔트레이크시티에?)

“뭐, 그럴 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아무튼 지금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백악관에 바로 갈까 했는데……. 연락이 닿은 김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 주시죠.”

(음, 휴대전화로 위치를 찍어 보내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와서 하시죠.)

“알겠습니다. 아, 혹시 좌표라는 게 위도, 경도를 찍어서 알려 주는 겁니까?”

(네? 그야 당연히…….)

“아,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준혁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위도, 경도면…….”

지도에는 자신의 위치가 표시된다. 그리고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으면 굳이 땅에서 내달릴 필요가 없었다.

“역시 백효를 부르는……. 어?”

준혁이 멈칫하며 고개를 외로 꼬았다.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좌표를 알면?’

준혁은 ‘게이트 오픈’이 미숙했다. 위도, 경도가 표시된 좌표를 알아도 그 위치에 정확하게 게이트를 열 정도로 능숙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게이트 오픈’이 아주 능숙한 사람을 한 명 알고 있었다.

릴리안 우드, 그녀라면 좌표만 가지고도 게이트를 자유자재로 열 수 있었다.

그 외에 복잡한 응용도 가능했다.

일전에 일본에서 버스들을 날려 버린 것도 ‘게이트 오픈’을 아주 복잡하게 응용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찬바람 맞아 가며 백효를 타고 날아갈 이유가 없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휴대폰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위도와 경도가 표시된 좌표였는데, 그 좌표를 터치하니 바로 지도 화면이 뜨면서 위치를 알려 주었다.

그것을 확인한 준혁이 흑호를 향해 말했다.

-릴리안 아줌마 연구실로 가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흑호가 릴리안 우드의 연구실로 ‘도약’을 펼쳤다.

***

“위성 세팅 완료했습니다.”

ISA 본부의 지하 상황실, 한 요원의 목소리가 울렸다.

“지금 화면에 나옵니다.”

정면의 대형 화면에 위성에서 촬영한 한 지역의 풍경이 나타났다.

풍경의 한 건물에 붉은 점과 ‘TH’라는 글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TH, The Hunter. 미국 정보 관련 부서에서 준혁을 부르는 코드명이었다.

위성으로 실시간 촬영 중인 화면의 건물은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준혁이 있는 장소였다.

존 넬슨이 요원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는 죄다 수집해.”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10여 명의 요원들이 바쁘게 컴퓨터를 조작한다.

‘이제 직접 볼 수 있겠군.’

존 넬슨은 조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화면을 보았다.

ISA는 미국의 정보 관련 기관들을 모두 통괄하는 정부 기관이었다.

그리고 현재 ISA 산하 기관은 물론 미국의 모든 외교 채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일본 도쿄에서 일어난 대재앙 때문이었다.

도쿄만에 나타난 그 괴물은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과거 서울의 잠실에 등장했던 괴물과는 차원이 달랐다.

잠실의 괴물들은 기존의 헌터들이 힘을 모으면 어쨌든 사냥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도쿄만에 등장한 괴물은 달랐다.

헌터는 물론 첨단 과학 무기 등 모든 전력을 동원해도 감당이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 괴물을 죽인 사람이 있었다.

준혁이었다.

하지만 준혁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준혁이 죽었다는 루머로 떠들썩하던 그때부터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난데없이 도쿄만에 등장한 괴물에 맞서 싸우고, 괴물을 죽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후에는 다시 연락 두절이었다.

한국에 가 있는 리처드 개런에게 이야기를 해 보아도, 유민섭에게 연락해 보아도, 심지어 한국 행정부에 연락을 해도 준혁과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준혁이 갑자기 미국에 등장한 것이다.

미국은 본토 방위를 위해 도쿄만의 괴물과 같은 수준의 존재가 등장할 상황을 상정해야 했다.

그러려면 누구보다 준혁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그 준혁의 능력을 조금이라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동원한 군사 위성만 무려 4대였다. 준혁의 능력을 생각하면 어쩌면 이 정도도 부족할지 모를 상황.

존 넬슨은 극도로 긴장한 얼굴로 화면의 붉은 점을 노려보았다.

“어?”

그리고 실성을 뱉었다.

“무슨 일인가?”

다급한 존 넬슨의 외침에 요원 하나가 급히 소리쳤다.

“신호가 사라졌습니다.”

“뭐? 그럼 또 휴대전화를 껐다는 말인가?”

그때 다른 쪽에서 보고가 들렸다.

“휴대전화 전원은 켜져 있습니다. 그런데 위치가…….”

“위치가 왜?”

“영국, 런던입니다.”

“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미국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왜 영국에?

아니, 그보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어떻게 영국으로 간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정확한 위치는?”

“GPS 신호는 잡히지 않고, 전파 신호만 수신됩니다. 삼각측량으로……. 앗!”

이번에는 보고를 하던 요원이 비명 같은 외침을 터트렸다.

“또 뭐야?”

“사, 사라졌습니다.”

“뭐? 또?”

“아, 아니!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또 어디야?”

“그, 그게……. 본부 앞입니다.”

뒤이어 상황실 화면이 바뀌었다.

“저기는!”

존 넬슨의 눈이 찢어질 정도로 벌어졌다.

“입구 CCTV입니다.”

ISA 본부 입구에 준혁이 서 있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보안 요원들이 요란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일반인은 총을, 각성자는 제 무기를 꺼내 준혁을 겨누고 있었다.

“하!”

한숨이 탁 튀어나왔다.

도대체 무슨 수로 영국에 나타났다가, 또 갑자기 본부 앞에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한 가지만 확실했다.

‘절대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저런 능력이라면 언제 자신의 침실에 나타날지 모른다.

마음먹으면 대통령 집무실인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사실은 새삼스러웠다.

현재 지구상에서 준혁이 마음먹으면 죽이지 못할 사람은 없었다.

“내가 나갈 테니, 보안 요원들 당장 물러나라고 해!”

존 넬슨은 황급히 상황실을 나서 본부 입구로 향했다.

준혁이 보안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명령 때문에 무기는 거뒀지만, 보안 요원들 입장에서는 그냥 물러서기도 애매했던 것이다.

“미스터 김, 반갑습니다!”

존 넬슨이 성큼성큼 다가가 재빨리 손을 내밀었다.

보안 요원들은 그제야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얼굴을 뵙는 건 처음이네요. 반갑습니다. 김준혁입니다.”

“하하, 어서 오십시오. 일단 올라갈까요?”

“좋습니다.”

“로건 베런즈에 대한 정보, 지금 받을 수 있습니까?”

존 넬슨의 집무실에 자리를 잡자마자 준혁이 본론을 꺼냈다.

“로건 베런즈?”

“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조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습니다.”

“아, 아니, 그야……. 연락이 되지 않으니 방법이…….”

존 넬슨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자꾸만 말꼬리를 흐렸다.

지금 그가 한 말은 사실 반만 맞는다.

준혁에게 연락이 되지 않아 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전에, 존 넬슨은 로건 베런즈의 정보를 준혁에게 쉽게 내줄 생각이 없었다.

처음 기본적인 정보를 보냈을 때처럼 이메일로 자료를 보낼 수 있는데도, 단 한 번도 보내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준혁은 크게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그걸 따지자고 온 건 아닙니다. 지금 그게 필요하니 부탁드리는 겁니다.”

말은 부탁인데 존 넬슨에게는 협박으로 느껴졌다.

존 넬슨은 일단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파일을 가져오라고 시킨 후, 준혁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로건 베런즈의 정보는 왜 필요한 겁니까?”

원래 준혁이 요청한 자료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는 조용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 그걸 요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으리라.

“아즈키스탄의 러시아 침공에 대해 알고 있죠?”

“물론입니다. 어? 혹시 그에 대한 정보라도?”

“그 사건 뒤에 로건 베런즈가 있습니다.”

“네?”

존 넬슨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준혁을 보았다.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을 통괄하는 ISA조차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는 모양이었다.

“시스템 융합의 주체가 로건 베런즈라고 이야기했었지요?”

“네, 그랬습니다.”

“그가 배면계에서 귀환한 그쪽의 각성자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아즈키스탄 대통령이 말한 신의 부대도 그 배면계 귀환자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잠시만요!”

존 넬슨이 다급한 소리로 외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전화 수화기를 들며 물었다.

“지금 그 이야기, 대통령과 함께 들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존 넬슨이 황급히 수화기에 대고 외쳤다.

“지금 당장 백악관에 연결해! 당장!”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화기에 대고 이야기를 이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넬슨입니다. 지금 TH와 함께 있습니다. 당장 안보회의를 소집해야 합니다. 네. 백악관으로 가겠습니다.”

빠르게 통화를 마친 존 넬슨이 준혁을 향해 말했다.

“가시죠.”

그리고 준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앞장서서 집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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