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받고 각성 더!-77화 (77/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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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장. 기습#2-

“뭐?”

황도형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런 소리를 들을 만한 상황이 아닌 탓이다.

준혁의 말이 이어졌다.

“보아하니 눈탱이를 아주 제대로 처맞았네.”

“누, 눈탱이?”

점점 더 알 수 없는 소리에, 황도형은 조금 전의 일도 잊은 채 되물었다.

“그 힘.”

“…….”

“그 힘 얻을 때 부작용은 안 알려 주던?”

“어느 정도 부작용은…….”

“그래, 부작용. 네가 뒈진다는 부작용.”

황도형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

“교도소에 박혀서 얌전히 반성이나 할 것이지, 기를 쓰고 죽으려고 용을 쓰네.”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들었다. 하지만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냐? 내가 죽는다니?”

“뭘 그리 놀라? 당연한 거 아니냐?”

“당연하다고?”

“어차피 나한테 뒈질 거잖아!”

이번에는 준혁이 움직였다.

“흡!”

황도형은 황급히 뒤로 몸을 빼는 동시에 앞으로 손을 뻗었다.

구우웅!

전면의 허공에 불쑥 떠오른 것은 짙은 영력의 벽이었다.

하지만.

와장창!

준혁이 휘두른 무상곤에 허무하게 산산조각이 난다.

득달같이 들이치는 무상곤을 보며 황도형이 또 한 번 영력을 일으켜 그것을 가로막았다.

빠악!

하지만 황도형이 일으킨 영력은 준혁의 무상곤에 허무하게 흩어졌고, 황도형은 그대로 목을 얻어맞고 저만치 날아갔다.

준혁이 집요하게 그 뒤를 쫓았다.

빡, 빠박!

연달아 휘두른 무상곤의 매타작에 황도형은 제대로 된 반항조차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도대체 눈앞의 이 남자는 얼마나 강한 걸까?

무지막지한 구타를 당하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황도형은 그런 의문을 품었다.

압도적인 힘이었다. 새롭게 얻은 거대한 영력으로도 어찌해 볼 수 없는 수준.

그리고 뒤이어 황도형의 머릿속을 뒤덮은 감정은 분노였다.

“이 개새끼야!”

버럭 욕을 뱉으며 몸속에 있는 영력을 한꺼번에 개방했다.

묵직한 소음과 함께 땅이 진동을 일으키며 엄청난 힘의 파장이 폭사되었다.

기술이 아닌 순수한 영력의 개방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뽑아 올린 영력이 준혁을 향해 쇄도했다.

제약이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신수의 영력이었다. 이 정도까지 뽑아 올린 힘은 준혁도 만만하게 받아 내기는 버거운 수준이었다.

가공할 압력과 함께 영력이 쇄도하는 순간.

“이화…….”

스킬을 펼치려던 준혁이 갑자기 멈칫하더니 재빨리 대응 방식을 바꿨다.

입고 있는 묵린갑에 잔뜩 영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양손을 활짝 펼쳐 앞으로 뻗었다.

고오오오-!

폭사되던 황도형의 영력이 준혁의 양손 앞에서 벽이라도 만난 양 그대로 멈췄다.

어마어마한 압력 속에서 준혁은 이를 악물었다.

때마침 묵린갑이 준혁의 영력에 반응을 시작했다.

철컥, 철컥!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묵린갑을 통해 피어오른 영력이 마침내 준혁의 양손에 뭉쳤다.

양손에 뭉친 영력은 순식간에 준혁의 손을 뒤덮으며 장갑의 형태로 바뀌었다.

마치 연기나 안개 같은 형태의 두 영력이 부딪쳤는데 거센 쇳소리가 울렸다.

“이런 미친!”

황도형의 입에서 불신에 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영력의 수투(手套)를 낀 준혁의 손이 뭉쳐 있는 황도형의 영력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그리고.

콰지지직!

황도형의 영력이 얼마 버티지 못한 채 갈라지기 시작했다.

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였다. 신수의 영력은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지난번 카이르무스의 육체를 사용했을 때보다, 지금 인간의 육체를 사용할 때 발휘할 수 있는 영력의 농도가 확실히 옅었다.

즉, 신수가 인간의 육체를 빌려 세상에 현신한다 해도 배면계에서 내보였던 재앙에 가까운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

‘일단 하나는 확인했고.’

준혁이 스킬 발동을 멈춘 2가지 중 하나.

인간의 몸으로 순수하게 영력을 내뿜었을 때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쫘아아악!

준혁의 두 손이 황도형의 영력을 천 쪼가리처럼 찢었다.

그 순간 주변으로 흩어진 영력이 다시 한 번 준혁을 향해 사납게 휘몰아쳤다.

하지만 준혁은 이미 예상한 듯 빠르게 한 발짝 물러나는 동시에 양손을 뻗어 커다란 원을 그렸다.

황도형의 영력이 마치 진공청소기에 빨려가듯 준혁의 영력 수투에 끌려가며 나선을 그렸다.

수투에 끌려들어간 황도형의 영력은, 준혁의 묵린갑으로 퍼지더니 결국에는 연기처럼 흩어져 버렸다.

“말도 안 돼!”

“돼!”

짧은 대답과 동시에 준혁의 주먹이 황도형의 안면에 꽂혔다.

빠악!

통렬한 소음과 함께 황도형이 나동그라지며 볼썽사납게 바닥을 굴렀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준혁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는 황도형을 지켜볼 때였다.

쾅, 콰콰쾅!

리쉬옌과 최유나가 또 한 놈의 신수와 싸우는 소음이 저 멀리서 들렸다.

두 사람이 제대로 버티고는 있지만 조금 위태한 느낌이 들었다.

‘청랑, 너는 저쪽을 도와줘라.’

컹!

짧은 대답과 함께 청랑이 자리를 이탈해 리쉬옌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준혁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황도형을 향해 말했다.

“내가 좀 도와주리?”

“뭐?”

“너 지금 너무 영력에만 의지하고 있잖아.”

“지금 무슨 개소리를…….”

“허! 개소리라니? 생각해 봐라, 네 원래 클래스가 뭐였는지.”

“…….”

“너 인마, 원래 마법사잖아. 그럼 마법을 써야지. 영력이 생겼으면 그게 마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확인해 보고, 응용도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

“엇!”

황도형은 두 눈이 번쩍 띄는 기분이었다. 머릿속에 잔뜩 끼어 있던 먹구름이 일거에 걷힌 것 같았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새롭게 갖게 된 영력의 강력함에 취해 자신의 본래 특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한 만큼 황도형은 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지금 무슨 수작을…….”

“수작? 뭔 수작? 이건 뭐 도와줘도 지랄이야?”

“너를 죽이려고 하는데, 왜 나를 도와주는…….”

“풉!”

준혁이 와락 인상을 찡그리며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황도형으로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준혁이 말을 이었다.

“나를 죽여? 네가? 나를? 야야, 아무리 그래도 클라스가 있는데 내가 어떻게 너한테 죽냐? 내가 아까 말 안 했냐?”

“뭐?”

“너 나한테 뒈질 거라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준혁이 다시 한 번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손에 들었던 무상곤은 어느새 허리춤에 갈무리한 채 맨주먹을 휘둘렀다.

묵직한 풍압이 주먹보다 먼저 황도형의 얼굴에 쇄도했다.

이번에는 황도형도 가만히 맞고 있지 않았다.

방식 또한 이전과 달랐다.

“볼트 배리어!”

황도형의 전면에 새파란 스파크로 뒤덮인 반투명한 원반이 떠올랐다.

준혁의 주먹이 과격하게 배리어를 두드렸다.

굉음과 함께 배리어가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 준혁이 두 눈을 부릅떴다. 깨어진 배리어의 파편이 소멸하지 않고 준혁의 주변을 에워싼 탓이다.

뒤이어 파편들 사이에서 새파란 빛이 폭사되었다.

파지지지직!

잔뜩 흩뿌려진 스파크들 사이로 뇌전이 이어지며, 그 사이에 있는 준혁의 몸뚱이를 직격했다.

퍼엉!

폭발과 함께 새까만 연기가 준혁의 몸에서 터져 나왔다.

물론 준혁은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다. 그가 입고 있는 묵린갑은 어지간한 물리적, 마법적 공격은 모두 막아 낼 수 있었다.

연기가 걷힌 후 드러난 준혁의 얼굴에는 짙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말 잘 듣네?”

‘볼트 배리어’를 펼치는 동시에 ‘블링크’를 이용해 거리를 벌렸던 황도형이 또 한 번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준혁이 왜 이러는지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준혁이 뇌전 공격에 당하는 것을 보고도 섣불리 추가 공격을 하지 않은 이유도 그의 의도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나 묻자.”

“뭐, 뭘?”

“볼트 배리어라는 것에 이런 2차 공격 기능은 없었지?”

“그, 그야……. 음!”

황도형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2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 번째 이유는, 준혁이 묻는 말에 자신이 순순히 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서였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영력 때문에 자신이 쓰는 마법에 원래 없던 기능이 생겼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준혁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시너지가 생기는군.’

마나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 영력까지 갖게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준혁이 스킬 발동을 멈추고 확인하고자 했던 나머지 하나였다.

일전에 카이르무스의 몸뚱이에 굉황이 빙의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경우가 달랐다.

굉황이 빙의했을 때는 그 주체가 ‘굉황’이었다. 카이르무스는 제 몸의 통제권을 완전히 빼앗긴 상황이었다.

그리고 카이르무스는 ‘던전’이라는 시스템의 피조물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 보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

그에 반해 지금 황도형은 신수의 힘이 깃들어 있기는 해도 아직 빙의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황도형은 자신의 자유의지로 영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의 변화를 확인하려 한 것이었다.

그래야만 혹시 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를 위해 대비책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혁이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황도형은 오경희 쪽을 살폈다.

오경희 역시 자신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오로지 영력만을 사용해 있는 힘껏 힘을 폭발시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멍청한 년.

-뭐라고요?

-네 원래 특기가 뭔데 무식하게 힘으로 싸우는 거냐?

-그게 무슨 말이죠?

-너는 원래 패스파인더 아니었나? 그렇다면 네 특기를 이용해라. 무식하게 힘만 휘두르지 말고.

황도형은 새삼 준혁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상대인지를 실감하고 있었다.

거대한 영력을 품으며 충분히 준혁을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꿰뚫어 보고 조언까지 했다.

그런 행동을 한 이유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꿰뚫어 보는 것은 본신의 실력이 몇 단계는 더 높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어쨌든 지금은 같은 편인 오경희가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어야 했다.

그래야 협공으로 준혁을 죽이든, 오경희가 시간을 끄는 틈을 타 도망을 치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조언이 준혁이 해 준 것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자, 마저 할까?”

어느새 생각을 정리한 준혁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손을 까딱이며 황도형을 도발했다.

황도형의 시선이 힐끗 오경희 쪽으로 향했다.

오경희는 어느새 거대한 장궁 하나를 손에 쥐고 있었다. 빈 시위를 당길 때마다 영력으로 빚은 화살이 공간을 꿰뚫으며 적들을 위협했다.

-빨리 정리하고 이쪽을 도와라!

그와 동시에 황도형은 준혁을 향해 손을 뻗었다.

“썬더클라우드(Thundercloud)!”

하늘에서 묵직한 소음이 울리고, 준혁을 중심으로 직경 20미터의 공간이 밤이라도 된 듯 짙은 그림자에 휩싸였다.

갑자기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먹구름 탓이었다.

그리고 작렬하는 것은 어두운 하늘에 눈이 시리도록 선명한 빛의 선을 그리는 벼락이었다.

콰르르르릉!

수십 줄기의 벼락이 준혁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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