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받고 각성 더!-116화 (116/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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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장. 피습#3-

준혁은 바흐론샤카의 브레스를 모조리 받아내고 있었다.

이게 뒤로 퍼졌다가는 사람들이 떼죽음 당할 일이었다.

물론, 맨몸으로 받은 건 아니다.

무상곤을 거대한 항아리 형태로 변형시켜 그 속에 브레스를 받아내고 있었다.

당연히 그 위력은 무상곤에 영력을 퍼부어 막았다.

기겁한 바흐론샤카가 고개를 뒤로 빼려는 순간 준혁은 준비하고 있던 금문묵룡삭을 날렸다.

휘리리릭!

순식간에 바흐론샤카의 목에 감긴 금문묵룡삭. 그 반대편 끝을 잡고 있던 준혁이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

=입.다.물.어.

따아악!

브레스를 뿜느라 활짝 벌리고 있던 바흐론샤카의 주둥이가 빨래집게처럼 닫혔다.

끝나지 않은 브레스가 바흐론샤카의 입안을 맴돌다 역류해 제 뱃속으로 흘러들어갔다.

-크아아아악!

바흐론샤카의 비명이 사방으로 쩌렁쩌렁 울렸다.

펑, 퍼퍼펑!

와장창!

겨우 비명일 뿐인데 주변의 자동차가 폭발하고 건물 유리창이 모조리 터져나가는 것은 물론, 단단한 건물 외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면 안 될 일이다.

=닥.쳐!

깔끔한 용언과 함께 준혁이 훌쩍 몸을 띄운 준혁이 바흐론샤카의 머리위에 착지했다.

“몸속이 어떻게 생겨먹었기에 뿜을 때는 멀쩡한 놈이 제 뱃속에 들어갔다고 아프다고 발광이냐?”

준혁의 질문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솔직히 정말 궁금했다.

-이, 이놈이 감히!

끝까지 상황 파악 못 한 바흐론샤카가 노성을 내지르고, 그에 대한 화답으로 준혁의 무상곤이 떨어져나갔다.

빡, 빠악, 빠악!

단단한 드래곤의 비늘이 순식가에 깨져 나간다.

바흐론샤카도 가만히 맞고만 있지 않았다.

준혁 주변의 공기가 순식간에 무시무시한 열기로 변하며 덮쳐들었다.

휘이잉-!

열기의 폭풍이 짓쳐 들었으나 준혁은 이미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대신 열폭풍이 지나간 그 자리에 금빛 편린이 허공을 날아 무시무시한 기세로 쏟아져내렸다.

30자루의 금문묵룡비였다.

푹, 푸푸푸푹!

준혁이 쪼개 놓은 비늘 너머 속살로 금문묵룡비가 파고든다.

-끄아아악!

쩍 벌린 바흐론샤카의 입에서 발작적인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벌어진 주둥이 사이로 드리친 것은 묵색의 날을 지닌 거대하기 짝이 없는 한 자루 칼이었다.

츠컥!

주둥이를 결대로 갈라놓을 듯 박히는 칼날.

하지만 바흐론샤카는 비명을 지를 새가 없었다.

두개골을 뚫고 파고든 금문묵룡비가 바흐론샤카의 머릿속을 난도질했다.

끝이 아니다.

여전히 목에 감겨 있던 금문묵룡삭을 타고 준혁의 영력이 침습해 들어갔다.

바흐론샤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 거대한 몸뚱이를 기울였다.

쿠우웅-!

땅이 크게 한 번 울리며 드래곤의 잔해가 흉물스럽게 쓰러졌다.

“후, 후우!”

준혁은 급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적사를 이용해 영력을 보충했다.

성질 같아서는 천신강림으로 모두 찍소리도 못하게 패죽이고 싶었지만,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영력의 사용을 조절해야 했다.

물론, 지금 쓴 기술들 역시 영력 소모가 적은 건 아니다.

하지만 천신강림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덜했다.

굳이 따지면 최소한의 소모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한계치였다.

그때 혼원길드 좌우의 빌딩이 동시에 폭삭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마리였다.

***

강이찬은 기이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오른손에 꽉 쥔 완드에서 쉴 새 없이 [파이어 볼]이 뿜어졌다.

그럴 때마다 앞을 막는 고블린과 오크가 숯덩어리가 되어 흩어졌다.

강이찬은 A급 마법사였다. 그 수준의 마법사가 쏘는 [파이어 볼]의 위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강이찬은 스킬로서 [파이어 볼]을 사용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마나를 움직여 그것을 통해 마법을 구현하고 있었다.

각성자들이 각성의 순간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것이 스킬의 사용법이다.

상태창에 있는 스킬을 떠올리고, 그것을 펼치고자 마음먹으면서 육성이나 생각으로 이름을 외치면 해당 스킬이 펼쳐진다.

그런데 지금 강이찬은 그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있었다.

마나를 발출하고, 그 마나에 속석을 부여한 후 각각의 속성 마나를 조합해 [파이어 볼]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꽤 큰 차이였다.

‘스킬 사용’은 자동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도록 만들어진 기계의 버튼을 누르는 행위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강이찬이 하는 것은, 버튼을 누르지 않고 기계가 해야 할 모든 과정을 일일이 손으로 해나가는 일이었다.

간편하기는 스킬을 발동하는 게 훨씬 간편하다.

대신, 스킬을 사용하면 쓸데없는 마나가 많이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대로 강이찬이 일일이 조합을 해 마법을 펼치는 것은 복잡한 대신 마나 소모가 스킬 사용에 비해 극단적으로 적었다.

복잡하고 힘들지만 숙달되기만 하면 훨씬 효율적이고 긴 전투를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무아지경에 빠져 괴물들을 헤치고 나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파이어 볼]의 매커니즘을 완벽하게 익히게 된 것이었다.

물리적으로는 짧지만, 심리적으로는 길고 긴 길을 헤치고 마침내 혼원길드 사옥 근처에 도착했다.

지하에서 훈련하던 헌터들이 둘셋씩 모여 괴물들을 처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눈물나게 반가운 얼굴이 하나 있었다.

“민호 형!”

장민호가 마침 가까운 곳에 있었다.

장민호가 고개를 돌리고, 강이찬은 날듯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형, 얘, 얘 좀! 치료, 치료요!”

강이찬의 품에 안긴 아이의 입술이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그것을 본 장민호는 한눈에 아이가 중독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큐어!”

외침과 함께 아이의 몸 위로 옅은 빛이 스쳐지나갔다.

“하! 됐다!”

강이찬이 큰 소리로 외치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아이는 순식간에 혈색을 되찾고 숨소리도 규칙적으로 변했다.

장민호가 강이찬을 향해 말했다.

“이찬 씨는 일단 애기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요.”

“네!”

외부 바깥쪽에 더 이상의 괴물은 없었다.

괴물이 있는 곳은 이제 혼원길드 주변 뿐. 아이는 최대한 먼곳으로 데려다 주는 게 나았다.

“다시 돌아올게요!”

당당하게 외친 강이찬이 다시 아이를 안고 달려갔다.

그리고 장민호는 그런 강이찬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돌아 온다고?’

강이찬이 괴물과 싸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당연히 품을 수밖에 없는 의문이었다.

「헌터들 전부 모여요!」

저 멀리 뒤쪽에서 유민섭이 확성기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강이찬은 그 목소리에서 뭔가 다급한 느낌을 받았다.

‘뭐지?’

하지만 지금은 품속의 아이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 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유민섭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열심히 내달린 강이찬은 마침내 대피소에 도착했다.

대피소 안에 있는 인상 좋아보이는 여자에게 아이를 맡긴 후 강이찬을 다시 밖으로 뛰어 나왔다.

대피소에 모여 있으면 미아가 될 확률은 적다.

나중에 경찰이 와서 조사를 하기 때문에 아이의 부모를 찾아줄 수 있으리라.

그때였다.

콰아아앙-!

저 멀리 혼원길드 맞은편의 건물이 터져나갔다.

‘뭐야?’

흠칫 놀라 뒷걸음질 친 강이찬이 터져나간 빌딩 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그곳에서 몸을 일으키는 거대한 무언가.

“드, 드래곤!”

강이찬은 반사적으로 몇 걸음을 더 물러섰다.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인 탓에, 거리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그 위용에 무릎에서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드래곤의 머리가 튕겨 나가며 비틀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흑태자 형님?’

강이찬이 아는 한, 드래곤을 저렇게 후드려 팰 수 있는 사람은 준혁 밖에 없었다.

그것을 확인한 순간 힘이 빠졌던 무릎이 갑자기 단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쪽으로 올 때 들었던 유민섭의 확성기 목소리가 떠올랐다.

아마 저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불끈 주먹을 쥔다.

‘난 싸울 수 있다!’

이제 괴물과 싸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는 게 옳은 일이었다.

‘가자.’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혹은 재촉하듯 외친 강이찬이 땅을 박차며 달려갔다.

***

드래곤의 거체가 무너지며 흉물스러운 시체로 변하는 것을 본 최유나의 두 눈에 빛이 번뜩였다.

‘역시!’

준혁의 저 강력함은 언제 봐도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나도 싸울 수 있을까?’

최유나는 드래곤을 본 적이 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는 무훈길드의 공격대에 포함되어 ‘골드 드래곤의 레어’를 공략했을 때였다.

그 당시 최유나는 짙은 열패감을 맛보아야 했다.

두 번째 경험 역시 최유나에게는 좌절과 비슷한 감정을 안겨 주었다.

다만, 그 방향이 달랐다.

첫 번째가 드래곤이라는 범접 불가능한 괴물에 대해 느끼는 공포였다면, 두 번째는 그 괴물을 가볍게 죽인 김준혁이라는 절대 강자에게 받은 무력감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희망을 얻은 경험이기도 했다.

준혁은 드래곤 같은 괴물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즉, 인간이 그렇게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우기다시피 해서 가르쳐 달라고 했고, 끝내 허락을 받아 훈련을 받으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리고 마침내 S급의 벽을 뛰어 넘어 이제는 S1급이 되었다.

지금 저 드래곤에게 덤빈다면 얼마나 싸울 수 있을까?

최유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질문이었다.

그때 혼원길드 사옥 좌우의 빌딩이 그대로 터져나가고, 이번에는 두 마리 드래곤이 등장했다.

때마침 뒤로 돌아선 준혁이 오른쪽 빌딩에서 나타난 드래곤에게 달려가며 외쳤다.

“린디웨, 리쉬옌, 최유나, 청랑! 그쪽은 너희가 맡아!”

최유나의 두 눈에 맺혀 있던 빛이 거의 살기에 가까운 수준으로 번뜩였다.

그것은 일종의 희열이었다.

김준혁이라는 절대 강자에게 마침내 인정받은 것 같았다.

어느새 최유나의 좌우로 린디웨와 리쉬옌이 나타났다.

“갈까?”

린디웨가 호기롭게 외쳤고, 최유나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두 마리의 드래곤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한 순간, 준혁은 반사적으로 오른쪽으로 달려나갔다.

왼쪽의 드래곤은 이미 만난 적 있는 골드 드래곤 카이르무스였기 때문이었다.

최유나가 몇 번 본 적 있는 놈이기에 낯선 쪽을 자신이 상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타탁!

가벼운 발구름과 동시에 준혁의 몸이 사선을 그리며 허공으로 날아갔다.

때마침 녹색 비늘의 드래곤이 사악한 눈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도마뱀의 등장 멘트 따위 들어줄 필요는 없다.

저런 것들을 상대할 때는 뭐니 뭐니 해도 선빵이 최고다.

허공에 수평의 거대한 궤적을 그리는 것은, 무상곤을 변형시킨 거대하기 짝이 없는 몽둥이였다.

콰아아앙-!

간을 볼 필요도 없다.

30자루의 금문묵룡비가 마치 한몸이라도 된 듯 날카로운 비행을 시작했다.

캉, 카카카캉!

일점을 향해 순차적으로 날아가 부딪치는 금문묵룡비에 녹색의 단단한 비늘이 깎여나갔다.

휘리리릭!

뱀처럼 땅바닥을 타고 기어간 금문묵룡삭이 순식간에 녹색 드래곤의 뒷발을 감아 당겼다.

콰지지지직!

검은색 영력이 스파크처럼 번뜩이며 녹색 드래곤의 온몸을 휘어 감았다.

[천천]

빠아악!

무시무시한 도약과 함께 휘둘러 올린 무상곤이 녹색 드래곤의 턱을 올려쳤다.

그런 준혁의 두 눈에 광기에 가까운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다 뒈졌어, 개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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