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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받고 각성 더!-65화 (6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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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5-

-25장. 길들이기#2-

한진엽은 대한민국 검찰총장이었다. 검찰 조직의 정점에 서 있으며, 전화 한 통으로 국내 거의 모든 사람의 인생을 탈탈 털어 낼 수 있는 권력자였다.

그런 그의 얼굴이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정말 모르는 일인가?”

한진엽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 사람은 국내 재계 순위 18위에 있는 대정그룹 회장 이규만이었다.

한진엽의 장인어른이기도 했다.

“저도 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아버님.”

탕!

이규만이 책상을 거세게 내리치며 외쳤다.

“검찰 고위급 인사 자녀들이 FBI에 연달아 구속되고 있어! 그리고 미국에서 IRS에 당한 건 전부 검찰 관련 기업들이야! 그런데 모른다고!”

법조계와 재벌 기업, 혹은 법조계 내부에서의 거미줄 같은 혼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한진엽과 이규만도 그 혼맥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 중 하나였다.

당연하게도 한진엽이 지금의 자리에 오르는 데 가장 많은 지원을 해 준 사람이 이규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이유로 미국에 있는 현지 법인이 IRS의 조사를 받고 있었다.

IRS는 한번 마음먹고 털기 시작하면 멀쩡한 기업도 부도 상태로 내몰 수 있을 정도로 집요한 놈들이었다.

한진엽이 힘겹게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건이 연달아 터지고 있었다.

FBI의 체포와 IRS의 습격. 두 사태 모두 검찰 고위급 인사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었다. 그들의 자녀이거나 혼맥으로 맺어진 기업들이 공격받는데 다른 의도를 찾는 게 더 힘들었다.

“김준혁 이놈이!”

원인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야적장과 혼원 길드 본사에서 미군과 실랑이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김준혁이 원인이었다.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그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며 이규만의 비서실장이 뛰어 들어왔다.

“회장님!”

“뭐야, 또 무슨 일이야?”

“그, 그것이…….”

“빨리 말해!”

“한주석 사장이 지금 체포되었답니다!”

“뭐?”

“뭐라고!”

한진엽과 이규만이 동시에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한주석은 한진엽의 아들이며, 이규만의 외손자였다.

한진엽이 까무러칠 것 같은 표정으로 물었다.

“FBI? FBI가 왜요? 주석이는 큰 문제 없지 않습니까?”

한주석은 성장 과정부터 시작해 단 한 번도 사고를 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체포라니.

“FBI가 아닙니다.”

“네?”

“NSA라고 합니다.”

“뭐!”

국가안보국, NSA는 미국 본토의 안전이라는 명목으로 없는 죄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관이었다.

***

준혁 일행은 오산에서 출발해 주일미군이 있는 오키나와에 도착했고, 그곳에 대기하고 있는 전용기에 올랐다.

전용기의 주인은 미국 CIA 국장이었고, 비행기 안에는 CIA 국장인 윌리엄 카인셀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CIA 국장인 윌리엄 카인셀입니다.”

“네, 카인셀 국장님. 김준혁입니다.”

계약의 진행은 길드장인 유민섭이 했지만, 실질적으로 주도한 사람은 준혁이었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준혁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를 취했기에, 유민섭도 미국 건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선 태도를 취했다.

“일단 앉으시죠. 목을 좀 축이시겠습니까?”

“좋지요.”

“위스키? 와인?”

“아무거나 상관 없……. 아, 싱글 몰트도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즐기는 편이지요.”

“하하! 우리 길드의 캡틴 유도 싱글 몰트를 즐깁니다.”

“오, 풍류를 아는 분이군요. 그럼 함께 이야기를 나누시겠습니까?”

아무리 준혁이 주도를 한다 해도 어쨌든 길드장은 유민섭이었다.

유민섭이 두 눈에서 광채를 뿜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죠!”

세 사람은 빠르게 기내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자리에 앉으며 카인셀이 빈티지 1병을 들고 나왔다.

“어!”

유민섭의 두 눈의 휘둥그레졌다.

“왜 그래요?”

“이, 이건!”

유민섭의 두 눈이 뿌예지는 것 같더니 이내 굵은 눈물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준혁이 기겁하며 물었다.

“무, 무슨 일입니까?”

“이거예요!”

“이거라니?”

“청랑 그 개시키가 처먹는 바람에 맛도 못 봤던 거!”

“그거 1병밖에 없다면서요.”

“그러니까 남은 게 1병밖에 없었다는 거죠.”

“하아! 길드장님.”

“왜요?”

“내가 부끄러운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카인셀이 빙긋 웃으며 술을 따라 주었다.

그리고 준혁에게 브리핑하듯 보고를 시작했다.

“FBI와 IRS가 한 차례 뒤집고 난 후, NSA가 지금 시작했습니다.”

“그렇군요.”

“그뿐만이 아니죠. 마지막 숨통은 CIA가 끊어 놓을 겁니다.”

“기대하겠습니다.”

“CIA, NSA, FBI, IRS가 공조하는, 미국 역사상 유례없는 작전이죠. 대통령께서 직접 주지사들과 담판을 지을 정도로 특별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감사하다고 전해 주십시오.”

“별말씀을요. 코리아를 제외하고 첫 번째 게이트 돔 진압 계약을 미국과 맺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준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계약을 맺을 때 측면에서 검찰을 공격해 달라는 조항을 넣은 것이 주효했다.

조항을 넣을 당시에는 만약을 위한 대비일 뿐이었다.

황도형이 뭔가 수를 쓴다면 검찰이 칼잡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아니, 검찰은 단순히 칼잡이로 나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군대를 동원하는 수준으로 준혁을 공격했다.

그로 인해 미 해병대가 움직이는 것을 시작으로 계약에 포함된 조건이 발동된 것이었다.

카인셀이 이야기를 이어 갔다.

“혹시 다른 요구 사항이 있다면 일단 말씀해 주십시오. 최대한 수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미국의 앤서니 바일레어 대통령이 이번 계약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준혁을 위시한 혼원 길드 공략팀이 베링해 상공을 날고 있는 그 시각, 강이찬이 대한민국 여론에 폭탄을 떨궜다.

“흑태자 님? 어디 있는지 아느냐고요? 당연히 알죠.”

그는 혼원 길드 본사에서 내어준 방에 앉아 오늘도 방송을 하고 있었다.

오늘의 콘텐츠는 혼원 길드 본사 내부 탐방이었는데, 시청자들이 집요하게 준혁의 행방을 묻고 있었다.

강이찬이 짐짓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아! 요즘 우리 흑태자 님 표정이 너무 안 좋습니다. 왜냐고요? 지금 이유를 물은 겁니까? 아니, 검찰이 그렇게 괴롭히는데 기분이 좋겠어요? 아, 닥치고 어디 있는지나 말하라고요? 안 됩니다.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강이찬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모르지?>

<모르는구나?>

<그렇게 친한 척하면서 사실은 모르는 거였지.>

“와, 이렇게 나오는 겁니까? 진짜 알거든요?”

<그럼 말해 봐.>

<이차니 실망이다. 거짓말 방송이라니.>

“제가 구라는 쳐도 거짓말은 안 하는 거 모르십니까? 그게 무슨 차이냐고요? 그건 몰라도 됩니다. 아무튼 알고는 있는데 말은 못합니다. 이건 진짜…….”

<‘이찬시엄마’ 님이 풍선 5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말할 수 있죠. 제가 누굽니까? 풍선에 살고 풍선에 죽는 이찬이 아니겠습니까? 근데… 음, 혹시 그런 거 아십니까? 풍선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뭐 그런…….”

<‘꼴초’ 님이 풍선 1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이찬바라기’ 님이 풍선 3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아, 난 모릅니다. 그냥 말하고 말겠습니다. 지금 우리 흑태자 님, 미국 가는 비행기에 타고 있습니다.”

그냥 폭탄도 아닌 전략핵무기급 폭탄이 떨어졌다.

<뭐?>

<야, 출국 금지잖아!>

<뭔 개솔?>

<미국은 왜?>

<설마 한국 다시 안 돌아오는 거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라.>

채팅창에 난리가 났다. 불신 가득한 채팅창을 보며 강이찬은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

“진짭니다. 흑태자 님은 오산 미군 기지에서 오키나와 갔다가, 거기서 전용기 타고 미국 가는 중이에요.”

당연히 준혁과 미리 맞춰 놓고 떨어트린 폭탄이었다.

***

강이찬이 떨어트린 폭탄으로 한국의 여론이 어수선한 그 시각, 준혁은 미국에 도착했다.

미국의 ‘워싱턴 델러스 국제공항’에 내린 준혁 일행은 극비리에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흔히 생각하는 정부 고위급 인사의 마중이나 앤서니 바일레어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 따위는 없었다.

준혁의 이동 자체가 현재로서는 극비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강이찬이 방송으로 말하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다.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실제 준혁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 준혁의 노림수였다.

준혁과 유민섭이 검찰을 때리고 황도형을 무너트리는 데 강력한 무기로 선택한 것이 여론의 흐름이었다.

불안감을 증폭시켜서 그 화살을 검찰로 돌리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불안한 여론이 준혁을 공격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 이 일이 알려졌을 때, 준혁은 다시 한국에 가 있을 예정이기에 문제가 없었다.

깊은 밤, 준혁 일행이 도착한 곳은 ‘로날드 레이건 내셔널 공항’이었다.

준혁 일행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진압할 게이트 돔이 바로 이 공항에 있었다.

차에서 내려 철통 경호를 받으며 게이트 돔 앞으로 가자, 훌쩍 큰 키의 백인 남자가 반갑게 다가왔다.

“BP, 이렇게 빠르게 다시 만날 줄은 몰랐겠죠?”

게이트 돔 앞에는 개런이 이미 도착해 준혁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참관 길드가 ‘팀 히어로’였어?”

개런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 팀원들이 배울 게 많을 거 같아서 적극적으로 지원했죠. 자, 그럼 잠시 브리핑 좀 하겠습니다.”

개런이 자신의 길드원들과 혼원 길드원들의 시선을 모은 후 이야기를 이어 갔다.

“지금 뒤에 보이는 게이트 돔의 이름은 ‘로날드 돔’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생긴 게이트 돔으로, 로날드 레이건 내셔널 공항을 삼켜 버렸습니다.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게이트 돔이 포토맥강을 가로지른다는 사실이죠.”

준혁과 린디웨, 리쉬옌은 영화를 이용해 개런의 설명을 들었다.

유민섭과 장민호는 프리토킹이 가능한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했기에 설명에 집중했고, 최유나는 영어를 모르기에 그냥 입을 닫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포토맥강 상류에서 유입된 물이 게이트 돔을 거치면서, 게이트 돔 내부의 이계 어류종이 물길을 따라 하류로 흘러나가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이계 어류종은 게이트 돔을 벗어나면 오래 견디지 못하고 죽기는 하지만, 그사이에 생기는 수질 오염과 생태계 교란이 심각했다.

그 탓에 미국은 포토맥강의 상류를 막고 물길을 틀어 버리는 대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그로 인한 환경 파괴와 새로운 생태계 문제도 심각했다.

“그리고 최근에 생긴 새로운 문제도 있습니다. 이 게이트 돔에서 백악관과 미 의사당까지의 거리가 겨우 3마일(4.8킬로미터) 정도라는 거죠. 펜타곤은 더 심각합니다. 그 절반인 1.5마일(2.4킬로미터)밖에 안 됩니다.”

로날드 돔이 첫 번째 진압 대상이 된 가장 큰 이유였다.

개런이 제 길드원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오면서도 말했지만, 우리는 단순한 옵서버야. 절대 전투에 끼어들지 말 것.”

이는 준혁과 유민섭이 미국 길드들의 참관을 허락하는 조건이었다.

준혁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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