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186화 (186/192)

< 63화. 야만왕 (3). >

8.

[31차 야만왕 레이드 실패!]

[야만왕 이벤트, 이대로 괜찮은가?]

[31차 야만왕 레이드 팀 브리핑 ‘야만왕 공략법은 알았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할

수가 없다’]

처음 야만왕이 등장했을 때 유저들은 환영했다. 야만왕의 존재가 지루해지던 워

로드에 활기를 주리라는 사실에는 그 누구도 티끌만큼의 의혹과 부정을 품지 않았

으니까.

30대 길드 중 16개 길드가 야만왕 이벤트 불참 선언을 했을 때도 유저들은 환영

했다. 얼어붙은 왕국, 블레이즈 슬라임 드래곤, 아누가스 레이드 등 최근 워로드에

서는 역사적인 중요 몬스터와 이벤트가 발생했지만 막상 그 콘텐츠를 일반 유저들

은 제대로 누리기 힘들었다. 같은 게임, 다른 세계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런 일반

유저들 중에 그들의 불참 선언에 우려와 의문을 제기할 이는 없었다.

“드디어 우리도 좀 즐기네.”

“배덕의 왕자 때하고는 다르지. 조건 없이 전부다 참가 가능하잖아!”

“대격전하고도 다르지. 이번에는 모든 유저가 덤벼들어도 되잖아? 이건 껌이야.

먼저 잡는 쪽이 유리하다고!”

때문에 모두가 이것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거대한 이벤트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이자.

“야만왕을 잡으면 제2의 하회탈이 될 수 있어!”

“장담하는데 로또 당첨보다 야만왕을 잡는 게 훨씬 더 돈이 될걸?”

오직 워로드란 게임 하나만으로 부와 명예를 손에 넣은 하회탈, 제2의 하회탈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사람들은 그리 생각했고, 그 생각에 행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들이 얼마나 가소로운 생각을 했는지. 야만왕이 유저들의 기대와 소망을 가차

없이 뭉갰다.

- 야만왕 레이드 난이도가 너무 높은데?‘

- 주변 몬스터 평균 레벨이 220레벨 이상······ 숫자는 천 단위, 사냥터 레벨로 따

지면 거의 270레벨 이상이네.

그만큼 야만왕은 강했다. 그가 끌고 다니는 몬스터는 수천 마리였고, 평균 레벨도

220레벨이나 됐다.

- 대격전 때 방법은 안 먹힘? 꼬리 먹기나 갉아먹기?

- ㄴ 안 먹힘.

또한 야만왕의 부하들은 대격전의 타락한 몬스터들과 달리 영리했다. 본래의 전

투 본능을 가지고 있었고, 일사불란하게 서로 호흡을 맞추며 움직이는 재주도 있었

다.

- 아니, 잡몹 처리는 솔직히 이제 문제가 아니야. 대규모 마법 포격으로 막을 수

있어. 문제는 야만왕, 그 자체라니까!

- 1페이즈부터 장난 아니지.

- ㄴ 수호의 보석 파괴?

- ㄴ 그거 하나 부수는데 스트라이커 두세 명은 죽더라.

하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큰 난제는 야만왕, 그 자체였다.

야만왕은 강했다. 일단 그가 입고 있는 갑옷의 보석이 유효한 이상 그에게는 그

어떤 마법 공격도, 물리 공격도 먹히지 않았다.

즉, 야만왕의 갑옷에 있는 서른한 개의 보석을 파괴하는 게 야만왕 공략을 위한

첫 단추였으며, 그 보석 파괴는 마법 공격이 아닌 물리 공격으로만 가능했다. 그것

도 강력한 일격으로 한 번에 파괴되는 경우는 없었다. 두 번! 제아무리 강력한 공격

도 두 번을 맞아야 파괴됐다.

- 야만왕의 전투 능력이 너무 세. 어그로 관리 자체가 거의 무의미한 놈이라니까.

- ㄴ 이게 핵심. 야만왕 자체가 이미 사냥 난이도가 넘사벽이지.

- ㄴ 이미 실력 좋은 스트라이커들 대부분이 야만왕을 상대로 제대로 버티지도

못했지.

그리고 야만왕은 제 몸에 달라붙는 것에 즉각 반응했다. 자신의 몸에 달라붙으려

는 것들은 단숨에 거대한 발로 짓밟았고,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것은 긴 팔을 이용

해 떼어냈다.

그렇게 야만왕의 손에 잡힌 유저들은 야만왕의 손아귀에서 그대로 으스러졌다.

야만왕의 손에 잡히고 살아남은 유저는 서른한 차례 동안 진행된 야만왕 레이드에

서 단 한 명도 없을 정도!

- 수호의 보석 파괴는 그나마 할 만하지. 문제는 2페이즈야.

- 우레 심판 모드 지랄 같더라.

하지만 정말 최악의 광경은 그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난 다음, 2페이즈에 돌입

했을 때였다.

수호의 보석이 전부 파괴되는 순간 야만왕의 황금빛 갑옷은 힘을 잃었다. 야만왕

의 몸은 검이 박히고, 마법에 상처를 입는 몸이 되었다. 그와 동시에 야만왕은 용의

심판을 대행했다.

하늘 위로 먹구름이 끼고, 야만왕의 주변에 있는 유저 중 한 명이 무작위로 심판

을 받았다. 그 심판의 위력은 제대로 무장을 마치고, 번개 저항 세트 갖춘 탱커들조

차 한 번에 게임오버를 당할 정도로 강했다. 혹여 버틴다고 해도 결코 풀리지 않는

스턴 효과에 10분 이상 살아있는 시체 꼴이 되어버렸다. 그 어떤 스킬로도 그 스턴

은 풀리지 않았다.

- 우레 심판 모드보다 더 지랄 같은 건, 회복 능력이지.

- ㄴ 이게 가장 문제야. 마법 공격도 통하고, 물리 공격도 통하면 뭐해? 바로 회복

하는데.

그런 상황에서 무한에 가까운 회복능력을 발휘하는 야만왕을 상대한다는 것. 이

런 능력을 가진 보스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는 것조차 힘든 괴물 중

의 괴물.

결국 어느 순간 유저들은 포기했다.

누군가가 야만왕을 잡겠지, 싶었다.

하지만 야만왕의 폭정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야만왕을 따라 몬스터들이 이동한다?]

[야만왕의 등장 전후에 따른 몬스터 리젠율 조사]

[확인 완료, 야만왕의 행보에 따라 필드 몬스터 리젠율이 급감한다!]

야만왕이 지나간 곳은 풀 한 포기는 물론 몬스터 한 마리조차 남지 않았다.

그게 어떻게 보면 가장 큰 타격이었다.

아이언 라이언 로드가 등장한 이후 이제 유저들은 부두쿠 터널이란 속 터지는 길

이 아니라, 드넓은 길을 따라 우르갈 대산맥을 넘기 시작했다. 200레벨 넘는 유저들

상당수가 암흑대륙에 발을 디뎠고, 때문에 몬스터 부족 현상이 자연스럽게 일어났

다. 그런 와중에 야만왕이 등장으로 몬스터 리젠율이 떨어졌다.

설상가상, 오래전 워로드 초창기에 몬스터 한 마리를 두고 유저 대여섯 명이 덤벼

들고 경쟁하던 광경이 암흑대륙이란 무대에서 200레벨 넘는 유저들을 통해 다시 한

번 펼쳐 졌다.

혹여 사냥을 할 만한 사냥터는 이미 파이브 스타를 비롯해 앞서서 암흑대륙을 넘

어온 30대 길드들의 차지였다. 그들은 당연히 사냥터를 일반 유저들에게 공개하지

않았고, 일반 유저들은 그 사실에 불만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일반 유저들은

하회탈이 아니었으니까.

- 30대 길드가 나서야 하는 거 아니야?

- 불참 선언했잖아?

- ㄴ 이쯤 되면 손 놓고 있는 게 직무유기 아님?

- ㄴ 불참 선언에 좋다고 한 건 일반 유저들인데?

- ㄴ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 게임 자체가 안 되잖아! 사냥이 안 된다고 사냥이!

게임에 접속해서 5시간 동안 몬스터를 9마리 잡았어!

- 토봇 소프트는 다람쥐······ 아니, 몬스터를 뿌려라!

결국 이벤트의 시작과 끝을 정할 수 있는 열쇠는 30대 길드에게 넘어갔다.

일반 유저들은 30대 길드가 그 열쇠를 이용해 야만왕 이벤트의 끝내주길 바랬다.

하지만 30대 길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몇몇 길드가 움직이고자 했지만, 그들을 다

른 길드들이 방해했다. 특히 암흑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파이브

스타와 우레사냥꾼 길드의 침묵이 그 무엇보다 가장 뼈 아팠다.

유저들은 결국 포기했다. 일부 유저는 우르갈 대산맥을 다시 넘어 되돌아갔다. 암

흑대륙이 발견되기 전으로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하회탈이 야만왕을 잡겠다는데?

그 난세 속에 영웅이 움직였다.

그동안 침묵하던 하회탈이, 적색 사막 더 북쪽, 적색 황무지에서 타투 스콜피온만

을 잡던 하회탈에 대한 소문이 움직였다.

- 하회탈이라고 해도 야만왕을 혼자 잡는 건 불가능해.

- ㄴ 동감.

- ㄴ 아무리 하회탈이라도 이건 안 될 듯.

그 소문에 유저들인 비관적인 시선을 품었다. 하회탈은 불세출의 게이머였지만,

야만왕이 이제까지 보여준 것들은 하회탈 혼자 뚫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 그래서 하회탈이 자기와 함께 싸울 유저를 모집한다는데?

- 모집한다고?

- ㄴ 이야기 들어보니까 참가자들한테는 전원 인증사진을 찍어주겠다는데?

- ㄴ 진짜?

- ㄴ 하회탈이 직접 인정한 하회탈도 준데!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소문이 터졌다.

그리고 하회탈 본인이 유튜브 영상을 통해, 그 소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야만왕과의 전투, 제가 하겠습니다. 길을 뚫고, 무대를 만들어주고, 시간을 벌어

주신다면, 제가 야만왕을 쓰러뜨리겠습니다. 무대는 비즈마 평야, 그곳에서 야만왕

과 전투를 치르겠습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회탈은 그곳에서 소문이 아닌 모집을 했다.

“누구든 좋습니다. 어느 분이든 환영합니다. 그리고 오시는 모든 분들게 하회탈

을 나눠드리겠습니다.”

제대로 된 축제(Event)가 시작됐다.

9.

“너무 가까이 붙지 마세요. 친해보이니까.”

“예?”

“장난이에요. 가까이 붙어요.”

길게 늘어선 줄, 그 줄의 시작지점에서 하회탈을 쓴 히르칸은 조잡하게 만든 하회

탈을 쓴 유저와 같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길게 늘어선 줄은 하회

탈과 인증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유저들이었고, 그들은 저마다 손이나 얼굴에 하회

탈을 들고 있었다.

그사이 한 곳에서는 오십 마리의 해골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마이클 잭슨의 명

곡, 스릴러의 춤을 따라 추는 해골들의 군무는 굉장히 멋졌지만 뼈밖에 없는 녀석들

이 반주 없이 추는 춤은 박수보다는 보는 이의 폭소를 이끌어 냈다.

“해골들 귀엽다, 애완용으로 데리고 다니고 싶어.”

“애완용 같은 소리 하네, 저기 해골이 너보다 강할걸?”

“당장 하회탈이 손가락 두 번만 튕기면 여긴 지옥이 될지도 몰라.”

그리고 한구석에는 몸길이 20미터, 꽤 거대한 본 드래곤이 얌전하게 누워 있었고,

유저들이 그 위로 올라가 저마다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일부는 본 드래곤을 타는

듯한 자세를 잡기도 했다.

“내가 드래곤 라이더다!”

“야, 잘 찍어!”

다른 한구석에서는 10미터의 거대한 몸체를 자랑하는 흙골렘의 몸을 암벽 등반

하는 경주가 한창 펼쳐지고 있었다. 스트라이커의 능력 중 하나인 클라이밍 능력을

뽐내려는 듯, 스트라이커 유저들이 놀라운 속도로 단숨에 골렘의 머리끝까지 올라

갔다.

그 모습을 보던 몇몇 유저들이 박수를 쳤다.

반면 그 옆에 있는 아이언 골렘을 타고 오르는 유저는 없었다. 매끈하기 그지없는

아이언 골렘의 몸을 타고 오르는 건 거의 불가능했으니까. 대신에 유저들은 아이언

골렘 위에 색이 남는 것들을 이용해 저마다의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낙서장으로 이

용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하회탈 테마파크!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저들과 몬스터들 사이의 치열한 전투가 치러지는 무대

였던 비즈마 평야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에라이.’

물론 이 모든 노력을 공짜로 지불해야 하는 히르칸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히르칸은 여전히 끝을 보이지 않는 줄을 곁눈질로 바라보고는 이를 꽉 물었다.

“하회탈 님, 치즈, 치즈!”

그런 히르칸의 표정에 그와 인증사진을 찍는 유저 한 명이 미소를 강요했다.

“치즈.”

히르칸이 치즈를 외쳤고, 유저는 그제야 만족한 듯 하회탈과 거리를 돌렸다. 그리

고 조금 전 찍은 사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새로운 유저가 하회탈 옆에 섰

다.

“치즈요.”

바로 치즈를 요청하는 그 모습에 히르칸은 그 요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 웃자.’

내일이면, 지금 그에게 치즈를 강요한 이들이 히르칸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야만

왕의 부하들과 맞서 싸울 테니까.

이 순간 하회탈은 며칠 전 기억을 다시금 떠올렸다.

씽은 하회탈이 야만왕 레이드에 참가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 기획을 시작했다.

일단 소문을 풀었다. 소문이 무르익을 무렵, 하회탈은 유튜브 페이지를 통해 자신

과 함께할 유저들을 모집했다. 그 후에 전장이 될 비즈마 평야에 하회탈 테마파크를

만들었다.

사실 이곳에서 히르칸은 하회탈 테마파크 같은 게 아니라 모인 유저들을 상대로

일장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우리만이 야만왕을 막을 수 있으며, 만약 우리들이 막지 못하면 야만왕이 암흑대

륙을 불가침의 구역으로 만들 것이라는 경고를, 지금 암흑대륙을 무대로 삼는 유저

들이 처한 위기를 다시 한 번 자각하게 만들고자 했다.

문자 그대로 결사항쟁의 군단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그 의견은 곧바로 무시됐다.

“그렇게 해서 누가 오겠어요?”

“동감입니다. 그런 묵직한 분위기에서 게임을 하고 싶진 않습니다. 재미있으려고

하는 건데.”

그렇게 해서 과연 누가 오겠는가?

대부분의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려고 한다. 무거운 분위기, 무거운 목적의식을 가

진 유저는 많지 않다. 그런 유저들에게 결사항쟁의 의지 같은 건 외면의 대상이다.

그런 것을 위해 자신의 48시간을 담보로 잡은 채 위험한 전투에 몸을 던지려고 하는

유저는 없다.

반대로 좋아하는 일이라면, 재미있는 일이라면, 흥미가 있는 축제라면, 48시간 정

도는 망설임이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차라리 테마파크를 만들죠. 하회탈 님의 소환물을 마음껏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

는 테마파크!”

“그거 좋네. 네가 웬일이야? 그런 기획을 내놓고?”

“그래, 네 머리로는 죽어도 못 낼 기획이지.”

“뭐? 지금 시비야?”

그렇게 하회탈 테마파크가 기획됐고, 그 기획 앞에서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리라

예상됐던 히르칸은 오히려 그 기획을 받아들였다. 그 사실에 다들 놀랐고, 씽이 놀

란 이들을 대표해서 질문을 했다.

“정말 이대로 할 생각인가?”

그 질문에 히르칸은 대답했다.

“나를 위해 죽어주겠다는 사람한테 그 정도는 해야지. 그리고 요조리 말이 맞아.

게임은 재미있으려고 하는 건데, 재미가 없으면 누가 그 게임을 하겠어?”

그때의 대답을 떠올리던 히르칸은 이 순간 같은 대답을 떠올렸다.

‘그래, 나를 위해 죽어주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웃어줘야지.’

“치즈.”

10.

워로드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정확히는 M.I가 워로드를 만

들 당시, 토봇 소프트는 M.I에게 주문을 했다.

유저들의 퀘스트 진행에 따라 게임의 설정이 바뀌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3가

지 정도 가지고 있으며, 각 메인 시나리오의 퀘스트 콘텐츠 소모 기간은 1년 안팎,

약 3년 동안 제작 및 운영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것.

그 주문은 시험이었다.

과연 M.I에게 주문한 게임을 만들고, 그것을 올바르게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

그리고 토봇 소프트는 그 주문에 따라 제작된 게임의 완성도를 가늠하기 위해 가

상현실에서 활약을 할 역량과 준비가 충분한 테스터를 선별했다. 계획에 따르면 약

2년 동안의 테스트를 준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두 가지 변수에 의해 전면 수정이 됐다.

변수 하나, 워로드의 완성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변수 둘, 가상현실콘텐츠제작 인공지능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

던 토봇 소프트가 수익 모델이 없어 자금난을 겪고, 투자자들의 독촉을 받기 시작했

다.

결국 어떤 식으로든 수익을 창출해서 돈을 벌고, 투자자를 달래야 했던 토봇 소프

트는 워로드를 그대로 서비스했고, 그 워로드가 토봇 소프트를 단숨에 가상현실콘

텐츠시장의 새로운 리더로 만들어줬다.

그때 토비 그윈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워로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수명이 1년 늘어날 때마다 자신과 토봇 소프트가 얼마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지, 그리고 오직 1등만이 살아남는 무대에서 워로드를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1등 자리에 어울릴 만한 콘텐츠 제작까지 어느 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계산이 끝나는 순간 토비 그윈은 본래 테스트를 위해 소집된 테스터에게 새로운

계약서를 제안했다.

핸즈 길드는 그렇게 등장했다.

처음 핸즈 길드의 목적은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 적당히 게임 내 콘텐츠의 소모

속도를 줄이는 것이었다. 어려울 건 없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란 콘텐츠를 가장

빨리 소모하는 30대 길드만을 컨트롤하면 충분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30대 길드를 뛰어넘는 개인이, 교섭과 포섭이 불가능한 유저가 등장하는

순간 핸즈 길드의 수작은 통하지 않게 됐고, 결국 핸즈 길드의 일원인 호루스는 핸

즈 길드원의 일부를 양지로 보내, 30대 길드를 장악하고 그를 통해 워로드의 흐름을

강력하게 장악하자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물론 그 계획도 결국은 실패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핸즈 길드는 모든 이들을 양지로 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

다.

음지 속에 여전히 강력한 패를 준비해두었다. 여차하면 언제든 비매너 행위, 얼굴

이 팔린 이는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실력자들을 남겨두었다.

“드디어 기회가 왔군.”

“하회탈이 결국 움직일 줄은 몰랐네요.”

“그동안 참고 있던 우리가 오히려 이 게임의 승자가 될 기회가 온 셈이지.”

이런 날을 위해서.

“다시 한 번 우리의 계획을 정리한다. 우리의 목적은 야만왕 사냥에 나선 하회탈

을 방해하는 것. 그리고 하회탈이 게임오버를 당하면, 그는 무조건 하르드 요새 유

적 마을에서 부활할 거다. 그렇게 되면 파이브 스타가 나서서 하회탈을 가로막을 것

이고, 그때마다 우리가 나서서 하회탈을 제거한다.”

그동안 그들을 방해한 원흉을 제거하기 위해서.

“일단 무리에 섞여서 하회탈을 돕는다. 그리고 하회탈이 수호의 보석 파괴에 성

공하고 2페이즈에 도달하는 순간······ 그때 하회탈을 방해한다. 질문은?”

“없습니다.”

“없어요.”

“좋아, 그럼 이제 복수의 때가 왔다. 다들 스톡옵션은 제대로 행사해야지.”

그것을 위해서 그들이 움직였다.

< 63화. 야만왕 (3).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