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각성받고 각성 더!-20화 (20/240)

-020-

-8장. 게이트 다운?#2-

‘기능 회복?’

메시지를 읽은 준혁은 반사적으로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창]

김준혁

직업:엽사(獵師)

등급:혼원급(混元級)

근력:[1,999+150]

순발력:[1,999+150]

지구력:[1,999+150]

감각:[1,999+150]

영력:[1,999]

미분배 점수:[0]

기(技)

[전뢰보(電雷步)], [천라시(天羅矢)], [추종시(追從矢)], [천천(穿天)], [무극(無隙)], [천단참(天斷斬)], [태산인(泰山刃)], [이화접목(移花接木)], [폭류격(瀑流擊)], [연환(連環)]

술(術)

[화룡연무(火龍燃舞)], [낙일홍(落日虹)], [추뢰망(墜雷網)], [뇌호강전(雷虎降電)], [빙경낙월(氷鏡落月)], [쌍생상사(雙生相死)], [잠리탄주(潛鯉呑珠)], [금륜천전(金輪千轉)]

외(外)

[엽맥(獵脈)], [천기술(千器術)], [천신강림(天神降臨)], [영박(影縛)], [물아일체(物我一體)], [영화(靈話)], [융합], [제작]

장비

[매구탈], [묵린갑], [무상곤], [금문묵룡비], [금문묵룡삭], [도깨비 보따리], [영소적], [구련환](4)

준혁의 상태창이 완벽하게 눈앞에 떠올랐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것처럼 보이는 어마어마한 스탯이었다.

그러는 한편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휘권에 각종 강화까지 하면 15퍼센트 상승해야 하는데, 왜 150만 올랐지?’

1,999의 15퍼센트는 300이 맞는 수치였다.

‘1,000 혹은 999까지만 인식할 수 있는 걸까?’

그래야 상황이 맞아떨어졌다.

‘그렇다면… 던전 시스템의 각성자들의 스탯 한계치가 1,000 정도라는 말인데?’

확실히 배면계 시스템과 던전 시스템은 이런저런 차이점들이 많았다.

준혁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유민섭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한 감정도 뒤섞여 있었다.

‘왜 아직이지?’

게이트 다운이 벌써 진행됐어야 할 시간인데, 수치상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외한이었던 준혁이라 해도 알고 있는 상식과는 매우 달랐다.

준혁이 유민섭에게 생각을 전달했다.

-이거 지금 뭔가 이상한 거 맞죠?

-네, 맞습니다. 이거 어쩌면 게이트 다운이 아닐 수도 있겠어요.

-그렇다고 그냥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죠?

-그렇죠.

대화를 마친 준혁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생각했다.

‘혹시 모르니 일단 대비를 좀 더 해 두자. 시스템이 돌아왔으면 그것도 가능하겠네.’

준혁은 생각과 동시에 행동으로 옮기는 타입이었다. 곧장 허리춤의 피리를 꺼내 불었다.

삐이이익!

“억! 갑자기 뭡니까?”

갑작스러운 피리 소리에 유민섭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직후 한층 더 놀란 표정을 지어야 했다.

츠츠츳!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갑자기 뒤틀리듯 일그러지고 있었다.

“원군을 부른 겁니다. 자자, 좀 물러서요. 거대한 놈들이 나오니까 뒤로 좀 물러나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하는 준혁의 모습에, 유민섭과 강태웅이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그때 일그러진 공간에서 무언가 튀어나왔다.

“어?”

“어?”

“음?”

3개의 당혹성이 동시에 새어 나왔다.

직후, 유민섭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거 뭡니까?”

강태웅도 한마디 보탰다.

“거대한 놈… 들?”

그리고 준혁이 두 눈에 짙은 당혹감을 담은 채 문제의 그것을 보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왕, 왕왕!

강아지 1마리가 있었다.

윤이 나는 암청색 털에 빨간 눈동자를 가진 아주 귀여운 강아지 1마리.

절대 거대하다고 말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게다가 ‘놈들’도 아니고 ‘놈’ 1마리만 나왔다.

‘청랑이 왜…….’

이 녀석의 이름은 청랑이었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개가 아닌 늑대였다. 문제는 준혁이 알던 그 청랑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준혁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의 청랑은 몸길이만 무려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늑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영락없이 강아지 1마리였다.

이상한 점은 또 있었다.

‘왜 얘만 나오지?’

준혁이 데리고 다니던 환수(幻獸)는 모두 4마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1마리만 나왔다.

‘시스템 문제인가?’

일시적으로 회복되기는 했어도 완전한 상태는 아니라, 소환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었다.

준혁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청랑이 과거 모습으로 돌아간 건…….’

준혁은 청랑의 이 모습을 알고 있었다. 처음 청랑과 계약을 맺었을 때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이렇게 작은 모습에서 시작해 성장과 진화를 거듭하며 거대한 체구를 갖게 된 것이다.

‘…시간 탓인가?’

배면계에서의 10년은 현실에서의 2개월 정도였다.

준혁이 현실 세계로 돌아온 지 어언 8년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해도 배면계에서 480년 정도가 흘렀다고 볼 수 있었다.

그 정도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진화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갔을 가능성도 있었다.

‘잠깐!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회복된 거면… 다시 문제가 생기면 얘도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그러면 시스템이 회복되기 전에는 다시 소환할 수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준혁의 눈에 유민섭의 뒷모습이 보였다. 번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민섭 씨, 이놈한테 지휘권 써 봐요. 버프도!”

“예?”

“안 돼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거 소환수 같은 겁니까?”

“맞아요. 소환수한테는 안 되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소환수를 처음 봅니다. 해 본 적도 없으니…….”

“얼른!”

준혁의 재촉에 유민섭이 재빨리 청랑을 향해 ‘지휘권’ 스킬을 사용했다.

예의 푸른색 반딧불이 같은 빛이 청랑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청랑이 앙증맞은 주둥이를 벌려 푸른빛을 삼켜 버렸다.

[‘피지휘자 1’이 지휘권을 인정하였습니다.]

[‘피지휘자 1’의 콜사인을 정해 주십시오.]

‘피지휘자’ 넘버링은 콜사인이 정해지지 않은 피지휘자가 생기면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었다.

현재 유일한 피지휘자인 준혁이 ‘엽사’라는 콜사인이 있기에 청랑에게 ‘1’이 주어진 것이었다.

“얘 이름이 뭡니까?”

그 물음으로 준혁은 ‘지휘권’ 스킬이 정상적으로 적용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청랑.”

유민섭이 고개를 끄덕이며 청랑의 콜사인을 지정했다.

‘청랑.’

[‘피지휘자 1’의 콜사인이 ‘청랑’으로 정해졌습니다.]

[지금부터 ‘청랑’에게 지휘권이 적용됩니다.]

[대상 ‘청랑’의 근력, 순발력, 지구력, 감각이 5퍼센트 상승합니다.]

‘지휘권’ 적용이 되었다.

“근데… 이 녀석, 도움이 되겠어요?”

일단 준혁의 요구에 따르기는 했지만, 굳이 이럴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준혁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통찰 스킬로 확인해 봐요.”

그 말에 유민섭이 재빨리 스킬을 사용했다.

[피지휘자 청랑의 상태창]

근력:[127+6] 순발력:[96+5]

지구력:[101+5] 감각:[132+7]

“헉!”

영력 혹은 마력을 뺀 4개 스탯 총합이 456이었다.

영력이나 마력이 50만 돼도 스탯 총합이 500을 넘는다는 뜻이었다.

스탯 총합 500 이상 600 미만이면 A급 각성자의 스탯이었다.

“이 강아지… 아니, 새끼 늑대가 A급 각성자 수준이라고요?”

“성장하고 진화하면 장난 아닙니다.”

“성장도 해요?”

“예. 지금은 무슨 이유인지 처음 만났을 때 모습으로 되돌아갔네요.”

두 사람의 대화에 강태웅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런데 지금 너무 여유가 넘치는 거 아닙니까?”

“응?”

“게이트요. 게이트 다운.”

“아!”

그제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걸 새삼 인지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다.

바로 준혁의 존재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게이트 다운에 반사적으로 바짝 긴장했지만, 준혁이라면 충분히 사태를 진압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마음을 놓았던 것이다.

그때였다.

쩌어엉-!

유리에 금이 가는 것 같은 소리가 갑작스레 울려 퍼졌다.

“음?”

세 사람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던전 게이트였다.

새까맣게 변한 던전 게이트에 세로로 금이 가 있었다. 뒤이어 사방으로 균열이 퍼지기 시작했다.

파삭!

마침내 산산조각이 나며 까만 재로 변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유민섭과 강태웅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준혁의 표정은 달랐다.

‘어?’

게이트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을 때, 금이 간 틈새로 뭔가가 새어 나왔었다.

창졸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새어 나오자마자 기화되듯이 순식간에 사라진 탓에 제대로 본 사람은 준혁밖에 없었다.

‘영력인데?’

분명했다.

검붉은 영력이 새어 나왔다가 사라졌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사람?’

배면계의 영력은 던전 시스템에서의 마나와 같은 기운이었다.

사람만이 아니라 괴수, 영수, 신수들도 영력을 품고 있었다.

괴수나 신수들의 영력은 하나같이 짙은 회색을 띠는 반면, 사람의 영력은 가지각색이었다.

즉, 방금 본 검붉은 색의 영력은 사람의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하나밖에 없었다.

‘인위적인 현상이라고?’

준혁이 아닌 누군가가 시스템의 이상 현상에 개입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뭐지? 어떻게?’

8년 전, 준혁이 들어갔을 당시 함께 배면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이것만큼은 분명했다.

하지만 배면계에서 그렇게 사람들을 소환해 이용하는 일이 일회성이었을까?

‘그럴 리가 없지.’

배면계의 몬스터는 괴수(怪獸), 영수(靈獸), 신수(神獸), 이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었다.

그중 신수는 이미 그 격이 신격에 근접해 있는 놈들로, 죽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하는 것이 봉인이었다.

그리고 봉인은 영원할 수 없다.

배면계 시스템이, 놈들의 봉인이 풀릴 때마다 사람들을 소환해 신수들을 봉인하는 작업을 반복했다는 정도는 추측이 가능했다.

즉, 준혁과 다른 때에 배면계에 소환되었던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뜻.

‘어떤 놈이지?’

지금까지는 그런 경우를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상황이 점점 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느낌이었다.

‘길드장이랑 이야기를 좀 해 봐야겠다.’

정보가 극단적으로 적은 상황에서 둘이 이야기를 한다고 명쾌한 답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그때까지도 유민섭과 강태웅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게이트가 재가 되어 사라졌기에 안심하기는 했지만, 혹시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1시간 가까이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측정기에서도 별다른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마무리된 거 같지?”

“예.”

“일단 정리하고 내려가자고.”

빠르게 정리를 마친 세 사람이 나란히 산에서 내려갈 때였다.

강태웅이 갑자기 멈칫하더니 와락 인상을 구겼다.

“아!”

“왜?”

“영상을 못 찍었어요. 던전 관리청에서 엄청나게 구시렁거릴 텐데…….”

“크흐흐. 그건 길드장님이 알아서 하셔야지.”

“와, 진짜 너무하시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