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153화 (153/192)

< 52화. 데스나이트 (3). >

7.

두개골 수집가를 상대하는 유저들은 녀석이 가진 특수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그 사실이 나쁜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하나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것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지사.

때문에 두개골 수집가를 상대하기 위해 인스턴스 던전이란 무대에 입장한 유저들 중에 녀석이 왼손에 칼을 들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는 유저는 많지 않다.

무기를 사용하는 유저, 몬스터들 대부분이 오른손을 쓰는 워로드의 세계관에서 왼손으로 무기를 쓰는 놈을 상대하는 건, 아주 다르진 않아도 여러 가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쾽, 그녀가 틈을 보이고, 그 틈 때문에 두개골 수집가의 칼에 맞아 전장에서 쫓겨나듯 날아간 건 운이 나빠서 생긴 일이 아니었다. 역량 부족에 따른 결과물이지.

반대로 그 점이 히르칸을 움직이게 했다.

‘날 엿 먹이려고 하는 놈들은 아니군.’

히르칸은 두개골 수집가를 적으로 보지 않았다. 애초에 혼자 잡을 생각이었다. 여기 있는 여섯 명이 전멸한다고 해도 히르칸이 곤란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잡는 건 일도 아니다. 히르칸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압도적으로, 멋

지게, 화려하게 잡는가! 그게 더 중요하다.

그렇기에 그가 우려하는 건 오히려 이 여섯의 목적이 불순할 경우 그리고 불순한 목적을 가진 주제에 실력이 괜찮을 경우였다.

그런 의미에서 쾽의 모습은 도리어 히르칸을 안심케 했다.

‘덕분에 그림은 예쁘겠어.’

우려가 사라지는 순간 히르칸은 지금의 상황에 만족했다.

위기에 빠진 자들을 압도적인 힘으로 구해주는 영웅을 싫어하는 대중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여섯 명은 좋은 배우들이 되어줄 것이다.

‘자!’

준비를 마친 히르칸이 벗은 장갑, 그 안에 숨죽이고 있던 손목시계를 조작했다. 금고의 다이얼을 조작하듯, 시계의 다이얼을 조작했다.

딸각!

그러자 놀랍게도 시계가 풀렸다.

[아이템 슬롯 체인지 모드가 비활성화됩니다.]

곧바로 귓속을 간질이는 시스템 알림을 뒤로한 채 히르칸은 오른손으로 자신의 손목시계를 움켜쥐었다.

손목시계를 움켜쥔 손과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손목시계를 쥐어짜낼 기세로 움켜쥐자, 손목시계를 움켜쥔 히르칸의 손아귀 틈에서 스멀스멀,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위로 그리고 아래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피어오르고, 피어내리는 검은 연기는 나풀나풀, 선이 되었고, 그 선이 점차 갈라지고, 벌어지기 시작하며, 그 너머에 존재하던 시커먼 세계가 차츰차츰 드러났다.

이윽고 그 틈 사이로 거인의 뼈를 갑옷처럼 입은 듯한 기사가, 두께를 가늠키 힘든 강골을 자랑하는 해골마를 탄 채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데스나이트의 등장이었다.

8.

거대하기 그지없는 해골마(骸骨馬 )위에 올라탄 데스나이트의 위압감은 하나부터 열까지, 데스나이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압도적이었다.

일단 신장! 데스나이트와 눈을 마주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들어, 지상으로부터 4미터는 떨어진 곳을 바라봐야 할 정도로, 덩치가 어마어마했다.

입고 있는 뼈갑옷 역시 그 위용과 화려함이 대단했다. 넘치는 위용에 실용성이 도리어 우려될 정도. 특히 뼈갑옷으로 된 틈 사이로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검은 연기가 데스나이트의 주변에 만들어낸 시커먼 연기 웅덩이는

게임에 대한 문외한조차도 경계심을 가지게 할 정도의 불길한 위압감을 머금고 있었다.

그 위용 넘치는 기사를 짊어진 해골마의 위엄 역시 주인의 위엄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뼈밖에 없음에도 성난 콧김을, 검은 콧김을 토해내며 멀찌감치 떨어진 곳의 두개골 수집가에 성난 기세를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뼈로 됐으나, 그 뼈가 너무나도 두꺼워서 앙상한 느낌은커녕 해골임에도 몸이 꽉 차 있는 듯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데스나이트는 그런 해골마의 배를, 아니 뼈를 제 발로 두드리며 녀석을 진정시켰다.

물론 데스나이트는 여기서 신사가 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해골마를 진정시킨 데스나이트가 왼쪽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고, 등에 메고 있던 방패를 들었다. 방패가 사라지자 자유를 되찾은 데스나이트의 붉은 망토가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 그대로, 데스나이트가 검으로 전장을 겨누었다.

[특수스킬 ‘통솔자’가 발동합니다.]

검을 겨누는 순간, 그의 주변에 생성된 검은 연기의 웅덩이에서 해골 무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골 기사가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그 뒤를 이어 아홉 마리의 해골 전사들과 두 마리의 해골 마법사가 차례차례 검은 웅덩이를 뛰쳐나왔다.

특수스킬 통솔자의 효과였다.

데스나이트가 소환되는 순간 그 어떤 마력 소모 없이 해골 기사를 포함해 총 열두 마리의 해골 부하가 자동 소환된다. 동시에 소환된 해골 기사를 비롯해 소환된 해골 부하의 숫자만큼 데스나이트의 능력치가 상승한다.

더욱이 이 스킬의 최대 강점은 이렇게 소환된 해골 부하들은 데스나이트를 소환한 네크로맨서의 역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숨에 추가로 열두 마리의 해골 전력을 소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고작 이 특수스킬 하나로 데스나이트의 위용이 끝날 리 만무하다.

[특수스킬 ‘불멸’이 발동합니다.]

특수스킬 불멸, 데스나이트가 소환되면서 생성되는 검은 연기의 웅덩이, 그 웅덩이 내의 모든 해골들은 절대 죽지 않는다. 심각한 파손을 입어도, 무조건 복구된다. 복구에 드는 마력 비용은 없다.

단, 불멸 스킬 자체는 소환자의 마력을 소모해서 유지된다.

[특수스킬 ‘공포’가 발동합니다.]

마지막으로 발동한 특수스킬인 공포는 언데드 타입이나 정령 타입같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는 타입의 몬스터를 제외한 몬스터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선사함으로써, 그들의 모든 움직임 속도를 최대 20퍼센트까지 감소시

키는 디버프 스킬이었다.

히르칸이 가진 다양한 저주 스킬과 중첩 적용이 되는 건 물론, 보스 몬스터에게도 적용이 된다.

[특수스킬 ‘기사도’가 발동합니다.]

[특수스킬 ‘지휘자’가 발동합니다.]

물론 해골 기사의 등장과 함께 발동하는 두 가지 특수 스킬 역시 당연히 발동했다.

여러모로 압도적인 결과물들!

찰칵!

그 결과물 앞에서 히르칸은 다시 시계를 찼다.

‘다 좋은데, 이게 문제야.’

사실 이게 데스나이트 소환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 데스나이트 소환은 다른 소환과 다르게 적지 않은 행동과 시간을 잡아먹었다. 긴박한 순간에서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이 순간 히르칸은 서두르지 않았다. 천천히 손목시계를 찼고, 장갑도 천천히 착용했다.

멀리서 보면 허세 가득한 모습이었지만, 가까이서 본 이들에게는 위용 넘치는 여유였다.

그 증거로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쾽의 파티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게 히르칸이 우아하게, 마치 연기를 하듯 느긋하게 시계를 다시 채우는 사이 전투가 시작됐다.

전장을 향해 검을 겨누었던 데스나이트가 해골마의 배를 세게 차자, 해골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전장을 향해 돌진했다.

파밧, 파밧!

쏜살같이 질주하는 데스나이트의 뒤를 해골 기사들과 해골 전사들이 따라 움직였다.

두개골 수집가가 소환한 소환물들이 그들을 막는 벽이 되려는 듯, 옹기종기 모였다.

그 사이 히르칸은 해골 조각들을 도박판에서 칩을 던지듯, 자신의 앞에 가뿐하게 던졌다.

촤악!

부채꼴 모양으로 퍼진 해골 조각들이 천천히 자신의 본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흩뿌린 해골 조각은 여덟 개, 그 여덟 개 모두 칼 대신 지팡이를, 갑옷 대신 로브를 입은 해골들, 해골 마법사들이었다.

모습을 갖춘 해골 마법사들은 전장을 바라봤고, 명령을 기다리던 그들에게 히르칸이 명령을 내렸다.

딱딱!

짤막한 그 명령과 함께 히르칸의 전투가 시작됐다.

9.

두개골 수집가는 데스나이트가 등장하는 순간, 자신의 목에 걸린 네 번째 두개골을 바닥에 던졌다.

쿵!

그 두개골에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데스나이트는 두개골 수집가가 소환한 두 번째 소환물, 흙으로 만들어진 리자드 워리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앞서서 2차 승급을 마친 마법사들의 강력한 마법도 세 번까지 버텨냈던 두개골 수집가의 소환물의 몸뚱이를 고작 일검으로 자른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쉬익!

그러나 데스나이트의 일검은 단숨에 그 소환물의 팔을 가소롭다는 듯이 잘라냈다.

철퍼덕!

잘려나간 소환물의 팔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해골마가 다리를 놀렸다. 스텝을 밟듯,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자신의 주인이 다시 한 번 적을 향해 검을 내찌를 수 있도록 알아서 상황을 마련해주었다.

푹!

데스나이트는 제 검으로 팔 잃은 두개골 수집가의 소환물을 깊게 찌르는 것으로 해골마의 배려에 대답했다.

그 광경을 보던 모든 이들은 당연히 경악했다.

‘무슨 공격력이 저래?’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데스나이트의 가공할 공격력에 경악하는 건 당연하다.

물론 모든 데스나이트가 이런 위용을 보여주는 건 당연히 아니었다.

‘비싼 값을 해야지. 저 녀석 세팅하는데 든 돈이 아파트 값인데.’

데스나이트가 든 검, 폐위된 왕자의 검이다.

현존하는 워로드 최강의 검을, 현존하는 최강의 네크로맨서인 히르칸이 소환한 데스나이트가 들었기에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었다.

물론 언데드 타입의 몬스터에게 신체 절단은 그렇게까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HP 소모가 크지 않으니까. 복구도 생각보다 금방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필요한 게 확실하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마법!

그 마법이 지금 전장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하나도 아닌 열 개!

히르칸이 소환한 여덟 마리의 해골 마법사들과 데스나이트가 불러낸 두 마리의 해골 마법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화르르!

이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에 수를 놓은 열 개의 거대 화염구는 조금의 지체 없이, 적아의 구분도 없이 데스나이트가 이끄는 해골 군단과 두개골 수집가가 소환한 소환물들의 전장을 뒤덮었다.

콰앙, 콰앙, 퍼엉, 퍼엉!

무려 열 개의 마법이 만들어낸 폭음, 그 폭음의 합주는 장을 바라보는 이들의 귓속을 소란스럽게, 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였다. 관객을 그렇게 만드는 전장이 무사할 리 만무.

아수라장!

거대한 폭발, 그 이후에 들끓는 불길 속에서 해골 무리와 두개골 무리의 꼴은 엉망이 됐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불길이 잦아들기 시작했을 때 해골 전사와 기사들은 위풍당당한 모습을 갖추었고, 두개골 수집가가 소환한 부하들은 형태만 간신히 유지한 채 처참한 꼴을 면치 못했다.

불멸!

데스나이트의 위용이 꺾이기 전까지, 해골 전사와 기사들의 파멸은 허락되지 않았다.

“맙소사.”

이 광경에 대한 평가는 쾽의 동료인 사제의 입에서 나왔다.

당연히 그는 실제 사제가 아니다. 현실에서 그의 직업은 프로그래머였고, 무신론자이기도 했다. 사제 스킬 중에 주문으로 신에 대한 기도를 읊조려야 할 때마다 질색한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금 이 순간 속으로 잠시나마 신을 찾을 정도, 그 정도로 눈앞의 광경은 이제까지 그들이 해온 워로드란 게임이 아닌 다른 게임의 광경처럼 보였다.

비단 그만이 침울한 건 아니다.

이 광경을 히르칸의 뒤에서 지켜보던 세 명의 마법사들은, 놀라기보다는 침울해졌다.

‘무슨 놈의 마법 화력이······.’

‘데미지 딜링이 어느 정도까지 나오는 거야?’

열 마리의 해골 마법사들이 쉴 새 없이 퍼붓는 마법의 위력 때문이었다.

물론 단순 위력을 비교한다면, 해골 마법사들이 제아무리 많아도 진짜 마법사와 비교될 리 없다. 여기 모인 세 명의 마법사들이 보여줄 수 있는 데미지 딜링과 지금 소환된 열 마리의 해골 마법사들이 보여줄 수 있는 데미지

딜링은 최소 두 배 이상······ 아니 세 배 이상 차이가 날 것이다.

문제는 그 자체다. 비교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

해골 마법사는 히르칸이 가진 전력의 일부인데, 그 전력이 당장 2차 승급을 마치고 진마도사로 승급한 이들과 일단 비교를 해봐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여기 마법사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일!

그리고 그게 히르칸이 의도하던 바였다.

‘절대 나한테 덤비지 마시오. 이 구절을 영상에 자막으로 넣어야겠어.’

히르칸, 이번 전투는 그가 그를 노리는 자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이 될 것이다.

10.

해골 마법사의 쉴 새 없는 마법 공격 앞에서 두개골 수집가가 소환한 부하들은 더 이상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전황은 두개골 수집가와 데스나이트의 1대1 전투로 바뀌었다.

그렇게 시작된 전투는 이제까지 히르칸의 해골들이 보여준 전투와 전혀 달랐다.

말이 있었으니까.

그것도 보통 말이 아닌 해골마는 어마어마한 돌진력과 무시무시한 도약력을 이용해 거인이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은 두개골 수집가를 훌쩍 뛰어넘는 경악할 만한 묘기도 보여줬다.

그저 보여주기 위한 묘기는 결코 아니었다.

해골마가 자신을 뛰어넘는 순간, 두개골 수집가는 등 뒤로 넘어간 적을 바라보기 위해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틈을 데스나이트가 놓칠 리 역시 없었다.

푹!

두개골 수집가가 몸을 돌리는 순간 데스나이트의 검이 두개골 수집가의 어깨를 찔렀고, 해골마는 검은 콧김을 토해내며 그대로 벽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콰앙!

두개골 수집가의 몸뚱이가 벽에 부딪히면서 터진 굉음은 엄청났다. 심지어 두개골 수집가의 몸뚱이는 벽 속에 파묻힌 채 제대로 된 몸부림조차 치지 못하고 있었다.

쉬익, 푸욱!

그 두개골 수집가를 향해 데스나이트가 쉴 새 없이 검을 내찌르고, 휘둘렀다.

코너에 몰린 채 그로기 상태에 빠진 적을 몰아붙이는 듯한 광경.

쿵! 쿵! 쿵!

심지어 데스나이트가 칼질을 하는 동안, 해골마는 짧지만 강렬한 박치기로 두개골 수집가를 몸뚱이를 거듭 두드렸다.

‘리치리치 영상을 봤을 때도 그랬지만, 확실히 데스나이트는 전투 인공지능 수준이 달라.’

그런 데스나이트의 전투가 보여주는 무시무시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건 바로 히르칸이었다.

데스나이트가 보여주는 전투 능력은 그 덕을 그 누구보다 확실하게 볼 수밖에 없는 히르칸조차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게 내가 잡아야 할 몬스터였다면······.’

물론 이 모든 건 공짜가 아니었다.

‘그보다 마력은 어마어마하게 처먹네.’

히르칸은 입안에 숨겨두었던 마력 회복 사탕을 잘게 씹은 후에 조심히 삼켰다.

전황은 히르칸의 압도적인 우세다.

하지만 반대로 히르칸의 마력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소모되는 중이었다.

열 마리의 해골 마법사를 운영하는 것부터가 이미 본래 가지고 있는 마력만으로 전투를 할 생각이 없다는 증거였을뿐더러, 데스나이트의 불멸 스킬 덕분에 해골 복구에는 마력이 소모되지 않았지만 반대로 불멸 스킬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 소모되는 마력값 역시 적지 않았다.

이 상태로 서리의 힘을 개방한다면, 히르칸은 제아무리 회복 아이템을 이용해도 전력 유지를 못할 것이다.

‘우르갈 대산맥을 넘어가면······ 이누가스부터 찾아야지.’

하지만 이 순간 히르칸은 마력을 아끼기보다는 오히려 열 마리의 해골 조각을 바닥에 흩뿌렸다.

모습을 갖추고, 전장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마친 해골 전사들의 존재를 눈치챈 쾽과 그의 동료들은 이제 놀라지도 않았다. 그저 긴 한숨을 저도 모르게 내뱉을 뿐.

그 표정이 히르칸이 원하는 표정이었다.

이 영상을 보는 모든 이들이 지금 쾽과 그 동료들과 같은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렇기에 히르칸은 여기서 다시 한 번 입안에 숨겨둔 마력 회복 사탕을, 30대 길드 레이드 팀도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잘 먹지 않을 정도로 비싼 놈을 다시 한 번 깨물었다.

‘그보다 진짜 맛없네.’

참고로 지금 히르칸이 먹은 사탕의 맛은 쓴 한약 맛이었다.

여러모로 입이 쓴 전투였다.

< 52화. 데스나이트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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