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받고 각성 더!-76화 (76/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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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장. 기습#1-

“와! 장난 아니네?”

“저게 진짜 SS급이었나 봐요.”

“황도형 그 새끼, SS급이라고 거들먹거리더니 짝퉁이었네요.”

백호 길드 알파팀원들은 입을 헤 벌린 채 다물 생각을 못했다.

압도적인 위력.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각성자의 등급은 F등급에서 S등급까지였다.

같은 클래스의 동일한 포지션이라는 가정하에, 등급 하나가 올라갈 때마다 월등한 수준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상식이었다.

당연히 A급과 S급도 한 등급 차이지만, 그 힘에서 큰 차이가 난다.

A급 근접 딜러인 백호진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차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지금 최유나가 상대하고 있는 강철 골렘을 예로 들 수 있었다.

A급인 백호진은 둔기로 두드려서 강철 골렘의 팔 하나를 깨트릴 수 있었다.

S급의 경우는 둔기를 휘둘러 박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롱 소드 같은 날붙이를 사용할 경우, S급이라 해도 강철 골렘의 팔다리를 매끈하게 자르는 것은 힘들었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진 몬스터인 탓이다.

거기에 더해 강철 골렘은 둔기로 깨트려도 바로 죽지 않는다. 핵을 찾아 부수지 않는 한 재생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유나는 그런 상식을 일거에 무너트리고 있었다.

쉬이익!

빛을 머금은 롱 소드가 궤적을 그리면, 그 순간 강철 골렘은 고철 덩어리가 되어 두 번 다시 움직이지 못했다.

“믿을 수가 없네요.”

“나도 저렇게 한번 골렘 잘라 봤으면 좋겠다.”

안유정의 말을 백호진이 받았고, 반사적으로 안유정의 타박이 튀어나왔다.

“아, 진짜!”

“응? 왜?”

둔한 백호진으로서는 당연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고, 안유정이 힘겨운 얼굴로 설명했다.

“최유나가 자른 골렘 중에 다시 재생하는 놈 없지?”

“어, 그러네.”

“반응이 그러면 안 되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 못 받았어?”

“뭐가 이상한데?”

“핵!”

“핵?”

“따로 핵을 깨지도 않았는데 저것들이 재생 안 하잖아. 이게 뭔 뜻이겠어?”

안유정의 지적은 정확했다.

지금 최유나의 싸움은, 단순히 최유나의 공격이 강력하다는 것만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 외에 플러스알파, 또 한 가지 대단한 점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안유정이 지적한 골렘의 핵. 그것은 개체마다 다른 곳에 있기에, 부수기 전에는 그 위치를 특정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 최유나의 일격에 골렘이 더 이상 재생하지 않았다. 이는 최유나가 골렘을 잘라 내며 그 핵까지 한꺼번에 갈랐다는 것을 뜻했다.

즉, 부수기도 전에 핵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뜻이다.

“아아, 그, 그러네? 부수기도 전에 핵이 어디 있는지 아는 거야?”

“그래, 이 답답아.”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고 있는 이가 하나 더 있었다.

-보여요?

-보고 있다.

오경희가 텔레파시 같은 능력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었다.

-저 정도면 심각하지 않겠습니까?

-상관없다고 말했을 텐데?

-저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그래서 네가 겨우 B급밖에 못 되는 것이다.

-말조심해요. B급이든 S급이든 어차피 지금 가진 능력은 당신이나 나나 똑같아요.

-후우! 더럽게 보채는군. 좋아. 그럼 지금 시작하지. 나부터 움직이겠다.

-움직임이 점점 좋아지고 있지?

준혁의 물음에 리쉬옌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엄청 빠르게 적응하고 있어요.

-벽을 못 깨고 헤매던 게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적응력이 좋아.

-재능은 타고났는데 이해력이 부족한 거 아닐까요?

대화 사이에 리쉬옌의 디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끼어든 그 순간이었다.

“엇!”

준혁이 갑작스레 실성과 함께 황급히 청랑의 방향을 틀었다.

그와 동시에 준혁의 입에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리쉬옌!”

“곽(廓), 곽(廓)!”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리쉬옌, 그리고 스킬을 외치는 순간 펼쳐지는 새하얀 영력의 성곽.

꽈앙-!

굉음이 터졌다.

무시무시한 진동과 함께 뿌연 먼지가 일대를 집어삼켰다.

“한 번 더!”

준혁이 또 한 번 외쳤고, 이번에도 리쉬옌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옹(甕)!”

잠실에서 팔비상의 진로를 막을 당시 물리적인 방벽을 펼쳤던 ‘옹’이 발현했다.

그그그긍!

반원의 거대한 철옹성이 혼원 길드와 백호 길드를 모두 감쌌다. 그와 동시에 준혁은 폭발적으로 지면을 박차고 올라 철옹성을 뛰어넘었다.

-저건 내가 맡는다. 하나 더 있으니 대기!

준혁의 지시에 리쉬옌이 급히 최유나를 불렀다.

“유나 씨, 이쪽으로 오세요!”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갑작스러운 충격이 날아들었을 때 리쉬옌이 펼친 ‘곽’ 뒤쪽을 제외한 지역의 몬스터들이 몰살당했기 때문이다.

최유나가 빠르게 리쉬옌 곁에 내려서는 순간, 철옹성 너머에서 준혁의 조금 당황한 듯한 외침이 넘어왔다.

“어? 너 뭐냐?”

그 소리에 리쉬옌의 시선이 돌아가려는 찰나였다.

‘흡!’

또 다른 본능이 리쉬옌의 시선을 억지로 다른 곳으로 돌렸다.

“피해-!”

그리고 리쉬옌이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땅을 박찼다.

쉬우우욱!

초저고도로 비행하듯, 땅과 수평하게 튀어나가는 리쉬옌의 옆으로 누군가 바짝 따라붙었다.

최유나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아주 잠시 스치듯 마주쳤다. 굳이 대화를 할 필요도 없는 상황.

영패를 모두 ‘옹’에 쏟아부은 탓에 리쉬옌은 맨몸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태.

새하얀 안개가 리쉬옌의 양팔을 휘감았다.

최유나 역시 손에 쥔 롱 소드에 마나를 주입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 아니 감각에 걸려든 것은 한 점에서 폭발하듯 뻗쳐 나오는 무지막지한 압력.

먼저 당도한 쪽은 최유나였다. 마나를 머금은 최유나의 롱 소드가 호쾌한 궤적을 그려 냈다.

롱 소드에 맺힌 마나의 폭풍이 문제의 힘이 터져 나오는 곳을 거세게 후려갈겼다.

“끅!”

최유나가 신음과 함께 격렬하게 튕겨 나가는 순간, 리쉬엔이 정확하게 그 지점에 당도했다.

탱커 포지션인 리쉬옌이 몰아치는 힘을 막기 직전에 최유나가 그 힘을 약간이라도 상쇄시킨 것이었다.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서로의 생각을 읽고, 완벽한 호흡으로 일련의 과정을 수행했다.

리쉬옌의 양팔에서 뻗친 새하얀 안개와 같은 영력이 문제의 지점을 완전히 감싸 안았다.

퍼어엉-!

점을 감싼 영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부피를 줄였다.

갑작스러운 폭발을 막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당장 급한 불만 끈 셈이었다.

황급히 주변을 살핀 리쉬옌의 두 눈이 빠르게 침착함을 되찾았다.

백호 길드의 안유정이 눈치 빠르게 팀원들을 뒤쪽으로 물려 대피한 것이었다.

뒤이어 머릿속에서 울리는 준혁의 외침.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영패 가져가서 써!

-네!

철옹성이 빠르게 사라지며 10개의 영패가 리쉬옌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제야 문제의 폭발이 일어난 지점을 정확하게 볼 수 있었다.

리쉬옌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백호 길드 쪽에서 경악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겨, 경희야!”

리쉬옌의 영력이 흩어지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백호 길드의 B급 헌터 오경희였다.

오경희는 두 눈이 새하얗게 탈백된 채로 리쉬옌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네놈들, 네놈들 때문에!”

발작적으로 외치는 순간, 오경희의 온몸에서 짙은 회색의 영력이 뭉클 피어올랐다.

“이건!”

리쉬옌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배면계에서 오직 괴물들의 영력만이 짙은 회색빛을 띠기 때문이었다.

“우리 부모님이!”

오경희가 알 수 없는 외침을 터트리며 리쉬옌을 향해 달려들었다.

“간(干:방패 간), 간(干), 간(干), 간(干), 간(干), 간(干).”

순식간에 떠오른 ‘간’ 6개가 겹쳐지며 리쉬옌과 오경희 사이를 가로막았다.

팡, 파파파팡!

연달아 5개의 ‘간’이 깨져 나갔지만, 상쇄된 그 힘을 마지막 ‘간’이 가까스로 막아 냈다.

그리고 그 순간 최유나가 오경희의 뒤쪽에서 바람처럼 솟아올랐다.

소리도 없이 휘둘러지는 새하얀 궤적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오경희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 마!”

기겁한 리쉬옌이 황급히 외쳤지만, 이미 최유나의 롱 소드는 오경희의 목을 향해 파고들고 있었다.

그리고 들린 것은 거대한 폭음.

“끄어억!”

최유나의 입에서 또 한 번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어? 너 뭐냐?”

그렇게 묻는 준혁의 얼굴에는 못 볼 걸 본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준혁의 맞은편에서 짙은 회색 영력을 온몸에 휘감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황도형이었다.

황도형은 교도소에서 의문의 남자에게 얻은 힘으로 몸을 숨긴 채 몰래 게이트를 통과한 것이었다.

황도형이 준혁을 노려보며 와락 인상을 구겼다.

“벌써 날 잊었다고?”

살면서 이렇게 무시당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던 황도형이다.

재판 받던 순간에도 욕을 먹을지언정 무시당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준혁이 이런 식으로 나오니 더할 수 없을 정도로 자존심이 구겨지는 느낌이었다.

그때 리쉬옌이 세운 철옹성 너머에서 또 하나의 기운이 급격하게 존재감을 키웠다.

‘음? 역시 두 놈…….’

콰콰쾅!

폭음과 함께 강렬한 힘의 파편이 사방으로 뻗치는 것이 느껴졌다.

‘리쉬옌이랑 최유나 둘이면 막는 것 정도는 가능하겠지.’

준혁은 거기까지 계산한 후 리쉬옌에게 생각을 전했다.

-여기는 걱정하지 말고 영패 가져가서 써!

“그딴 식으로 무시하다가는…….”

때마침 황도형이 뭐라고 말을 이으려 했지만, 준혁은 그것마저 무참히 잘라 냈다.

“저번에는 드래곤한테 하더니, 이번에는 사람한테 하냐?”

그런데 그렇게 말을 자르고 들어온 말의 내용이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이 새끼들이 귀신 놀이에 재미 들렸냐? 맨날 혼자 잘난 듯이 거들먹거리면서 찌질한 짓은 죄다 골라서 하고…….”

“야, 이 개새끼야!”

계속된 무시에 황도형이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벼락같이 몸을 날리며 내뻗는 주먹에 짙은 회색의 영력이 휘몰아쳤다.

준혁이 본능적으로 상체를 비틀며 주먹을 휘둘렀다.

쩌억!

황도형의 턱을 그대로 올려붙인 준혁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당장 튀어나와, 이 짐승 새끼야!”

얻어맞고 쓰러진 황도형이 바닥을 굴러 준혁과 거리를 벌렸다.

“큭!”

그리고 옅은 신음과 함께 세차게 고개를 털었다.

준혁에게 턱을 얻어맞은 그 순간, 극히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까무룩 정신을 잃었었다.

‘이, 이럴 리가 없는데?’

눈앞의 인간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하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나 역시…….’

하지만 황도형 자신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얻었다.

지난밤, 한 길드의 던전 공략에 끼어 들어가 이미 실험까지 해 보았다.

그렇기에 확신했다. 이 힘이라면 준혁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몸속에서 터질 듯 박동하는 이 이질적인 기운은 그런 자신감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단 한 수에 이렇게 밀려 버릴 줄이야.

하지만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준혁이 쉬지 않고 내뱉는 말의 내용이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제야 황도형을 보는 준혁의 시선이 변했다.

“쯧! 딱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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