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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받고 각성 더!-127화 (12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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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장. S급을 죽이는 방법#1-

[전뢰보]

콰아아아-!

평평한 돌바닥에 푸른 스파크가 길게 그어졌다.

준혁의 신형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수준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협곡 아래로 수많은 기척이 감지되었다.

준혁이 협곡 사이의 길로 들어서면 공격하기 위해 준비해 놓은 매복일 터였다.

준혁은 당연히 신경 쓰지 않았다.

두 번의 각성으로 협곡 아래에 있는 이들의 수준이 완전히 파악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신경조차 쓸 필요 없는 수준이었다.

준혁의 눈에 담긴 것은 오직 하나, 물음표투성이의 던전 관리자였다.

하지만 결국 준혁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었다.

쿵, 쿠쿠쿵!

난데없이 튀어나온 거대한 덩치의 괴물들이었다.

“안 지겹냐?”

당연히 준혁에게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 되면 성가시기는 한 수준.

“적사.”

키하아아!

준혁이 내뻗은 왼손에서 튀어나온 적사가 붉은 잔상을 남기며 허공을 날았다.

적사는 준혁의 손에서 벗어나자마자 소형화를 풀었다.

거대한 붉은 구렁이가 앞을 막는 괴물들을 향해 입을 벌렸다.

종로의 게이트 사태로 인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수준으로 거대해진 적사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똬리를 튼 몸뚱이를 한 번 펼 때마다 괴물들의 숫자가 뭉텅뭉텅 줄어들었다.

그리고 준혁은 끊임없이 거리를 줄이고 있었다.

던전 관리자로 보이는 ‘물음표’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0으로 줄었다.

으득!

이를 악물었다. 준혁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짓을 한 놈이니 손속에 털끝만큼의 사정도 둘 수 없었다.

온 힘을 다해 휘두른 무상곤이 묵직한 바람을 끌어안았다.

부우웅-!

하지만 무상곤은 헛되이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거, 성질 한번 더럽게 급하네.”

여유만만한 목소리로 장난스럽게 말을 거는 이는, 방금 준혁이 공격했던 문제의 던전 관리자였다.

놈은 준혁의 정면 10미터 정도 위치에 거들먹거리는 태도로 삐딱하게 서 있었다.

그런 놈의 모습을 확인한 준혁이 저도 모르게 잠시 멈칫했다.

놈이 얼굴에 쓰고 있는 텐구 가면 때문이었다.

“허세냐, 코스프레냐, 컨셉이냐?”

그냥 복면도 아니고 과장이 심한 요괴 가면을 쓴 모습이 참 허세가 넘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텐구 가면은 준혁의 반응은 무시한 채 제 할 말을 이었다.

“자자, 그럼 일단 이야기부터 좀 해 볼…….”

그리고 텐구의 말 또한 준혁에게 그대로 씹혔다.

부웅-!

득달같이 달려들어 무상곤을 휘둘렀다.

목적은 놈을 맞히는 게 아니었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놈의 능력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준혁을 중심으로 짙은 기운이 퍼져 나갔다.

그런데 이전에 사용하던 먹색의 안개와 같은 영력이 아니다.

그 먹색의 안개 속에 희미한 광원이 아스라한 빛을 뿜고 있었다.

완전히 하나가 되지는 않았지만, 쇠사슬처럼 엮인 영력과 마나가 실체화된 형태였다.

‘음?’

그런데 이상했다.

텐구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그 순간 텐구는 분명 준혁의 감각 영역 안에 있었다.

‘느낌이 없어?’

준혁의 감각에 걸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텐구는 이미 다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두 번, 세 번. 멈추지 않고 무상곤을 휘둘렀다.

단순히 몽둥이만 휘두르는 게 아니었다.

쏘아 보낸 30자루의 금문묵룡비가 하늘을 날고, 금문묵룡삭이 뱀처럼 날카롭게 놈을 휘감았다.

모든 공격이 닿기 직전 놈의 몸뚱이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가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오곤 했다.

여전히 준혁의 감각에도 걸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소용없다니까?”

텐구는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진정하고 이야기나 듣지 그래?”

굳이 대답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던전 관리자만 갖는 특별한 힘이 따로 있는 건가?’

가능성은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감각에 걸리는 것이 없다고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눈으로 본 것이 있다.

‘기묘하군.’

확실히 기묘했다.

준혁에게도 순간적으로 장소를 옮기는 스킬이 있기는 했다.

‘무극’이라는 보조용 기술이다.

배면계 술사들도 비슷한 것이 있고, 던전 쪽 마법사들도 텔레포트 같은 스킬이 있다.

그리고 준혁은 그 기술들에 대해 모두 직접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마치 텐구 주변의 공기부터 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존에 알던 순간 이동이 공간을 뛰어넘는 것이라면, 텐구의 순간 이동은 아예 공간을 뒤바꾸는 느낌이었다.

‘어? 그러고 보니?’

언젠가 한 번 이와 비슷한 것을 겪은 적이 있었다.

‘로건 베런즈.’

놈과 싸울 당시, 결정타를 날리려 했을 때 놈이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피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직 실체를 잡지 못했다는 것.

준혁은 다시 무상곤을 휘둘렀다.

텐구가 쉴 새 없이 떠드는 이야기가 아예 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로지 공격을 날리는 데만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쾅, 콰쾅!

준혁의 몽둥이질에 바위 평원 곳곳이 터져 나갔다.

포격이라도 받은 듯 성한 곳이 없는 수준.

텐구는 여전히 피하기만 했고, 준혁은 지치지 않고 공격을 이어 갔다.

‘니가 지치나, 내가 지치나 보자!’

저것도 스킬이라면 분명 어떤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다.

마나와는 또 다른 어떤 힘을 소모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 한계도 존재할 터.

준혁은 절대 먼저 지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으로 변화를 잡아냈다.

‘음!’

텐구의 반응이 살짝 느려진 순간이었다.

몽둥이가 놈의 머리를 후려치기 직전까지 간 상황.

그 순간 준혁이 펼쳐 놓은 감각에 걸려든 것이 있었다.

‘하, 이거였군!’

사라지는 순간 주변의 공간을 뒤바꾸는 듯한 느낌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게이트!’

놈이 사라지는 순간 감각에 걸린 것은 게이트를 통과할 때의 그것과 유사했다.

‘던전 관리자라서 게이트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거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놈의 타이밍이 반 박자 느려졌다는 점이었다.

지쳤다는 명백한 증거.

하지만 준혁은 지금부터 시작해도 수백, 수천 번도 더 휘두를 수 있었다.

***

“이런 멍청한 짓까지 할 줄은 몰랐군요.”

준혁과 텐구가 싸우는 곳에서 무려 3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그만큼 김준혁이 미웠던 게 아니겠습니까?”

로건 베런즈와 스미스였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로건 베런즈는 던전 관리자였다. 그렇기에 게이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명확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준혁의 뒤를 밟던 중에 이상한 게이트를 발견했고, 그곳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사실 말도 안 되는 멍청한 짓이었다.

이런 게이트가 있다면 던전 관리자가 충분히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이를 통해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런 짓을 했다는 건 준혁에 대한 미움이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켰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저희는 괜찮을까요?”

스미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준혁의 무시무시한 감각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 사람이었나요?”

“그, 그건 아닙니다.”

로건 베런즈는 지금 게이트를 이용해 기척을 숨기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게이트를 열고 그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실제로 내부에 들어선 것이 아니기에 준혁에게 기척을 들킬 염려는 없었다.

스미스가 다른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이대로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우선은 김준혁이 놈을 처리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괜히 나섰다가 다른 관리자들이 의심하게 되면 이후의 일이 더 힘들어지니까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궁금하군요. 저 관리자가 김준혁을 상대로 어떤 준비를 했는지.”

“일단은 지켜봅시다.”

***

준혁은 쉴 새 없이 텐구를 몰아붙였다.

굉음과 압력이 휘몰아치는 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협곡 위, 암석으로 펼쳐진 벌판의 절반이 터져 나갔을 때였다.

“그, 그만!”

반응이 느려졌던 텐구의 입에서 급기야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아, 진짜! 얘기 좀 하자니까?”

하지만 준혁은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붕, 부웅!

텐구의 움직임에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결국 다급해진 텐구가 최후통첩을 날렸다.

“안 멈추면 나 그냥 게이트 나가 버린다!”

그제야 준혁의 움직임이 멈췄다.

“헉, 헉헉! 진짜 지치지도 않냐? 체력 하나는 무식하게 좋네.”

이는 단순한 체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가 한가롭게 이야기나 나눌 사이는 아닐 텐데?”

준혁의 물음에 텐구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그래도 내가 꼭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지껄여 봐.”

“말도 참 경박하게 하는군.”

“예의 따질 사이도 아니잖아?”

준혁은 심드렁하게 대꾸하며 흑호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그 두 놈 데리고 밖으로 나가.

큰 싸움이 날 예정인데 약하디약한 두 놈이 휘말리면 당장 즉사였다.

혹시라도 쓸데가 있을지 모르니 일단은 피신시켜 놓는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구련환으로 붙잡아 놓았으니 따로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자 흑호로부터 구시렁거리는 듯한 감정이 전해져 왔다.

그렇다고 준혁의 말을 무시하는 건 아닌지 곧장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텐구가 물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시스템 내부에는 어떻게 침입했냐?”

“응?”

“네놈, 시스템 내부에 침입했지 않느냐고! 감히 그 더러운 손길을 시스템에!”

그 질문이 나오는 순간 준혁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떠올랐다.

“멍청한 놈.”

“뭐?”

“그게 궁금하든?”

“궁금하지.”

“그런데 내가 알려 줄 거라고 생각했냐?”

대거리를 하면서도 준혁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린디웨의 존재를 아예 모른다.’

우선 그것이 첫 번째였다.

그리고 또 하나 알게 된 큰 수확이 있었다.

‘던전 관리자라고 해서 시스템에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건 아니군.’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꽤 크다.

시스템 내부에 침입할 수 있는 린디웨가 이놈들보다 앞서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준혁이 텐구를 향해 말했다.

“알려 줘서 고맙다.”

“응?”

“뭐, 그런 게 있어. 머리가 나쁘면 어쩔 수 없지.”

순간 텐구의 어깨가 격하게 위아래로 들썩거렸다.

잔뜩 화가 났다는 뜻.

텐구가 질 수 없다는 듯 외쳤다.

“흥! 내가 시간을 끌기 위해서 말 걸었다는 생각은 못한 모양이지?”

“그럴 거라 예상은 했다만?”

“그래도 이걸 예상하지는 못했을 텐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텐구가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동시에 사방에서 불쑥 게이트가 떠올랐다.

준혁을 중심으로 500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포위하듯 나타난 게이트의 수는 대략 30여 개.

그곳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준혁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뭐냐?”

조금 이해할 수 없었다.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놈들이 하나같이 뭔가를 메고 있었다. 카키색의 커다란 원통 같은 물건이었다.

그리고 놈들이 그것을 풀어 한 손으로 들었다.

‘외부 물건을 어떻게 들고 들어온……. 아, 그거.’

외부의 물건이었지만, 이시이 카게루가 끼고 있던 고립의 반지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했다.

텐구의 입에서 뜬금없는 말이 나왔다.

“수많은 권력자가 공포에 떨며 했던 고민이 있었지.”

“뭐?”

“S급 각성자를 죽일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그 해답이 있었다면, 믿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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