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155화 (155/192)

< 53화. 유적을 찾아라 (2). >

5.

[유적을 발견하셨습니다.]

[타이틀 ‘유적 발굴자’를 획득하셨습니다.]

[유적 내의 오파츠를 찾으십시오.]

“어휴.”

그토록 고대하고, 기다리던 시스템 알림을 듣는 순간, 히르칸은 기쁨에 찬 환호성 대신 듣는 이조차 어깨가 축 늘어질 만큼 묵직한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진짜 이 새끼 때문에······.’

그런 히르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숨의 원흉을 향했다. 당장 황금 고블린 시체를 향했고, 시선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이며, 황금 고블린 근처에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해골 전사에서 멈췄다.

해골 전사는 주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사냥에 성공한 사냥개가 주인의 칭찬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히르칸은 분노를 삼켰다.

‘그래, 얘들을 가르친 내 잘못이지, 쟤한테 무슨 죄가 있겠어? 너무 잘 가르친 내 잘못이 크다, 커.’

히르칸은 새삼스럽게 느꼈다. 자신이 무시무시한 괴물을 키웠다는 사실을.

‘이런 애들이 내가 잡아야 할 몬스터로 나오면······ 어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군.’

그리고 그런 해골이 자신의 적이 아니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새삼스레 감사했다.

물론 그런 새삼스러운 감정들은 오래가지 않았다. 감상에 젖을 만큼 대단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히르칸은 고개를 재차 절레절레 흔드는 것으로, 별거 아닌 그 감정들을 떨쳐냈다. 그리고는 곧바로 정면을 바라봤다. 하회탈 속 히르칸의 두 눈이 게슴츠레 변했다.

히르칸에 눈에 비친 건 어떤 건축물이었다. 어떤이란 표현을 쓴 건, 형태를 가늠하기 힘든 탓이었다.

일단 그 건축물은 땅에 반쯤 묻혀 있었다. 그나마 땅 위로 빠끔히 드러난 부분도 구렁이를 떠올리게 하는 무척 두꺼운 나무뿌리에 뒤덮여 있어, 건물의 형태를 제대로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냥 스쳐 지나가듯 보

면 이런 게 있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다.

대신 가까이에서는 건물이 가진 신비함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신비함은 건축물을 구성하는 기본, 벽돌이었다. 벽돌 하나하나에 각기 다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방식도 음각이 아닌 양각 방식으로 툭 튀어나온 문양은 존재감이 더더욱 두드러졌다.

‘신전인가?’

감상은 거기까지, 히르칸은 황금 고블린을 해치운 해골 전사를 해골 조각 형태로 바꾼 후에 곧바로 건축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 본래는 창문이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그 비좁은 공간에 몸을 집어넣었다.

어깨를 움츠리고, 고개를 숙이고, 허리도 숙인 채,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가던 히르칸이 허리를 펴게 된 건, 열 걸음 정도를 지나간 후였다. 허리를 편 히르칸을 반긴 건 짙은 어둠이었다.

히르칸의 머리 위로 밝은 빛이 떠올랐다.

밝은 빛 아래에서 히르칸은 손목시계에 설치된 라이트 앱을 작동하기 위해 벗어둔 장갑을 다시 착용했다. 착용하면서 히르칸의 시선이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신전 맞네.’

건물 내부의 벽면에는 그 형태를 당장 확실하게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지만, 분명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앞서서 건물로 들어오기 전, 건물을 구성하는 벽돌 하나하나에 새겨진 문장, 건물 내부에 벽지를 대신해 자리를 잡고 있는 그림. 여러모로 이 건물에 상징성을 부여하기 위한 이 정성들, 히르칸이 이곳을 신전이라고 생각하

는 이유였다.

‘괜찮은 게 나왔으면 좋겠네.’

기대를 품었지만, 그렇다고 히르칸은 당장 이 신전에서 눈을 휘둥그레 만들 법한 보물이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찾을 수 있는 건 단서밖에 없을 것이다.

툭툭!

그 단서를 찾기 위한 탐색에 앞서, 히르칸이 해골 조각 두 개를 바닥에 흩뿌렸다.

잽싸게 모습을 갖춘 해골 전사들의 외형은 기존 해골 전사들과 여러모로 달랐다. 신장은 채 1미터에 다다르지 못했고, 입고 있는 갑옷도 철제 갑옷이 아니라 날렵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죽옷이었다. 손에 쥔 무기 역시 작

은 신장을 가진 해골 전사들의 기준으로도 단검이라 부를 정도로 작았다. 일반 유저가 손에 쥐었다면 과도 수준으로 치부 받을 크기였다.

하지만 그 외형과 다르게 무시무시한 놈들이었다.

180레벨 몬스터, 미니 오우거를 재료 삼아 만든 해골 전사들로, 히르칸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공개하지 않고, 영상으로도 공개하지 않은 녀석이었다.

병기, 그것도 숨겨진 병기인 비밀병기!

그 비밀병기를 히르칸은 자신이 들어온 입구 근처에 배치한 후에 탐사를 시작했다.

6.

“역시 게임은 게임이네요.”

말을 내뱉는 해치는 무언가가 있었던 흔적들을······ 무언가를 떠받쳤을 기둥들과 무언가를 가로막았을 벽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게임이니까 어떻게든 답이 나오죠. 답이 없으면 게임이 아니라 버그이니까요.”

우레사냥꾼 길드가 유적을 발견했다.

폐허 왕국 편을 시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첫발자국을 우레사냥꾼이 내디딘 순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레사냥꾼 길드가 이 기념비적인 첫 발자국 앞에서 감상에 빠진다거나 그러는 일은 없었다.

“여기 입구 발견했습니다! 지하로 가는 입구입니다!”

지하로 가는 입구가 발견되는 순간, 상황은 다시 긴박하게 움직였다.

해치는 곧바로 지휘를 시작했다. 해치가 하희를 바라보며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에 지금 막 발견된 입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미리 탐사대를 조직했다. 그리고 그렇게 조직된 탐사대의 대장이 된 하희였다.

해치의 제스처는 그런 하희에게 자기 준비를 하라는 의미였고, 하희는 곧장 준비를 마쳤다. 그녀를 시작으로 발견된 입구 근처로 탐사대가 모였다.

그렇게 해서 모인 유저들은 열둘. 해치는 그런 그들을 앞에 두고 하희에게 말했다.

“하희.”

“응.”

그 짧은 대화에 그 둘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주변 탐사대 소속 멤버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설마? 같은 물음표도 얼굴 위로 띄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오래 가지 않았다.

“네가 박박 우겨서 탐사대장 시켜준 거니까 제대로 해.”

“뭐?”

“문제가 생기면 돌아가고. 성격 긁힌다고 해서 대뜸 덤비지 마.”

“지금 나 가르치는 거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조언이다, 조언.”

“뭐?”

묘한 분위기는 단숨에 사라지고, 언제나 그렇듯 해치와 하희다운 대화가 오고 갔으니까.

묘한 분위기가 착각이었다는 걸 모두가 깨달았다.

“너 뒈질래?”

기어코 하희의 입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 나왔고, 해치는 거기서 말을 멈췄다.

대개 이런 상황에서 해치는 대화를 포기하고 그냥 인상만 찌푸리고 넘어갔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사실 평소라면 이런 조언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제가 생겨봤자 최악은 게임 오버고, 게임 오버에 따른 페널티는 작진 않지만 나름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만약 하희가 게임 오버를 당할 경우, 다시 이곳으로 오는데 최소 4일 이상이 걸린다. 아니, 지금 부두쿠 터널 중심으로 생긴 사건 때문에 4일이 아니라 10일이 걸릴지도 몰랐다.

때문에 해치는 재차 경고했다.

“죽지만 마라. 죽지만. 죽지만 않으면 뭘 해도 좋아. 제발 죽지만 마라. 알았지?”

해치의 그 말에 하희는 대답 대신 입꼬리 한쪽을 올린 후에 등을 돌렸다.

“탐사대 들어갑니다!”

그렇게 하희가 이끄는 탐사대가 움직이는 순간, 해치는 쉴 틈 없이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해치.”

“예, 말씀하시죠.”

시르가 곧장 그를 불렀다.

“어디 어디가 손을 잡았을 것 같아?”

그리고 곧장 질문을 했다.

갑작스럽고, 뜬금없는 질문. 그냥 들으면 질문의 목적조차 파악하기 힘든 질문.

그러나 해치는 금방 질문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제 의견을 답했다.

“비앤비, 빅스마일, 월광. 이렇게 세 곳은 무조건 손을 잡았습니다. 여기에 확실한 건 아니지만, 개인적인 판단과 직감으로는 이 세 길드에 스위퍼즈 길드 그리고 블로썸 길드 역시 손을 잡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섯 길드가 전부인가?”

해치가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기준에서는 눈에 보이는 움직임은 없지만, 비앤비 길드와 함께 과거 대격전 이벤트 당시 불참 선언한 길드도 비앤비 길드 편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필요하다면 그들도 움직일 테니까요.”

“그럼 지금 그들이 뭘 하려는 것 같지?”

“하려는 짓이야 뻔하죠. 머릿수로 밀어붙이겠다, 이거죠.”

최근 암흑대륙이란 새로운 무대를 앞두고 여러 소란과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개중에서도 최근 가장 큰 소란은 부두쿠 터널에서 생겼다.

30대 길드 중 몇 개 길드가 어마어마한 인원을 암흑대륙으로 보내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고, 당연히 부두쿠 터널에는 누군가 만든 나무 게시판으로는 대기자들의 명단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원이 몰렸다.

일정 시간마다 제한된 인원만 통과할 수 있는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모이면 체증이 생기고, 그 체증에 따른 불만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

“그리고 지금 부두쿠 터널 앞에서 일어난 소란도 필시 노린 겁니다.”

더불어 이런 소란은 우르갈 대산맥을 넘고자 준비하던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정도 예상을 한다는 것, 지금 이 수작을 부리는 자들의 의도를 충분히 짐작하고 있다는 의미다.

“분명합니다. 다섯 길드가 손을 잡고 암흑대륙 자체를 미리 장악하겠다, 뭐 이거겠죠.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정도 숫자가 갖춰지면, 그때부터는 이미 암흑대륙을 넘어온 경쟁자들 제거에 나설 겁니다.”

독무대.

부두쿠 터널이 가지는 특징을 이용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 해치의 설명에 시르는 재차 질문을 던졌다.

“우리에게 그 다섯 길드가 연합 제안을 했었나? 너를 통해서든, 다른 누구를 통해서든.”

“없습니다.”

“우리도 적이다, 이거군.”

“예, 몸 사려야죠. 무서워서 게임을 못하겠네요.”

몸을 사린다, 그 말에 시르는 쓴웃음 대신 비웃음을 머금었다. 해치도 마찬가지였다.

그 미소, 진심으로 몸을 사리고자 하는 이들이 지을 미소는 절대 아니었다.

7.

히르칸의 유적 탐사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탐사라고 할 것도 없었다. 히르칸이 발견한 유적은 탐사라는 말이 필요할 만큼 크지 않았다. 처음 들어온 공간을 비롯해 이곳저곳, 정확히 두 곳을 헤집는 순간 모든 탐사가

끝났다.

그 탐사 과정에서 히르칸은 오파츠를 발견했다.

히르칸이 발견한 오파츠는 나무를 깎아 만든 소라였다. 목각소라, 그런 표현이 딱 어울리는 도구의 사용법은 생긴 것만큼 단순했다. 히르칸은 목각소라의 주둥이를 귓가에 가져다 댔다.

- 지원을 요청한다.

목각소라가 곧바로 음색을 토해냈다.

- 하르드 요새, 하르드 요새를 향해 용의 군대가 오고 있다.

그 음색에는 다급함이 가득했다.

- 다시 말한다. 하르드 요새로 지원을 요청한다. 이곳으로 용의 군대가 오고 있다.

목각소라가 품은 음성은 여기까지. 너무 뜬금없는 소리, 다시 듣지 않으면 이해조차 하기 힘든 내용이었지만 히르칸은 굳이 목각소라를 재차 듣지 않았다.

[퀘스트 ‘하르드 요새의 흔적’이 시작됩니다.]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알리미가 있었으니까.

히르칸은 퀘스트 습득을 알리는 시스템 알림을 보는 순간, 곧바로 퀘스트 창을 활성화했다.

[하르드 요새의 흔적]

- 퀘스트 등급 : 레어

- 퀘스트 수행 가능 레벨 : 19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오파츠가 말해준 하르드 요새의 흔적을 찾으십시오.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등급이 레어라······.’

퀘스트 내용 자체는 담백했고 동시에 히르칸에게는 익숙했다.

‘이번 퀘스트로 보상은 기껏해야 초월급 고대의 힘 정도겠네.’

그렇기에 히르칸은 퀘스트 내용 자체를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바였다.

‘하르드 요새라······.’

문제는 하르드 요새란 단어.

‘용어부터 바뀌긴 했군.’

히르칸은 처음 듣는 단어였다.

워로드 내에서 등장하는 용어는 워로드를 관리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필요에 따라서 언제든지 마음대로 만들어내기에 작은 변수에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그 사실이 히르칸의 쓴 입을 달래주는 사탕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히르칸은 그 쓴맛에 입꼬리를 찌푸리진 않았다. 그 대신 작은 미소를 지었다.

7.

빅스마일 길드를 시작으로 30대 길드에 속한 5개 길드의 유저들이 쉴 새 없이 우르갈 대산맥을 넘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과정은 매우 험난했다. 열 명이 도전하면, 개중 절반은 본래 왔던 곳으로 강제 귀환 당했다.

가면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누군가에게는 가소롭기 그지없는 두개골 수집가였지만, 실력이 되지 않거나 운이 따르지 않은 자에게는 가차 없는 괴물이었다.

그렇게 힘겹게 우르갈 대산맥을 넘은 이들은 그야말로 보배나 다름없는 상황.

빅스마일 길드는 당연히 이 보배들에 흠이 가지 않도록 생존을 염두에 둔 채 활동을 시작했다.

사냥은 몬스터 레벨과 수준에 비해 과할 정도로 많은 인원이 달라붙은 채 이루어졌고, 예전에는 물마시듯 쓰던 소모 아이템도 길드의 허락을 받고 써야 했다.

레벨업도, 탐사도, 게임에서 유저가 해야 할 모든 시도와 도전을 포기한 셈.

그런 상황에서 빅스마일이 유적을 발견한 건, 그야말로 천운이 따른 결과물이었다.

“하르드 요새, 이거 중요한 퀘스트가 될 것 같은데?”

그리고 그 유적에서 빅스마일 길드는 하르드 요새라는 귀중한 단서를 잡을 수 있었다.

오로지 안전제일을 추구하던 빅스마일 길드도 그 귀중한 단서 앞에서는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퀘스트는 진행해야겠지?”

“위험하잖아? 그러다 죽으면? 지금 부두쿠 터널 순번이 몇 자리 숫자인지 알아?”

“위험하더라도 이 정도 리스크는 감수해야지. 언제까지 손가락만 빨 수는 없잖아?”

“안전제일이 중요해. 살아남는 게 핵심이라고.”

“안전제일 때문에 지금 길드원들 불만은 최고조에 다다랐어. 레벨업은 못하고 있지, 사냥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지, 그냥 게임에 접속해서 시간만 낭비하는 셈이니까. 어떻게든 그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이번 퀘스트는 진

행해야 해.”

“어쩔 수 없군. 그래서 진행하려면? 리스크를 줄이려면 최고 전력으로 팀을 갖추는 게 나으려나?”

“최고 전력, 킬러를 중심으로 팀을 만들자?”

“그건 더 위험하지 않아? 그럴 리는 없겠지만, 싱글레가 당하기라도 하면······ 아무래도 200레벨 넘는 몬스터가 우글거리고 정보도 없잖아?”

“그럼 일단 탐사부터 해야겠네. 탐사대를 조직하자고.”

가치 넘치는 보물이 잠긴 보물지도를 발견했다.

하지만 그 가치 넘치는 보물에 섣불리 다가가기에는 무슨 리스크가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그렇기에 누군가가 기름통을 짊어지고, 보물이 있는 곳이 불구덩이인지 물구덩이인지 몸을 던져 증명해야 하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그 기름통을 짊어지는 자는 상징성은 가지되, 없어도 그만인 자가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게 이유였다.

“아폴로, 네가 이번 하르드 요새 퀘스트 총책임자다. 잘 부탁한다.”

아폴로, 그가 하르드 요새 탐색의 총책임자가 된 이유.

< 53화. 유적을 찾아라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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