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아누가스의 목걸이 (3). >
8.
[해골 조각(A)]을 통해 소환 가능한 해골 전사는 최대 6마리다. 이 숫자는 네크로맨서로 1차 승급을 하고, 리치로 2차 승급을 마치면 12마리로 늘어난다. 여기서 다시 초월급
고대의 힘을 이용해 스킬 강화를 하면, 최대 18마리까지 소환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소환 가능한 해골의 숫자를 늘려주는 스킬들의 도움을 받으면 숫자는 더더욱 늘어난다. [해골 마법사(A)]는 소환 가능한 해골의 숫자를 최대 4마리 더 늘려주고, [해골
기사(A)] 스킬 역시 최대 6마리를 추가해주며, [기사도(C)] 스킬 역시 해골 부하를 최대 4마리 더 소환할 수 있게 해준다.
[해골학(A)]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6마리의 해골을 추가 소환할 수 있게 해주며, 초월급 고대의 힘을 통해 스킬 강화를 마치면 최대 소환 가능 숫자가 12마리로 늘어난다.
44마리.
여기에 데스나이트를 소환할 경우 발동하는 특수스킬 [통솔자]를 통해 해골 기사를 포함해 총 12마리의 해골 전사와 마법사, 기사를 소환할 수 있다. 데스나이트 한 기와 해골
기사 둘을 추가하면 총 59마리라는 해골 군단을 이끌 수 있는 셈이다.
히르칸이 아누가스와 전투를 치를 당시의 전력이었다.
그러나 히르칸이 가진 능력을 오버하는 전력이었다. 하물며 서리의 힘을 발동하고, 뼈폭탄과 본 스피어, 본 아머와 매드니스 헬름 그리고 저주 계열의 스킬을 쓰는 순간, 제아
무리 값비싼 회복 아이템을 물 마시듯 마셔도 채울 수 없는 상황이 온다.
아누가스와의 전투에서 히르칸이 골렘을 배제한 이유였다. 골렘을 운영할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
동시에 히르칸이 획득한 세 장의 두루마리 중 한 장을 남겨둔 이유이기도 했다. 히르칸은 고민했다. 과연 스킬 강화를 골렘 소환과 해골 기사와 같이 마력이 더 소모되는 전력
강화에 써야 할 지, 과연 아누가스의 목걸이가 없는 자신이 그렇게 이룩한 스펙업을 버틸 수 있을지, 그에 따른 고민이었다.
물론 지금 이 순간 히르칸에게 그런 고민은 없었다.
히르칸은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전장을 바라보며 자신이 그러한 고민을 했었다는 사실 자체도 잊어버렸다. 그 고민만이 아니라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민마저 잊
어버릴 정도였다.
그 정도로 멋진 장관이 히르칸의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역시 끝판왕답네.’
장관의 중심에 있는 건, 데스나이트였다. 해골마를 타고 다니며 거대한 나무도, 거대한 짐승도, 무엇이든 가뿐하게 뛰어넘어버리는 데스나이트를 붙잡을 수 있는 존재는 없었
다.
모든 것을 자기 무대로 만드는 데스나이트는 그야말로 대스타였다. 울브드리 숲의 주인, 외뿔 늑대들. 강력한 능력과 무리 생활이라는 까다로운 특징을 가진 몸길이 5미터의
그 거대한 짐승도 데스나이트의 광기 어린 칼춤 앞에서는 어찌하지 못했다.
쿠웅, 쿠웅!
해골마를 타고 자신의 거대한 몸뚱이를 훌쩍 뛰어넘은 후에 옆구리를 찌르고, 꼬리를 잘라내는 데스나이트를 외뿔 늑대가 상대할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외뿔 늑대
들이 나름의 영리함을 발휘해 포위망을 구축해도, 데스나이트의 해골마의 도약 한 번에 그 포위망은 산산조각이 났으니까.
‘해골 기사들도 다섯이 모이니, 섬뜩하군.’
그런 데스나이트와 함께 전장에서 검을 휘두르는 해골 기사들의 존재는 데스나이트의 백댄서와 같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아니지만, 대스타와 함께 무대를 꾸미
고 있었다.
데스나이트를 상대하느라 이리저리 차이는 외뿔 늑대들을 쫓으며, 그들이 꼬리를 보이거나, 옆구리를 보여주는 순간 해골 기사들은 거친 뜀박질로 얻은 추진력을 검끝에 모아
외뿔 늑대의 몸뚱이에 찔러 넣었다.
몬스터와 정면에서의 교전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방패를 이용해 외뿔 늑대의 섬뜩한 박치기를 막아내는 건 기본이었다. 제 뿔을 창처럼 그리고 칼처럼 사용하는 외뿔
늑대의 독특한 공격을 채앵! 검으로 가뿐하게 막아내고, 휘익! 잽싸게 피해내는 해골 기사의 전투에는 기교가 있었다. 데스나이트가 압도적인 힘으로 몬스터를 몰아붙인다면, 해
골 기사는 기교로 몬스터를 몰아붙였다.
더욱이 히르칸이 남은 한 장의 고대의 힘으로 해골 기사 스킬을 강화하고, 무려 31개의 노네임 스킬북을 구매해서 [지휘자] 스킬마저 습득하면서, 히르칸이 소환 가능한 해골
기사의 숫자가 다섯이 되는 순간, 해골 기사가 치러야 할 전투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해골 기사는 자기보다 많은 숫자의 적을 상대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해
골 기사들이 수적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골 기사를 적으로 둔 몬스터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었다.
‘해골 전사들은 아주 신났고.’
이런 상황에서 해골 전사들은 대스타와 백댄서가 만들어낸 무대를 보고 열광하는 팬과 같았다. 데스나이트와 해골 기사들을 위해 그들은 몸을 아끼지 않았고, 그 둘이 남겨놓
은 잔당에 대한 응징 역시 철저했다. 상처를 입은 채 외톨이가 된 외뿔 늑대에 해골 전사 대여섯 마리가 벌떼처럼 달려들어 상처를 입혔고, 해골 기사와 데스나이트를 노리고 접
근하는 외뿔 늑대는 제 몸을 희생해서라도 막아냈다.
이 모든 광경은 시간이 흐를수록 하얀 서리를 동반했다. 스테이지가 꾸며지듯, 전장이 하얗게 얼어붙었고, 초목들 역시 서리가 내뱉는 한기에 몸서리를 쳤다.
이미 적지 않은 유저들을, 200레벨이 넘으며 암흑대륙을 사냥터로 삼을 만큼 실력 좋은 유저들을 적잖게 먹어치웠던 열세 마리의 외뿔 늑대 무리가 이 무대에서 시체가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외뿔 늑대들이 전부 처치됐을 때, 히르칸은 곧장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마력은······ 오케이. 이 정도 전력은 이제 유지할 수 있군.’
자신의 마력 상태를, 정말 많이 줄어들었지만 0에 다다르지 않은 마력 상태를 확인한 후에 히르칸은 미소를 보였다.
‘완벽해.’
마력이 넘쳐난다, 그건 결코 아니었다.
또한 아무것도 없이 이 어마어마한 대군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역시 아니었다.
이 전장을 위해, 한 번의 전투를 위해 히르칸은 어마어마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가 전투에 소모하는 소모 아이템의 값은 요즘 150레벨대 유저들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할 때 소모 아이템에 쓰는 값과 비슷했다.
적자.
적어도 히르칸이 전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밖에 없었다.
전투 자체만으로도 금전적인 이익을 거두는 건, 지금 히르칸의 전투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다.
만약 오래전 히르칸이라면 이 사실에 치를 떨었을 것이다.
‘아주 완벽해.’
그러나 지금의 히르칸은 오히려 만족했다.
‘이제 리치리치 말대로 돈으로 경험치를 사는 게 가능해졌군.’
만족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히르칸은 오히려 기분 좋게, 시세보다 비싸게 구매한 마력 회복 캔디를 입안에 쏙 넣은 후에 곧바로 잘근잘근 캔디를 씹었다.
그 후 히르칸은 주머니에서 보석 하나를 꺼낸 후에 움켜쥐었다. 보석은 녹아내렸고, 히르칸의 움켜쥔 손아귀 안에서는 불꽃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히르칸이 움켜쥔 불길을
바닥을 향해 흩뿌렸을 때 블랙 하운드의 모습을 갖춘 파이어 골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히르칸은 그 블랙 하운드 파이어 골렘을 향해 손짓을 했다. 나무가 빼곡하게 차오른 숲의 어느 곳을 가리켰다.
가라!
그런 의미의 제스처, 그 제스처에 블랙 하운드 파이어 골렘은 블랙 하운드 시절의 본색을 드러냈다. 추적자의 본색을, 숲에서 그 무엇보다 빠른 몸놀림과 발놀림을 보여줬던 모
습을 보여줬다.
파이어 골렘이 울브드리 숲을 가로질렀다.
화르르르!
그리고 파이어 골렘이 지나간 자리에 불길이 거침없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우우우!
그 불길은 울브드리 숲을 가득 채우고 있던 외뿔 늑대들을 자극했다. 그들의 하울링이 타오르는 불길을 위협하듯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히르칸은 그 광경을 보며 미소를 지었
다.
‘그때 내가 울브드리 숲에서 이 정도 힘이 있었다면······.’
그 미소가 갑자기 사라졌다. 미소가 사라지며, 그때가 떠올랐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짜증이 솟구치던 장면을, 인생 최악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 어떤 기쁨 속에서도 절망감을 곱씹게 만들고, 표정을 씹게 만들던 그날을 떠올렸
다.
떠올리면서, 히르칸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9.
리치리치는 말했다.
“내가 네크로맨서를 고른 이유는, 돈으로 경험치를 살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었기 때문이지.”
워로드는 레벨이 높아질수록, 상위 그룹에 들어갈수록 사냥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게임이다. 때문에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레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으로 경험치를 산다는 게 당연한 말이었다.
그러나 리치리치가 말하는 의미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효율을 떠나서, 돈을 퍼부우면 네크로맨서보다 레벨업이 빠를 수가 없으니까.”
그때 리치리치가 남긴 여러 전설적인 사례들, 특히 여왕불꽃개미 레이드를 홀로 성공시켰을 때 무수히 많은 이들이 리치리치를 따라 네크로맨서가 되고자 했다.
물론 그 시도는 리치리치가 워로드란 게임에 쓴 돈이 가늠되면서, 바로 사그라졌다.
리치리치가 한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단지 그가 한 말처럼, 네크로맨서가 비슷한 레벨대의 직업에 비해 압도적인 레벨업 페이스를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금액이 거짓말이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많았을
뿐.
그런 이유로 리치리치 열풍은 컸으나, 리치리치를 따라 네크로맨서에 영혼을 불태우는 유저들은 많지 않았다.
지금 하회탈을 따라 네크로맨서가 된 이들이 그 당시 네크로맨서였던 이들이 느끼는 심정과 같은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 하회탈 조금 전 먹은 거, 블루 사파이어 사탕 아니야?
- ㄴ 아니겠지. 그거 개당 가격이 요즘 490골드라고.
- ㄴ 레이드 할 때나 먹는 거 아니야?
- ㄴ 레이드 할 때도 저걸 누가 먹음? 30대 길드나 언더풋 길드가 사활을 건 레이드 아니면 안 먹지.
- ㄴ 참고로 저거 맛없음. 내가 먹어봤는데 이상한 맛임. 고무 핥는 쓴맛이 남.
- 490골드짜리를 무슨 알사탕 먹듯 먹네. 저럴 돈으로 차라리 현실에서 스테이크나 먹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두개골 수집가 사냥 영상 이후 하회탈이 내놓은 유료 영상, 아누가스 레이드는 공개 하루 만에 100만 명이 넘는 구매자 수를 기록하며 얼어붙은 왕국 편에 이어 연속 히트에 성
공했다. 이제는 하회탈이란 브랜드가 유료 영상 판매에서 믿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됐다는 증거였다.
그 후에 하회탈은 기습적으로 울브드리 숲에서의 전투 영상을 무료로 공개했다.
현재 공개된 무수히 많은 사냥터 중에 최고 난이도의 사냥터라고 불리는 울브드리 숲에서 혼자 힘으로, 그것도 압도적인 힘으로 몬스터를 쓸어버리는 하회탈의 존재감은 전율
보다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게 안재현이 노리는 바였다.
열심히 자신이 올린 동영상 밑에 달린 반응을 보던 안재현이 미소를 지으며 안경을 고쳐 썼다.
‘그래, 이제 끝장을 봐야지.’
안재현은 그림을 그렸었다. 그가 그린 그림에 따르면 이제 하회탈은 30대 길드를 밟을 만한 저력을 가지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대뜸 30대 길드의 머리를 밟으면, 밟히는 입장
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밟더라도 상대가 일단은 참을 수밖에 없도록 혹은 그냥 차라리 상대가 머리를 밟고 지나가기를 바랄 수밖에 없도록, 그런 상황을 연출할 필요가 있었다.
차이를 보여줘야 했다.
나는 너와 노는 물이 달라!
그 사실을 말이 아니라, 허세가 아니라, 실력으로 결과로 보여줘야 했다.
지금이 그 시기였다. 하회탈은 이제부터 뛰어난 전투 능력이 아니라, 압도적인 게임 진행 속도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게임이니까.
어설프게 전쟁을 치러봐야 결국 머릿수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그들보다 앞서서 최고 레벨을 찍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220레벨에 [강철 골렘]을 배우고,230레벨에 [아이스 골렘], 240레벨에 [해골 전시회]를 배우면, 사실상 일백군단 완성. 리치리치가 여왕불꽃개미를 잡을 때의 전력이 이 정
도였지?’
그리고 그때가 되면 그 누구도 하회탈과 같은 무대에서 싸울 수 없게 될 것이다.
‘리치리치가 여왕불꽃개미를 잡을 때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더 강하지만.’
알아서 자포자기할 것이다. 하회탈이 그들의 영역에 등장하면 화를 내기보다는 그냥 똥 밟았다고 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건 이제 하나다.
안재현이 태블릿PC를 터치했다. 여러 번 터치할 것도 없었다. 터치를 딱 한 번 하자, 곧바로 안재현은 저장된 페이지로 이동했다. 이동한 페이지는 유튜브 페이지였다.
페이지의 타이틀은 퍼스트원 다이어리.
‘얘만 잡으면 게임 끝.’
안재현이 잡아야 하는 마지막 사냥감이었다.
10.
“음.”
가상현실시대의 리더로 불리는 토봇 소프트의 창업자, 토비 그윈.
언제나,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신의 괄괄한 성정을 잃지 않았던 그는 지금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언제나 빛이 넘치던 사무실의 전등도 평소 켜던 것의 절반만 켰고, 그 전등 아래에서도 토비 그윈은 괄괄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두 손을 기도하듯 입가에 모았
다. 마치 언 손을 녹이기 위해 호호, 입김을 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그 모습. 그 모습을 보는 건 운영기획팀장이란 특이한 직책을 가진 첸, 한 명이었다.
토비 그윈이 그런 첸에게 말했다.
“그럼 우리가 몇 개월을 잃은 거지?”
“계산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계산이 전혀 안 된다?”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잃었다는 표현을 쓰는 것보다 힘들다고 생각됩니다.”
토비 그윈은 그 대답에 입 주변으로 모았던 손으로 제 입 주변을, 꺼칠꺼칠한 수염을 쓰다듬었다.
버퍼링, 토비 그윈을 잘 아는 첸은 토비 그윈의 행동을 그런 식으로 표현을 했다.
무언가가 꽉 막혔다는 의미.
첸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 같습니다. 제 실수입니다. 좀 더 제대로 된 검증을 통해서······.”
“사인한 건 나지.”
토비 그윈이 턱을 쓰다듬던 걸 멈추고, 손을 저었다.
“그런 걸 나무랄 수는 없지. 결국 최종 승인도, 결정도 내가 내린 거니까. 중요한 건 새로운 프로젝트가 역효과가 났다면, 그걸 복구할 수 있는 복구책이지. 준비한 게 있나?”
“몇 가지 프로젝트는 준비해두었습니다.”
토비 그윈이 대답 대신 첸의 표정을 봤다. 평소보다 어두운 실내의 밝기 때문인지 평소에도 무뚝뚝한 첸의 표정이 좀 더 굳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토비 그윈도 눈살을 찌푸렸
다. 첸이 그 표정을 신호로 받고, 대답했다.
“이제까지 프로젝트가 전부 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준비한 프로젝트가 먹힐 것 같진 않습니다.”
“퍼스트원의 레벨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첸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245레벨입니다.”
“예상 기간은······ 그래, 155일 22시간 11분이라고 보고서에 썼었지.”
토비 그윈은 본인의 의문에 본인 스스로 머릿속에서 답을 찾아냈다. 그 후 그는 턱을 쓰다듬지 않았다. 입 주변이 꿈틀거리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런 그가 입을 열었다.
“히드라 길드의 리더의 이름이······ 에릭 곰스. 그래, 이름이 에릭 곰스였지. 월스트리트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주로 거래했었어. 예전에 내가 얼핏 봤던 번호가······.”
혼잣말을 하던 토비 그윈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책상을 두드리자, 이내 전화기 모양의 홀로그램이 토비 그윈의 눈앞에 등장했다. 등
장한 홀로그램 전화기는 뚜르르, 뚜르르 발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앞에 두고 토비 그윈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가 기억하는 번호가 맞았으면 좋겠군.”
- 에릭 곰스입니다. 누구십니까?
그 순간 통화가 시작됐고, 첸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물러났다. 토비 그윈이 입을 열었다.
“토비 그윈입니다.”
- 토비 그윈? 토비, 토비, 토비······ 맙소사.
“예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번호를 기억해두고 있었습니다.”
- 만난 건 기억납니다. 6년 전이었죠. 한 오백 명 정도 모인 파티였던 걸로 아는데.
“이야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지금 사냥 중이라서······ 조금은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이해합니다. 하시는 게임이 좀 어렵고 귀찮고, 짜증이 나지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농담을 하는 토비 그윈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 56화. 아누가스의 목걸이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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