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받고 각성 더!-123화 (123/240)

-123-

-46장. 각성 받고, 각성 더#3-

[상태창]

김준혁

직업:엽사(獵師)

등급:혼원급(混元級)

클래스:관찰자

근력:[1,999] [42]

순발력:[1,999] [36]

지구력:[1,999] [57]

감각:[1,999] [264]

영력:[1,999]

마나:[421]

기(技)

[전뢰보(電雷步)], [천라시(天羅矢)], [추종시(追從矢)], [천천(穿天)], [무극(無隙)], [천단참(天斷斬)], [태산인(泰山刃)], [이화접목(移花接木)], [폭류격(瀑流擊)], [연환(連環)]

술(術)

[화룡연무(火龍燃舞)], [금륜천전(金輪千轉)], [추뢰망(墜雷網)], [뇌호강전(雷虎降電)], [빙경낙월(氷鏡落月)], [쌍생상사(雙生相死)], [잠리탄주(潛鯉呑珠)], [낙일홍(落日虹)]

외(外)

[엽맥(獵脈)], [천기술(千器術)], [천신강림(天神降臨)], [영박(影縛)], [물아일체(物我一體)], [연환(聯幻)], [영화(靈話)], [융합], [제작]

스킬

[관찰], [스틸], [감응], [예지], [미개방], [미개방], [미개방], [미개방]

‘관찰자?’

준혁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부분이었다.

던전 각성자들의 클래스는 보통 네 가지로 나뉜다.

전사, 마법사, 패스파인더, 사제의 네 개 클래스다.

‘관찰자’라는 클래스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뭐 하는 클래스지?’

스탯도 좀 묘하다.

근력, 순발력, 지구력은 매우 낮은 반면 감각과 마나는 매우 높다.

그런데 관찰자라는 클래스 이름을 생각해 보면 그럴싸한 느낌이기는 했다.

‘스킬을 보면 알겠지.’

총 8개의 스킬이 있는데 [관찰], [스틸], [감응], [예지]라는 이름의 4개의 스킬이 개방된 상태였다.

하나하나 스킬 설명을 열어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 보았다.

[관찰]

대상에 대한 정보를 열람한다.

숙련도가 올라가면 열람할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난다.

숙련도:[10/100]

열람 가능 정보:

[이름], [클래스], [총스탯]

[스틸]

대상의 감각을 훔쳐 엿볼 수 있다.

숙련도가 올라가면 훔칠 수 있는 감각의 종류와 유지 시간이 늘어난다.

숙련도:[10/100]

스틸 가능한 감각:[청각], [후각]

스틸 유지 시간:[3초]

[감응]

대상과 정신 감응을 통해 사용자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잠김’ 대상과 사용자 사이에 생각을 통한 대화가 가능하다.

‘잠김’ 대상에게 사용자의 생각을 강제할 수 있다.

숙련도가 올라가면 감응의 적용 범위와 대상의 수가 늘어난다.

숙련도:[10/100]

적용 범위:[10미터]

적용 대상:[1명]

[예지(豫知)]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볼 수 있다.

숙련도가 올라가면 더욱 먼 미래를 볼 수 있다.

숙련도:[10/100]

예지 가능 범위:[1분 후]

‘괜찮은데?’

준혁은 육체적, 혹은 전투 방면으로는 완전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차라리 이런 정신 계열의 스킬들이 쓸모가 더 많으리라.

‘숙련도가 낮아서 효과가 미미하긴 해도 숙련도가 올라가면 꽤 쓸 만하겠어. 어, 그러고 보니…….’

뒤늦게 조금 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이질적인 ‘그것’이 마음대로 몸속을 헤집어 놓았던 그때.

‘어디 보자.’

이런 건 확인을 해 봐야 했다. ‘그것’의 정체가 대충 짐작은 가지만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호위 계속해.”

“응? 무슨 호위?”

린디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지만, 준혁은 이미 눈을 감고 관조에 들어간 후였다.

영력을 끌어 올렸다.

단전에서 시작한 영력을 기맥으로 천천히 흘려보낸다.

느리다.

더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고 조심스럽게 영력을 컨트롤했다.

몸속에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그것’의 잔재를 찾아 구석구석 살피며 움직였다.

아래에서 위로 영력을 채워 넣듯 차곡차곡 담아 올린 준혁은 마침내 ‘그것’이 뚫었던 길을 더듬기 시작했다.

‘희한하네.’

‘그것’이 뚫어 놓은 새로운 길을 따라 영력이 흐르는데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다.

원래 영력이 흐르던 기맥인 양 자연스레 영력이 움직인다.

그렇게 심장을 거쳐 경추를 지나 마침내 머릿속 ‘그것’이 자리 잡은 곳에 도달했다.

‘후!’

준혁으로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영력을 최대한 부드럽게 움직여 ‘그것’을 건드려 본다.

쿠쿠쿠쿵!

‘끄윽!’

머릿속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지독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것’의 반응은 격렬했다.

상처 입은 야생동물처럼 사납게 굴며 영력의 접근을 거부했다.

‘역시.’

준혁은 한 번의 접촉으로 ‘그것’의 정체를 확신했다.

‘그것’은 ‘마나’였다.

다시 한 번 슬쩍 건드려 본다.

또다시 몰려오는 통증. 마나의 반항은 여전했다.

하지만 준혁이 누군가.

배면계 사상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혼원급에 오른 절대 강자였다.

이미 몸속에 자리 잡은 이상 자기 것이 분명한 마나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야생마처럼 날뛰는 놈은 일단 힘으로 먼저 제압해야 했다.

까득!

이를 악문 채 영력을 있는 대로 몰아쳐 마나를 밀어붙였다.

콰르르릉!

머릿속에서 천둥이 치는 것 같다.

격렬한 저항에 뇌가 터져 나갈 것 같은 충격이 밀려왔다.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준혁은 단단히 정신을 붙들었다.

순식간에 몰아친 영력으로 마나를 완전히 감싸 버렸다.

일단 한 겹의 보호막이 생긴 셈이었다.

영력에 싸인 상태에서도 마나는 길길이 날뛰었지만 이미 영력의 벽에 갇힌 후였다.

지독한 통증 속에서 준혁은 그렇게 한참을 버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마나의 난동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지독한 두통도 말끔히 씻겨 나간 후였다.

일단 힘으로 제압했으면 그다음은 달래야 한다.

영력을 실처럼 가느다랗게 뽑아 천천히 마나와 두 번째 접촉을 시도한다.

‘허, 이놈 보게.’

마나는 언제 그렇게 날뛰었냐는 듯 영력의 움직임에 부드럽게 끌려오기 시작했다.

‘지금!’

영력의 인도를 받아 움직이는 마나에 모든 의지를 집중했다.

작게 몸부림치는 듯했지만, 마나는 이내 순순히 준혁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영력과 마나가 빠르게 얽혀 들기 시작했다.

완전히 섞이지는 않았다.

영력과 마나가 각각의 나선을 그리며 포개졌다.

그 두 개의 나선은 곧장 하나의 소용돌이가 되어 머릿속 공간에 머물렀다.

두 개의 기운이 그리는 소용돌이는 잔잔했다. 하지만 그 힘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큭!’

또 다른 통증이 밀려왔다.

‘허, 이것 봐라?’

머릿속의 마나가 머물던 공간이 소용돌이에 의해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다.

공간이 넓어질수록 마나의 양이 차츰차츰 늘어났다.

마치 영력과 그 크기를 맞추려는 듯 과격하게 몸집을 불렸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소용돌이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력과 마나는 나선을 그리며 새끼줄처럼 꼬인 채 기맥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심장 어림의 영력 공간이었다.

이번에는 심장이 터질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심장에서도 마나는 몸집 불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영력은 때로는 밀어 주고, 때로는 당겨 주며 마나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꼬인 두 개의 기운이 단전에 이르렀을 때였다.

‘허, 이건?’

놀라운 감각이 준혁의 신경을 자극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원칙’에 빠졌을 때의 그 감각이었다.

시스템에 접촉했을 때, 그리고 두 번째 각성을 겪을 때 느꼈던 그것이 또 한 번 찾아왔다.

준혁은 놀라지 않고 그 감각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더 이상 겁낼 필요가 없었다.

각성 과정에서 이미 한 번 겪은 바, 이 감각은 온전히 준혁 자신의 것이었다.

시스템 속에서처럼 무아의 늪으로 빠져들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손끝을 간지럽히고 도망치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당장 쫓아가 그것을 집어삼키고 싶은 탐욕이 가슴 깊은 곳에서 들끓었다.

끈질기게 그것을 쫓았다.

‘아!’

하지만 그 순간은 지극히 짧았다.

뭔가 기묘한 ‘사실’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은 이미 눈 녹듯 사라진 후였다.

‘아쉽네.’

하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관찰’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스틸’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감응’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예지’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그리고 준혁은 천천히 눈을 떴다.

빠르게 상태창을 불러 보았다.

“하!”

421이었던 마나가 단숨에 749로 올라가 있었다.

4개 스킬은 모두 숙련도가 30까지 올라가 있었다.

‘관찰’로 볼 수 있는 정보가 ‘총스탯’에서 ‘세부 스탯’으로 바뀌었다.

‘스틸’은 촉각이 추가되고, 유지 시간이 10초로 늘었다.

‘감응’은 범위가 15미터로 늘고, 대상도 3명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예지’는 10분 후의 미래를 볼 수 있게 바뀌었다.

“뭔데, 도대체?”

눈을 뜬 준혁을 향해 린디웨가 조금 심드렁한 목소리로 물었다.

린디웨를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배면계 각성자한테도 통하나?’

시스템 아바타인 건 차치하더라도 린디웨 본인은 배면계 각성자였다.

던전 쪽 각성의 스킬이 배면계 각성자에게도 적용되는지 궁금했다.

‘어디 볼까?’

린디웨를 상대로 ‘관찰’을 사용해 보았다.

[린디웨]

[술사]

근력:[612] 순발력:[514]

지구력:[341] 감각:[854]

영력:[1,342]

배면계 시스템 기준으로는 하나 이상의 스탯이 999를 넘어서면 천원급이다.

린디웨의 스탯은 전형적으로 천원급에 도달한 술사의 스탯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배면계 각성자의 스탯도 보인다는 점이었다.

이번에는 ‘감응’을 사용했다.

-신기하네?

“어? 이거 뭐냐?”

린디웨가 기겁한 얼굴로 준혁을 보았다.

-각성하면서 얻은 감응이라는 스킬인데, 텔레파시 같은 거.

“감응? 텔레파시? 각성 클래스 중에 그런 쪽이 있었나?”

-너도 모르는 거였냐?

“원래 각성은 당사자의 재능에 맞춰서 가는 거야. 따로 관여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그래? 흐음……. 일단 클래스가 관찰자.

“관찰자?”

-그러니까 이게…….

준혁은 각성 과정에서 생긴 일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린디웨가 뭔가 골똘히 생각한 후 말했다.

“기본적으로 너는 육체 계열 적성일 거야. 최유나의 경우를 생각하면 마나는 하단전 쪽에 자리를 잡는 게 맞는데……. 거기에는 이미 영력이 자리를 잡고 있는 거지.”

-영력의 덩치가 너무 크니까 싸울 생각은 못하고 장소를 옮겼다?

“그렇지. 야, 그런데 그 감응인지 텔레파신지 안 쓰면 안 되냐?”

-이상한 거라도?

“자꾸 머릿속에서 소리가 울리니까 위화감 장난 아니거든?”

-꾸준히 써 주는 게 숙련도 올리는 데 좋을 것 같아서.

준혁의 고집은 이미 익히 아는 바, 린디웨는 빠르게 포기하고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도망친 게 중단전일 거야. 그런데 엽사는 중단전도 같이 쓰거든. 거기도 포기. 그래서 결국…….”

-상단전?

“그렇게 봐야지. 문제는 뜬금없는 관찰자라는 클래스인데……. 이건 좀 더 연구를 해 봐야 할 듯.”

-던전계 스킬로 배면계 각성자한테 관찰이 적용되는 건?

“그거야 간단하지. 시스템 융합이 꽤 많이 진척됐잖아.”

-아아, 자기 시스템 내부의 것으로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셈이라는 거지?

“그렇지. 다만 그 관찰자라는 들어 본 적도 없는 클래스가…….”

둘 사이에 잠깐 대화가 끊어졌다.

린디웨는 ‘관찰자’라는 클래스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그리고 준혁은 어렴풋이 그 이유에 대해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을 멈췄다.

‘그 대원칙이라는 것 때문인가?’

린디웨와 시스템 내부에 침입했을 당시에 ‘대원칙’에 쓸려 갈 뻔한 적이 있었다.

원래 각성자라는 존재는 초월적인 힘을 지닌 인간들이다.

하지만 이 ‘관찰자’라는 클래스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간 모양새였다.

각성자의 스탯을 엿본다는 건 그보다 상위의 존재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했다.

준혁이 ‘대원칙’을 이유로 생각하는 근거는 거기에 있었다.

실제로 각성 과정에서 한 번, 방금 전 마나를 통제하면서 한 번 더 그 대원칙을 겪기도 했었다.

하지만 아직 확신은 없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군.’

굳이 속일 생각은 아니지만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닌 듯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내일 또 일본 가야 하니 나도 준비 좀 해야지.”

몸을 일으키는 준혁의 모습에 린디웨가 조금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준혁의 새로운 클래스에 대해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답도 나오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멍하니 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일본에 가면 해야 할 일을 정리하기 위해 오늘 마지막으로 이시이 카게루를 신문해야 했다.

“그럼 갔다 와서 보자.”

가벼운 인사를 끝으로 준혁은 흑호의 ‘도약’으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왕 가는 거 좀 데려다주고 갈 것이지, 치사하게 혼자 훅 가냐?”

홀로 남은 린디웨가 구시렁거리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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