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받고 각성 더!-66화 (66/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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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길들이기#3-

놀라운 소식의 시발점은 미국이었다.

<로날드 돔이 사라졌다!>

└너 어디 사냐? 갑자기 게이트 돔이 어떻게 사라지냐? 어디서 헛소문을 양산해?

└워싱턴 D.C.다, 빌어먹을 놈아.

└사진부터 보고 말해라.

└어? 이게 무슨……?

└백악관과 한국의 블랙 프린스가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사실인 거냐?

└OMG!

└OMFG, 처음으로 백악관을 지지해 본다.

└다음은 어디냐?

그리고 그 소식은 인터넷이라는 어마어마하게 빠른 라인을 타고 금세 한국을 강타했다.

<흑태자가 미국에 있는 게이트 돔 공략했다는 게 참트루?>

└레알임. 미국은 이미 흑태자 신드롬.

└그럼 강이찬이 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거네?

└어? 그래도 출국 금진데 어떻게 나간 거?

└소식 느리네? 미군 통해서 갔다잖아.

└천조국이 나서면 출국 금지가 무슨 문제겠냐?

└근데 흑태자가 진짜 미국에서 게이트 돔 없앴으면, 우리나라는? 아직 1개 남았잖아.

└김준혁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 없음?

└나 혼원 길드 직원인데, 김준혁 헌터 하루 정도 어디 갔다 옴. 지금은 한국에 있음. 인증 샷 올림.

└아, 한국에 있구나. 다행이다.

└이게 뭐가 다행이냐? 검찰이 지랄하면 흑태자 진짜 미국 가 버릴 수도 있다는 소리잖아!

└새삼 빡치네. 청와대 청원 올려라. 검찰 전부 물갈이하라고.

└어느 시대 인터넷 쓰냐? 그 청원 추천 수 지금 천만을 향해 가고 있는데.

이슈가 한층 뜨겁게 타올랐다.

그리고 거기에 장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전지검장 아들 부정 입학.>

<창원지검 검사들 스폰서 의혹, 증거도 있어.>

<강 모 검사, 갑질 동영상 일파만판.>

그냥 장작도 아닌 기름을 흠뻑 머금은 장작들이었다.

대한민국 내에 있는 CIA가 장식한 피날레였다.

CIA는 방첩 활동을 위해 세계 각지에 비밀리에 지부를 두고, 수많은 정보를 수집해 왔었다.

그런 CIA가 모든 인력을 동원해 정보를 모은 탓에, 장작은 바닥을 보이지 않고 공급되었다.

결정타는 방송국에 제보 형식으로 전달된 2개의 동영상이었다.

하나는 잠실에 영수들이 출몰했던 당시 긴급 대책반이 슬그머니 물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동영상이었다.

“하아! 저 장면은 볼 때마다 새삼 빡치는군요.”

“그동안 유 길드장이 황도형한테 속아서 더 빡치는 거 아닙니까?”

“뭐, 그런 것도 있고……. 그나저나 이제 말해 줄 때도 됐잖아요. 도대체 저 동영상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안 겁니까?”

CIA가 제공한 동영상이었다. 준혁이 이번 판을 짜게 된 시발점이기도 했다.

“백효가 나한테 시야를 공유해 준다는 건 알고 있죠?”

“네, 알죠. 그럼 그때 본 겁니까?”

“그렇죠. 근데 대책반을 촬영하고 있는 놈들이 있더라고요. 흑호를 은신시켜서 보냈는데, CIA 사람들이더라고.”

그제야 유민섭도 뭔가 이해가 갔는지 탄성을 터트렸다.

“아! 그럼 그날 개런한테 접근한 것도 그런 이윱니까?”

“그렇죠. 개런한테 말해서 백악관 연결해 달라고 한 거죠. 저 동영상 넘겨받을 목적으로.”

“그때부터 이런 판을 짜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이 사람 이거 가만 보면 음흉한 데가 있다니까?”

“이럴 때는 심계가 깊다, 뭐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또 다른 동영상의 주인공은 황도형과 서울 중앙지검 이현필 부장검사였다.

황도형이 이현필에게 준혁을 처리해 줄 것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건네는 장면이었다.

이것은 준혁이 흑호를 이용해 촬영한 장면이었다.

그 2개의 동영상으로 대한민국은 또 한 번 발칵 뒤집혔다.

검찰 조직에는 무시무시한 칼바람이 불었다. 고위 간부급의 3분의 2가 옷을 벗으면서 대대적으로 물갈이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아직까지 정리되지 못한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검찰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황도형도 당연히 무사하지 못했다. 그가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검찰에서 직접 황도형을 털기 시작했는데, 어마어마한 양의 범죄 증거가 튀어나왔다.

직위 해제는 당연하고, 그가 그렇게 애용했던 마나 구속 장치가 달린 수갑을 차고 재판을 받았다.

똑같은 죄를 지어도 각성자가 일반인보다 중형을 받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였고, 황도형은 그렇게 실형을 살게 되었다.

황도형을 따르던 대책반원들도 모두 공범이었기에 1명도 빠짐없이 각성자 전용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렇게 숨 가쁜 한 달이 쏜살같이 흘렀다.

황도형과 검찰 관련 문제들이 유례없이 빠르게 정리되기는 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미 해병대가 대한민국 영토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총을 겨누고 억압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당시 일을 지휘했던 마이클 레디셔트 소장과 관련 지휘관들을 군사재판을 통해 불명예 제대시켰다.

레디셔트를 비롯한 지휘관들은 모두 사전에 이런 사후 처리에 대해 동의를 했었다.

이를 통해 얻게 될 불명예와 손해를 훨씬 상회하는 보상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적절한 보상이 있기는 했지만, 군인으로서 스스로 불명예를 안는 것은 조국의 안전을 위해 희생한다는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외부에 조금도 알려지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외교부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전했다.

‘유감 표명’으로 대표되는 외교적 수사가 전혀 없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직설적인 사과였다.

말뿐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과 미국 사이에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던 관세 문제가 미국 쪽에서 크게 양보하며 극적으로 타결됐다.

사과는 물론 물질적인 배상까지 한 것이다.

준혁에 대한 출국 금지는 풀렸고, 검찰에서 청구한 구속영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되었다.

영장이 기각된 이유는 ‘스스로 인정한 만큼 증거 인멸을 시도할 이유가 없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였다.

인터넷상에서는 이 말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도주의 우려가 없는 게 아니라, 도주해도 막을 방법이 없는 거지.>

이 댓글은 끝없는 추천을 받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일을 처리한 후, 마지막 마무리는 준혁과 유민섭의 재판이었다.

준혁과 유민섭은 자신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받아들였다.

검찰에서 기소유예는 힘들다는 입장이었고, 어쨌든 절차의 진행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판장에서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재판 방청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판사와 검사를 향해 적의를 내뿜었다.

검사는 쉴 새 없이 흐르는 땀을 닦으며 더듬더듬 말을 했고, 판사는 단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 탓에 재판장은 준혁과 유민섭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의 독무대가 되었다.

변호인단은 목이 쉬도록 열변을 토하며 두 사람을 변호했다.

그리고 판사가 우물거리며 뱉은 판결의 마지막은 이랬다.

‘선고를 유예한다.’

즉, 선고유예가 나왔다. 2년만 지나면 면소가 되기 때문에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 판결이었다.

기소와 재판 자체가 준혁과 유민섭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방청석에 앉은 재판 방청객들은 판결이 나온 직후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선고 유예도 과하다는 고성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준혁과 유민섭을 향한 압도적인 지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광경이었다.

평소라면 호통을 내지를 판사가 황급히 자리를 떴고, 검사 역시 도망치듯 재판장을 떠났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 무죄를 선고할 수는 없었다.

준혁과 유민섭으로는 이것이 최상의 결과였다.

***

“축하드립니다!”

“망할 판사가 더럽게 빡빡한 거 같네요. 나 같으면 무죄 때릴 텐데!”

절차를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2명의 남자가 후다닥 달려와 말했다.

“누구?”

준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남자를 보았다.

진심으로 누군지 몰라서 묻는 말이었다.

‘눈에 익은 거 같기는 한데?’

달려올 때의 빠르기를 보면 두 남자는 헌터였다. 하지만 준혁의 기억에는 남아 있지 않은 얼굴들이었다.

남자 중 1명이 준혁의 생각을 눈치채고 빠르게 입을 열었다.

“일전에 게이트 다운 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그날 이후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 그때 그…….”

준혁도 그제야 기억이 났다.

게이트 다운 당시 준혁에게 이득을 독점하려 든다며 시비를 걸었던 두 길드장이었다.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진격 길드의 유재현입니다.”

“PA 길드의 표경식입니다.”

자신을 소개하면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눈짓으로 수많은 말을 교환하고 있었다.

‘괜히 온 거 아냐? 우리 기억도 못하는 거 같은데?’

‘우리는 기억 못해도 그때 개긴 놈이 있었다는 건 알겠지. 그런 건 파 보면 금방이야.’

‘아무튼 잘 보여야 해.’

‘당연하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또라이야.’

‘미국이 저렇게 나올 정도면 우리는 그냥 깨갱 해야지.’

두 사람이 나누는 무언의 대화만으로도 준혁의 의도는 성공한 셈이라고 볼 수 있었다.

섣불리 건드리면 안 되는, 국가 공권력에도 개길 수 있는 꼴통이라는 확고한 이미지를 얻은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미국까지 등에 업은 꼴통이었다.

***

“이제 좀 쉴 수 있겠네요.”

“네?”

“그동안 꽤 정신없었잖아요.”

“누가요? 혹시 길드장이?”

준혁은 진심으로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유민섭은 이 사람이 왜 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닙니까?”

“아니, 고생은 나 혼자 다 한 거 같은데, 왜 길드장이 피곤한 얼굴입니까?”

“나도 했죠. 매스컴 상대…….”

“그건 이찬 씨가 더 많이 한 거 같은데?”

“미국이랑 협상도…….”

“개런이 백악관에 연결해 줬죠.”

“로널드 돔…….”

“내가 거의 다 한 거 같은데? 아, 비행기에서 술은 참 많이 마시던데요?”

유민섭은 분루를 씹으며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배면계 영물이 등장했다는 건, 시스템을 합치려는 놈들의 계획이 거의 다 완성됐다는 뜻일 거 같은데요. 이대로 두기는…….”

“그 술석 모으는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각 길드들이 연락을 주고는 있습니다. 많지는 않아도 한두 개씩은 회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니가 보기에는 어때?”

준혁이 린디웨를 향해 물었다.

“아직은 시스템 융합이 안 됐다고 보는데?”

“그래?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는 거냐?”

“음… 대략 90퍼센트 정도?”

“그럼 좀 더 방해하는 쪽으로 가야지.”

“방해? 무슨 수로?”

린디웨가 물었지만, 회의실에 모인 이들 모두가 준혁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쯧쯧! 이래서 천원급은 안 되는 거지.”

발끈한 사람은 유민섭이었다.

“와! 나 지금 갑자기 울컥했습니다. 배면계 출신이 아니면 아예 취급도 안 해 주는 분위기네?”

“뭐, 현실을 직시합시다.”

“아, 재수 없어!”

유민섭이 농담인 척 진심을 담아 외쳤다.

하지만 준혁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말을 했다.

“그동안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 못했습니까?”

“허전?”

“뭐가 허전했죠?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런 건지 별다른 건 못 느꼈었는데?”

회의실의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대책반과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워낙 일이 많았다.

CIA가 나서서 검찰을 엿 먹이는 사이에도 혼원 길드는 영수의 시체를 정리하고, 당시에 참가했던 헌터들을 불러 그것을 나누는 등 일이 참 많았다.

그때 갑자기 최유나가 한마디 툭 던졌다.

“소환수.”

“아!”

“어? 그러고 보니!”

“없었네?”

그제야 다들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준혁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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