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받고 각성 더!-35화 (35/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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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손님#3-

린디웨가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외쳤다.

“다짜고짜 뭐 하는 거야? 우린 같이 팀을 짜려고 왔다고!”

“팀 필요 없고, 그냥 내 말에 복종해. 그게 편할 거 같으니까.”

“미친! 수하처럼 부리겠다고?”

“그렇지! 아이 엠 유어 보스!”

“그러면 그걸 얘기해. 어느 정도는 받아 줄 의향도 있어. 왜 다짜고짜 싸우자는 건데? 우린 싸울 생각 없다고!”

린디웨의 외침이 터지기가 무섭게 준혁이 앞으로 크게 한 걸음 내디뎠다.

“난 있는데?”

린디웨가 황급히 뒷걸음질 쳤고, 리쉬옌이 린디웨의 앞에 섰다.

“우리는 진짜 힘을 합치려고 찾아왔어요!”

“말이야 뭔들 못해?”

같은 팀, 당연히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배면계 출신인 이상 간단하게 관계를 형성할 수는 없었다.

“아, 아니, 그럼 어쩌자는…….”

“피아 식별이 안 되잖아.”

아군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 이상, 거칠기는 해도 수직적인 관계를 만들어 두는 쪽이 안전했다.

리쉬옌 뒤의 린디웨가 악을 쓰듯 외쳤다.

“아까도 말했지? 자살할 방법은 차고 넘친다고. 그런데 내가 미쳤다고 엽사랑 척을 지냐?”

리쉬옌 역시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원래부터 흑태자 님과 힘을 합치려고 온 거라고요!”

“그러면 역으로 물어보지.”

“네?”

“일단 그 전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준혁의 모습이 흐릿하게 변했다.

“흡!”

리쉬옌이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리며 황급히 두 팔로 전면에 가드를 세웠다.

“탄(彈)!”

“금종(金鐘)!”

리쉬옌과 린디웨의 외침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리쉬옌의 두 팔을 중심으로 새하얀 영력이 둥근 방패 형태로 맺혔다.

그와 동시에 린디웨가 뿌린 작은 돌멩이 같은 것들이 새파란 영력을 뿜어내더니, 순식간에 반투명하고 거대한 황금색 종으로 변해 리쉬옌을 완전히 감쌌다.

그리고 준혁의 주먹이 쇄도했다.

꽈앙-!

굉음과 함께 금종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영력의 파편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준혁의 주먹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파앙-!

리쉬옌의 양팔에 맺혀 있던 영력의 방패가 터져 나가고, 그럼에도 그 힘을 모두 해소하지 못한 리쉬옌이 탄환처럼 튕겨 나갔다.

쾅!

그리고 마지막 소음이 울렸다.

리쉬옌과 린디웨가 포개진 채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쿨럭, 쿨럭!”

“끄으윽!”

신음을 흘리는 두 사람 위로 준혁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계속할래?”

“야, 이 미친놈아! 원래부터 싸울 마음 없었다고!”

린디웨가 악을 쓰며 말했지만 준혁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조금 전 수를 교환했던 것은 두 사람의 실제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아까 말한 역으로 내가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말이지.”

“뭔데?”

“나를 뭘 믿고 팀 메이트가 되려고 찾아온 건데?”

“뒷구멍으로 엉뚱한 짓거리 하는 놈이 그렇게 공개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 생각을 이용해서 다른 배면계 출신을 끌어들인 거였다면?”

“다른 방법도 많은데 굳이 번거롭게 이런 방법을 쓰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답하는 린디웨의 눈에는 확신이 어려 있었다.

저 확신의 근거가 뭔지 사뭇 궁금해졌다. 어쩌면 자신들이 음모를 꾸미는 주체이기 때문에 확신하는 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준혁의 손에 잡힌 상태였다.

“대충 그렇다고 치고… 내 선물을 하나씩 받아야겠다.”

린디웨가 뭐라고 반응하기도 전에 준혁이 도깨비 보따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묵색의 팔찌처럼 생긴 물건이었다.

“그게 뭐야?”

“구련환(狗鏈環)이라는 물건이지.”

순간 리쉬옌의 표정이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구련(狗鏈)은 개의 목에 거는 목줄이라는 뜻이었다.

어떤 작용을 하는 물건인지는 몰라도, 그 이름만으로 준혁의 의도를 파악한 것이었다.

구련환은 사로잡은 괴수나 영수를 사용자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장비였다.

테이밍과는 그 성격이 꽤 달랐다. 테이밍이 길들이고 친밀감을 만들어 충성심을 끌어내는 것이라면, 이 구련환을 이용한 부림은 고통을 주어 강제로 말을 듣게 하는 것이었다.

사람에게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물건이기는 했다.

억지로 명령을 내렸을 때, 이성과의 충돌 때문에 정신이 망가지는 탓이었다.

하지만 굳이 조종하려고 들지 않는다면 한 가지는 확실하게 손에 쥘 수 있었다.

바로 생사여탈권이었다.

구련환의 주인이 원하는 순간 대상을 죽이는 것이 가능했다.

“자, 보스가 된 기념으로 주는 마음의 선물. 각자 손목에 하나씩.”

그리고 지금 그것을 린디웨와 리쉬옌에게 걸려는 것이었다.

이 두 사람에 대해 완전히 안심할 수 없는 한 어쩔 수 없었다.

장민호의 경우는 정말 조금도 위협이 되지 않지만, 이 두 사람은 허튼 마음을 먹으면 꽤 골치 아프기 때문이었다.

인상을 굳히는 두 사람을 향해 준혁이 설득하듯 말했다.

“배신에 대한 보험 정도라고 생각해라. 처음 만난 사인데 무작정 믿는 것도 말이 안 되잖아? 신뢰가 쌓이면 또 모를까.”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거부감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다.

“와, 이렇게 내 마음을 몰라주네? 갑자기 마음 아파질 거 같아. 선물도 받고, 한편도 먹고, 좋잖아? 그거 아니면 나하고 사생결단을 내든가. 자자, 골라 봐.”

“흥! 싸우지는 못해도 도망치는 건 가능하거든?”

린디웨가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인지 그렇게 한마디 던졌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 대신 두 번 다시 내 눈에 안 띄는 게 좋아. 그때는 반드시 죽을 테니까.”

린디웨와 리쉬옌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린디웨가 먼저 고개를 끄덕이더니 준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생각했어.”

그다음은 리쉬옌의 차례였다.

“후우!”

리쉬옌은 긴 한숨을 쉬며 손에 든 구련환을 내려다보았다.

‘이걸 진짜 해야 하나?’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름부터 거부감이 강했고, 내 목숨을 마음대로 할 권한을 남에게 준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린디웨가 그러자고 했다.

엄혹했던 배면계에서 유일한 삶의 버팀목이었던 사람이 린디웨였다.

그리고 준혁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확실하게 신뢰를 줄 수 없는 한 이런 방식으로라도 믿음을 보여야 했다.

그러니 하기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건 개목걸이…….’

여전히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재차 한숨을 내쉰 리쉬옌이 여전히 떨떠름한 얼굴로 구련환을 손목에 걸었다.

지이잉-!

작은 울림과 함께 구련환의 둘레가 줄어들더니 손목에 딱 맞는 사이즈가 되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구련환에서 묵색의 영력이 풀썩 피어오르더니 리쉬옌의 손목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동시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끄아아악!”

입에서 비명이 절로 터져 나왔다.

몸속의 신경 다발을 수천 개의 칼날이 난도질하는 듯한 통증이었다.

손목에서 시작된 통증은 하박에서 상박으로 올라가 어깨를 거쳐 빠르게 심장을 향해 쇄도했다.

“끅, 끄으윽!”

억지로 비명을 참아 보지만, 앙다문 잇새로 쉴 새 없이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심장에 도착한 통증이 마치 동맥을 타고 돌 듯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옆에 있던 린디웨 역시 마찬가지.

“크아아악!”

결국 참지 못하고 또 한 번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준혁은 감정 하나 스미지 않은 눈으로, 두 사람이 괴롭게 몸부림치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5분여가 흘렀을 때, 두 사람 입에서 새어 나오던 비명이 사그라들었다.

“헉, 헉헉!”

두 사람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이 미친 새끼, 이런 걸 사람한테…….”

린디웨가 이를 악물며 살기에 버금가는 눈빛으로 준혁을 노려보았다.

준혁은 그런 린디웨의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으며 말했다.

“내 마음의 선물이라니까? 너네를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마음. 누차 말하지만 신뢰를 쌓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라.”

“이딴 걸로 잘도 신뢰가 쌓이겠다.”

“뭐, 안 쌓이면 어쩔 수 없고. 그나저나 이것 좀 봐 봐.”

준혁이 도깨비 보따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린디웨에게 건넸다.

“어, 이건? 설마?”

린디웨가 손에 든 구슬을 살피다 급히 준혁을 보았다.

“아, 나도 그런 놈들 만났거든. 그래서 뺏었는데 내가 술사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더라고. 거기 새겨져 있는 술식이 뭔지 아냐?”

“잠시만.”

린디웨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신중한 표정으로 구슬의 표면에 음각돼 있는 술식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러는 동안 준혁은 리쉬옌을 살펴보았다. 때마침 리쉬옌의 시선도 준혁에게로 향하던 참이라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리쉬옌이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리더니, 슬그머니 린디웨 옆에 바짝 다가가 앉았다.

겁먹은 강아지가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저런 성격으로 방어계 투사라고? 도저히 그거 못해 먹을 성격인 거 같은데?’

방어계 투사는, 헌터 중에서도 탱커와 같은 포지션이었다. 가장 앞에서 적의 공격을 받아 내는 역할이기에 누구보다 용감해야 하는 것이 방어계 투사였다.

그런데 저렇게 소심하고 겁 많은 성격으로 그게 가능할까?

하지만 아까 준혁의 주먹을 받아 낼 때의 표정은 또 달랐다.

‘탄’이라는 기술을 사용하며 날아드는 준혁의 주먹을 끝까지 똑바로 주시했었다.

‘싸울 때 성격이 변하는 유형인가? 아니면 저 성격이 오히려 방어계 투사로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 건가?’

준혁이 그런 상념에 잠겨 있을 때 린디웨가 입을 열었다.

“이거 좀 더 연구를 해 봐야겠는데?”

“어떻기에?”

“각인된 술식이 모두 6갠데, 지금 알아볼 수 있는 건 4개가 한계야.”

“어떤 건지 말해 봐.”

“첫 번째는 신체의 구성을 바꾸는 거야.”

“구성을 바꿔?”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구조를 느슨하게 바꾼다고 해야 하나? 우리가 본 거, 시체가 분해되던 게 이 술식 때문일 거야.”

“그다음은?”

“맞은 사람 몸에 영력을 밀어 넣는 술식이 2개 있어.”

“그건 시체가 기화되면서 영력이 퍼지던 것과 관련 있는 거겠네?”

“그렇겠지. 문제는 나머지 하나…….”

린디웨가 구슬에 새겨진 술식 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건 반만 알겠어.”

“반?”

“술사들이 영수들 상대할 때, 그 몸에 폭탄을 심는 거 알지?”

“알지.”

“그거랑 비슷… 아니, 그걸 변형시켰어.”

“어떻게?”

“직접 사용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어. 다만, 뭔가를 심어 놓는다는 건 분명해.”

린디웨가 한 손으로 구슬을 허공에 던졌다가 받기를 반복하며 물었다.

“시간을 좀 더 주면 제대로 연구해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시간이야 줄 수 있지. 그나저나 너희 둘, 헌터 라이센스는?”

“당연히 있지. 그게 있어야 비자 발급이나 여행이 자유로우니까. 아, 그런데 나이지리아에서 받은 거야. 내 나라 마잉타와는 무정부 상태라 헌터 라이센스가 없거든.”

“나이지리아도 상태가 안 좋을 텐데?”

“그래도 거기 헌터 라이센스는 국제적으로 인정은 받으니까.”

“어쨌든 라이센스가 있다니 절차가 쉽겠네. 가자.”

“어디로?”

되묻는 린디웨를 향해 준혁이 당연한 걸 물어본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하고 편먹었으면 당연히 혼원 길드에 들어와야지. 가서 우리 길드장부터 만나라.”

“그건 좋지.”

“가서 허튼짓 할 생각 하지 말고. 알았냐?”

“우리가 무슨 허튼짓을 한다고 그래?”

“모르는 거지. 아무튼 잘해라. 안 그러면 너네만 뒈지는 거야.”

그때 리쉬옌이 재빨리 끼어들며 다급하게 말했다.

“우, 우리도 조건이 있어요.”

“조건?”

“연봉 보장, 숙소 제공. 이 2가지는 반드시 해 줘야 해요.”

“그건 내 소관 아니다. 우리 길드장하고 알아서 협상해라.”

준혁이 앞서서 걸었고, 린디웨와 리쉬옌이 빠르게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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