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솔플의 제왕-148화 (148/192)

< 51화. 고대의 힘 (1). >

1.

히르칸이 연필 크기의 뼈를 움켜쥐는 순간, 뼈는 히르칸의 손아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부풀어 올랐다. 두꺼워진 뼈를 쥔 채로 손목을 가볍게 흔들자, 뼈는 삽시간에 거대한 창으로 늘어났다.

“후우!”

짧은 숨과 함께 히르칸이 자세를 잡았다.

투창, 머나먼 곳에 있는 적을 향해 창극(槍戟)을 겨누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후우!’

거리는 문제 될 게 없었다. 문제가 되는 건, 정밀한 컨트롤과 그를 위해 필요한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소들이었다.

히르칸의 눈앞, 때때로는 코앞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지척의 거리는 치열한 전장이었다.

프로스트 나이트가 부리는 저주받은 노예들은 해골 전사들을 뚫고, 그 주인인 히르칸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고, 해골 전사들은 주인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주인을 위한 길을 뚫기 위해 그들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카앙! 치열한 전장의 증거인 거친 쇳소리는 쉴 새 없었고, 콰직! 따위의 피륙과 갑옷과 뼈가 뭉개지는 소리 역시 멈출 기미를 몰랐으며, 쿵! 거대한 것이 무너질 때 나는 굉음은 소리만이 아니라, 전장에 발을 들여놓은 이들의 시야를 흔들었다.

심지어 때때로 해골 전사들의 틈을 기어코 비집고 나와, 히르칸을 향해 얼어붙은 팔을, 칼처럼 날카롭게 번뜩이는 팔을 높게 들고 덤비고는 했다. 지금도 그랬다. 한 마리가 기어코 해골 전사들의 노력을 뚫고 히르칸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로지 하나만을 노리고 창을 던져 맞춘다는 건 쉬울 리 없다.

쉬울 리 없는데…….

슈웅!

히르칸은 그 일을 너무나도 쉽게, 가뿐하게 해냈다. 해골 전사들을 뚫고 들어온 저주받은 노예가 거의 지척까지 접근했음에도 본래 목적한 바를, 투창을 했다.

쉬이이익!

창은 포물선이 아닌 직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동시에 창을 던진 히르칸은 창을 던지면서,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고 했다는 듯이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얼어붙은 오크와의 거리를 오히려 나서서 좁혔다.

더욱 빠르게 좁혀진 거리, 얼어붙은 오크는 망설임 없이 히르칸의 목을 잘라낼 속셈으로 팔을 휘둘렀고, 히르칸은 그 공격을 머리를 가볍게 숙여내며 가뿐하게 피해냈다.

퍽!

그리고는 가볍게 발을 걸어 얼어붙은 오크를 자빠뜨렸다.

쿠웅!

앞으로 고꾸라진 얼어붙은 오크, 녀석은 등을, 몸을 돌리기도 전에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츠릉!

크라잉 소드가 단숨에 목을 잘라냈으니까. 잘려나간 머리통이 데굴데굴 굴러갔으니까.

뻐엉!

히르칸은 그 머리를 그대로 축구를 하듯, 멀리 차버렸다. 그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열심히 싸우는 해골 전사들을 바라봤다.

해골 전사들, 이것밖에 못합니까?

그런 느낌의 시선. 그런 시선이 해골 전사들에게 통할 리 없지만, 어쩐지 그 눈초리에 해골 전사들이 좀 더 공격적으로 변한 것처럼 보였다. 히르칸이 그 광경을 보며 실소를 머금으려고 했다.

그 순간.

쿵!

이제까지 모든 전장을 고고하게, 아니 오만하게 내려다보던 프로스트 나이트가 자신이 들고 있는 거대한 검을, 아직 칼집에서 뽑아내지도 않은 채로, 칼집 채로 대지를 두드렸다.

그런 프로스트 나이트의 몸에는 조금 전 히르칸이 날린 본 스피어를 비롯해 일곱 자루의 창이 박혀 있었다.

갑옷에 박혔으나, 그것을 피해로 가늠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프로스트 나이트는 자신의 몸에 꽂힌 본 스피어에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고 있었으니까. 마치 그 본 스피어를 자신의 갑옷 장식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프로스트 나이트가 다시 한 번 더.

쿵!

연속해서 두 번, 칼집을 두른 검으로 대지를 두드렸을 때.

뿌드득!

그의 몸에 붙어 있던 본 스피어들은 그대로 얼어붙었고, 그 후에 잘게 부서졌다.

부서지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쿵!

세 번째 울림은 기어코 프로스트 나이트의 칼집에도 균열을 일으켰다.

칼집에 생겨난 벼락 모양의 균열은 점차 굵어졌다.

쿵!

네 번째 울림은 사실상 마지막 울림이었다. 칼집에 생겨난 균열 사이로는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짙은 안개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안개의 등장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저주받은 노예들이었다.

부르르!

전투를 치르던 그들이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긴박한 전투 속에서 몸서리를 치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해골 전사들은 몸서리를 치는 그들의 틈을 놓치지 않고 가차 없이 노리기 시작했다. 해골 전사들에게 생각은 필요 없었으니까.

생각이 필요한 건 오직 한 명.

‘온다.’

히르칸,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움켜쥔 주먹의 틈 사이로 뚝뚝! 영롱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찰흙놀이!

하지만 히르칸이 만들고자 하는 것이 등장하기도 전에.

푸홧!

프로스트 나이트의 칼집이 산산조각이 났고, 그 안에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지독한 한기가 폭발하듯 뛰쳐나왔다.

[서리 안개가 빠르게 퍼집니다.]

휘이이이!

시스템이 경고를 할 정도로 위력적인 서리 안개가 단숨에 전장 전부를 먹어치웠다.

모든 것이 얼어붙은 채 멈춰버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온갖 소음을 토해내던 치열한 전장도, 치열했던 그 상태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적막함이 치열함을 대신했다.

소름조차 얼어붙을 것 같은 광경이었다.

그 광경에 균열을 일으킨 건 히르칸이었다. 주먹을 움켜쥔 그대로 얼어붙었던 히르칸의 주먹이.

뿌득!

녹아내리고, 부서지기 시작했다.

주먹이 모습을 드러내자, 도미노처럼 히르칸의 몸에 달라붙은 얼음조각들이 깨지기 시작했다.

모든 얼음이 깨졌을 때, 히르칸이 주먹을 활짝 폈다. 그런 히르칸의 손아귀에서 나온 건 불사조였다.

정확히는 170레벨의 보스 몬스터 빅버드였다.

거대한 몸체와 그보다 더 거대한 날개를 자랑하며, 무시무시한 날갯짓으로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동급 레벨 사냥 난이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몬스터! 그 빅버드가 불타오르는 몸을 가진 채 등장했다.

등장한 녀석은 곧바로 날갯짓을 시작했다. 녀석의 날갯짓과 함께 불꽃의 바람이 얼어붙은 전장을 몰아치기 시작했고, 얼어붙은 모든 것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멈춘 시간도 녹아내렸고, 다시 격전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제까지 가만히 있던 히르칸이 달려갔다.

‘2페이즈 시작.’

프로스트 나이트의 두 번째 난제, 서리 안개를 뚫었다.

일찍이 무수히 많은 유저들이 손쓸 도리 없이, 그저 뜬 눈으로 당하고, 얼어붙은 채 그대로 프로스트 나이트의 검격에 산산조각이 난 채로 죽음을 맞이했던 난제를 뚫었다.

난제의 해결은 희소식이었고, 동시에 히르칸이 새로운 난제를 프로스트 나이트로부터 끌어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바로 간다.’

그제야 히르칸은 처음으로, 이 전투 이후 단 한 번도 소환하지 않은 해골 기사 두 마리를 소환했다.

해골 기사가 등장하자마자 곧바로 전세는 백팔십도 달라졌다.

[특수 능력 ‘기사도’가 발동합니다.]

[특수 능력 ‘지휘자’가 발동합니다.]

해골 기사들의 등장에 해골 전사들이 이제는 전세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파이어 빅버드 골렘의 등장으로 저주받은 노예들의 방어력이 크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조금 전보다 더 강해진 해골 전사들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해골 기사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개중에서도 대격전 영웅의 검을 낀 해골 기사의 전투력은 압도, 그 자체였다.

퍼억!

저주받은 노예의 단단하게 얼어붙은 몸뚱이를 검으로 내리치는 순간, 날카로운 소리가 아니라, 둔한 소리와 함께 몸뚱이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일격필살!

그저 베이는 것보다 더 섬뜩한 광경이었다.

그 해골 기사가 기어코 길을 만들었다. 다른 하나의 기사가 느릿한 전진을 보일 때, 대격전 영웅 무기를 든 해골 기사는 빠르게 길을, 프로스트 나이트를 향한 길을 만들었고, 본인이 그 길 끝에 섰다.

4미터 가까운 신장을 가진 프로스트 나이트와 3미터 가까운 신장을 가진 해골 기사가 마주 봤다.

그때 해골 기사의 몸 주변으로 하얀 뼈가 갑옷처럼 그의 몸을 두르기 시작했다.

본 아머!

‘1분만 버텨라.’

히르칸이 해골 기사에게 눈앞의 적과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보다 강한 힘을 선사했다.

물론 뿔을, 매드니스 헬름을 주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뼈갑옷이 몸을 두르고, 매드니스 헬름의 증표인 뿔이 솟아오르는 순간 해골 기사는 입을 크게 벌리며 자신의 흉포함을 토해내며, 동시에 검을 높게 들어 프로스트 나이트를 공격했다.

프로스트 나이트 역시 검을 휘둘러 그 검을 막아냈다.

검과 검의 충돌.

꾸릉!

필시 거친 쇳소리가 나와야 하는 상황 속에서 터진 소리는 엄청난 천둥소리였다.

그 한 번의 공격은 휘두른 자들에게도 영향을 줬다. 마치 서로의 검에 스프링이 달린 것처럼, 해골 기사와 프로스트 나이트가 휘두른 검은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갔다.

때문에 그들의 공격은 느릿했다.

꽈릉!

한 번 충돌을 하고, 튕겨 나간 힘을 버텨내고, 다시 자세를 잡은 후에 전력을 다해.

꽈릉!

다시 한 번 힘으로 상대를 공격했으니까. 일격, 일격에 숨을 두어 번 몰아쉬어도 될 정도였다.

그만큼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서로가 나누는 그 일격, 그사이에 다가가는 게 소름이 끼칠 정도로!

‘오케이!’

하지만 그 소름 끼치는 무대에, 손도 집어넣기 힘든 광경에, 손이 아닌 몸을 집어넣는 이가 있었다.

히르칸!

어느새 그가 프로스트 나이트의 뒤로 이동한 것도 모자라, 프로스트 나이트의 등을 향해 몸을 날렸고.

콰직!

그의 검이 프로스트 나이트의 등판, 그 정확히 한가운데 꽂혔다.

츠르르!

그 순간 크라잉 소드가 내뱉는 울음이 서글프게 들렸다. 마치 미친 주인을 만나 개고생을 하게 된 것에 대한 칭얼거림처럼 들렸다. 하지만 히르칸은 그 칭얼거림을 무시한 채, 프로스트 나이트의 격한 흔들림을 버텨내며 크라잉 소드로 프로스트 나이트의 갑옷에,

등판에 흉터를 만들었다.

만든 흉터 위로는 곧바로 본 스피어를 박았다.

해골 기사와 프로스트 나이트가 일곱 번의 검격을 나누고, 프로스트 나이트의 검이 해골 기사의 본 아머를 뭉개고, 그 너머의 갑옷마저 찌그러뜨리는 일격을 날렸을 때, 히르칸이 바라던 1분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났을 때, 프로스트 나이트는 고슴도치가 되어 있었

다.

놀라운 건, 프로스트 나이트가 히르칸의 작업 동안 그를 단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맹점이다.

프로스트 나이트가 갑옷 위로 들어오는 어지간한 데미지는 데미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맹점.

타고난 오만함과 불사에 가까운 생명, 고통을 모르는 죽은 몸뚱이라는 설정에서 나오는 맹점.

우레사냥꾼 길드가 열 명 넘는 스트라이커의 희생을 담보로 알아낸 맹점이다.

그 맹점 공략을 마친 순간 히르칸은 처음으로 해골 기사를 바라봤다.

본 아머는 이미 제구실을 못하는 상황, 해골 기사가 입고 있는 방어구 역시 파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해골 기사는 여전히 프로스트 나이트를 상대로 분전의 의지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맙다.’

히르칸은 자신의 예상 이상으로 분전한 해골 기사에 감사했다.

그 감사함을 행동에 옮겼다. 히르칸이 본 스피어를 손잡이 삼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을 시작했다.

해골 전사도, 해골 기사도, 골렘도 할 수 없는 작업을, 히르칸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을, 아머 브레이킹을 시작했다.

츠릉!

크라잉 소드가 이번에는 기쁨에 찬 듯한 울음을 토해냈다. 적의 단단한 비늘을, 가죽을, 껍질을, 갑옷을 벗기는 것은 크라잉 소드가 그 어떤 무기보다 잘하는 일이었고 동시에 크라잉 소드가 가장 즐기는 일이었으니까!

크라잉 소드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프로스트 나이트의 갑옷을 부수기 시작했다.

명필에게 최고의 붓을 쥐여줬을 때의 결과물이 나왔다.

주인의 활약에 해골 기사도 분전을 거듭했다. 전투 2분째에 왼팔이 잘려나갔고, 전투 3분째에 다다랐을 때는 이제 마무리를 당할 상황만 남을 만큼 처참한 꼴이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해골 기사는 히르칸의 기대보다 3배나 되는 결과물을 보여줬다.

당연히 히르칸도 해골 기사의 선전에 보답하듯, 예상 이상의 기대를 만들었다. 프로스트 나이트의 단단한 갑옷에 균열을 만들었고, 프로스트 나이트의 분노가 갑옷의 균열을 비집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범접할 수 없는 한기가 엄습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감소합니다.]

[가공할 동상에 걸립니다.]

그 한기는 가까이 있는 모든 대상을 쫓아냈다. 이프리트의 정수마저도 버틸 수 없는 한기였다.

당연히 악으로, 근성으로 버틸 수 있는 한기가 아니었다. 어설프게 버텨내고자 한다면, 그대로 얼어 죽을 수밖에 없는 한기!

그 사실을 처음 경험하지만 누구보다 잘 아는 히르칸은 물러났다. 히르칸이 엄습하는 한기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해골 기사는 거리를 벌리지 못한 채 그대로 한기에 얼어붙었다.

그런 해골 기사의 숭고한 모습을 히르칸은 계속 볼 수 없었다.

쿠웅!

거리를 벌린 히르칸과 프로스트 나이트 사이에 거대한 얼음벽이 솟아올랐으니까. 그 벽이 프로스트 나이트와 전장을 완벽하게 가로막았다.

이제까지 몇 차례 모습을 드러낸 빙벽과는 달랐다. 그 벽은 조각이 되어 있었다. 마치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이, 엘프와 드워프, 인간들이 지옥을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거리는 듯한 모양의 조각이, 그런 조각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통곡의 벽이 등장합니다.]

[통곡의 벽 너머에서 프로스트 나이트가 힘을 회복합니다.]

‘3페이즈.’

세 번째 난관, 통곡의 벽의 등장이었다.

어마어마한 방어력을 자랑하며, 무엇보다 데미지가 축적되지 않는 특성을 가진 벽이었다.

단번에 부셔야만 뚫을 수 있는 문이다.

그 문을 바라보던 히르칸이 준비한 카드를 꺼냈다. 보석 하나를 꺼내고, 움켜쥐었다.

뚝뚝!

히르칸의 손아귀에서 녹은 보석은 얼어붙은 땅에 스며들며, 이내 골렘을 깨웠다.

모습을 드러낸 흙골렘은 거대한 코뿔소였다.

몸길이 5미터! 더 무시무시한 건, 자기 몸에 버금가는 크기를 가진 어마어마한 코뿔이었다. 그 거대한 코뿔을 앞세운 코뿔소는 성문을 뭉개기 위해 만든 병기, 충차를 떠올리게 했다

무쇠 코뿔소!

180레벨의 보스 몬스터다. 다양한 별명도 가지고 있다. 탱커도살자, 탱커들이 가장 싫어하는 보스 몬스터 2위…… 개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별명은 탱커들을 종처럼 두들긴다는 의미에서 붙은 별명인 탱커벨!

그만큼 비싼 아이템을 토해내는 놈이기도 했다. 현재 등장한 보스 몬스터 중에 가치 순위가 랭킹 10위 안에 든다. 당연히 녀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레어 아이템 및 유니크 아이템 제작 재료가 되는 보석의 값은 최소 5천 골드 이상이다.

지금 히르칸이 써먹을 공격은 그만큼의 값을 가지고 있었다.

“가라!”

히르칸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통곡의 벽을 향해 무쇠 코뿔소 골렘이 달려갔다.

쿵, 쾅, 쿵, 쾅!

달리면서 지축을 흔드는 굉음은.

쿵쿵쿵!

삽시간에 빨라졌다.

무쇠 코뿔소는 단숨에 가속했고, 어마어마한 속도로 빨라졌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주제에 그 움직임이 하늘을 빠르게 비상하는 제비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이윽고 무쇠 코뿔소의 코뿔이 통곡의 벽과 마주했다.

꽈아아아앙!

이제까지 들렸던 모든 소리를 합쳐도 비할 바 없을 거대한 소리가 전장을 휩쓸었다.

이 순간 히르칸은 긴장했다.

‘뚫려라.’

사실 이 순간이 히르칸이 이번 전투에서 가장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통곡의 벽에 대해 우레사냥꾼 길드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 기준…… 190레벨 이상의 마법사 또는 스트라이커가 자기 레벨 이상의 유니크 또는 에픽 아이템을 세팅한 뒤, 모든 버프 스킬을 받고, 발동한 후에 180레벨 이상의 강력한 단발 위력을 자랑하는 스킬을 사용할 것!

그 조건대로라면 우레여왕, 마타도르, 싱글레 같은 이들이라면 통곡의 벽을 깰 수 있다.

하지만 히르칸은 그들처럼 단시간에 낼 수 있는 강력한 데미지가 사실상 없다.

그래서 준비한 게 차선. 차선이기에 확신이 있을 리 없다.

확신이 없으니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초조함은 거대한 굉음이 들린 후에도 여전했다.

[통곡의 벽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이내 들리는 시스템 알림에 히르칸은 이번 전투 시작 이후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피날레다.’

그 순간 히르칸이 주머니 하나를 들었다.

개당 5백 골드짜리 뼈 재료, 현재까지 잡은 보스 몬스터 중 최고레벨을 자랑하는 200레벨의 보스 몬스터, 용암거인의 뼈재료로 만든 최고의 뼈폭탄들이 가득 든 주머니다.

히르칸은 무너진 통곡의 벽을 향해 달려갔고, 프로스트 나이트를 향해 그 뼈폭탄을 전부 던졌다.

투두둑!

날아간 이십 개의 뼈폭탄들이 바닥을 구르고, 프로스트 나이트의 발치에 다다랐다.

콰과과광!

굉음이 들렸고, 그 굉음 속에서 프로스트 나이트의 갑옷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이 순간 더 이상 저주받은 노예는 없었고, 오로지 프로스트 나이트만이 남아 있었으며, 그를 향하는 길에는 그 어떤 장애물이나, 방해물도 존재하지 않았다.

살아남은 해골 기사 한 마리 그리고 해골 전사 열일곱 마리와 해골 마법사 두 마리, 빅버드 파이어 골렘이 무쇠 코뿔소 골렘이 모두 하나 남은 적을 바라봤다.

그런 그들에게 히르칸은 망설이지 않고, 허락을 했다.

“죽여!”

이제 남은 난관은 하나.

2.

일단 벗기고 나면 히르칸의 데미지 딜링은 압도적이다.

무수히 많은 해골 전사들이 한 번씩만 공격해도 스트라이커 수십 명이 공격한 것과 마찬가지이며, 골렘이 내뿜는 위력, 해골 기사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해골 마법사들의 공격력도 무시할 수 없으며, 뼈폭탄과 본 스피어의 위력은 소름이 끼친다.

누군가는 이런 히르칸의 전투를 아마존 밀림에서 볼 수 있는 개미떼에 비교했다. 무시무시한 병정개미가 제 몸의 수십 배에 다다르는 동물을 가차 없이 물어뜯는 광경에 비유했다.

그 개미떼 사이에서 히르칸의 활약은 개미떼를 넘어 전갈과도 같았다.

프로스트 나이트가 마지막 페이즈에 다다랐음을 알고 있는 히르칸은 이제 모든 것을 쓸 생각이었다.

[검은 심장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예전에 비싼 값을 치러 얻은 검은 심장! 마력에 여유가 있을 때만 사용하던 그 스킬을 지금 이 순간 사용했다.

히르칸의 육체적 능력이, 이미 단순 수치상으로는 지금 최고 수준의 스트라이커들보다 더 높은 근력 스탯을 가진 히르칸의 능력이 오버 페이스를 보이는 순간, 히르칸은 미쳐 날뛰었다. 잔챙이들을 처리하느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프로스트 나이트에게 틈이 보이

는 순간, 그의 몸에 다트처럼 날아가 꽂혔다.

“네놈!”

오만했던 프로스트 나이트의 입에서 절망 어린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절망 어린 소리는 어느 순간.

“그분의 집행을 방해한 대가, 그저 목숨으로 치르지 못할 것이다!”

저주로 바뀌었다.

순간이었다.

조짐도 없이, 그 저주를 프로스트 나이트가 내뱉는 순간 그의 몸이 그대로 폭발했다.

[서리용의 저주가 시작됩니다.]

얼어붙은 왕국을 만들었던 그 무시무시한 저주가 전장을 집어삼켰다.

프로스트 나이트가 보여준 최후의 발악이었고, 조짐이란 것이 존재치 않은 발악이었다.

그 강력한 저주는 해골 전사들과 기사들, 마법사들과 골렘들을 단숨에 얼려버렸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얼어붙은 것들은 얼음부스러기가 되어, 그대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장을 가득 채운 불사의 군단이 그대로 얼음 부스러기가 되어, 얼어붙은 땅덩어리 위에 모래처럼 쌓였다.

히르칸 역시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마치 히르칸이란 동상이 만들어진 듯했다. 만약 지금이 이 레이드 장면이 라이브 방송 중이었다면, 일순간 채팅창에 탄식이 터졌을 장면.

그 탄식을 더 짙게 만들려는 듯, 얼어붙은 히르칸의 몸뚱이도 앞선 자신의 부하들처럼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이 가면서, 이내 얼음부스러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떨어지기 시작하며, 히르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정화의 서클렛이 서리용의 저주로부터 당신을 지켜줍니다.]

이미 진작에 아이템 스위칭을 마친 채로, 미소를 지은 채로. 그런 채로 히르칸이 말했다.

“촬영 종료.”

< 51화. 고대의 힘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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