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야만왕 (1). >
1.
“어?”
‘저거 뭐야?’
그 조짐을 가장 먼저 파악한 유저는 에블이란 이름을 가진 유저였다.
200레벨, 2차 승급을 마친 기념으로 우르갈 대산맥 너머의 암흑대륙으로 향하던
그는 부두쿠 터널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무수히 많은 유저 무리를 보며 혀를 내둘렀
고, 결국 우르갈 대산맥을 내려왔다.
그때 그는 짙은 안개를 뚫고 우르갈 대산맥의 정상을 향해 달리는 무리를 볼 수
있었다.
‘뭐지?’
괴상망측한 무리였다. 사자의 갈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우악스러운 디자인의
투구를 쓰고 있었다. 사실 그 정도까지는 워로드란 게임에서 용인 가능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디자인의 방어구도, 유저 본인이 만족만 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입을 수 있는 게임이니까.
하지만 그들처럼 거대한 사자를 타고 산을 오르는 유저는 단언컨대 워로드에 존
재할 수 없었다. 하물며 그것이 하나가 아니라 무리, 서른 명을 넘는 인원이라면 더
더욱 존재할 수 없는 일일 터.
에블의 사고가 거기에 닿았을 때, 에블은 표정을 바꾸었다.
‘이거 대박 건수 같은데?’
에블은 그때부터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고, 사자를 타고 우르갈 대산맥을 오르는
기사단을 쫓았다.
하지만 그들은 매우 빨랐다. 사자는 평지처럼 가파른 절벽 위를 뜀박질했다. 에블
역시 산을 타는 것에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감히 그들을 따라잡을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에블은 그들을 놓쳤다. 걸음을 멈췄다. 젠장! 그의 입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그 무렵에야 에블은 알 수 있었다.
‘응?’
자신이 부두쿠 터널이 아닌 다른 길을 통해 우르갈 대산맥을 넘었다는 사실을.
암흑대륙으로 향하는 새로운 길, 아이언 라이언 로드가 발견되는 순간이었고, 새
로운 이벤트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
“미치겠네.”
캡슐 커피 안에 포도당 사탕을 신경질적으로 집어넣는 안재현은 연신 터지는 속
보와 워로드 관련 정보의 홍수 앞에서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놈의 게임이 숨 돌릴 틈이 없어?’
이윽고 커피를 입가에 가져가자, 그의 안경이 뿌옇게 변했다. 안재현은 그 상태로
커피를 마시고, 김이 사라지는 안경 너머로 태블릿PC의 액정 화면을 바라봤다.
[야만왕 이벤트 발동!]
[우레사냥꾼 길드가 다시 한 번 최고의 길드임을 증명하다!]
[아이언 라이언 로드, 이제는 모두가 암흑대륙으로!]
우레사냥꾼 길드, 그들이 야만왕 이벤트를 발생시켰다.
‘어쨌거나 중간 보스 등장이군.’
대장장이 올프를 통해 야만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정보와 기존에 안재현
이 알고 있던 정보를 조합했다. 당연히 안재현은 지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서 야
만왕이 가지는 가치는 알고 있었다.
배덕의 왕자 편의 대격전 때와 같다. 배덕의 왕자 편에서 대격전 이후 아가르도,
배덕의 왕자로 이어진 것처럼 이번에도 야만왕을 잡으면 이후 전쟁왕의 유물 확보
퀘스트를 마치고, 용의 다섯 권능과 전투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 후 남은 건 최후의
전투다.
그러나 안재현이 신경 쓰는 부분은 그게 아니었다.
‘우레사냥꾼 애들이 나보다 빠르군.’
현재 안재현은 대장장이 올프에게 두 가지를 받았다.
그가 구해온 황금을 녹여 만든 황금 소라와 용의 뿔로 만든 용뿔소라.
‘난 지금 황금 소라 퀘스트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데······.’
그리고 지금 그 두 가지 단서를 가진 하회탈은 그 단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레벨 제한 때문이었다.
전쟁왕의 유물 퀘스트는 퀘스트 진행 가능 레벨이 250레벨 이상이었다.
용뿔 소라의 경우에는 아예 퀘스트 진행 불가 상황이었다.
이런 이유로 하회탈은 지금 적색 사막에서 돈을 때려 박으면서 사냥을 하는 중이
었다.
그런데 우레사냥꾼 길드는 이런 와중에 야만왕의 이벤트를 발생시켰다. 하회탈보
다 서너 걸음 정도 더 앞서서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괴물 같은 놈들.’
놀라운 건, 그들이 그럴 자격이 있다는 걸 지금 안재현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우레사냥꾼 길드는 길드의 역량과 저력을 동쪽의 벽을 부수는 데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얻은 손해는 상당했다. 그 과정은 비밀을 요구했고, 당연히 바로
방송으로 내보낼 수 없었다. 또한 길드를 대표하는 실력자들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
트 진행에만 매달리니, 라이브 채널의 가장 큰 수입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드 방송
수입은 급감했다.
실제로 암흑대륙 등장 이후 우레사냥꾼 길드의 라이브 채널 수입은 30대 길드 중
에 30위, 꼴찌였다.
그만한 저력을 가진 길드가 각오를 삼키고 투자를 했다. 지금 이 결과물은 마땅히
누려야 하는 결과물이었다.
‘그래, 그때도 그랬고, 언제나 괴물 같은 놈들이었지. 채설연은 괴물 여왕이나 마
찬가지였고.’
우레사냥꾼 길드가 여전히 밉다. 그들에게 당했을 때만큼, 김동수에게 배신당하
던 그 순간만큼, 그때 비하면 그들을 향한 증오심이 풍화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
레사냥꾼 길드가 싫다.
하지만 안재현은 우레사냥꾼 길드가 가진 실력을 폄하하지 않았다. 그들을 짓밟
으려면 그들을 누구보다 냉철하게 봐야 한다. 냉철하게, 개인적인 감정과 사적인 이
야기를 벗어두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 우레사냥꾼 길드는 정말 멋진 길드다. 그들
은 진짜 이 게임을 제대로 하고 있으니까. 다른 길드들이 잿밥과 수익과 인기에만
치중하는 와중에 그들은 게임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으니까.
‘빌어먹을 악연이지. 빌어먹을 악연.’
안재현이 커피를 홀짝였다. 커피를 홀짝이며, 안재현은 자신의 자존심을 향해 말
했다.
‘비싼 새끼.’
안재현이 투정을 부렸다. 하지만 그는 투정만 부릴 뿐, 후회를 하진 않았다.
‘그럼 내 포지션은 뭐가 좋으려나?’
안재현은 계속 냉철하게 상황을 봤다.
‘야만왕이 등장했다면 암흑대륙은 개판이 된다.’
일단 야만왕 이벤트가 발동한 이상, 야만왕이 암흑대륙을 활개 치기 시작할 것이
다.
‘절대 못 뚫어.’
단언컨대 일반 유저들이나, 언더풋 길드 수준의 전력으로는 야만왕을 공략할 수
없다. 애초에 지금 페이스 자체가 오버 페이스다. 일반 유저들은 상위 유저들의 페
이스를 따라가기도 벅찬 와중에 상위 유저들조차 버거운 괴물을 상대한다?
‘뚫는 게 문제가 아니지. 밀릴 수도 있지.’
30대 길드들이 연합을 통해 이벤트를 관리하지 않으면, 암흑대륙을 잃을 수도 있
다.
실제로 암흑대륙의 거점지역은 여전히 한 곳, 하르드 요새 유적 마을밖에 없다.
만약 하르드 요새 유적 마을이 함락된다면? 아이언 라이언 로드가 발견됐다고 하지
만, 죽을 때마다 우르갈 대산맥을 넘어야 한다는 건 굉장히 피곤한 일이다.
‘그리고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보를 보면, 이번 야만왕은 우레의 힘마저 쓰는
놈일 테고.’
여기에 우레의 힘이 추가된다.
안재현이 기억하는 야만왕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는데, 우레의
힘을 쓴다면?
솔직히 안재현은 야만왕 공략법을 지금 이 순간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안재현
이 상상조차 못하는 걸 워로드 유저들 중 그 누가 할 수 있을까? 있을 리 없다.
‘대격전 시즌2인가?’
결국 열쇠를 쥔 건 30대 길드가 될 것이다. 대격전 때처럼 그들이 뒷짐을 쥐고 있
으면 게임의 시간은 암흑대륙을 넘기 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220레벨 이상의 사
냥터는 암흑대륙에만 있다. 그런 암흑대륙이 유저불가침 지역이 된다면, 레벨업 페
이스가 크게 떨어질 것이다.
물론 하회탈은 사냥이 가능하다. 고생을 좀 하겠지만 못할 건 없다.
‘흠.’
때문에 여기서 하회탈이 무엇을 선택해야 할 지는 명확했다.
‘이 바닥에는 안 끼는 게 답이네.’
불참.
일단 30대 길드가 키를 쥔 이벤트다. 하회탈이 참가한다고 하면, 빅스마일 길드를
비롯해 하회탈을 껄끄럽게 여기는 이들의 눈이 돌아갈 것이다. 하회탈을 잡으려고
야단법석을 피울 것이다.
또한 야만왕이 활개를 치더라도 하회탈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냥이 가능하
다.
단독행, 하회탈은 그 어느 곳에서도 솔플이 가능하니까. 그걸 가능케 하려고 올힘
네크로맨서를 육성했고, 지금 올힘 네크로맨서는 그야말로 완성이 되었다.
오히려 암흑대륙이 진정한 의미의 암흑대륙이 된다면, 하회탈의 경쟁자들은 알아
서 도태될 것이다. 이보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없다.
더욱이 야만왕 이벤트에서 알짜배기는 결국 야만왕이다. 야만왕 레이드가 본격적
으로 시작될 때 등장해서 알맹이만 쏙 빼먹고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불참보다 합리적인 선택은 없다. 수백, 수천 번의 저울질을 해도 이게 압도적으로
이익이다.
이 합리적인 저울질을 방해하는 요소는 딱 하나였다.
‘이런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뒷방 신세라······ 기분은 내키지 않네.’
이 처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30대 길드조차 못하는 걸 하회탈이 해낸다······ 그럼 정말 끝내줄 것 같긴 하단
말이야.’
그런 생각에 안재현이 커피를 홀짝이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자존심을 향해 말했다.
‘진짜 비싼 놈이라니까.’
3.
“호루스라고 합니다.”
“해치라고 합니다.”
호루스와 해치.
서로의 이름만을 알고 있었던 그 둘은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자연스럽게 악
수를 했다. 휙휙, 잡은 두 손이 두어 번 흔들렸다. 하지만 악수는 그 후에도 풀리지
않았다.
해치는 손에서 힘을 뺐으나, 호루스는 여전히 해치의 손을 꽉 쥐고 있었다.
해치가 호루스를 지그시 바라봤다. 호루스는 그런 해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알 만한 이야기는 다 아시리라 생각하고 이야기하겠습니다. 물론 오늘 이야기는
오프 더 레코드로.”
“떠벌릴 생각이었다면, 이미 진작에 떠벌렸을 겁니다. 떠벌릴 생각이었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고.”
“감사합니다.”
그제야 호루스가 손을 놓아줬다. 해치가 조금 전 악수를 한 손을 가볍게 움직였
다. 손이 망가진 건 없는지, 살폈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워로드의 아버지 정도 되시는 분이라고.”
툭, 나온 말에 해치는 담담히 대답했다.
“그 아버지가 한 백 명쯤 되고, 어머니도 한 백 명쯤 될 테니, 아버지라고 하기에
는 좀 그렇고, 워로드의 새끼발가락의 발톱 정도는 내가 디자인했다고 볼 수 있겠군
요.”
“지금 워로드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당연히 아시겠군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수명이 1년 연장될 때마다 토비 그윈의 재산이 16퍼센
트씩 증가하고, 토봇 소프트의 주가가 23퍼센트씩 성장한다는 것 정도?”
그제야 자신의 손으로부터 관심을 버린 해치가 호루스를 바라봤다.
“개발을 시작한 차기작 완성까지 2년 정도 남았다는 것과 그쪽이 토봇 소프트와
계약하면서 토봇 소프트의 주식을 스톡옵션으로 받았는데 아직 행사 조건이 안 된
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호루스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인 듯, 부정인 듯, 그 속마음을 쉽사리
알 수 없는 제스처였다.
호루스가 끄덕임을 멈추고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아실 건 다 아시는군요. 좋습니다. 이야기를 합시다. 우리는 게임 수명을 늘리고
싶습니다.”
“워로드 수명은 토봇 소프트가 서비스 포기하지 않는 이상 멀쩡할 텐데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종료되면, 노멀 모드로 바뀌고, 그때부터는 얼마든지 게임기획
에 개입할 수 있을 테니, 오히려 대박을 칠 수 있을 텐데. 그동안 못하던 이벤트를 얼
마든지 열 수 있을 거 아닙니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합니까?”
“물론 그렇게 되면 굳이 워로드를 하기보다는, 최근 출시된 게임 중에서 대작 소
리 듣는 게임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최근 나온 플레이 더 월드라는 게임······
한 번 보니까 잘 만들었다더군요.”
“그 게임은 네이밍 센스가 구려요.”
“워로드도 했는데, 그 정도도 못하겠습니까? 그리고 그 게임에는 하회탈 같은 괴
물도 없을 테니까.”
하회탈이란 단어에 호루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조
금 전에 했던 제스처와 다르게 이번에는 그의 표정을 통해 그의 감정을 그대로 알
수 있었다.
하회탈, 빌어먹을 새끼!
해치는 그런 호루스의 표정을 이해했다. 하회탈만 아니었다면 호루스는 토봇 소
프트의 하수인이 되어 웃기지도 않는 짓을 한 대가로 평생 호사를 누리고도 남을 돈
을 벌 수 있었을 테니까.
더 나아가 토봇 소프트의 차기작은 워로드의 인기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큰 성공
을 거두었을 것이고, 그 차기작에서 토봇 소프트가 자신들을 도와준 핸즈 길드의 멤
버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겠다는 약속도 있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하회탈이라는 갑자기 튀어나온 유저 한 명 때문에 무너진 셈, 해치
가 호루스의 입장이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회탈을 제거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게 지금 호루스가 해치를 만나러 온 이유이기도 했다. 호루스 그리고 토
봇 소프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다.
“참 짜증 날 거예요. 게임운영에 개입할 수만 있으면 하회탈 정도는 금방 하향시
킬 수 있는데, 그렇게 하려면 메인 시나리오가 끝나야 하고······ 하지만 누가 이런
걸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M.I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만든 게임을 투자자들의
독촉 때문에 그냥 대충 포장해서 상품이랍시고 내놓았는데, 이런 대박을 칠 줄이야.
그 대박 덕분에 토봇 소프트의 시가총액이 피치 사의 시가총액을 넘볼 줄이야. 어지
간한 거품이 아니면 이런 일은 불가능할 텐데 말입니다.”
“공동전선을 펼칩시다. 이번 야만왕 이벤트에서 야만왕이 활개 치도록 놔두는 겁
니다. 대격전 때와 같이 30대 길드의 불참 선언을 하는 것. 그쪽도 워로드가 금방 끝
나서 좋을 건 없지 않습니까? 최근 라이브 채널 운영 수입도 좋지 못하던데.”
“30대 길드들끼리 야합을 하자?”
“분명히 말합니다. 이번 판에 끼지 않으면, 길드워를 각오해야 할 겁니다. 이 판
에서 움직이는 돈은 푼돈이 아닙니다. 워로드는 단순한 게임이 아닙니다. 지금 워로
드를 즐기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만든 미지의 세계이기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이
미지의 세계가, 인간이 만든 콘텐츠가 되는 순간, 이 게임의 매력은 사라집니다.”
호루스의 말에 해치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무언가 감정이 표출되려는 걸 참는 듯
한 모양새였다.
“하회탈은?”
“쥘 수 없으면 뭉개는 수밖에 없죠. 30대 길드 중 누군가가 하회탈을 손에 쥐어서
컨트롤해준다면 모를까. 그가 만약 야만왕 이벤트가 참가한다면, 특공대가 그를 막
을 겁니다. 그가 게임을 접을 때까지 그를 죽일 겁니다. 그리고 하회탈이 바보가 아
니라면, 그도 굳이 이 판에서 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해치가 손바닥을 들었다. 그 손바닥을 본 호루스가 입을 닫았다.
“좋습니다. 손잡읍시다.”
호루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명한 판단입니다. 그보다 레드불스 길드와 손을 잡는다고 했는데 맞습니까?”
“전략적 동맹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그럼 레드불스는 우레사냥꾼과 의견을 같이 하겠군요.”
해치가 방긋, 미소와 함께 눈웃음을 지었다. 대답은 없었지만, 대답보다 확실한
대답이었다.
“어쨌거나 오늘 일이나, 우리끼리의 만남이나, 이야기는 없었던 겁니다. 오프 더
레코드. 굳이 우리가 손잡았다는 걸 기록으로 남길 필요는 없을 테고.”
해치의 말에 호루스는 잽싸게 대답했다.
“예.”
“연락 방법도 클래식하게 합시다. 유저가 유저에게 말해주는 식으로. 어차피 무
언가를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 무엇도 하지 않는 게 목적 아닙니까?”
말을 마친 해치가 손을 내밀었다.
호루스가 다시 한 번 그 손을 잡았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속보가 떴다.
[16개 길드, 야만왕 이벤트 불참 선언. 일반 유저들을 위한 이벤트로 남겨두겠다!]
[불참 선언에 파이브 스타와 빅쓰리 포함, 30대 길드의 대세 여론이 될 것.]
[야만왕 이벤트, 제2의 하회탈이 될 이는 누구인가?]
< 63화. 야만왕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