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받고 각성 더!-160화 (16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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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장. 이변#1-

“혹시 어디 몸에 이상이라도 생겼습니까?”

눈을 뜬 준혁을 향해 가장 먼저 날아든 건 유민섭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아니요.”

“음, 그렇죠. 이제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게 힘든 사람인데……. 갑자기 경호를 부탁하더니 그대로 잠들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유민섭의 말에 준혁이 린디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말 안 했어?”

“응? 안 했지. 내가 말해도 되나 싶어서.”

“이상한 데서 섬세하시네?”

“나 원래 섬세하거든?”

톡 쏘아붙이는 린디웨의 모습에 준혁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유민섭 쪽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차분히 되짚어 보면 유민섭은 참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새삼 짙게 다가왔다.

선의를 가진 사람.

모든 언행에 ‘선의’를 베이스로 깔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명확한 기준과 분명한 구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무한테나 막 이용당하는 호구도 아니다.

‘음? 어째 나한테는 호구 잡힌 것 같은 느낌도 좀 있…….’

생각해 보니 자신을 상대로는 늘 어느 정도 이익을 포기했던 유민섭이었다.

죄책감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 미안한 느낌도 든다.

“사람 무안하게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봅니까?”

슬쩍 고개를 돌리는 유민섭의 모습에 준혁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덤덤하게 말했다.

“던전 관리자가 됐습니다.”

“네?”

“던전 관리자가 됐다고요.”

거듭된 말에 유민섭이 잠시 눈을 깜빡이며 그 말을 곱씹었다.

그러고는 이내 허탈한 한숨을 토했다.

“허, 혹시 야마모토 테츠야?”

“맞습니다.”

유민섭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혹시……. 이제부터는 게이트 생성을 좀 더 섬세하게 할 수 있는 겁니까?”

게이트가 발생하는 것은 시스템에 의해 강제로 진행되는 일이었다.

던전 관리자들은 그 게이트의 발생을 막을 권한이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생성될 게이트의 위치를 지정하는 정도였다.

세계 각지에 인구에 비례하여 게이트가 발생하게 된 원인이 그것이었다.

전 세계에 골고루 퍼트려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던전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익 또한 공평하게 분배하자는 목적이었다.

준혁은 릴리안 우드에게 던전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그 내용들을 모두 유민섭에게 알려 주었다.

처음 던전 관리자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불같이 화를 냈던 유민섭이, 릴리안 우드에게 그 부분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이유가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클리어가 불가능한 게이트. 즉, 게이트 돔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게이트의 위치 지정을 조금 더 세심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지금 준혁에게 말한 것이 그 부분에 대한 것이었다.

준혁은 슬며시 고개를 저었다.

“현재로서는 힘듭니다. 일단 그에 관한 설명부터 하자면…….”

준혁은 조금 전 회의에서 있었던 일들을 유민섭과 린디웨에게 말해 주었다.

설명을 다 들은 후 두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럼 그 적색, 청색, 녹색이 준혁 씨한테 연락을 할 가능성이 있겠군요?”

“그렇죠.”

“그런데…….”

유민섭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토를 달았다.

“왜 그래요?”

“그 세 사람 중 로건 베런즈가 아닌 두 사람이 굳이 준혁 씨한테 연락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네? 그야 당연히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하지 않습니까?”

“왜요?”

“그야 당연히……. 어?”

준혁이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그리고 천천히 회의에서 꺼냈던 이야기들을 복기했다.

답은 금방 나왔다.

“아, 내가 미쳤나?”

생각해 보니 한 가지 중요한 게 빠져 있었다.

적, 청, 녹의 세 명은 자신이 로건 베런즈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지 않아도 손해가 없었다.

‘내가 왜 그랬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뜬금없이 이불킥 거리가 하나 생기고 말았다.

‘너무 흥분했나?’

혹은 갑작스러운 환경 때문에 생각이 짧았다거나.

“끄응!”

앓는 소리를 내는 준혁의 모습에 유민섭이 확인 사살을 했다.

“실수했죠?”

“험험! 이런 일은 모르는 척해 주는 게 예의죠.”

하지만 지체 없이 나온 유민섭의 반응은 자비가 없었다.

“싫습니다.”

“남의 약점을 갖고…….”

“이게 뭐 약점이나 되나요? 그냥 흑역사, 뭐 그런 거지.”

뼈아픈 실책이었다.

평소 유민섭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종종 놀렸던 걸 생각하면 이번 건은 꽤 세게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럴 때는 재빨리 화제를 돌릴 필요가 있었다.

“일단 가만히 있어 봐요. 어떻게 수습할지 생각 좀 해 봐야…….”

“만들면 되죠.”

“네?”

“그 세 사람이 준혁 씨에게 로건 베런즈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

“그러니까 그걸 고민하는 거잖아요.”

“어려울 거 있나요?”

“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유민섭의 모습에 준혁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 가면 쓰고 온 사람, 그 사람이 금색이라고 했죠?”

“네.”

“금색이 조사해 온 다른 던전 관리자들에 대한 정보도 있고요.”

“정확하게는 던전 관리자와 관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에 대한 정보죠.”

“어쨌든 그걸 이용하면 간단하잖아요.”

“어떻게요?”

“전부 두들겨요.”

“네? 전부 두들……. 아!”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릴리안 우드는 긴 시간 다른 던전 관리자를 찾기 위해 애써 왔다.

긴 시간 쌓인 정보는, 그것을 제대로 해석할 수만 있으면 충분한 위력을 가진다.

실제로 야마모토 테츠야를 찾을 때도 릴리안 우드가 준 일본 쪽 정보가 도움이 되었다.

다시 말하면, 릴리안 우드가 쌓아 놓은 정보에는 분명 다른 던전 관리자와 관련한 것이 있을 거라는 뜻이다.

그 모두를 두드리면 된다.

릴리안 우드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일련의 ‘움직임’과 관련해 있었다.

게이트와 관련하여 이득을 독점하는 ‘움직임’.

게이트 다운, 즉 게이트 돔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유독 잘 빗겨 가는 ‘움직임’.

게이트 공략 중의 손실이 평균보다 확연하게 떨어지는 ‘움직임’.

이 모든 것이 게이트 발생과 관련한 정보를 미리 알아야 하는 것들이다.

릴리안 우드는 해당 ‘움직임’의 교집합을 만들어 정보를 추리고 추려 나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중에 셋, 혹은 로건 베런즈를 제외한 두 ‘움직임’만이 던전 관리자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준혁이 그중 진짜인 ‘움직임’만 골라서 두드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중 무엇이 던전 관리자와 연결되어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릴리안 우드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모두를 두드린다면?

당연히 적, 청, 녹 세 사람과 연결된 조직 혹은 개인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준혁은 그 피해를 꾸준히 누적시키면 된다.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이다.

계속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자신이 로건 베런즈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애꿎은 피해자가 꽤 나오겠는데요?”

아무 잘못도 없이 피해를 보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다.

준혁의 고민에 유민섭이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반응했다.

“그렇다고 준혁 씨가 그 사람들을 죽이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안기거나 할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럼 피해에 대한 보상은 나중에 하면 되죠.”

“어떻게요?”

“던전 관리자잖아요. 그 권한을 이용해서 던전을 몰아주든가, 혼원 길드에서 하는 특별 교육에 참여시켜 주든가.”

“당하는 입장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뒤통수 거하게 얻어맞고 엉뚱하게 치료받는 거네요?”

“어쩔 수 없죠.”

냉정하게 던지는 말에 준혁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유민섭을 보았다.

‘선의?’

어쩌면 이 사람을 잘못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혹이 짙게 떠올랐다.

하지만 로건 베런즈를 막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자면 놈을 제외한 나머지 던전 관리자들이 힘을 모으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것만 피하면 빠르게 실행하는 게 나았다.

“알겠습니다. 이 부분은 금색과 이야기를 좀 해 봐야겠군요. 그나저나 이 이야기를 하려고 부른 게 아닌데, 거참…….”

준혁이 짧게 혀를 찼다.

“아, 그러고 보니 아까 부른 이유는 뭐였습니까?”

준혁은 뜸 들이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각성 한 번 더 하시겠습니까?”

“네? 준혁 씨처럼? 어떻게요?”

“저기 린디웨요. 그러니까…….”

유민섭은 린디웨가 시스템의 아바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준혁의 설명을 바로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음, 그러니까 저는 준혁 씨와 반대 방향으로. 배면계에서 던전으로가 아니라 던전 각성한 상태에서 배면계로 한 번 더 각성한다는 말이죠?”

“그 말이죠.”

“그러면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은근슬쩍 말꼬리를 흐리는 유민섭의 얼굴이 묘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 모습에 준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어떤 걸?”

“제가 더블로 각성하면, 다시 던전 쪽 각성자들한테도 버프를 넣어 줄 수 있습니까?”

상기된 표정의 이유였다.

현재 유민섭은 반쪽짜리 서포터다. 배면계 각성자가 아니면 버프를 줄 수가 없다.

준혁과 린디웨, 리쉬옌을 혼원 길드에 받아들여 그들에게 버프를 주는 것으로 약간의 활약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맹활약을 떨치던 과거를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었다.

사실은 스트레스를 넘어 거의 콤플렉스가 될 지경까지 와 있었다.

질문을 받은 준혁의 고개가 저절로 린디웨에게로 향했다.

그 부분은 준혁이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린디웨는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모르겠는데?”

그 부분은 시스템 자체적인 오류였다.

일일이 뜯어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린디웨의 던전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유민섭의 얼굴에 이내 짙은 실망감이 떠올랐다.

그러나 린디웨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왜 던전 각성자만 생각해?”

“네?”

“배면계 각성자에 올인해도 충분하잖아.”

“그래 봐야 준혁 씨, 린디웨, 리쉬옌 딱 세 명인데……. 어? 잠깐, 그게 아니네?”

구시렁거리던 유민섭이 갑자기 화들짝 놀랐다.

말을 하다 보니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유민섭이 급히 질문을 더했다.

“10명, 10까지 가능하댔죠?”

린디웨가 각성시켜서 배면계로 보내 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10명 정도라고 했다.

거기에 자신을 제외하면 배면계 각성자가 9명 늘어난다.

그리고 현재 예상하는 추가 각성자는 활동 중인 헌터들 중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지닌 이들이다.

모두 마나 운용을 깨우친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즉, 유민섭은 지구 최고의 팀을 이끌 수도 있다는 뜻이다.

“10명 모두 채웁시다!”

유민섭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말했다.

“뭐, 그건 일단 두고 보기로 하고……. 아무튼 유 길드장은 갈 거라는 말이죠?”

“위험하다고는 해도……. 도전할 가치는 충분할 것 같은데요?”

“좋습니다. 그럼 이제 다들 모아서 이야기를 해 주죠.”

“알겠습니다.”

***

“흐음, 김준혁은 왜 그랬을 것 같습니까?”

로건 베런즈의 물음에 스미스는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두 사람이 김준혁에게 연락을 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내 생각도 그래요.”

“혹시 계산을 잘못했다거나 한 건 아닐까요?”

스미스의 말에 로건 베런즈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지금까지 보아 온 김준혁은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여도 항상 어떤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으음…….”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였다.

긴 침묵 끝에 로건 베런즈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일단은 김준혁의 행동을 주시하기로 하죠. 그 전에 우리 쪽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아, 지금 막바지입니다. 열흘 후면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깁니다.”

질책성으로 튀어나온 로건 베런즈의 말에 스미스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최대한 줄여 보겠습니다.”

“아니요.”

“네?”

“5일, 5일 주겠습니다. 그때까지 마무리하세요.”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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