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받고 각성 더!-38화 (38/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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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2차 게이트 돔 공략#1-

“형님들, 누님들, 동생님들, 모두 모두 안녕하십니까? 차니, 차니, 이차니~ 강이찬입니다. 오랜만에 야외 방송, 아니죠~ 현장 방송 나왔습니다. 어디냐고요? 네, 예고해 드렸다시피 오늘은 혼원 길드의 2차 게이트 돔 공략이 있는 날입니다. 당연히 저는 그 현장에 와 있습니다.”

송출되는 화면 속에서 강이찬 뒤로 게이트 돔이 음산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게이트 돔 주위는 기자와 방송국 카메라, 십 수 명의 스트리머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많은 기자와 스트리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사람은 역시나 강이찬이었다.

“오늘 실시간 시청자 수가 어우~ 진짜 감사합니다. 채팅창이 진짜 읽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 빨라요. 근데 이거 뭐야? 영어? 중국어? 일어? 이건… 러시아어인가? 하하! 제가 또 한 영어 하죠. 헬로, 나이스 투 미투, 하우 두 유두, 아임 파인 땡큐, 앤드 유?”

<와, 이찬이 발음 또박또박 하는 거 보게?>

<난 영어로 국어책 읽는 놈 처음 봤다.>

<시끄럽고, 오늘 게이트 돔 설명이나 좀 해라.>

“아! 제가 간신히 채팅 한 줄 읽었슴다! 네, 여기 게이트 돔 소개요. 당연히 해 드려야죠!”

강이찬이 제 뒤에 있는 게이트 돔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 그럼 소개해 드리죠. 여기는 신갈 JC 게이트 돔입니다. 아주 악명이 자자한 곳이죠. 원래 명칭은 신대저수지 게이트 돔인데, 신갈 JC가 워낙 상징적인 곳이잖아요? 그래서 신갈 JC 게이트 돔이라고 불리고 있죠. 아무튼 이놈의 신갈 JC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헬 게이트네요. 어이쿠, 또 후원을 주셨네요. 감사, 감사,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 자료 화면 보시죠!”

강이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면에 지도 1장이 떠올랐다. 지도에는 붉은색으로 채워진 원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 원이 문제의 게이트 돔인데… 보세요. 경부 막았죠? 영동 막았죠? 용인서울고속도로 막았죠? 신분당선 성복역도 잡아먹었어요. 그뿐이에요? 주아대학교가 바로 옆이라 캠퍼스를 옮겼죠? 광교 테크노밸리 망했고, 광교신도시는 아예 돔에 잡아먹혔고, 수원 월드컵경기장도 지금 못 써요. 그 외에도 피해가 진짜 무시무시합니다. 제대로 지랄 맞은 놈이죠. 금전적 피해만 해도 어우~”

강이찬이 손사래까지 치며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자! 그런데 이 게이트 돔이 사라지면?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게이트 돔과 가까워서 사용하지 못한 시설을 사용할 수 있고, 우회로 뚫었던 고속도로 복구부터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아지죠.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위험한 게이트 돔이 사라진다는 사실! 그것을 위해 지금 혼원 길드가 이곳에 와 있는 겁니다. 크아! 이거야말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아니겠습니까?”

<찬양해!>

<랑이 아빠, 찬양해!>

<흑태자만 있으면 안 될 게 없지.>

<난 오늘 이거 생중계 보려고 회사에 연차 냈다.>

<어? 설마 김 대리?>

<누, 누구세요?>

<이번에도 흑태자 님이 다 하신다! 유민섭은 거들 뿐.>

<흑태자? 아니, 빛태자!>

“아 참! 극비 정보가 있습니다! 혼원 길드 관련이죠. 그게 뭐냐고요? 하아, 이거 나만 아는 건데……. 아,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어제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아… 그게 그러니까……. 어? 아이고, 후원 감사합니다. 너무 많이들 보내 주셔서 제가 일일이 이름을 말씀드리기도 힘드네요. 충성, 충성, 충성!”

아예 절도 있게 거수경례까지 하는 강이찬이었다.

“혼원 길드에 새 길드원이 충원되었습니다!”

<씨발! 그거 갖고 풍선 유도한 거냐?>

<아무튼 망할 자낳킹.>

<우리 차니 오빠 욕하지 마라.>

<매니저 뭐 하냐? 당장 강퇴시켜.>

“아아, 싸우지들 마시고요. 제가 그 길드원 정보까지 풀 겁니다. 누구냐고요? 우선 1명의 정보를 풀겠습니다. A급 사제 클래스, 장민호 헌텁니다!”

<장민호? 아, 그 참신관 장민호? 기부하고, 봉사활동 미친 듯이 하던 장민호 맞냐?>

<와! 진짜?>

<장민호가 혼원 길드? 실화냐?>

“에헤이, 아직 놀라기는 이릅니다. 진짜 놀라운 사람이 한 분 더 있거든요. 그게 누구냐면…….”

이번에는 강이찬이 풍선을 유도하기도 전에 알아서 풍선이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1만여 개의 풍선이 새롭게 누적됐고, 강이찬은 입이 귀까지 걸렸다.

“에이, 내가 이런 거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역시 멋진 분들. 어? 진짜예요. 진짜로 바로 정보 풀 생각이었어요! 누구냐고? 놀라지들 마세요. 얼음여왕 최유나!”

<헐!>

<우리 여왕님?>

<무훈 길드는?>

<그걸 믿으라고?>

<야, 이찬이는 헛소리는 해도 거짓말은 안 한다.>

<대박이네. A급 힐러에 S급 근딜까지?>

“놀라기는 이릅니다. 2명이 더 있습니다.”

<뭐?>

<2명이나?>

<이번엔 누구?>

<야, 내가 알아서 풍선 쏜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외국에서 영입한 헌터예요. 탱커 1명, 마법사 1명인데… 듣기로는 두 분 다 S급이라고 하더군요.”

<허! 그 정도면 단일 전력으로 최강 아니냐?>

<뭔 S급이 그렇게 많아? 제일 쪼렙이 A급 힐러야?>

<그중 최고는 흑태자 님이지.>

<미친.>

<혼원 길드 최종 목표가 혹시 지구 정복이냐?>

“맞습니다. 단일 전력으로 진짜 최강이에요. S급 4명에 A급 힐러, 거기에 청랑까지 합류한 파티니 무시무시하죠. 후후! 하지만 그 파티마저도 씹어 먹는 게 우리 흑태자 님 아니시겠습니까?”

***

“아, 진짜 저 망할 흑태자 소리!”

준혁이 와락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돌렸다.

호화로운 밴 차량 앞쪽의 화면에 강이찬의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왜? 멋있잖아?”

“그런 별명 있는 거 괜찮다니까요?”

“흑태자… 제가 보기에는 멋있는데요?”

왕왕!

린디웨, 유민섭, 리쉬옌에 청랑까지 신이 난 듯 외쳐 댔다.

“하아!”

한 손으로 눈을 가린 준혁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흑태자 님은 우주최강이시죠!”

마지막에 장민호까지 아부성 발언으로 한몫 거들었다.

하지만 그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굳어 있는 사람이 1명 있었다.

최유나였다.

“후우, 후우!”

연신 깊은 숨을 내쉬며 쉴 새 없이 손을 만지작거리는 모양새가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었다.

최유나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긴장의 이유가 다름 아닌 린디웨와 리쉬옌이었다.

게이트 돔 안에서 기본 검술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그녀가 긴장한 이유였지만, 저 2명의 여자가 훨씬 더 큰 이유였다.

‘어떻게 그렇게…….’

지난 일주일간 최유나는 리쉬옌과 끊임없이 손발을 맞춰 보았다.

탱커와 근접 딜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팀워크의 핵심이 바로 이 두 포지션 간의 호흡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첫날, 최유나는 더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

준혁을 제외하면 그래도 자신이 가장 강할 거라고 생각했던 최유나의 자신감을 여지없이 박살 내 버린 것이었다.

그러고는 리쉬옌이 던진 한마디.

‘최유나 헌터는 기본기가 아주 부족하네요. 좀 더 열심히 수련하셔야 될 거 같아요.’

준혁이 했던 말과 똑같은 내용의 조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오늘, 그런 리쉬옌과 손발을 맞춰 게이트 돔을 공략해야 한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유민섭이 강이찬의 방송을 끄고 앞으로 나섰다.

“자, 주목해 주세요. 오늘 공략해야 할 게이트 돔에 대한 분석 보고서는 다 읽어 보셨죠?”

유민섭이 1장짜리 보고서를 들어 올렸다.

이 1장의 보고서 작성을 위해 분석팀은 근 보름 동안 야근을 해야 했다. 그 고생에 더해 린디웨와 리쉬옌을 위해 줄루어와 중국어로 번역한 문서까지 만들어야 했다.

영화는 소리로 된 말은 자동으로 통역해 주지만, 문자까지 번역해 주지는 않는 탓이었다.

어쨌든 그 탓에 분석팀은 또 한 번 갈려 나갔고, 공략팀은 깔끔하고 정확한 보고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1팀인 흑태자… 아니, 김지후 헌터는 걱정할 것이 없으니 그냥 알아서 하십쇼. 2팀의 리딩은 제가 맡습니다. 처음 손발을 맞추는데, 급수 높은 던전의 게이트 돔이라 저도 걱정됩니다만,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부상 없이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네!”

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짧게 대답했고, 유민섭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향을 바꿨다.

“자, 장비들 착용 끝났죠? 이제 나가 봅시다.”

유민섭이 밴의 슬라이딩 도어를 옆으로 밀었다.

팟, 파파파팟!

동시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던 기자들이 눈이 멀 정도로 무시무시한 플래시 세례를 쏟아냈다.

“유민섭 길드장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질문도 쏟아졌다.

유민섭이 밴에서 내려 가장 앞에 섰고, 그 옆에 준혁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뒤로 최유나, 리쉬옌, 린디웨, 장민호가 횡으로 서고, 청랑은 준혁의 발치에 사뭇 늠름한 자세로 섰다.

그리고 유민섭이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오늘, 대한민국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막고 있던 신갈 JC 게이트 돔이 사라질 겁니다.”

짧고 굵게 선언을 마친 유민섭이 곧장 게이트 돔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칙칙한 잿빛 돔의 벽 앞에서 잠시 기다리자, 강이찬이 장비까지 갖춰 입고 달려왔다.

“저도 준비됐습니다! 형님, 누님, 동생님들! 제가 종군 기자가 되어 훌륭한 사진을 찍어 오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자신의 방송용 카메라를 향해 당당한 선언을 한 강이찬이 한껏 폼을 잡으며 준혁 옆에 섰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준혁부터 시작해 리쉬옌, 청랑, 최유나, 린디웨, 장민호, 유민섭, 강이찬 순서로 돔 안으로 스며들었다.

***

“와! 누님들, 오늘부터 팬 해도 되겠습니까?”

강이찬은 들어오자마자 린디웨와 리쉬옌에게 다가가 친한 척을 하며 꼬리를 흔들어 댔다.

“하!”

준혁이 그런 강이찬의 모습에 짧게 한숨을 터트리고는 유민섭에게 말했다.

“오늘은 저 혼자 움직이는 거죠?”

“맞습니다. 이찬 씨한테는 린디웨와 리쉬옌의 활약을 카메라에 담아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 먼저 가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준혁의 뒤쪽으로 금문묵룡비가 활짝 펼쳐지더니 이내 그 길이를 늘였다.

오늘 들어온 게이트 돔의 던전 이름은 ‘망자의 전장’으로, 10급 던전이었다. 11급이었던 골드 드래곤의 레어보다 겨우 한 급수 낮은 던전이었다.

게다가 유민섭의 예상이 맞는다면 이 게이트 돔 또한 몬스터들이 2배로 강할 것이다.

골드 드래곤의 레어와 비교하면 훨씬 더 강한 상대가 나올 것이 자명한 상황.

하지만 준혁은 망설임 없이 ‘전뢰보’를 펼쳤다.

콰콰콰콰콰-!

빛살과 같은 궤적과 함께 무시무시한 속도로 쇄도하는 준혁의 목표물은 던전의 중간 보스인 ‘바크론’이었다.

준혁이 달려 나간 직후 유민섭이 뭐라고 말을 하려는 찰나였다.

“저, 저저, 저거! 저, 저거 좀, 보, 보세요!”

강이찬이 갑자기 기겁한 표정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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