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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장. 거대한 반향#2-
<혼원 길드 최유나 헌터, 세계 최초로 S급 초월 판정!>
<얼음여왕, 진정한 여왕이 되다.>
<종로 각성 센터 공식 발표, 최유나의 스탯 총합 2,941로 측정.>
<기존 각성자 등급 재분류 불가피.>
<국제 각성자 기구 한국으로 실무관 급파.>
<최유나, 김준혁을 스승이라 말하다.>
<최유나의 훈련 방식에 헌터계의 모든 이목이 혼원 길드로 쏠리다.>
충격적인 기사들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아니,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지구 전체를 뒤흔들었다.
특히 2,941이라는 스탯 총합은 반향이 엄청났다.
S급의 기준이 스탯 총합 600이었다. 그런데 그것의 5배에 달하는 스탯이니 충격이 클 수밖에.
기사가 나가는 동시에 혼원 길드는 대규모 기자회견을 공지했다.
이 소식 역시 언론매체와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전 세계 헌터들은 물론, 세계 각국의 정부들 역시 빠르게 실무진을 한국으로 급파했다.
잠실 사태 당시 기자회견을 취소한 후, 처음으로 준혁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었다.
배면계가 어떤 곳인지, 암약하는 집단의 공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그 외에도 많은 궁금증이 있었다.
그리고 빠르게 일주일이 흘렀다.
“안녕하십니까? 여기 단상에 서서 보니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여 있군요. 반갑습니다.”
기자회견장은 월드 스타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규모였다. 상암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을 회견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생각조차 해 볼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규모였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모인 인파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언론사 기자들이 운집해 있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국가의 정부 관계자들이 팀을 짜 이곳에 자리했다.
하지만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헌터들이었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헌터가 이곳에 모였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모든 길드들이 단체로 몰려온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헌터들까지 앞뒤 재지 않고 들어왔다.
헌터들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도 깨지 못한 S급의 벽을 깬 당사자가 나오는 기자 회견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직접 지도한 트레이너인 준혁이 나오는 자리였다.
그 훈련 방법에 대해 작은 거 하나라도 들을 가능성이 있으니 반드시 이곳에 와야 했다.
혹자는 세계에 있는 각성자가 죄다 한국으로 몰려온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단상에 올라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의 모습에 상암 월드컵 경기장 전체가 웅성거렸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볼런트 라일입니다.”
볼런트 라일, 그는 국제 각성자 기구 ITO(International Transcendent-humal Organisation)의 사무총장이었다.
ITO는 헌터들에게 강제력을 행사하는 기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물론 모든 헌터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ITO의 사무총장이 일개 길드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제가 오늘 혼원 길드의 기자회견장에 나선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그 말에 회견장의 웅성거림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기장 전체에 정적이 내려앉았을 때, 볼런트 라일이 말을 이었다.
“여기에 모인 이들은 아마 모두 이런 마음일 겁니다. 믿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믿지 못하겠다. 최유나 헌터의 스탯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사실은 저도 믿을 수가 없어서 직접 왔거든요.”
가벼운 농담을 던졌지만 반응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부터 볼런트 라일의 입에서 나올 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유나 헌터의 스탯. 2,941이라는 믿을 수 없는 그 숫자. 네. 사실입니다. ITO에서 최근에 개발한 신형 스탯 계측기를 이용해 총 세 차례에 걸쳐 확인한 결과, 그 스탯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ITO 사무총장의 직위를 걸고 보증합니다!”
소리 없는 충격이 경기장 전체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다들 짐작하고 있었다.
유민섭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신뢰도는 그런 허황된 말도 충분히 믿게 하는 근거였다.
그럼에도 믿기가 힘들었다.
세계에서 이름 높은 S급들도 스탯 총합이 800을 넘지 않았다. 그런데 3,000에 가까운 수치가 나왔으니 쉬이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ITO 사무총장 볼런트 라일의 선언으로 2,941이라는 스탯이 공식적으로 인증된 것이다.
충격이 퍼지는 경기장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 볼런트 라일이 마지막 말을 더했다.
“오늘 저의 임무는 여기까지입니다. 자, 이제 진짜 기자 회견을 진행하겠습니다.”
볼런트 라일이 내려간 후 단상으로 준혁과 유민섭, 최유나가 함께 올라왔다.
거대한 경기장에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볼런트 라일의 말에 충격을 받아 조용해졌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강제로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공간에 들어섰을 때의 고요함이었다.
지난번 준혁이 어떤 식으로 기자회견을 취소했는지 알기에 알아서 조심하는 것이었다.
외신 기자들 또한 그 정도 준비를 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번 기자회견의 가장 핵심인 최유나보다 준혁의 눈치를 더 본다는 의미였다.
준혁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유민섭이었다.
“도서관에서 혼자 떠드는 거 같아서 괜히 눈치가 보이는군요.”
분위기를 풀어 보고자 가볍게 농담을 던졌지만, 그조차도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를 아는 유민섭은 슬쩍 준혁 쪽으로 시선을 한 번 던지고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다들 최유나 헌터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오셨을 줄로 압니다만, 아시다시피 최유나 헌터가 좀 과묵한 편입니다. 그래서 제가 최유나 헌터 대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입을 다문 유민섭은 경기장을 크게 한 번 둘러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앞서 라일 사무총장께서 말씀하신 대로 최유나 헌터는 S급을 초월했습니다. 그리고 S급과는 그 격차가 상당히 큽니다. 이는 지금까지 헌터계에서 진행해 왔던 SS급에 대한 논의를 모두 무효화시키는 결과입니다. 스탯 합산이 무려 2,941이나 되니까요.”
유민섭은 천천히 시선을 움직여 헌터들의 눈빛을 살폈다.
그들의 눈에 피어오르는 강렬한 욕구가 그림을 그린 듯 선연했다.
‘됐다.’
원래 각성자의 스탯은 개인 정보에 속하기 때문에, 본인이 아니면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언론은 물론 볼런트 라일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유나가 허락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준혁과 유민섭의 권유가 있었다.
헌터들의 성장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서였다.
머지않아 있을 시스템 통합을 대비하려는 목적이었다.
배면계의 괴물들이 던전에 등장하는 순간, 헌터들은 지금까지 상대해 보지 못한 강력한 적들을 맞이하게 된다.
그 전에 헌터들의 성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유나라는 강력한 자극을 꺼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최유나 헌터의 말에 따르면, S급을 초월한 순간 인간의 기본적인 오감을 넘어선 여섯 번째 감각이 열렸다고 합니다. 이 육감이 S급을 초월한 가장 확실한 징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미 언론을 통해 말했다시피 최유나 헌터를 훈련시킨 장본인은 김준혁 헌터입니다. 이 방법이 많이들 궁금할 거라 생각합니다만…….”
말꼬리를 흐린 유민섭의 시선이 다시 한 번 회견장을 훑었다.
모두의 눈에 긴장감이 퍼졌다.
특히 관중석 쪽에 앉은 헌터들은 숨 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헌터들의 눈에 떠오른 것은 강렬한 욕망이었다. 강해지고자 하는 욕망은 헌터로서 당연한 것이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기자회견이 끝날 때 김준혁 헌터가 이야기할 것입니다.”
팽팽하게 시위를 당기고 있는데 뜬금없이 활이 부러진 듯 묘한 방식으로 맥이 풀렸다.
“장난하는 겁니까?”
“이런 식으로 기자회견을 하면 어쩌자는 겁니까?”
“이렇게 전 세계 사람을 놀리다니. 기자회견이 장난입니까!”
맥이 풀린 탓인지 긴장감도 함께 날려 버린 기자들이 아우성을 쳤다.
“우우우!”
헌터들 중에서는 일제히 야유를 보내는 이들까지 나왔다.
진짜 축구 경기라도 벌어진 것처럼 어마어마한 소음이 경기장을 뒤덮은 그 순간이었다.
“하지 말까요?”
짧게 튀어나온 말에 거짓말처럼 정적이 찾아왔다.
뒤쪽에 있던 준혁의 한마디였다.
잠실 사태 직후에 있었던 준혁의 기자회견 취소는 기자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물론 이곳에는 그 당시에 없었던 이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들 역시도 이미 소식을 접했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김준혁 헌터가 마이크를 잡겠습니다.”
유민섭이 말을 마친 후 준혁이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제 기자회견의 규칙은 항상 똑같습니다. 지목 후 질문, 일문일답. 그런데…….”
준혁이 한쪽 구석에 모여 있는 기자들 쪽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스포츠 전문지 기자님들이 와 계시는군요. 그런데 이 자리는 야구에 관해 이야기할 곳은 아니니, 스포츠 전문지 기자님들은 나중에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그 말에 준혁에게 익숙한 스포츠 전문지 기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최유나 헌터의 훈련에 대한 것은 마지막에 따로 이야기할 겁니다. 그러니 그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그와 관련된 질문이 나온다면, 그 순간 기자회견을 마치겠습니다.”
준혁의 기자회견 전매특허인 협박이 살짝 들어갔다.
“자, 그럼 질문 받겠습니다. 네. 거기 G열 20번 자리 기자님.”
기자석마다 따로 번호를 부여해 놓았기에 준혁은 그 번호를 통해 기자들을 지목했다.
그렇게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헌터 킴은, 백 사이드 디멘션에 대해 경고했었습니다. 그 위협이 실재한다는 것 또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현재 그 문제는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태입니까?”
“일을 꾸미는 자들에 대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체를 잡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그들의 계획은 막바지에 와 있고, 실질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데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이 융합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납니까?”
“한 번도 없었던 일이기에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만, 개인적인 예상을 하자면 2가지 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배면계 괴물이 던전에 직접 등장할 가능성, 두 번째는 배면계와 던전의 괴물들 또한 서로 융합하여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가능성입니다.”
“배면계의 각성자가 아닌, 던전의 각성자들이 배면계의 괴물을 사냥할 수 있습니까?”
“배면계의 괴물은 총 3개의 급으로 나뉩니다. 괴수, 영수, 신수입니다. 그중 영수급까지는 던전의 각성자들이 힘을 모으면 사냥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잠실 사태 때 이미 증명이 되었지요. 하지만 신수급이 되면 현 던전의 각성자들로는 절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 최유나 헌터, 즉 S급을 초월한 헌터가 여럿 모여야 가능합니다.”
“김준혁 헌터의 수준을 각성자 등급으로 구분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누군가가 던진 질문에 준혁은 잠시 말을 멈췄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준혁은 살짝 눈매를 휘며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오기를 기대했던 질문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회견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준혁의 침묵에 멈칫하며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곧 준혁이 입을 열었다.
“구천구백구십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