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영응도살자 (3). >
8.
-하이우드 숲 소식 들어본 사람?
-L. 하회탈이 최근 사냥했던 곳 아니야?
-L. 지금 하이우드 숲에서 하회탈이 사냥 중이 야.
-L. 그러니까 그걸 누가 몰라? 하회탈이 우드데빌 흔자 잡는 영상이 나온 게 몇 주전 이야기인데!
-L. 아니, 몬스터가 아니라 빅스마일 길드원들 을 사냥하고 있다고.
워로드를 즐겨보는 이들,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하회탈의 존재는 언제나 설렘 가득한 존재다. 더불어 하회탈의 행보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은 그런 하회탈이 흔자서 해내지 못하는 걸 해낼 때 열광한다.
혼자서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해내고, 혼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해낼 때. 그리고 혼자서 거 대한 세력을, 어지간한 세를 가진 길드들도 어찌하지 못하는 하늘 위의 하늘같은 30대 길드를 상대 할 때.
그럴 때 더더욱 크게 열광한다.
로망이니까.
누구나 상상해보았기 에, 누구도 상상은 할 수 있기에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상상을 실천으로 옮길 수 없기에 불타오를 수밖에 없는 로망.
-빅스마일 길드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거야?
-L 아니, 복수라는데?
-L- 복수? 누구?
-L. 핏불하고 하회탈이 친구인데, 최근에 빅스 마일 길드가 핏불을 잡았잖아. 그거 복수.
-L. 이야기 들어보니까 핏불 사냥에 나선 열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에는 손도 안 댄다고 하 더군.파티 사냥중에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까 지 했다던데?
그렇기에 안재현은 그 로망을 피하는 걸, 이번 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했다.
'여론 흐름을 보니까, 다행이네.'
커피를 홀짝이며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안재현은 현재 상황에 만족했다.
'그래 이게 정답이지.'
30대 길드와 싸우는 건 로망이다. 누구든 상상 할 수 있지만, 아무도 할 수 없으니까 로망인 것이 다. 당연히 당장 하회탈도 30대 길드와 정면에서 정정당당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
그 사실을 안재현은 과거로 돌아오기 전 뼈저리게 느꼈다. 우레사냥꾼 길드를 비롯해 30대 길드를 적으로 두었을 때, 그들과 아득바득 개처럼 치고받고 싸우는 게 얼마나 몰상식하고, 무의미 한 짓 인지 깨달았다.
특히 안재현은 이런 경우에는에 보이는 족족, 적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게임오버 시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짓이고, 멍청한 짓인지 알고 있었다.
'일반 길드원들 건드려봤자, 좋을 건 없어.'
과거로 돌아오기 전 영웅도살자 히르칸은 과격 했다. 방해하는게 있으면, 눈에 보이는 족족 처치 했다. 그래서 도살자란 별명이 붙었다. 가차 없고, 거침 없었으니까.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게 실수였다. 어떤 방법으 로 죽이든, 결국 게임오버 당한 유저는 48시간 이 후 멀쩡하게 살아난다. 아니, 그전보다 독기가 바짝 더 오른 채로 살아난다.
즉, 당시 영웅도살자에게 당한 이들은 더 더욱 독한 독기를 품고 영웅도살자에게 덤벼들었다.
실제로 우레사냥꾼 길드가 영웅도살자 히르칸에 게 전쟁을 선포했을 때, 모든 이들이 영웅도살자 사냥에 기꺼이 참가한 건 아니었다. 일반 길드원들 은 솔직히 그런 일에 끌려가는 게 싫다. 좋을 이유 가 없다. 자기 귀한 시간을 고작 유저 하나 잡으려고, 잡는다고 대단한 보물을 주는 것도 아닌데 자짓 잘못했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게임오버 당할 지도 모르는 사냥을 억지로 하는데, 누가 좋아할까?
그러나 그런 이들도 영웅도살자에게 한 번 당하면, 그 이후부터는 눈이 돌아갔다. 잡지 말라고 해도 히르칸을 잡으려고 몸을 던졌다. 모든 게 그렇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 세 번은 어렵지 않다.
그때 얻은 교훈을 안재현은 이번에 썼다.
'굳이 일반 길드원들까지 으샤으샤 만들 필요는 없단 말이야.'
목표를 정확히 했다.
하회탈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유저들이 아니라, 하회탈에게 당해도 할 말 없는 유저들만을 공격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하회탈에게 박수를 보내거나, 그를 좋아하는 빅스마일 길드원은 없다. 대신 이런 생각은 한다.굳이 자신이 하회탈을 건드려서 손해를 보고 싶진 않다.
그러니까……
'이제 빅스마일 길드 간부 새끼들이 슬슬 모여서 작전을 짜겠지.'
길드의 높으신 분이 알아서 해라!
일반 길드원들은 방관을 택할 것이다.
그걸 위해서 하회탈은 자신의 의사표현을 그저 적이 아닌 이들을 살려주슨 선에서 그치지 않았다.
수작은 여러 가지였다. 일단 타깃을 처리하면 잽싸게 빠졌다. 의도적으로 타깃이 없는 빅스마일 길드 파티에 접근한 다음에 그들과 친절하게 대화를 나눴다. 나중에 연락해 달라고. 사냥 열심히 하라 고. 듣는 입장에서는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겠지만, 당장 PK를 하지 않는 게 그들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일 터. 심지어 하회탈은 때때로 사냥 중에 위기 에 빠진 빅스마일 길드원을을 돕고, 그들에게 우드 데빌 사냥을 할 때 써먹을 만한 팁까지 알려췄다.
그게 순수한 호의라고 생각하는 이는 단 한 명 도 없겠지만, 어찌됐건 하회탈이 타깃 외에는 건드 릴 의사가 절대 없다는 걸 몸으로 깨달을 것이다.
'예전이었으면 이 방법도 안 먹혔겠지.'
물론 하회탈이 보잘것없는 놈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다들 하회탈을 잡으러 덤벼들었 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하회탈은 고작 한 개 파티가 어찌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다.
이 점이 과거로 돌아오기 전 영웅도살자 히르칸 과 지금의 하회탈이 가지는 차이다.
이 정도 힘이 필요했다.
"흐음."
30대 길드를 적으로 둔 상황에서도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못노래를 부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이대로 꼬리를 말면 빅스마일 체면이 말이 아닐 테고, 날 잡으려 할 텐데...... 미끼를 던져주고 소수 로 잡으려는 선택을 해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은데?'
다음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작전을 고민할 수 있 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그 힘이 필요했고, 지금 안재현에게는 그 힘이 있었다.
9.
"뭐라고?"
"하회탈이 하이우드 숲에 등장했다는 제보가 왔 어. 그러니까 오늘은 좀 쉬는 게 좋겠어."
"그게 무슨 소리 야? 쉬라고?"
"지금 상황이 좀 그렇잖아."
빅스마일 길드 소속으로 현재 235레벨, 굉장히 높은 레벨을 유지하며 빅스마일 길드의 레벨 랭커 로 활약 중인 지관은 동료 유저의 말에 얼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 표정 그대로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움 직이며 좌중의 분위기를 살폈다. 우드데빌과의 전 투 준비를 끝낸 동료들은 자신의 는길을 피하거나, 외면하거나 아니면 아예 노골적으로 시선을 마주 봤다. 그러한 반응 어디에도 호의는 없었다.
덕분에 상황을 금방 이해하게 된 지관은 이를 꽉물었다.
"야, 너희들……
"네가 잘못했다는 게 절대 아니야. 넌 잘했어. 고 마을 정도야. 솔직히 네가 한 게 맞아. 네 덕분에 최 소한 싸우기 전에 겁쟁이 소리 들을 일은 피했으니까."
터지려는 분노를 단숨에 막아버린 동료의 그 말 에 지관이 재차 말을 이어가려고 했다.
"아니……"
"하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괜히 문제가 일어나면 오히려 너만 손해잖아?"
하지만 동료는 작심을 한 듯, 마치 사전에 이런 대화를 예상하고 그에 맞는 대답을 준비한 듯, 지 관의 입을 향해 속사포처럼 말을 쐈다.
"지금 위에서 널 위해서 뭔가 해주는 것도 아니고, 당장 하회탈을 잡기 위해 사냥팀을 만든 것도 아닌데 괜히 여기서 네가 당하면 너만 손해야."
"야!"
그 속사포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관의 입은 이제 조만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신세였다.
"미안해."
이 짧은 한 마디는 기어코 열쇠처럼 지관의 입 을 꽉 잠갔다.
지관은 더 이상 목청을 높이지 못했다. 동료가 바로 그를 이해시켜췄으니까.
'빌어먹을.'
그래서 지관은 더 화가 났다.
명명백백, 확실하기 그지없는 작금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내가 월 잘못했는데!'
그런 그의 분노는 하회탈을 향했다.
'빌어먹을 하회탈, 이 새끼 때문에…'
동시에 그 분노는 하회탈을 지나치고, 다른 존재 에까지 다다랐다.
'아니, 그런 하회탈 새끼 한 명이 무서워서 내가 왜 이런 골을 당해야 하는 거야?'
지금 빅스마일 길드를 이끄는 자들, 지금 지관은 그들에게 분노를 집중시켰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빅스마일을 위해 노력했는데?'
오래전에는 형동생이라고 할 정도로 친하게 지 냈던 자들,워로드란게임이 세상에 태어난순간부터 같이 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짧 지 않고 작지 않은 인연을 가진 그들.
그래서 더더욱 배신감이 컸다.지관은 절대 이런 푸대접을 받을 만한 이가 아니었으니까. 더욱이 그 때 그의 행동은 빅스마일 길드를 위한 행동이었다.
이 순간 지관은 자신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았 을 때를 떠을렸다.
'헤비빈이 그래도 제대로 길드를 운영할 때 이런 일은 없었어.'
과거 길드 마스터 없이 간부들만이 길드를 운영 할 당시를, 헤비빈이 그 간부들 중에서 적지 않은 권력을 쥐고 활동할 당시를.
그때 지관에 대한 대우는 매우 좋았다. 언제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고, 자잘한 문제는 빅스마일 길드가 이유도 묻지 않고 처리해췄다. 헤비빈은 레 벨업에 지친 이들에게 유튜브 영상이나, 라이브 방 송에 일부러 출연시켜줘서 용돈 삼을 만한 출연료 도 받게 해췄다.
적어도 지금처 럼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오히려 전 염병자 취급을 받는 일은 없었다.
비단 그만이 아니었다. 그와 뜻을 같이한 이들 대부분이 같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그게 이유였다.
'헤비빈이 맞아. 그가 맞아.'
헤비빈의 의견에 그들이 힘을 실어주는 이유.
10.
핏불이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싱글레가 가장 먼저 한 건 히드라 길드에게 연락을 하는 것 이었다. 그는 이번 일이 꼬이면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이 될 지 충분히 제대로 짐작하고 있었다.
이후 싱글레는 히드라 길드에게 제안했다. 이번 일에 대한 싸움은 말싸움에서 그치자고. 서로 잘잘 못을 따지는 건 좋지만, 괜한 무력시위 같이 험한 분위기는 만들지 말자고.
그때의 대화 분위기나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싱글레가 우려한 것처럼, 전면전으로 벌여질 분위기 는 없었다. 그저 이대로 사건이 묻힐 것 같은 조짐 을 느꼈다.
싱글레는 이번 일이 조용히 끝나겠다고 생각했 다.
'하회탈, 그 빌어먹을 새끼가……:
하지만 하회탈의 등장과 함께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
하회탈이 친구의 복수를 시작했다.
'정말 빌어먹을 새끼야.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그것도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타깃만 제거한다는 오만하면서도 작금의 워로드 판세에서 오로지 하회탈만 할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해서 복수를 행했다.
하회탈의 방법은 생각보다 골치 아픈 방법이었 다. 하회탈이 차라리 빅스마일 길드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면,오히려 이번 기회에 싱글레는 하회 탈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것이다. 어차피 그토록 죽이고 싶던 놈 아닌가? 알아서 덤벼준다면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하회탈은 이번 일은 개인적인 복수극으로 만들었다.
개인적인 유저들 간의 일에 길드가, 그것도 30 대 길드가 나선다는 건 출혈이 큰 일이다. 그게 가 장 큰 문제였다. 지금 당장 하회탈을 잡고자 한다 면, 그런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출혈이 큰 일을 섣불리 고르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간부회의가 시작됐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문제가 생겼다. 싱글레가 간부회의에서 제외됐다.
'헤비빈…… 분명 놈이 이 모든 걸 설계한 게 분명 해.'
일단은 공식적으로 싱글레는 간부가 아니었으니 까. 그가 빅스마일 길드의 최고 에이스인 건 맞지 만, 간부란 지금 상황에서 길드 마스터와 그 아래 놓인 두 자리의 부길드 마스터만을 의미한다.
이쯤 되면 싱글레도 눈치챌 수밖에 없다. 이번일의 배경에 헤비빈이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던 헤비빈이 목 소리를 높일 명분을 잡았다.
무엇보다 일반 길드원들은 헤비빈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헤비빈은 이미 공개적이진 않아도, 핏불 사냥에 나선 이들을 옹호하고, 그들 을 길드가 나서서 보호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사 석에서 연거푸 했다.
아마 핏불 사냥에 나선 이들은 전부 헤비빈의 편 을 들어줄 것이다. 더 나아가 하이우드 숲을 무대 로 사냥을 하는 유저들, 빅스마일 길드의 주력이라 고 할 수 있는 230레벨 이상의 고레벨 유저들이 헤비빈의 편을 들어줄 것이다.
'웃기지도 않은 게임이군.'
생각해보면 참 섬뜩하면서도, 대단하고, 그러면 서도 우스운 일이다.
고작 게임일 뿐인데, 이 게임이 뭐라고 그런 짓 을 한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싱글레의 머릿속을 스쳐지 나갔다. 물론 싱글레는 곧장 그 생각을 스스로 부정했다.
'시작부터 웃기지도 않은 게임이었지.'
워로드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게임을 만든 쪽도, 게임을 하는 쪽도, 너무 과할 정도로 많 은 것들이 엮여 버렸다. 게임에 너무나도 많은 걸 담아버렸다.
이 게임을 만들고 운영하고 관리하는 인공지능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게임이 됐다.
"쯧"
짧게 혀를 차며, 싱글레는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 리했다. 상황을 단순하게 봤다.
'하회탈을 잡으려면 전부를 투자해야 해. 안잡을 거면 과감하게 협상을 하든가. 어설프게 백 명 안팎으로 구성된 사냥팀 따위를 만들어서 잡으려 고 하면.....'
간부회의에서 최악의 선택만을 피하기를 소망했다.
그리고 간부회의가 끝이 났다.
11.
"부르크,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에 대체 왜 수긍을 한 거야?"
간부회의 결과가 나오는 순간 싱글레는 곧장 부 르크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아폴로가 헤비빈 손을 들어주는데 어떻게 해?
"아플로가? 그게 무슨 소리야?"
-아폴로가 헤비빈의 결정을 들어췄어. 부길마 두 명이 찬성하는데 내가 반대하려면 그럴 만한 근 거가 있어야 해.
"근거는……
-그럼 핏불 사냥에 나선 열한 명을 그냥 죽여도 좋다고, 하회탈에게 줄 수는 없잖아? 그것도 내 이름으로? 그들은 지금 일반 길드원들에게는 나름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고.
영웅이란 말에 싱글레는 콧방귀가 나왔다.
"영웅은 무슨, 그럼 그들을 잡아 죽이는 하회탈 은 영웅도살자가 되겠군."
- 헤비빈이 수작을 부렸어. 솔직히 이제 어쩔 수 없어. 하회탈을 잡고 상황을 마무리 해야지.
싱글레는 재차 나오려는 못방귀를 간신히 참았다.
"하회탈을 잡는다고? 무슨 수로? 고작 백 명 안 팎인 유저들 모아서 하회탈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에는 다르잖아. 하회탈이 확실히 물 수밖 에 없는 미끼가 열하나나 있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싱글레는 생각했다.
'부르크가 설득 당했군.'
지금 자신을 설득하려는 부르크의 모습을 보는 이상, 반대로 그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해비빈, 결국 그가 해낸 것이다. 아플로를 포섭 하고, 부르크를 설득했다.
그다음은?
헤비빈이 다시 전면에 나설 것이다.
"어쨌거나 난 거기에 들어가지 않겠어."
-킬러가 빠지면 이야기가 많을 거야.
"나까지 끼어들었는데 실패하는 것보단 나라도 남아서 여지라도 남겨두는 게 나을 걸?"
-실패하리라 생각하는 거야?
더 나아가 헤비빈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을 것이 다. 언제나 그렇다. 역전에 성공한 자들은 역전에 만족하기보다는 그 이상을 원한다. 역전 후 역전 당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헤비빈 입장에서는 이 계획이 성공해서 좋을 게 없으니까. 머리를 굴려보라고, 부르크."
결국 이렇게 진행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부 르크 빅스마일 길드 마스터의 몫.
-날 아주 바보로 보는군. 그동안 너와 핸즈 길드 를 위해서 트리플윙과 전쟁까지 꾸몄던 나를 이런 식으로 취급하다니.
"말이 심했군. 사과하지."
-아니, 사과할 만한 일은 아니지.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열두 명의 유저들이 우드데빌을 상대로 사냥 중 이었다. 하이우드 숲에서 우드데 빌을 잡는 장면은 언제든 볼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지금 사냥을 하 는 이들의 조합은 꽤 독특했다. 열한 명 중에 스트라이커의 숫자가 무려 일곱 명이나 됐다.
우드데빌 레이드에 검사 클래스의 유저 비중이 높은 건 당연했지 만, 스트라이커 일곱이란 건 분명 독특한 조합이 었다. 그래서 일까? 우드데빌을 사냥 하는 그들의 사냥은 매끄럽지 못했다.
더욱이 그들 중 상당수는 우드데빌 사냥에 집중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췄다.
"하회탈은?"
"아직 안 보이는데."
"경계심 풀지 말고, 대신 사냥에도 집중하자고."
"조심해! 우드데빌에게 잡히면 말짱 광이라고!"
이 대화가 그 증거였다.
이들은 사실상 순수하게 우드데빌을 사냥하기 위해 모인 조합이 아니었다.
미끼들이다.
간부회의 결과가 나왔다. 하회탈을 사냥하기로. 사냥팀을 만들었다. 동시에 하회탈이 노리는 이들 을미끼로 삼았다.
작전은 간단했다. 미끼를 던졌는데 하회탈이 미끼를 물면, 대기 중인 하회탈 사냥팀이 움직일 것 이다. 만약 미끼를 물지 않는다면, 하회탈의 패배 선언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제발 오늘은 하회탈 새끼가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지금 미끼가 된 일곱 명은 하회탈의 등 장을 기다렸다. 그들은 자신이 있었으니까. 아무것 도 없는 상황에서 하회탈을 잡는 건 어렵지만, 바 로 는앞에 등장한 하회탈을,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잡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 으니까.
쉬이이!
그런 그들의 머리 위에 등장한 건, 두 마리의 와이번이었다.
화르르!
불꽃처 럼 타오르는 와이 번 파이어 골렘과 본 와 이번. 그 두 마리가 서로 다른 표적을 향해, 두 명 의 유저를 향해 추락하듯 내려왔다. 그 기세는 무 시무시했으나, 그 둘을 바라보는 열한 명의 유저들은 오히려 이 상황을 반겼다.
"하회탈이다!"
"드디어 왔군!"
"조심해!"
"여차하면 우드데빌 버리고 튀어!"
그렇게 두 마리의 와이번이 바닥에 착지했다. 그 게 전부였다. 두 마리의 와이 번은 우드데 빌과 전투 중인 열한 명을 그저 바라만 봤다.
'응?'
'뭐야?'
그들의 무시무시한 육탄공세를 예상했던 열한 명은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다.
"무슨 일이야?"
"튀어?"
우드데 빌과 전투 중인 이들은 이 상황을 바로 해석하지 못한 채 답을 요구했다.
그런 그들에게 답을 준 건, 동료가 아니었다.
"아, 여기들 다 모여 있었군. 안녕."
등장한 하회탈은 인사와 함께 헛기침을 내1고, 잠시 여운을 둔 다음에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그 종이, 핏불테리어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였다.
"내 친구인데, 얘가 굳이 무의미한 복수는 필요 없다고 그쪽을 용서한다고 해서 말이야. 그래서 그 걸 알려주려고 이렇게 왔어. 자, 그럼 사냥들 열심 히 해. 득템해."
히르칸은 그 말을 남기고 등을 돌린 후에 본 와 이번과 파이어 골렘을 이끌고 전장을 떠나, 북쪽으 로 향해 이동했다.
"뭐, 뭐야?"
너무나도 당혹스러운 상황. 그런 상황에서 그들 의 정신을 확 들게 한 건 보이스톡을 통한 알림이었다.
-하회탈이 북쪽으로 이동한다.
-미끼 팀은 후방으로 빠진다.
-하회탈 사냥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회탈을 잡는다.
하회탈 사냥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잠깐만.'
'지금 하회탈이……:
이런 긴박하고,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 자신들이 보고 들은 걸 제대로 전달한 이는 미끼팀 중 단 한 명도 없었다.
< 61화. 영웅도살자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