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169화 (169/192)

< 58화. 왕의 무덤 (2). >

4.

그곳은 동굴 속 통로라고 감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번듯한 곳이었다. 바닥에는 바둑판과 같은 타일이 일말의 흐트러짐 없이 깔려 있었고 반원 모양의 통로의 벽면 역시 깔끔함

을 넘어 매끈하게 다듬어진 채 수려한 문양들을 품고 있었다.

그야말로 왕의 무덤다운 통로였다.

왕이 가는 마지막 길, 그 어떤 것보다 화려하고, 웅장한 위엄을 그 길에 심어줬다.

[왕의 무덤을 지키는 수호자들이 다가옵니다.]

그 왕의 무덤은 왕이 아닌 자, 왕이 허락하지 않은 자를 결코 반기지 않았다.

시스템 알림과 함께 어두컴컴한 통로 너머에서 흙으로 만들어진 병사들이 전열을 갖춘 채, 발을 맞춘 채 처벅처벅! 통일된 발소리를 내뿜으며 왕의 영면을 방해하는 자를 향해

다가왔다.

그 숫자가 상당했다. 왕을 위한 길답게 열 명이 손에 손을 잡고 늘어서도 넉넉함이 남을 만한 드넓은 통로 안을 비좁게 만들 정도. 일선에 늘어선 숫자가 열둘이었다.

그런 열둘의 병사가 만드는 선이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늘어서 있었다.

분명한 건, 백 단위의 숫자인 건 확실했다.

어마어마한 대군.

그저 그 대군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득해지는 상황. 그 대군을 상대해야 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그 유저는 오히려

달려들었다.

처벅! 처벅!

수백의 흙병사들이 만들어내는 일관된 발걸음 소리 사이로.

파앗, 파앗!

날렵한 뜀박질 소리가 끼어들었다.

그 뜀박질 소리와 느릿한 발걸음 소리는 곧바로 교차했다. 교차하는 순간 쉬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스윽! 육중한 것이 날카로운 것에 잘려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쉬익, 스윽!

그 소리는 연거푸 들렸고, 그 뒤로 까앙! 둔탁한 것이 단단한 것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전투의 시작.

시작은 그 무엇보다 호기로웠다. 통로를 가득 채운 수백의 흙병사를 향해 한 명이 몸을 던진다는 것, 호기와 용기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러나 호기의 결과는 썩 좋아 보이지 못했다. 유저의 전투력은 호기에 어울렸다. 마치 불도저처럼,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흙병사를 두부 썰 듯 베어내며 거침없이 전진했다.

하지만 그 호기는 어느 순간 막혔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흙병사의 전열 속에서 어느 순간 호기로운 질주는 흙병사들에게 포위를 당했다. 포위당한 유저는 질주를 멈춘 채 사방

에서 날아오는 날카로운 창칼을 상대하는데 자신의 역량을 부었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상황, 그 어떤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저는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채앵, 챙!

도검이 부딪치며 쇳소리를 쉴 새 없이 내뱉는 순간 유저가 칼 한 자루를 땅에 꽂았다.

땅에 꽂힌 칼 한 자루는 녹아내리며 쇳물을 토해냈다. 그렇게 토해내는 쇳물의 양은 그 칼 한 자루의 몸을 구성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콸콸!

칼자루에서 나온 쇳물이 바닥을 적시는 수준을 넘어, 넘치기 시작했다.

[아이언 골렘이 소환됐습니다.]

그렇게 넘치던 쇳물이 어느새 4미터의 거대한 몸을 가진 강철의 골렘으로 변했다.

등장한 아이언 골렘이 단숨에 드넓은 통로를 꽉 채웠다.

“단단해지기!”

그렇게 벽이 되어 통로를 틀어막은 아이언 골렘이 그대로 굳었다.

까앙, 까앙!

아이언 골렘 너머에서 아이언 골렘을 부수기 위해 아이언 골렘의 몸뚱이에 창칼을 찔러넣는 소리가 들렸다. 그뿐이었다. 아이언 골렘은 그 어떤 울음도 토해내지 않았고, 상처

조차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홀로 싸우던 유저는 그런 아이언 골렘에 등을 기댔다.

“후우!”

그제야 처음 나오는 한숨. 한숨 속에서 유저, 히르칸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딱딱!

히르칸이 곧바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히르칸이 지나온 길, 그 너머에서 무언가가 등장했다.

선두에 선 건 데스나이트, 그 뒤를 따르는 해골 기사 두 마리와 해골 전사 열 마리!

후방에서 등장한 적을 두고 히르칸을 향해 창칼을 겨누었던 흙병사들 중 일부가 잽싸게 방향을 틀었다.

그 광경을 보고, 다시금 공격을 위해 폐왕검을 고쳐 든 히르칸은 생각했다.

‘그동안 빨던 꿀, 이번에 제대로 토해내는군.’

왕의 무덤.

그곳에 입장하는 순간 히르칸을 기다리고 있던 건 왕의 무덤을 지키는 수호자들, 흙병사들이었다.

흙병사.

폐허 왕국 편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로, 그 성격은 히르칸이 부리는 해골 부하와 비슷했다. 타격을 입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복구를 하고, 특별한 약점이 없어 데미지 누적을

통해 잡는 수밖에 없었으며, 전투 인공지능도 꽤 뛰어나며, 무엇보다 평균 백 단위의 머릿수가 동시에 움직였다.

흙병사가 자신의 상대라는 걸 보는 순간, 히르칸은 곧바로 머릿속에 전투 시나리오를 그렸다.

그 시나리오가 지금 이 시나리오였다.

히르칸 본인이 나서서 그 끝을 알 수 없는 흙병사 군단 사이에 들어가고, 그 사이에서 아이언 골렘을 소환해 벽을 만들고, 아이언 골렘의 등장으로 잘린 병력을 제거하는 것!

그동안 했던 것처럼 그저 모든 걸 해골 부하들과 골렘에만 맡기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히르칸의 해골 부하들은 너무나도 거침이 없으니까. 해골 부하들은 처음에는 히르칸이 보여준 것처럼 가차 없이 뭉개고 돌진을 할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 뭉개진 흙병사들은 어느 순간 다시 제 모습을 갖춘다. 해골 부하들처럼! 자칫 잘못하다가는 해골 부하들이 흙병사 사이에 포위를 당하는 형세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포위당한 후에도 해골 부하들은 나름 분전을 하겠지만, 결국 그 분전에 따른 대가는 히르칸의 마력이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전투를 치르다가 히르칸의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면 결국 히르칸의 패배다.

“후우!”

그래서 이 방법을 택했다. 전투의 효율을 위해서, 합리적이고 현명한 전투법을 택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힘들었다. 흙병사의 전투 능력은 겉으로 보이는 투박함과는 전혀 달랐다. 녀석들이 적을 향해 내지르는 창칼은 위력적이었고 동시에 지능적이었다. 그저 무

작위로 내찌르는 게 아니라, 하나가 칼을 내찌르면, 그에 따른 적의 반응을 예상하고, 적의 동선을 예상한 곳에 시간차를 투고 창칼을 내찔렀다.

그런 흙병사 무리에 포위된다는 건, 스트라이커 입장에서는 소름이 돋고, 현기증이 날 법한 일.

그러나 히르칸은 이 순간 미소를 지었다.

‘진짜 지랄 맞은 게임이라니까.’

어렵다. 힘들다. 짜증난다.

‘뭐, 이래야 워로드답지만.’

그래서 재미있다.

언제나 그랬다. 히르칸은 이런 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워로드를 계속하는 것이다. 이런 것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히르칸은 애초에 워로드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잘 버텨라.”

캉캉!

히르칸이 최강의 벽이 되어준 아이언 골렘의 몸뚱이를 두드린 후에 흙병사들을 향해 다시 돌진했다.

5.

정말 웅장하고, 반듯했던 무덤의 통로는 흙더미로 가득 차며 지저분한 꼴을 보였다.

흙병사 일천이 만든 시쳇더미였다.

일천, 까마득한 숫자의 흙병사와의 전투를 마친 히르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그 대단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아가르도의 갑옷, 다크 스폿 세트에 선명하게 남은 상처들, 깨지

고, 뭉개진 흔적들이 전투의 치열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력이 부족합니다. ‘불멸’ 스킬 효과가 사라집니다.]

소비 아이템 섭취를 마치는 순간, 마력 역시 곧바로 바닥을 드러냈다. 회복 아이템 덕분에 간신히 전투를 위한 마력을 유지할 정도, 그야말로 모든 게 한계에 다다랐던 전투였

다.

‘아누가스 레이드 이후 간만에 진짜 죽을 뻔했네.’

강력한 몬스터를 상대로 죽을 뻔한 경험은 히르칸에 몇 번 있었다. 아가르도, 배덕의 왕자, 프로스트 나이트, 아누가스······ 모두가 히르칸을 죽여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강

력하기 그지없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달려드는 머릿수에 밀려 죽을 뻔한 경험은 히르칸에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게임 난이도가 예상보다 높아.’

솔직히 히르칸은 왕의 무덤이 이 정도까지 사냥 난이도가 높을 줄은 몰랐다.

“어휴.”

예상 이상의 난이도는 예상 이상의 출혈을 불러오는 법.

‘예상한 것보다 소비 아이템을 두 배 넘게 썼어.’

히르칸에게 그 출혈이란 소모 아이템 소비량을 의미했다. 히르칸의 투정 그대로 소모 아이템 소비량이 예상치의 두 배를 넘겼다. 더욱이 20일 동안의 전투 때문에 제대로 된 남

은 소모 아이템의 양도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무조건 돌아가야겠네.’

지금과 같은 전투는 한 번 치를 수 있을 정도, 히르칸의 수중에 남은 소비 아이템은 그 정도였다.

그마저도 히르칸이기에 소모 아이템 소비량을 출혈량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나니까 가능했지, 어지간한 파티는 10인은커녕 20인으로 와도 여기 절대 못 뚫었어.’

일반 유저들 파티라면 최소 절반 이상이 게임오버를 당했을 것이다.

히르칸은 게임 난이도에 혀를 내둘렀다.

동시에 만족했다.

‘그래, 나니까 가능한 거지.’

히르칸이 보기에 지금 그가 온 왕의 무덤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은 장소였다. 그 난이도란 다수의 유저가 힘을 합쳐야 가능한 무대라는 의미. 달리 말하면 그 다수를 위한 보상

이 있다는 의미다.

즉, 이곳을 혼자 정리한 히르칸에게는 마땅한 자격이 있었다.

‘그래, 이게 진짜 혼자 다 해먹는 거지.’

이곳에 있는 많은 보상을 혼자 다 먹어도 될 마땅한 자격이.

‘설마 왕의 무덤인데, 아무것도 없겠어? 못해도 유니크 등급 아이템 세트 정도는 마련되어 있겠지. 고대의 힘 두루마리도 두세 장은 있을 테고. 이 정도로 유저를 개고생시키고

퀘스트 보상으로 스킬북 하나만 툭, 줄리가 없잖아?’

히르칸이 미소를 지으며 금각소라를 귀에 가져다댔다. 그 순간 금각소라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 앞으로······.

금각소라가 히르칸이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줬고, 히르칸은 해골 전사를 앞세운 채 이동했다. 그런 히르칸의 뒤로 데스나이트를 포함한 해골 부하들이 어미 오리를 쫓는 새끼 오

리처럼 따라붙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통로가 끝이 나고, 거대한 공동이 드러났다. 드넓은 공간 안에는 제단 하나가 있었고, 그 제단을 중심으로 네 개의 입구가 있었다. 개중 하나는 히르칸이 들어온 입구였다.

[‘보칸의 흔적’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그때 퀘스트 종료를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퀘스트는 끝이 났다. 이대로 돌아가서 여기서 보고 발견한 것들을 말해주면 아힘브리는 그 대가로 스킬북을 줄 것이다.

하지만 히르칸은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왕의 무덤 아닌가? 왕을 위해서 이런 어마어마한 무덤을 만들었는데, 이 무덤 안을 속 빈 강정으로 놔두는 건 왕을 위한 예의가 아닐 터. 필시 이곳에 금은보화를 채워뒀을 것

이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설마 이게 끝은 아니겠지. 뭔가 더 있겠지.’

히르칸이 금각소라를 다시 한 번 귀에 가져다 댔다.

- 왕의 무덤을 발견했다. 어느 왕의 무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곳에는 용의 군대와 맞서 싸운 흔적이 있었다.

이 순간 금각소라는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굉장히 긴 이야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래, 이게 끝일 리 없지.’

히르칸이 귀를 기울였다.

- 때문에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이 언젠가 있을 용의 군대와의 전쟁에서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어, 이곳에 있는 것들을 위대한 대장장이 올프에게 보내주었다.

‘어?’

이야기를 듣던 히르칸의 표정이 구겨졌다.

- 그에게 이곳에 있는 것들을 새롭게 다듬어 훗날 용의 군대와 맞서 싸울 자들을 위한 무구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발견한 열쇠 역시 그에게 맡겼다.

이야기는 거기서 끝이었다.

히르칸이 금각소라를 귀에서 땐 후에 금각소라를 두어 번 흔들고 다시 귀에 가져다 댔다.

- 왕의 무덤을 발견했다. 어느 왕의······.

똑같은 소리가 나오자, 히르칸은 소리쳤다.

“진짜 씨발!”

보칸의 이야기, 이곳은 왕의 무덤이고 왕의 무덤답게 끝내주게 좋은 아이템이 많았고, 그래서 이곳을 발견한 대마법사 보칸은 이곳에 있는 아이템을 용의 군대와 맞서 싸우는

아이템으로 바꾸기 위해 대장장이 올프에게 전부 보냈다, 그런 내용이었다.

쉽게 정리하면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여기 있던 건 전부 대장장이 올프에게 넘어갔다.

“우와! 우와!”

히르칸은 이 순간 너무 화가 나서 제대로 된 분노조차 내뱉지 못했다.

그때 히르칸의 귓가에 새로운 시스템 알림이 떴다.

[퀘스트 ‘고대 왕의 유물’이 시작됩니다.]

[퀘스트 ‘고대 왕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왕의 수호기사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쿠쿠쿠!

기다렸다는 듯이 왕의 무덤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이 순간 히르칸의 머릿속에는 처음 이곳 무덤을 들어오기 전 입구를 꾸미고 있었던 거대한 기사 석상을 떠

올렸다.

“젠장!”

더 나아가 그 거대한 기사 거상과 싸우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안 좋은 상상은 죄다 이루어지더라.’

촉이 참 좋은 히르칸이었다.

6.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수고했어요!”

곳곳에서 서로의 수고를 격려하는 인사말이 튀어나왔다. 전투의 종료를 알리는 인사말이기도 했고, 이제 휴식을 해도 좋다는 걸, 긴장을 풀어도 괜찮다는 걸 의미하는 알림이

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순간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아까 봤던 벽화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촬영 끝냈습니다.”

“비밀 공간 같은 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조사 중입니다.”

“하나도 놓치지 마. 늦어도 좋으니까 꼼꼼히 작업해.”

“예.”

나탈, 조금 전 직접 전투에 참가해 대단한 활약을 보인 그는 지쳐 쓰려져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전투를 치를 때보다 더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단 그는 이곳 유적, 용사들의 무덤이란 이름을 가진 이곳에 있는 벽화를 찍은 영상을 살펴봤다.

‘드디어 이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서를 잡았어.’

히드라 길드는 언제나 그 어떤 길드보다 빠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 능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 세 번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그러지 못했다. 굉장히 늦은 출발을 했다. 그럼 만큼 숨을 돌릴 여유, 실수를 해도 괜찮은 여유 같은 건 없었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해. 그게 중요해.’

그렇게 나탈이 대부분의 유저들은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법한 벽화에서 어떻게든 단서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을 무렵.

- 나탈 님! 여기 천장에 벽화가 있습니다.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유적을 조사하던 다른 누군가가 나탈을 불렀다. 나탈이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나탈이 도착한 곳은 방이었다. 그곳에는 비석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여깁니다.”

나탈을 부른 유저가 손가락으로 비석 위 천장을 가리켰다.

그 말 그대로 천장에는 벽화가 있었다.

벽화의 내용은 간단했다.

벽화는 절반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쪽에는 거대한 용이 있었고, 그 용의 앞에는 온갖 종류의 괴물들이 있었다.

그 괴물들이 바라보고, 향하는 반대쪽에는 성이 있었다. 그 성을 지키기 위해 무수히 많은 이들이 성 앞에서 무기를 들고 서 있었고, 그 무리들의 가장 앞에는 각기 다른 종류의

아우라를 뿜어대는 다섯 명의 전사가 서 있었다.

그 벽화 내용을 보는 순간 나탈이 나지막이 말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우리의 최후의 적이 용의 군대가 될 건 분명한 것 같네.”

“예?”

“아니, 혼잣말이야. 일단 이 벽화도 전부 찍고 이 비석은······ 들어볼 수 있나?”

“아, 저 사제입니다. 근력 스탯이······.”

“스트라이커 불러서 들어 올려봐. 그리고 작업 다 끝나면······ 혹시 모르니까 벽화 전부 부숴버리고.”

“예,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나탈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워로드도 이제 다른 게임들처럼 평범한 게임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군.’

< 58화. 왕의 무덤 (2).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