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받고 각성 더!-39화 (39/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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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2차 게이트 돔 공략#2-

“무슨!”

“저, 저것들이 왜?”

강이찬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시선을 옮겼던 2팀 팀원들이 강이찬과 똑같은 표정으로 외쳤다.

준혁이 지나간 자리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이 미친 듯이 준혁의 뒤를 따라 질주하고 있었다.

지금 위치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몬스터가 준혁을 쫓아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벼, 변수?”

어쩌면 그럴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이트 돔에서도 변수가 생긴 경우가 있나?’

유민섭은 다급히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게이트 돔을 공략한 케이스가 많지 않다 보니 확신할 수가 없었다.

강이찬이 답답하다는 듯 외쳤다.

“뭐 합니까! 당장 도우러 가야지!”

하지만 2팀 팀원들은 누구 하나 그 말에 호응하지 않았다.

기겁하면서 놀랐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뭐, 알아서 하겠지.”

“흑태자가 괜히 흑태자겠어요?”

컹, 컹컹!

“우리 흑태자 님은 세계 최강이시죠.”

어느새 무한 딸랑이가 된 장민호까지 가세해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린디웨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한마디 보탰다.

“흑태자가 몬스터들 몰아가면 우리는 편하잖아. 딱 좋네.”

하나같이 만사태평이다.

강이찬도 그제야 지난번 게이트 돔에서 보았던 김지후의 실력을 떠올렸다.

“음… 확실히 그러네요.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흑태자 님 걱정이었어요.”

그런 강이찬을 보며 청랑이 묘하게 주둥이 끝을 비틀었다.

마치 그걸 이제야 알았냐는 듯한 표정에 강이찬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우리는 우리가 할 걸 해야죠. 버프부터 가겠습니다. 근력 강화, 순발력 강화, 감각 강화.”

희미한 이펙트와 함께 린디웨와 리쉬옌에게 유민섭의 버프가 들어갔다.

유민섭은 뭔가 감동적인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감탄을 터트렸다.

‘크으! 이래야지!’

준혁에게 ‘지휘권’ 스킬을 사용한 후, 유민섭은 반쪽짜리가 되었었다.

던전 시스템 쪽의 헌터에게는 버프를 걸어 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그런 탓에 지휘관 포지션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의욕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있었다.

청랑에게 적용되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의사 전달이 가능하지 않았기에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린디웨와 리쉬옌에게는 제대로 버프가 적용되었다.

사실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계약한 다음 날 이미 ‘지휘권’ 스킬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렇게 버프가 적용되는 걸 보니 감동이 물밀듯 몰아쳤다.

이제야 지휘관이라는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을 되찾은 느낌이었다.

“이제부터 지휘용 콜사인으로 부르겠습니다. 리쉬옌 헌터는 탱커, 청랑이 1딜러, 최유나 헌터가 2딜러, 린디웨 헌터는 원딜, 장민호 헌터는 힐러라고 부르겠습니다. 당연히 레이드 중에는 반말로 합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일일이 이름을 부르고 예의를 지키다가는 제대로 상황 대처를 할 수 없다.

이런 일에서는 무엇보다 효율이 가장 중요했다.

“탱커가 선두, 우측방에 1딜러, 좌측방에 2딜러, 10보 뒤에 원딜, 5보 뒤에 나와 힐러가 나란히. 대열 맞춰.”

호흡을 맞추기 위해 이미 연습해 둔 터였기에, 2팀은 자연스럽게 자신들만의 대형으로 섰다.

“탱커 달리고, 대형 맞춰서 전진!”

유민섭의 명령에 따라 2팀 전체가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뒤쪽에 강이찬이 따라붙었다.

그렇게 2팀의 본격적인 공략이 시작되었다.

‘이, 이건 또 뭐야?’

강이찬은 최근 충격 받을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유민섭을 통해 설명은 들었었다.

유민섭은 새로운 길드원들을 받은 덕에, 게이트 돔 공략을 완전히 이원화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길드원이 장민호와 최유나라는 걸 알았을 때는 강이찬이 저도 모르게 ‘대박’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유민섭은 그 외에 새롭게 합류한 2명의 헌터가 훨씬 더 대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면면을 봤을 때는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1명은 ‘마잉타와’라는,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출신의 마법사였다. 그리고 나머지 1명은 중국 출신의 탱커.

그런데 외국인이고 둘 다 엄청 예쁘다는 사실 외에 헌터로서 대단할 것이 없었다.

인터넷에서 아무리 검색해도 그 두 사람에 대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유민섭이 한 말이기에 무시할 수는 없었고,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S급의 뛰어난 헌터인가 보다 하고 생각한 정도였다.

그런데 그냥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혼원 길드 건물에 방사능 물질이라도 묻어 놨냐? 뭔 놈의 이레귤러가 자꾸 튀어나와?’

이레귤러, ‘규격 외의’라는 뜻을 지닌 이 단어는 원래 헌터계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었다.

강이찬이 방송을 하면서 ‘마검사’를 외치고 이레귤러라는 말을 꺼내면서 퍼지기 시작한 개념이었다.

강이찬은 그 개념의 최초 발언자로서 또 다른 이레귤러가 나올 거라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2명이나 튀어나왔으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그나저나 이 언니들도 대박인데?’

자낳킹의 후각이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리쉬옌은 160센티미터도 안 될 것 같은 작은 키에 체격도 마른 편이었다. 거기에 더해 눈도 잘 마주치지 않고, 소심해 보이는 행동까지 더해져 도저히 탱커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공략에 들어간 순간 사람이 바뀌었다.

스킬을 쓸 때마다 짧은 단어를 뱉는다. 그럴 때마다 리쉬옌의 주위에 새하얀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오르며 화려한 이펙트가 터져 나왔다.

그러면 몬스터들은 벽에 가로막힌 양 2팀 전방의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못했다.

게이트 돔이었다. 그것도 10급 던전의 게이트 돔이었다.

탱커가 단신으로 그곳의 몬스터들을 단 1마리도 흘리지 않는다는 건 경이로운 일이었다.

린디웨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마법사인 건 확실했다. 그런데 강이찬이 아는 마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마법을 사용했다.

작은 돌멩이 같은 무언가를 던지고, 뭐라고 외치면 마법이 전개되는 방식이었다.

스킬을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마나가 움직이면서 해당 마법이 펼쳐지는 기존 마법사들과 달랐다.

‘마법의 위력이 클수록 저걸 많이 던지는 거 같은데?’

그 덕분에 마법을 연사하는 속도가 기존의 마법사들을 씹어 먹는 수준이었다.

이미지는 또 어떤가.

180센티미터는 될 것 같은 키에, 날렵하면서도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가 시너지를 일으키며 그 역동감이 어마어마했다.

리쉬옌과 엮이니 그 상반된 이미지가 기가 막힌 한 쌍이었다.

그렇잖아도 둘 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엄청난 미모의 소유자였는데, 강하다는 설정까지 붙으니 그 시너지가 대단했다.

미모의 여전사는 고래로 가장 각광 받는 콘텐츠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장민호는 고사하고 최유나, 유민섭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어, 어떡하지?’

강이찬의, 아니 자낳킹의 본능이 깊은 갈등에 빠졌다.

‘흑태자 말고 언니들로 갈아타야 하나?’

둘 다 돈 되는 콘텐츠인 건 분명했다.

한쪽은 절대적인 강자, 또 다른 한쪽은 상반된 이미지의 강력한 2명의 ‘미인’.

하지만 결론은 빠르게 나왔다.

‘둘 다 하면 되지!’

어차피 혼원 길드의 독점 취재권 같은 걸 가진 강이찬이었다.

돈이 되는 거라면 맨몸으로 던전에도 들어갈 수 있는 자낳킹이 대박 콘텐츠 2개 중 하나라도 놓칠 리가 없었다.

***

슈아악-!

1미터 길이의 금문묵룡비 30자루가 3자루씩 하나의 편대를 이뤘다. 그렇게 짜인 10개의 편대가 허공에 수많은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시커멓고 끈적한 핏물로 물든 죽음의 궤적이었다.

반쯤 부패한 듯 보이는 좀비의 목이 깔끔하게 절단되며 시커먼 핏물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일대일로 맞붙으면 최소 B급은 되어야 죽일 수 있는, 검은 좀비라 불리는 언데드 몬스터였다.

부패한 몸뚱이지만, 제대로 칼도 박히지 않는 괴물들이 준혁의 금문묵룡비에는 썩은 볏단처럼 잘려 나갔다.

한데 뭉쳐 몰려다니는 100여 마리의 검은 좀비를 몰살시킨 준혁이 잠시 어깨를 털며 전방을 보았다.

그곳에는 뼈로 이루어진 전마를 타고 랜서를 든 해골 기사들이 운집해 있었다.

준혁은 손에 든 무상곤을 롱 소드 형태에서 5미터 길이의 청룡언월도로 바꾸었다.

“가자!”

짧은 외침과 함께 준혁이 벌판을 내달렸고, 그런 준혁의 좌우로 각각 다섯 편대의 금문묵룡비가 나란히 비행을 시작했다.

준혁을 발견한 해골 기사들도 땅을 박차며 이쪽으로 말을 몰았다.

두두두두!

뼈밖에 남지 않은 말발굽이 지축을 뒤흔들었고, 양측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콰득!

거리가 20미터 정도로 줄어든 그 순간, 준혁이 땅을 박찼다.

지면 위를 날듯이 수평으로 쏘아진 준혁이 양손에 든 청룡언월도를 크게 휘둘렀다.

묵직한 압력을 품은 청룡언월도가 부채꼴 모양의 궤적을 그린다.

청룡언월도에 밀려난 풍압이 해골 기사들의 뼈마디를 훑었고, 뒤이어 청룡언월도에 맺힌 묵색의 영력이 덮쳐들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해골 기사들의 몸뚱이가 터져 나갔다.

준혁과 나란히 비행하던 30자루의 금문묵룡비가 한층 고도를 낮춰 그대로 공간을 꿰뚫었다.

지면과 수평하게 뻗어 나간 30줄기의 궤적이 호쾌하게 해골 기사단을 꿰뚫었다.

콰라라라라-!

요란한 굉음과 함께 해골 전마들이 일제히 무릎을 꺾으며 머리를 땅에 처박았다.

콰지지지!

두 번째 굉음이 연이어 울렸다.

나자빠진 해골 전마에 타고 있던 해골 기사들이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격렬하게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러는 사이 한차례 해골 기사단을 관통한 금문묵룡비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방향을 선회해 또 한 번 쇄도했다.

이번에도 공격한 것은 해골 전마의 무릎.

해골 전마들은 단 1마리도 남김없이 무릎이 박살 나며 지면에 처박혔다.

원래대로라면 부러져도 다시 붙어야 했지만,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마나가 아닌 영력에 의해 뼈가 터져 나간 탓이었다.

바닥에 처박힌 해골 기사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키며 준혁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땅에 처박힌 정도로 뼈가 부러져 나갈 만큼 약한 몬스터가 아니었던 탓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해골 기사단을 덮친 것은 준혁의 청룡언월도였다.

짙은 영력을 머금은 청룡언월도가 묵빛의 무지개를 수놓았다.

수없이 그어진 검은 호선의 궤적에 닿은 해골 기사들의 몸뚱이가 쉴 새 없이 이지러졌다.

터져 나가고 부러진 골편들이 허공으로 흩날리며, 새하얀 뼛가루가 뿌연 먼지처럼 솟구쳤다.

준혁의 뒤를 잡은 해골 기사들이 미친 듯이 랜서를 들이밀고 롱 소드를 그어 댔지만, 그 뒤를 잡은 금문묵룡비의 재물이 되어 흩어질 뿐이었다.

파사사삭!

퍼지는 소리라고는 뼛조각이 터져 나가는 소리뿐이었다.

그리고 그조차도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순식간에 해골 기사단을 정리한 준혁의 뒤로 거대한 뼈의 산이 쌓였다.

“후우!”

짧게 숨을 고른 준혁의 눈에, 저 멀리 지면에서 일어서는 거대한 검은 해골 거인의 모습이 잡혔다.

이 게이트 돔 자리에 있던 던전 ‘망자의 전장’의 중간 보스인 해골 거인 ‘바크론’이었다.

모두 3마리.

던전에 남아 있던 총 에너지에 의해 튀어나온 바크론의 수였다.

준혁은 쉬지 않고 땅을 박차며 바크론을 향해 달렸다.

콰콰콰-!

전개된 ‘전뢰보’에 의해 순식간에 거리가 줄어들었다.

땅을 박차는 순간 준혁의 몸이 사선으로 쏘아져 올라갔다.

손에 들린 무상곤이 순식간에 거대한 해머로 바뀌었다.

콰아아아!

지상 10미터 높이에 있는 바크론의 두개골을 향해 묵색의 궤적이 호쾌한 파공음을 흩뿌렸다.

하지만 그 순간 해머의 궤적 앞에 잿빛 막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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